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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오늘 초등학생들이 모두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더라. 운동회하는 날이란다.
청록색 체육복에 청팀, 백팀을 알려주던 머리띠를 두르고 엄마가 끓여 식혀 담아준 물 한 병 들고 학교에 가던 생각이 난다. 운동을 잘하지 못했던 내게도 운동회는 즐겁기만 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는 해마다 학년별로 멋진 율동을 보여줬다. 한 번은 훌라후프를 들고 춤을 췄고, 또 한 번은 소고를 들고 춤을 췄다. 두가지 밖에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이 소품들은 내게 인상적이었나 보다.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나아지던 내 율동 실력. 6학년 즈음에는 꽤 잘했던 것 같다. 옆 아이를 가르칠 정도로 말이다.^^ 점심 시간이 되면 김밥이며 음료수며 과자를 들고 학교에 오신 엄마 옆에 앉아 오전 내 있었던 경기 결과를 중계하느라 목에 힘줄을 세웠다. 오후에는 엄마랑 함께 달리기를 했는데 달리기를 못하던 나와는 달리 번개같이 내 손을 끌던 엄마는 경기가 끝난 후 예전에 달리기 선수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 머물고 싶은 풍경이다.
서설이 길었다.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집은 소소한 풍경들을 끄집어내 그 풍경을 들여다 볼 기회를 만들어주는 시집이다.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눈높이를 한 단계 끌여올려 줄 좋은 시들이 많다. 이 시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기꺼이 사랑하련다. 그리고 나도 안도현 시인처럼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들을 모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 좋은데 특히 좋았던 시 한 편. 이대흠 시인의 '수문 양반 왕자지' 유쾌한 선물같다던 안도현 님의 말이 딱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