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여전한 박민규의 유효한 선동

0.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영화화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영화화 된다고 한다. 감독은 수백편의 CF를 제작한 오민호 감독이고 영화 제작사 아이디어 팩토리에서 제작을 한다고 밝혔다. (기사보기 클릭)  

   좀 더 기사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여자의 이야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겉모습으로 비교되고 경쟁하며,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 사회의 여성 98%에게 바치는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시나리오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캐스팅 작업을 거쳐 2010년 상반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가 이 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설에 나오는 "그녀-못생긴 여자"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이건 실패를 담보한 기획이다. 

 

1. 다빈치 코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책이나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건너 뛰시기 바랍니다)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로버트 랭던을 도와주는 소피 느뷔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이다. 이 사실은 소설의 중후반에서 밝혀지지만, 읽는 데 감상에 무리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의 이미지에 그녀의 모습을 대충 맞춰서 상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설의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설정이 영화로 옮겨가면 골치가 아파진다.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에 있는 예수의 모자이크 그리고 소피 느뷔로 분한 오드리 토투 

 

   소설에서 제시한 이미지는 우리의 머리속에서 재구성 된다.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예수의 이미지와 각자가 생각하는 소피 느뷔의 이미지가 겹쳐 예수를 닮은 각자의 '소피 느뷔'가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눈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한다. 아무리 오드리 토투가 예수를 닮았다고 우겨봤자, 모든 관객이 그 객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설의 캐릭터를 영상화하는 것은 각자의 주관성을 객관화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을 담보로 한다.  

 

2. 아름답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이 영화는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보여준다.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그간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 조연출을 맡은 전재홍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치명적인 아름다을 간직한 여인은 배우 차수연이 맡았다.  

   차수연은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이 영화의 설정은 '세상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홀리는' 여인을 그린 영화다. 아마 시나리오 상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설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의 주관성을 어떻게 객관화 시킬 것인가. 각자의 아름다움은 각자의 기준에 적용된다. 배우 차수연이 아름다운 것은 인정하지만, 모든 남자를 굴복시킬 그 절대적 아름다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큼 미적 주관성은 객관화 시키기 어려운 법이다. 

 

 

3. 박민규 작가의 다른 작품 영상화를 꿈꾸며

   박민규 작가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이렇게 밝혔다.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추한 것은 똑같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한 번 쳐다보면 세상이 얼어붙은 듯이 숨이 턱 막히는 그런 '추함'을 어떻게 형상화 할것인가. 예쁜 여배우를 못생기게 분장을 시키든, 진짜로 못생긴 여배우를 캐스팅하든, 아마도 이 소설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를 수긍케하는 '그녀'를 탄생시킬지는 모르겠다. 혹여나 '못생긴 여자'가 아닌 '흉측한 여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못생긴 척 하는 예쁜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박민규 작가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각색한 <낙타씨의 행방불명>

 

   박민규 작가의 서사가 영상화에 잘 맞아떨어질까? 예전에 TV문학관에서 방영했었던 <카스테라>는 그저 그랬다. 오히려 예전에 드라마시티에서 방영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각색한 <낙타씨의 행방불명>이 훨씬 더 박민규 작가의 감수성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기력한 아버지 역할의 기주봉 씨의 연기는 단연 압권. 소설에서 묘사한 절망적인 멍한 눈빛의 모습을, 드라마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허탈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과 비교해보면 활자가 영상화 되었을 때의 화학반응이 얼마나 짜릿한지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무리수를 둔 작품보다는 차라리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영화화 하는 게 어떨까? 최근 프로야구 인기도 절정인데. <슈퍼스타 감사용>개봉한지도 꽤 되었으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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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현 2011-07-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감독.. 저질러 놓고 뒷감당 못하는 작태는 여전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