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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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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합창단』은 제목만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다. '불만'을 '합창'하다니. 불만이 노래가 될 수 있나? 각자의 불만이 합창이 될 수 있나? 이게 말이 되나? 아니면 좀 과하게 '예민한' 사람이라면, 책을 둘러싼 '빨간색'과 '불만'이라는 글자만 보고 독자를 선동하는 '이적서적'이라며 개거품을 물지도 모를 일이다. 언뜻 맞는 말이다. 모든 시위는 '불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한구석에 촛불소녀라도 그려져 있었다면, 의심받기 딱 알맞은 책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혹은 아쉽게도) 이 책은 시위를 조장하거나, 국민을 선동하는 책이 아닌, 시민사회운동에 관한 보고서이다. 희망제작소에서 주최한, 불만합창단 페스티벌이 어떻게 기획되었고,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사업보고서이기도 하고, 왜 다른 것도 아닌, '불만'을 주제로 합창단을 꾸렸는지에 대한 '기획의 변'이기도 하며, 지금껏 권위적으로 짓눌려왔던 사회운동을 어떻게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시민운동으로 바꿀 수 있을까하는 시민운동가들의 고민을 토로하는 에세이이기도 하다. 

   이들이 '불만합창단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부딪힌 문제나 고민한 문제는 개인적으로 수긍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 생각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에서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든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사회를 바라보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 역시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 중 한명이기에, 비록 사소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한가지 부러웠던것은, 이들에게 토론과 열정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기획이더라도 토론을 통해 조금씩 그 형태를 갖출 수 있다는 점이, 고압적이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게 한 개인으로써 의견을 내고 그게 수렴이 된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그리고 이렇게 기획된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 말그대로 온몸으로 부딪히고, 때론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끝까지 걸어가는 이들의  열정은 숭고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이런 열정은 꼭 시민사회 운동가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열정을 잃고 하루하루 식물처럼 살아온지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 

   조금 아쉬운점은 희망제작소와 불만합창단을 소개하기 위해 너무 보고서 형식으로 글이 채워진 점이 아쉽다. 차라리 책의 저자인 두 활동가의 고민이나 에피소드가 주가 되고, 보고서 형식은 책 말미에 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호불호이기도 하지만...

   전체의 사회에서 개인의 사회로 넘어가는 이즈음, 개인의 불만이 사회에 울려퍼지는 것은 어찌보면 대단한 사건이다. 억눌려지내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주체인 개인. 그 개인이, 시민이 깨어나는 계기는 이렇게 작고 하찮은 것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개개인의 불씨는 약하고 쉽게 꺼지지만, 불씨가 모이면 횃불이 된다. 세상을 밝히는 불씨를 모으기 위해, 희망제작소는 오늘도 열심히 온몸으로 부딪혀 부싯돌을 튀긴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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