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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제목이 대성당인가? 계속 고민하며 읽었건만 답은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었다. 싱겁게^^ 사실 마지막 단편보다 '칸막이 객실'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열' 세 편의 단편이 나에겐 더 의미있게 다가오던데 왜 제목을 대성당으로 삼은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살면서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종종. 꼭 보고 싶었는데 정작 만나기 두렵기도 한, 애틋하게 그리웠는데 막상 만나려하니 아닌 것 같은 그런 '만남'을 절묘하게 미루는 작가의 능력이란! 여튼 그들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채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로 남아 있겠지? 그들의 관계가 궁금하지 않은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글이다. 이 글에서 등장하는 아이는 생일날 뺑소니 차에 치어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 어른들의 무시무시한 행동으로 어린 나이에 힘없이 당하고, 이 세계에서 더 사랑받아야 할 나이에 세상에서 쫓겨난 아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이의 죽음 앞에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아이의 부모는 주문해 놓은 케익을 찾아가지 않아 새벽에 전화를 해대는 빵집 주인에게 분노하고, 이야기를 들은 빵집 주인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 한 조각으로 위로한다. 나는 누구에게 이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위로를 전해본 적이 있던가?
'열'은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평범하게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한 순간 아내가 자아선언을 하며 그들 곁을 떠나버리자 제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남자가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을 인정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장면을 다룬 이야기이다.
써 놓고 보니, 책 괜찮은 것도 같다. 사실 읽을 때는 '그래서, 뭐!'를 남발하며 읽었는데 그게 카버 소설의 특징인 듯도 하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카버의 소설에 대해 생각해보련다. ㅋ 하지만 역시 문화의 차이가 큰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집에 공작새을 키운다니, 이건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