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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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3. 22

 블루노트의 주인 윤수. 사촌 오빠로부터 강간당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자신을 철저히 부정하고 망가뜨려버리길 원했던 여자 문유정. 두 사람이 모니카 고모를 통해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비로소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며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그들에겐 정말 행복한 시간이 짧았다. 그러나 강렬했다.

 가정과 사회에서 돌봐야 할 아이들이 거친 공간으로 내몰리고 이로인해 상처받은 영혼들이 살기위해 혹은 죽기위해 아님 복수하기 위해 거칠고 메마른 행동으로 자신과 사회를 해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윤수와 유정이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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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사북 사계절 1318 문고 34
이옥수 지음 / 사계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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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9

 1980년 4월 사북노동항쟁. 착취와 억압에 항거했던 광부와 광부의 아내들은 또다시 빨갱이로 낙인 찍힌 채 또 가난한 곳으로 내몰린다. 이제 슬프지도 않은, 어처구니 없는 우리네 역사.

 사북 광부들의 힘겹고 고단한 삶과 그 삶 속의 아이 김수하의 풋풋한 첫사랑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1980년과 별다를 바 없어보이는 고단한 삶의 틈바구니의 민중들. 그들은 지금 착취와 억압에서 진정 벗어나게 되었을까, 아님 더 단단한 족쇄에 갇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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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고든 뉴펠드 외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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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 사이는 무엇보다도 관계 그 자체가 중요하다. 습득해야 할 기술이 문제가 아니다. 애착은 배워야 하는 행동이 아니라 추구해야 하는 결합 관계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문장이다. 얼마 전 부모가 된 나는 부모 역할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느라 한동안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것을 실천해보겠다고 우왕좌왕했다. 우왕좌왕...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런저런 방법들만 무턱대고 따라하려했던 모습이 얼마나 우리 아이에게 일관성없는 부모로 비춰졌을까? 가슴이 답답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진정한 '애착'임을 다시금 새긴다. 오늘 저녁, 아이 눈을 바라보고 사랑한다며 꼭 안아주기! 실천해보련다.

 '세상에는 유능하고, 친절하고, 강한 어른이 있다는 안정감을 부모가 심어주지 못했을 때에도 아이는 왕따 가해자가 된다. (중략)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에서 걸맞은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아이들의 뇌는 자연적으로 지배적인 양식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또래들을 왕따시키는 가해자가 된다."

 무섭다. 그리고 어렵다. 유능하고, 친절하면서 어떻게 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답을 알려주기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한다. 거듭되는 생각 끝에 정답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난 여전히 네 엄마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내가 화가 났을 때는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깜빡할 때도 있지만, 난 늘 제정신으로 돌아온단다. 우리의 관계가 굳건하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 특히 지금 같은 때에는 정말 단단한 결합이 필요하거든." 실제로 무슨 말을 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말을 하는 어조, 부드러운 눈, 다정한 접촉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결론은 진정한 애착 관계만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 지금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왕따나 성문제,폭력 등)이 그러한 부모,자녀의 애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나친 또래집단 지향으로 기울 때 발생한다는 것!

 자칫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또래관계 지향이 문제를 발생시킨다.)를 범할 수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문제의 핵심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부터 재정립해야한다.'는 동의를 무난히 이끌어내는 책이다. 애착마을을 형성하자는 저자의 말은 사실 지나치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전통을 지향하고 있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사회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현재 아이들보다 정서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음을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전통을 어떻게 현재화시킬 것인지가 우리 사회에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개인에게 그 짐을 모두 지워주기보다는 사회가 어느정도 그 숙제를 풀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물음표들을 던져보면서 이 책을 덮는다. 휴~ 머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가슴은 충분히 따뜻해진다. 나는 어쨌든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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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69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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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하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기도'라는 시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 아무래도/그녀를 사랑할 것만 같습니다./당신의 엘렉트라,/사탄인지 뱀인지를/ 한 초 빨리 집안에 들이옵소서./당신의 일품인 미끼인/그녀를.'이라고. ㅋㅋ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탄'(?)을 받아드리는 저 겸허(?)함!!! 유쾌하지 않은가?

 시집 제목이 된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의 시는, 아직 '새'가 되지 못한 지상의 존재인 시인이 새를 부러워하는 모습이 언뜻 보인다. 내가 보기에 이 시인은 충분히 새처럼 자유롭고 탄력있는 존재로 비치는데, 그래서 나는 이 시인이 부러운데^^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보라, 하늘을.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

아무도 엿보지 않는다.

새는 코를 막고 솟아오른다.

얏호, 함성을 지르며

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

팅!팅!팅!

시퍼런 용수철을

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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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216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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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비

지하철이 플랫폼에 들어선다.

사람들 출구로 몰린다.

나와 눈이 마주친

뚱뚱한 아주머니, 뺨이 붉은 아주머니.

웃던 눈빛이

움찔, 꺾인다.

 

오, 아주머니.

당신께 아무 감정 없어요.

당신을 빈정거리지도 않고

당신 때문에 시무룩한 것도 아니에요.

당신께 무뚝뚝한 게 아니에요.

왜 그러겠어요, 제가?

 

오, 내 흉한 눈, 죽은 눈.

생각도 감각도 없이

바라보는 것을 시들게 하는

 

 가슴이 움찔, '생각도 감각도 없이 바라보는 것을 시들게 하는' 눈으로 사는 좀비같은 우리 모습이 콱 꽂힌다. 언제부터 이렇게 살고 있었을까? 거울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시인의 눈은 역시 예리하다.

 자신에게 칼날을 세운 시들은 숨을 죽이고 읽어야하는 반면 밖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참 따뜻하고 포근하다. '비'라는 시에 비를 보며 시인은 나지막히 속삭인다 '아,저,하얀,무수한,맨종아리들,/찰박거리는 맨발들./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맨발들,맨발들./쉬지 않고 찰박 걷는/티눈 하나 없는/작은 발들./맨발로 끼여들고 싶게 하는.' 소녀같은 감성으로 빗방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가득찬 포근함이 시 전체에 묻어난다.

 또, '너는, 달을 아니?'에서 달이 따라온다며 겁먹은 얼굴로 걸어가던 엄마가 '안녕히'라는 시 속의 죽음과 손 잡은 그녀인 것만 같아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바람같은 영혼으로 나뭇가지를 샅샅이 훑어 내리는 시인의 감성에 빠져들게 만드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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