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이 카르페디엠 3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오석윤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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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 전쟁은 '끝'이라고 외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눈이, 몸이, 마음이 기억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 그들에게 전쟁은 끝이 아니다. 물론 그들이 죽은 후에도 그 아픔은 기억된다. 주인공 후짱이 그의 아빠의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참 많은 이야기를 순수한 아이 후짱을 통해 들려준다. 후짱의 옆에는 전쟁 탓에 마음이 흐려져 몸도 허물어지는 아빠, 몸도 마음도 다부지고 건강하여 아픈 아빠를 정성스레 돌보는 엄마가 있고, 그들을 사랑하며 지켜주는 든든한 할아버지와 사람을 미워할 줄 모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오키나와 사람들(기천천, 쇼키치, 깅아저씨, 로쿠아저씨 등)이 있다. 그리고 엄마의 가출, 누나의 자살로 일그러진 마음으로 여기저기 부딪혀 찢긴 몸과 마음을 가진 아이 기요시가 있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면서도 남의 상처를 쓰다듬어 줄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후짱과 기요시가 역사와 사회에 눈을 떠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함께 담은 소설이 태양의 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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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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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에, 어울리는 책이다. <새의 선물>에서 익히봐 온 은희경의 냉소가 한층 더 짙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냉소 덕분인가 주인공들의 이름을 모두 이니셜화해버린 탓에 읽는 동안 "얘가 얘야? 누구야?"를 남발하며 읽느라 힘이 빠졌다. 그다지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은 내 머리를 탓해야지...작가는 분명 의도한 것일텐데...(허나 여러 편의 단편에 똑같이 Y가 등장한다고 생각해봐? 안 헷갈리겠어?)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지도중독이다. 지도중독이었던 j가 곰이 되어서 맥주를 마시고 나뒹굴고 있을 것만 같은 결말 탓이기도 하고, 나 역시 낙엽 뒹구는 가을이면 민들레 꺾어 다소곳이 들고 갈 줄 아는(?) 곰 한 마리랑 커피 한 잔 하고 싶기도 해서이다. 캬~ "서른인 나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는데..."라고 읊조리는 부분에서 완전공감하면서 <지도 중독>에 매료되었다.^^

 은희경, 그녀는 참 가을이 잘 어울리는 작가다. 이 가을 지나기 전에 또 한 편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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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맛과 추억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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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국수가 간절히 먹고 싶었다. 멸치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부드러운 호박을 얇게 체 썰고, 파 어슷어슷 썰어서 넣고, 김가루를 뿌린^^ 따뜻한 국물 맛이 일품인 국수! 내가 하면 절대 그런 맛이 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국수를 찾아 헤맸다. 국수를 찾아 먹는 사람이 없는 걸까? 국수를 말아 파는 곳이 없다. 그래서 겨우 찾은 곳이 포장마차. 포장마차에 앉아 아줌마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술을 파는 곳에 딸랑 싸디싼 국수만 시켜 먹었으니...) 국수 한그릇을 홀랑 마셨다.^^ 그런데 후추로 맛을 낸 탓인지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이 영 안 먹은 것만 못하다. 쩝. 우리 엄마가 끓여준 국수처럼 애호박의 들큼한 풋내와 멸치의 시원한 국물맛이 이다지도 내기 어려운 것이었구나!

 황석영 작가의 맛과 추억은 특별하다. 그가 살아온 인생이 특별하기에 그의 맛도 특별하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 해주었던 음식들부터 남도 땅에서부터 저 멀리 강원도까지, 부산까지 여기저기 떠돌며 먹었던 음식들, 해외에 머물렀던(여행이라고 말할 수 없는) 기간동안 먹었던 다양한 음식들. 그 음식들과 함께 떠오르는 황석영의 사람들 이야기. 음식 하나가 품고 있는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조곤조곤 조리법까지 들려주는 것을 보니 이 작가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닐 듯하다. 히히 황석영 작가가 쓴 요리책.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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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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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리뷰상품 상품 검색 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이다지도 많은 출판사에서 출간했다니! 이 책이 그럴만한 가치를 가진 책이었었나 생각하면서 새삼 이 책을 성실히 읽지 않은 것을 잠깐 후회했다.^^ 사실 끝까지 읽으려고 노력한 책이다. 물론 중간중간 개츠비라는 인간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며 나도 그 인간의 정체(?)가 궁금하여 열심히 읽기도 했지만 말이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참, 인간이란!' 특히 데이지와 톰 때문이기도 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속물 근성(돈 밝히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고, 성공한 누군가를 끌어내리려 헐뜯는 모습, 대감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어도 정작 대감이 죽으면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속담을 대변하는 개츠비의 장례식장의 모습, 내가 가지기는 싫고 남주기는 아까워했던 것을 남이 아껴주니 절대 뺏기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는 모습 등등)을 빤히 보게 된 (물론 나도 가지고 있을) 책이다. 그 안에서 그나마 순수했던 인간이 개츠비였던 것 같다. 그래서 위대한 걸까? 오랫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켜온 그이기에 말이다. 가난 때문에 사랑을 잃은 그는 그 사랑을 다시 얻고자 없었던 돈과 명예까지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허허, 그러고보니 위대하긴 하네^^

 이 책은 특별히 재미있는 내용이라든가 탄탄한 구성을 가진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 여자를 사랑한 개츠비가 그녀를 다시 만나기위해 성공하고 그녀의 집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자신의 집을 꾸미고 그녀와 가까운 지인이었던 나의 부탁을 받아 그녀를 만나게 된 후 그녀를 다시 차지하기 위해 남편과 다투다가 그녀의 남편의 모략(?)에 죽음을 당하는 이야기. 대강만 적어놓다보니 유치한 줄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개츠비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그 소문과 관계없이 자신에 삶에 충실했던 개츠비에 대한 궁금증이 이 소설을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 같다. 음, 끝으로 인간의 속물 근성에 질린 '나'가 머물던 곳을 떠남으로써 이야기가 끝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우리, 조금더 멋진 인간으로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이제 이 책이 왜 유명한 책인지 확인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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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배운 것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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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에게 배워야 할 어른임을 깨닫는다. 순수하지 않은 어른으로 자라버린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흠칫 놀라게 되는 책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교육'의 의미를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교육은 혼을 키우고 묶어가는 일이라고들 합니다.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물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닳아 줄어들거나 없어져 버리는 법이지만, 교육에 의해 배양된 사람의 혼은 서로의 마음 속에 살아남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커져 가니까요.' 교육은 옛부터 백년지대계라고 했거늘 우리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교육을 '해치우려고' 하니 한 치 앞도 못보고 전전긍긍 이 정책 저 정책 늘어놓기만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 아니던가?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커져 가는 것이 혼임을 아는 사람들이 교육 정책을 입안한다면 교육에 대한 불신은 사라질텐데 말이다.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많은 타락한(?)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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