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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2 : 심장에 남는 사람 명의 2
EBS 명의 제작팀 엮음 / 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흔히들, 장사꾼은 많지만 의사는 없다는 이 세상에서, 이 책에 나와있는 17명의 의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일까? 혹시 이 책도 TV 3사의 맛집 소개프로그램처럼, 촌지와 과대포장으로 얼룩진 그런 내용이 아닐까? 책을 읽기 전, 온갖 잡다한 생각이 다 들었으나, 책을 읽고난 후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지독한 열정과 고집, 그리고 성실성. 명의(名醫)를 정의하는 말은 많이 있지만, 이 책에서 정의하는 명의는 바로 저런 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의사들이다. 

   이 책에서 '명의'라 여기는 의사들은 다음과 같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의사 역시 '기능공'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기능공들은 나무나 돌 등 무생물을 깎아내지만, 의사들은 사람의 몸을 다룬다. 의학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을 뜻한다. 의사들 역시, 매일 새롭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외과의사들은 기질상 승부욕 같은 게 큰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거라면 더 하고 싶고, 어려운 병일수록 공부하고 연구해서 수술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물론 어려운 수술을 해내고 환자가 드라마틱하게 살아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성취감을 주는 일도 없죠. 

-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전문의 김선회 교수            

 

   지금까지는 아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위험부담은 따르지만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수술해서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히 도전해봐야지요. 산과를 전공하는 교수로서 꼭 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의식이 있었지요.  

-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이근영 교수          

 

   그리고 그런 노력이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 힘들더라도 의사가 해야할 의무라 생각한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아무래도 가야 할 길인 것 같았어요.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되면 환자들에게 많은 장점이 있잖아요. 우선 아주 조금만 절개하니까 흉터도 거의 안 남고, 많이 아프지 않으니까 회복도 훨씬 빨라져요. 결국 입원기간도 단축되면서 환자들의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개복수술보다 수술비가 비싸지만 입원기간이 짧으니까 충분히 상쇄가 되는 부분이 있으니 환자한테는 더없이 좋은 방법입니다. 문제는 의사들이 새로운 의술을 배우기가 어렵고 시간이 거린다는 것뿐이죠. 하지만 만약 그런 이유라면 그 길은 가는 게 맞는 거죠. 

-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남주현 교수            

 

   자신의 길이 사명이라 생각하고 신념이라 여기며, 그에 관한 일이라면 그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영훈 교수는 언제, 어디서든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리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응급처치든, 진료든 환자의 심장을 살리는 일이라면 모두 '심장내과의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의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의 심장을 살리는 일 못질않게 절실한 것은 누구나 응급처치로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라는 신념 때문에 그토록 '심폐소생 교육'에 열정을 다하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환자의 그 아픈 고통을 그 누구보다 이해하고,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고 이겨낸다. 

   엄마가 된 다는 것. 한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없어요. 우울증 때문에 못 버티겠다고 울면 모성애가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는 분들이지요. 하지만 호흡기를 낀 아기를 보면 저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어요.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다면 전 야단도 치고, 원망도 듣고 욕도 먹으며, 또 같이 울어줄 겁니다. 

-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이근영 교수           

 

   천상천하 유아독존, 독불장군이 아닌, 각 파트의 소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생각하며, 각 스태프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감싸안는 위대한 지휘자이기도 하다.  

   중환자치료가 힘든 게 어떤 한 부분의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 되는 게 아니라 많은 부분 오케스트라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저나 장윤실 교수가 중심이기보다는 지휘자의 역할 같은 거죠. 각 파트의 연주가 잘 될 수 있는 게 지휘자의 역할이듯이 저의 역할도 스태프 선생님들이 가장 편안하고 능력 발휘 잘해서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거니까요. 

-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박원순 교수          

 

   숱한 시행착오로 힘들게 개발한 치료법이나 의료 기술들을 조건없이 가르치며, 더 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훌륭한 의사들로 키워내기 위해 끊임없이 담금질한다.

   제가 먼저 길을 가봤고 또 답을 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높은 산도 헬기타고 올라가면 모르지 않습니까? 과정을 알 수도 없고. 저희 치료라는 게 대개 응급으로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판단과 직관력을 기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각 장기의 기능이 모두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처치나 수술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 진료는 직관력을 기르기 위해 일죵의 'Q'를 준다고 할까요? 다가서기도 힘들 정도의 작은 아기인데, 그런 애들의 침습적인 치료를 한다는 게 굉장히 두려운 일인데, 그런 거를 두려움 없이 할 정도의 숙련도를 익히기 위해 어떻게 보면 좀 순도 높은 담금질이라고 할까요? 

-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박원순 교수          

 

   이것이 이 책에서 밝히는 명의의 조건들이다. 가족의 관계를 거의 끊어버리듯 하고, 오로지 환자와 병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무정'한 의사들. 1%의 확율을 높이기 위해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마치 디오니소스처럼 한계를 돌파하는 아폴론의 후예들. 이들이 있어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 아닐까. 물론 가족을 제쳐두고 의술의 소명과 사명에 빠져든 명의의 가족들에겐 정말로 미안한 일이지만. 이 자리를 빌어 그들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에는 17명의 명의들과 그의 가족들, 환자들이 벌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방송을 위해 선별해서 실었겠지만, 그 어떤 소설이나 시보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현실은 그 어떤 (가공된) 예술보다 절절한 법이니까.  

 

   전 34란 숫자가 제일 좋습니다. 꿈의 숫자기도 하구요. 10개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도 태아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 바로 34주입니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수술을 하는 겁니다. 우리에게 일주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엄마의 뱃속 안에서 보내는 태아에게 일주일은 엄청나게 중요해요. 엄마가 일주일을 더 버티느냐 마느냐에 따라 태아의 생존은 물론이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아기의 평생이 결정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이 34주인 셈이지요. 그러니 아무리 어려워도 일주일만 더 버티자! 그게 제 모토입니다. 

-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이근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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