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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
손호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스스로 진보적(progressive)이라 일컫는 손호철 교수가 한국일보, 프레시안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기간을 조금 벗어나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이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부터 지금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까지 MB정부 2년여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쓴 정치평론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위해 쓴 글이 아닌, 한 진보주의자의 관점으로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고 비판한 글이기에, 한나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타 군소 정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역시, 감상과 애도를 배제하고 날카롭게 바라본다. 

   각각의 글들은 신랄하고 날카로우며, 때로는 모골이 송연해질정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비판하지만, 이 각각의 글들을 한데 모아 생각해보니, 어쩐지 저자의 깊은 한숨과 탄식이 들리는 것 같다. 저자가 본문에서도 여러번 언급한 '해가 져야 비상을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언제나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사후에 일어난 일을 가지고 평가만하는 지식인의 무력함이 글의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다. 

   '한 진보주의자의 초상'이라 불려도 좋을만큼, 이 책은 '진보적'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하고 충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MB(정부)를 악으로 놓고, 민주당과 그 외 군소정당을 선으로 놓는 우를 범하지도 않는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정당으로 바라보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에서 바라보고 있다. 

   예를들어, 정권만 바뀌면 개편되는 정부기구와 교과서 문제를 거론하며, 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국가기구와 역사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근간을 마련하자고 제의한다. 김용갑 의원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이 아니라, 그 이념을 담을 그릇, 즉, 격(格)을 이야기한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이야기한 것도, 부시 정권 8년에서 잊혀졌던, 미국의 격(decent)이 아니었던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정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정권이 바뀔려면 3년 혹은 8년이 걸릴수도 있다. 단순히 '정권교체'만을 외치는 것으론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며, 또한 설령 된다 하더라도, 언발에 오줌누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차라리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구조적인 틀을 세워가며 확실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손호철 교수의 글을 읽고 든 내 짧은 생각이다.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 책에서도 자주 언급하는, 아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위기'를 설명할 때 쓴 말이다. 맞다. 지금은 위기다. 새로운 것이 태어날지, 아니면 다른 낡은 것이 새로운 것을 대체할지, 그것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 결정을, 선택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 덧붙임:

319쪽 밑에서 7번 째, 6번 째 줄에 있는 2006년은 1996년의 오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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