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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그래, 그러고보니 이외수 작가의 책을 읽은 게 처음이다. 텔레비전의 힘을 빌어 그의 별난 외모까지 친숙하게 느끼면서도 정작 책 한 권 읽어보지 못했다니! 요사이 정말 '하악하악' 소리(나는 힘들어서 내는 소리임을 밝혀둔다.)를 내뱉으며 살고 있는지라 얼른 이 책을 뽑아 들었다.
일단, 키득키득 소리내며 웃다가 옆사람의 눈총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으니 도서실 등의 장소에서는 읽지 말 것을 권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는 책이다. 게다가 함께 실린 세밀화가 너무도 생생해서 그 민물고기가 살고 있는 차가운 계곡물에 머리를 담그고 있는 느낌이 꽤 괜찮다.
인상적이었던 글? 음, 자신의 책을 외국인 교수가 번역한 것이 있었는데 본문 중의 '호리병'을 'horeesickness'로 표현하고 있었다는 그래서 신음처럼 혼잣소리를 내뱉었다는! 킥킥대느라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는 거 아닌가? 예쁘고 아름다운 우리말 번역이 되어야 말이지^^
그밖에 악플러에 대한 정의나 양심을 먹어치워 버린 인간 슈레기 등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이 내 속까기 시원하게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작가의 말에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로 시작되던 이야기. '여자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하느라고 뼈골이 빠질 때 남자들은 방 안에 틀어박혀 고스톱이나 치고 술이나 마시면서 박장대소나 일삼는 철면피한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남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뼈골이 빠지는가를 여자들은 왜 명절만 되면 잊어버리는 것일까요. 하악하악'. 평소에 남자들이 뼈골 빠지는만큼 똑같이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고, 아무리 나눠서 한다지만 육아와 살림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 작가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명절이 그런 여자들에게 또다른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이 사회의 구조라면 그런 사회의 구조를 비난하는 얘기여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 마음이 아플 뿐이다. ^^;; 그러나 저러나 이 책에 나온 구구절절이 마음 한 켠을 아프게도 기쁘게도 한다. 외로움은 누구나 안고 갈 숙명이라는 생각도 해 보면서 이 책을 닫는다.
73쪽,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