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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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강력한 소설적 특성은 2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2인칭 시점의 사용, 그리고 시점의 변화이다. 2인칭 시점은 흔히 사용되는 서술방식이 아니다. ‘너’라고 하는 화자는 ‘나’보단 화자와 독자 사이의 거리가 멀고 ‘그’보단 장면을 객관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독자는 화자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에 묘한 거부감까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신경숙은 과감히 2인칭 시점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작가의 선택은 소설의 목적에 부합하여 훌륭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너’라는 주어로 독자를 직접 지칭하여, 독자가 화자의 뒤에 숨는 것을 금지한다. 독자는 어떠한 보호구 없이 작가 앞에 맨몸으로 서서 그녀의 비난을 오롯이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세상에 태어난 모든 누군가의 자식이라면 피해갈 수 없을 원죄이다.


작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장마다 시점을 변화한다. 1장은 큰 딸인 ‘너’가 화자가 되며, 2장은 큰 아들인 ‘그’가 화자가 된다. 그리고 3장에선 엄마의 남편인 ‘당신’이 화자가 되고, 4장에선 엄마 그 자신이 화자가 된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선 다시 ‘나’의 화자로 돌아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독자에게 던지는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드는 효과를 지닌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일 것이다. 독자는 어떻게든 작가가 쏜 화살에서 피해가려 발버둥 치지만 끝내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1,2장에서 독자의 심장을 뒤흔든 작가는 3,4장을 통해 아내로서의 엄마, 여자로서의 엄마에 대해 조명한다.


엄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 부터 엄마로 존재했다. 엄마를 여자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치 않다. 엄마는 우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여자이길 포기하며 엄마라는 새로운 성별을 얻는다. 우리들은 엄마를 나 자신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며, 엄마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꿈 많은 여성이었으며 사랑스러운 아내였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쏟아지게 될 죄책감 때문이다. 소설은 우리가 그렇게 피해가려 했던 엄마의 진실을 들춰내었다. 그렇게 희생적이고, 인간이기보다는 우리를 키워내는 기계에 가까웠던 어머니가 언젠가의 나였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닿게 되는 것이다.


2인칭 시점의 사용, 변화하는 시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엄마를 추억시키며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본능적인 먹먹함을 주기 위해 씌어졌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엄마라는 존재는 현재의 20대라면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대부분이다. 소설 속의 엄마는 과하게 헌신적이다. 그리고 가족에게 병의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끔찍한 고통을 혼자 감내하는 부분도 젊은 독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일 것이다. 요즘의 엄마는 소설 속의 엄마보다는 좀 더 인간같고 친구같다. 소설의 평가를 요구했던 많은 동기 후배들이 이 소설은 엄청난 히트와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는 평을 한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내내 엄마에 대한 묘한 가슴 떨림이 이는 것은 분명했다. 그것은 소설 속의 엄마와 우리들이 알고 있는 현재의 엄마가 조금 다르다 할 지라도,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아련함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이 소설이 해외에 수출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점 에서도 알 수 있다. 비록 엄마와 내가 가졌던 경험은 보편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엄마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찌르면 언제나 흘러나오는 눈물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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