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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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다. 정치 사회서가 이렇게 재미 있을 수 있다니! 정봉주가 폭풍집필했듯, 나도 폭풍독서해 버렸다. 사실 별 내용 없는 책이긴 하다. 그냥 깔때기다. ‘나는 꼼수다’에서 김어준의 사회로 적당히 눌려 있던 정봉주의 깔때기가 책 한권 내내 거침 없이 쏟아진다. 처음엔 헛웃음을 치며 읽었다. 그러다가도 서서히 빠져드는 것이 매력 있다. 순 자기 자랑인데도 그리 밉지만은 않은 캐릭터다.


정봉주의 책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이전부터 책을 써 오던 김어준이나 김용민과 달리 정봉주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흥행 중인 ‘나는 꼼수다’를 등에 업고 책 좀 팔아 먹겠다는 수작으로도 보였다. 얼마나 영양가 있는 책일지 확신히 서지 않아 읽는 것을 유야무야 미뤄왔다. 기회가 된다면 정봉주의 책보단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나 사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정봉주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것이 진실이듯 거짓이든, 정치인이 대권주자의 검증차원에서 근거를 가지고 의문을 제시한 사안을 허위사실유포죄란 죄목으로 처벌한 것이다. 유죄 판결을 듣고 정신이 멍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의 책을 구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사식에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 라고 농담을 하면서.


정봉주는 놀라운 속도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그의 정치 경력은 사실 별볼일 없다. 노무현 탄핵에 힘입어 17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18대엔 낙선했다. ‘나는 꼼수다’를 듣기 전엔 정봉주란 인물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BBK때 최전방 저격수로 활동했다지만, 난 그때 군대에 있었으므로 정치판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꼼수다’에서 저렴한 발언과 웃음소리로 관심을 끌었고, 무상급식 투표 논쟁을 지나 서울시장 투표 때 박원순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토론회에서 보여준 상대방을 휘어잡는 말빨과 여유는 그의 팬층을 두껍게 만들어내었다.


이 책엔 그러한 정치인 정봉주의 정치 입문기와 정치 철학이 담겨 있다. 사회과학서로 분류되지만 정확히 말하면 자서전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정봉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이론적 철학이라기보단 정치인 개인의 사상이고, 그 정치인에겐 너무나도 중요했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인 BBK도 인터넷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정봉주의 자전적 정치 입문기는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필요 없는 부분이다. 다만 2011년 하반기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어온 한 정치인을 알아가는 방법으로선 가치 있는 책이라 볼 수 있겠다.


정치인이란 사실 국민에게 권리를 위임받은 자들이다. 하지만 그런 원론과는 다르게 정치인은 시민들보다 한없이 높은 곳에 위치한다. 정치인들에게 국민이란 표를 행사해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는 존재일 따름이다. 자리만 차지한다면 그들은 안면몰수하고 국민들 위에 군림한다. 정봉주는 오랜만에 우리들의 위치까지 내려온 정치인이다. 불통을 대의로 삼은 현정부에서 정봉주와 같은 정치인은 매우 값지다. 근엄하게 격식을 차리던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자신을 끝없이 낮추며, 방자하게 우리를 웃긴다. 어딘가에서 열심히 무언가 하고 있다는 썰만 날리는 누구들과는 다르게, 그는 우리의 바로 옆에서 우리와 눈을 맞추며 뛰고 있기에 힘이 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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