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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 ㅣ 창비아동문고 287
진형민 지음, 주성희 그림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기로 약속을 하고 처음으로 만난 책은 진형민 작가의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이다. 이 책은 8월 12일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한 책이었다. 용돈을 받은지 얼마되지 않은 아들은 요새 돈을 쓰는데(물론 과자나 컵라면을 사 먹는 일이 전부이지만) 재미가 들려있다. 그런 아들에게 이 책의 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왜냐고? 물론 돈 버는 일은 쉽지 않으니 얼마나 아껴써야 하고, 그러니 돈을 의미 있는 일에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등의 가치관 교육을 잔소리없이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지극히 엄마스러운 의도이지 무엇이겠는가?^^ 뭐 이 책을 사는데 망설임 없이 돈을 썼으니 의미 있는 일에 돈을 잘 쓰는 엄마로 포장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분명 우리 아들은 이 글을 읽으며 "엄마 커피 마시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인건 분명하지?"라고 말하며 눈을 흘길 것이다.)
<<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는 초등학생이 주인공 오초원, 김상미, 박용수 셋이 박용수의 축구화를 사기 위해(물론 축구화 살 돈을 모으고 나서 나머지 아이들의 소망인 상미의 치마 구입해 입기, 초원이의 치킨 사 먹기 위해서도) 함께 열심히 돈을 벌기로 의기투합한다. 돈벌이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그 결과로 알게 된 여러가지 방법을 시행하며 세상의 쓴맛(?)을 몸소 체험하고, 옳지 않지만 쉬운 방법(삥뜯기)도 동원해보고 결국 자신의 행복과 기쁨을 위해 돈 벌기를 과감히 버리는 과정 등을 통해 '돈'의 의미는 물론 돈을 가치있게 벌고 쓰는 방법 등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어떻게? 이렇게! 이 책의 독자인 아이들이 주인공 세 아이의 고민이었던 "나도 날뺀의 공연을 보고 싶은데 이 공연을 내가 보면 돈을 벌 수 없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에 "그러게. 날뺀의 공연을 보면 돈을 벌지 못하고, 날뺀의 공연을 보지 못하면 돈은 벌 수 있지만 돈 때문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 건데."라고 중얼거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주인공 세 아이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며 "그래, 초원아, 용수아, 상미야!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족하다. 책의 힘은 놀랍다. 항상.
덧붙여 말하기.
표지디자인도 놀랍다. 역시 디자인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돈 벌러 가는 세 아이'의 배는 파도 한 번 맞으면 후딱 뒤집힐 나룻배인데다가 뒤의 돈은 고작 1000원짜리에 지나지 않으니 '돈 벌러 가는 세 아이'의 여정이 고단할 것임은 이미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단하지만 또 신나는 초딩의 돈벌이 이야기 궁굼하지 않은가? 초등 고학년 아이들과 엄마가 함께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물론 아빠도 그렇다.
이 책을 함께 읽고 나서 초등 5학년 아이와 이 책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다가 첫번째 시간이니 인터뷰 형식으로 책 감상 나누기에 도전하였다.
엄마: 누구의 작품이며, 이전에 그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나요?
아들: 전형민 작가의 작품으로 <<기호 3번 안석뽕>>이라는 책을 이전에 읽었습니다.
엄마: 그렇다면 그 작품과 이 작품의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은?
아들: 공통점? 음, 출판사가 일단 같아요. 창비. 그리고 주인공이 세 명인 점도 비슷하네요. 다른 점? 내용이 다르죠.(허걱, 그러게 내용이 당연히 다르겠네. 엄마 왈)
엄마: 간단하게 간추려 내용을 얘기해 볼까요?
아들: 모르겠어요.
엄마: 읽었는데 내용을 모른다고?
아들: 네.
엄마: 아, 어떻게 간추려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등의 내용을 담아 정리해보면 쉬워. 누가?
아들: 오초원, 박용수, 그 치마 갖고 싶어하는 애.
엄마: 응, 김상미. 그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 이야기야?
아들: 돈을 벌어요. 박용수 축구화 사기 위해
엄마: 그러네 세 아이가 박용수 축구화를 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러 가는 이야기. 그렇게만 정리해도 되는거야. 그럼 이 책의 어떤 점이 좋았니?
아들: 현실적이었어요.
엄마: 초등학생이 돈을 번다는 것이?
아들: 축구화 사려고 돈을 번다는 것이요.
엄마: 요즘 초등학생들은 축구화 사려고 돈을 버니?
아들: 아니요, 힘들게 돈을 버는 부모님한테 말씀드리지 못하고 돈을 벌 수 밖에 없던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요?
엄마: 아, 그렇지. 주인공 세 아이들이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고 풍족하게 살지 못하고 있고 그것이 현실적인 것은 인정. 하지만 그 아이들이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에 우리는 모두 박수를 보내야겠지?
아들: 네.
엄마: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자면?
아들: 치킨 먹는 장면이요. 저도 먹고 싶었어요.
엄마: 헉. 너도 먹고 싶어서 치킨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대답이다.)
아들: 네. 돈 벌어서 기부도 하고 치킨도 먹었잖아요. 하고 싶은 거 했잖아요.
엄마: 그래 그러네. 그러네, 하고 싶은 일. 그럼 마지막으로 이 책을 아빠에게 소개하기 임무를 수행하며 끝내자.
아들: "아주 간단해. 아빠 이 책 아주 재미있어. 만약 아빠가 이 책을 읽는다면 라면 한 달동안 안 먹을게."
엄마: 뭐라고?
아들: 농담이야, 농담. "이 책은 초원이와 용수 그리고 상미가 용수 축구화를 사기 위해 힘을 합쳐 돈을 버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었을까요? 궁금하신가요? 이 책은 재미 속에 웃음과 감동을 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아빠가 읽으면 옛날 생각이 나실 겁니다. (아빠도 축구화 같은 갖고 싶은 물건 많으셨죠? 아빠가 어렸을 때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꼭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