<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3주

    

   3월 18일에 개봉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Shutter Island)』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임스 얼로이의 '소설 영화화'는 성공과 실패의 부침을 반복하는 반면, 데니스 루헤인의 경우는 '3연속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제임스 얼로이의 소설은 수많은 인간관계를 통해(그의 별명이 범죄소설계의 헤밍웨이로 불리우니 알만 하잖은가) 사건의 핵심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영화화가 쉽지 않은 반면, 데니스 루헤인은 사건이 벌어진 시대의 분위기를 담는다. 바로 그런 점이 영화 감독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았을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아 그저 기대할 뿐이지만, 영화 역시 소설의 기본 설정을 그대로 따라간 것 같다. 대신 마틴 스콜세지라면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가기 보다는 아마도 주인공 테디 보안관의 심리 상태와 1950년대의 미국을 감싸고 있던 '서로 의심하는' 매카시즘의 공포를 적절히 배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는 오래전에 합격점을 받아놨으니 스콜세지 감독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데리고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았는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미스틱 리버(Mystic River)>를 칸 영화제에서 발표했을 때, 한 기자가 그의 전작인 <블러드 워크(Blood Work)>(이 작품은 『시인』으로 유명한 마이클 코넬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와 <미스틱 리버>간에 영화적 완성도의 간극에 대해 묻자 이스트우드 옹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소설에 있는 대로 찍었을 뿐입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고정된 팀으로 영화를 찍어왔는데, <블러드 워크>와 <미스틱 리버> 모두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블러드 워크>가 매끈한 스릴러였다면, <미스틱 리버>는 매끈한 스릴러에 셰익스피어적 비극이 깃들여 있다. 친구들간의 우정,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봉합되지 못한 편견이 한데 어울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직조해나가기 시작한다. '매끈한 스릴러 상업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영화에는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커다란 "울림"이 깃들여 있다.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로렌스 피시번 등 '연기 좀 하는' 배우들이 한데 모여 다그치고 울부짖고 서로 의심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이 영화로 숀 펜과 팀 로빈스가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과 조연상을 수상했는데, 상이 더 있었다면, 아마도 나머지 배우들도 수상했을 것이다.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적 점핑은 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그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으로 계속 점핑을 해갔다.

 

         

   그런면에서 벤 에플렉의 감독 데뷔작 <곤 베이비 곤(Gone Baby Gone)>은 평가를 조금 유보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 물론 굉장하다. 벤 에플렉은 비록 배우로서 많이 소비되었지만, <굿 윌 헌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작가/감독의 능력 또한 기대할만 하다. 하지만, 그는 너무 안전한 선택을 했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은 '헐리우드'라는 시스템에서 영화를 찍는 그 누구라도 '그럴듯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소재다. 거장들이 변주를 하거나 삶의 통찰을 끌어낼 수도 있는 영화를 그는 매끈한 영화로 만들었다. 걸작이라 하기에는 데니스 루헤인의 이름이 너무도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벤 에플렉의 감독으로서의 평가는 올해 공개될 <The Town>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