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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공항이란 언제나 출발지이거나 도착지이다. 혹은 경유해가는 곳일 뿐이다. 공항이 누군가의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은 긴 여행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잠시 공항에 머무는 여행객이 가지는 찰나의 기억을 행복하게 남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소설 속에선 '아포양'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사실 객관적으로 좋은 직장은 되지 못한다. 여행사의 본사에서 근무하는 것에 비하면 승진도 되지 않고 커리어도 쌓기 어렵다. 이를테면 이쪽 업계에서는 유배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은 조금 늦은 나이에 공항으로 발령이 나곤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건지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나이에 공항이 근무지로 정해졌다. 이 소설은 간단히 말해서, 신참내기 아포양이 공항에서 많은 사건사고를 겪으며 공항 업무의 매력을 느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대단히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 작가가 오랜 기간 여행 관련 직종에서 근무했음을 짐작케한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공항 근무의 특수한 업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풍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와같은 이야기를 뽑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특수성 속에서도 작가는 지극히 소소한 사람사는 이야기들을 뽑아내었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항업무에 대한 디테일을 중심으로 사람사는 이야기들을 심어놓았다. 그것은 마치 드라마 같다. 일본 드라마를 접한 지도 오래되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가 소설을 읽는 내내 풍겼다.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딱히 악역도 없고 선한 역할도 없는 인간들이 아웅다웅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은 따뜻하고 정겨웠다다.
대단히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이다. 정말로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는 소설이었다. 소설도 몇가지의 에피소드로 장이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각각의 장이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와 구성이 비슷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느낌이 드는 지는 당장은 파악이 되지 않지만,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야기 구성법도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몇 가지의 사소한 사건들이 긴밀히 연결되는 방식이 드라마의 구성법과 비슷했다. 덕분에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소설도 괜찮겠다. 커다란 갈등도 눈길을 잡아 끄는 자극성도 없지만, 그래도 소소한 재미를 계속해서 던져주는, 어찌보면 이야기의 힘이 상당히 탄탄한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