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의 허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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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작 『자전거 여행』이 한강 하류, 조강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을 멈추었다면, 이번 『자전거 여행 2』에서는 바로 그 조강에서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김훈의 기행문은 여타의 기행문과 다르다. 일반적인 기행문들이 그 지역의 정보와 풍경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김훈은 그가 바라본 풍경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그가 본 것 그 너머의 것들이다. 그렇기때문에 굳이 그의 글을 분류해야 한다면, 기행'산문'집이 될 것이다.
광릉의 숲에서 그는 숲과 나무를 통해 생명체로서의 '완성체'를 바라본다. 노동으로 음식을 섭취해 삶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비루한 인간은, 물과 햇빛만으로 스스로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나무에 무한히 감동한다. 그가 바라는, 가장 최소한의 외부 요인으로 연명하는 생명체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다.
역사속에 박제된 남한산성에서 살기 위해 감수해야하는 삶의 치욕을 바라본다.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다산 정약용의 치욕과, 그 치욕을 감내하는 삶을 바라본다. 살기위해 감내해야 하는 그 치욕의 크기가 얼마한지는 알 수 없으나, 김훈은 그들의 '그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긍정한다.
선재도 갯벌에서 어민들이 꼬막을 캐가는 것을 보고 선사시대부터 지속되어온 원시적인 삶의 역동성을 바라본다. 꼬막 캐기의 일관성은 선사시대와 현재를 이어주는 고결한 노동이다. 그는 이런 노동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시간을 이렇게 과거와 현재로 잇대어주기도 한다.
경기만 등대와 고속도로에 막힌 차들로 장관을 이루는 미등의 물결을 바라보며 시간속에서 지속되는 빛의 신호와 이끌어줌의 고마움을 느낀다. 이렇듯 김훈이 자전거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 살아가는 현재의 풍경을 통해서 그 풍경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의 첫 산문집『풍경과 상처』에서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상처'를 통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후 10년, 그는 자신 내면의 상처의 범주에서 벗어난, 우리 '인간 내면'의 상처를 통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후에 그는 3인칭의 문장을 쓸 수 있었을까?
김훈의 소설, 특히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과 같은 '역사 소설'만 읽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상당히 어렵게 다가갈 책이다.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아니 그 풍경의 본질과 원형으로 다가가려는 그 치열한 사유의 과정이 읽는 이의 진을 빼기 때문이다. 위의 역사소설에서도 물론 치열한 사유의 과정이 있으나, 그나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서사가 읽는 이의 나침반 구실을 해주지만, 생경한 풍경과 생경한 김훈의 사유 속에서 처음 길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길을 찾게 된다면, 김훈의 이 책은 더할나위 없는 축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