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는 소녀 - 2012년 제5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전성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올 해 현대문학상은 전성태의 ‘낚시하는 소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소설은 월간지 『현대문학』 8월호에 실렸던 단편이다. 우연찮게도 나는 잡지를 통해 이 소설을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이미지가 여전히 선명하다. 서정적이면서도 화사하며 동화같은. 작가는 한 모녀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필치로 그려냈다. 소설의 첫 단락만 읽어도 이 소설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여자아이가 침대를 딛고 이 층 창밖으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푸른 오동나무가 창을 가득 메웠다. 붉은 플라스틱 컵이 창턱에 놓여 있다. 비 끝에 난 햇살이 낚싯대에 날 서게 앉아 휘었다. p.11


세심하고 감각적인 문장이다. 하지만 이런 유려한 문장으로 가득한 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작가가 설치한 카메라는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한 소녀를 향한다. 아이의 시선은 매사 건강하고 따뜻하다. 그 시야에 비친 세상은 오동나무 숲으로 이어진 낚싯대를 타는 햇살처럼 따스하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재우고 자신의 몸을 팔기 위해 집을 나선다. 아이가 머무는 집 바로 앞엔 ‘샹그릴라’라는 모텔이 서 있다. ‘샹그릴라’에선 아이의 엄마가 몸을 팔며, 모텔의 주인 딸 또한 돈을 벌기 위해 제 몸을 남자들에게 허락한다. 그러한 세상의 진실 바로 앞에서, 아이는 무지하다. 무지한 아이가 그녀의 ‘낚시질’을 통해 진실을 깨우쳐가는 과정은 은은하게 사무친다.


작품집에서 인상적이었던 소설이라면 김성중의 ‘머리에 꽃을’, 박민규의 ‘로드킬’ 정도가 있다. 김성중은 뻔뻔한 상상력을 천연덕스럽게 전개시킨다. 사람들의 머리칼이 모두 빠지고 그 자리에 저마다 다른 꽃이 피었다는 설정은 조금 비약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거기서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끄집어낸다. 박민규의 ‘로드킬’ 또한 SF라는 장르적 특성을 빌려, 거기에서 문학적 성과를 일궈낸 작품이다. 로봇이 육체노동자의 모든 자리를 빼앗아버린 시대에, 인간들이 상실한 인간성을 통찰하는 로봇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