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그런 책들이 있다. 읽기는 읽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읽었는지 잡히지 않는 책들. 

가슴에 무언가 벅차오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 있는 책들. 

한번에 먹어버리기 보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야금야금 베어먹는 그런 책들. 

느낀 감정을 개념화된 언어로 재구성하기 불가능한 책들. 아니, 그런 의미가 무의미한 책들.

요근래 석달간 짬짬히 읽은 김훈의 책들이 그러했다. 

그냥 홀로 이 감정, 이 느낌 간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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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냉엄하고 엄정한 시선을 잠시 거둔, 미문의 소설
    from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009-11-27 17:51 
       김훈의 문장은 냉엄하고 엄정하다. 1인칭 시점의 글이건, 3인칭 시점의 글이건 간에, 그는 냉엄하고 엄정한 관찰자의 시점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기본 조건이야말로 그가 기자시절부터 단련해 온,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일 것이다.     그런 그도 피곤했던 것일까? 늘 세상과의 거리를 두고 있던 그의 시선이 『개』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고 아련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그가 인간이 아닌
  2. 발로 꾹꾹 밟어 쓴 풍경과 상처 그리고 아름다움
    from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009-11-30 09:40 
       전작 『자전거 여행』이 한강 하류, 조강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을 멈추었다면, 이번 『자전거 여행 2』에서는 바로 그 조강에서 페달을 밝기 시작한다.      김훈의 기행문은 여타의 기행문과 다르다. 일반적인 기행문들이 그 지역의 정보와 풍경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김훈은 그가 바라본 풍경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