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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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소설이다. 웬만하면 소설 감상엔 이해가 안 된다느니, 복잡하다느니, 추상적이라느니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느낌은 쓰지 않으려 했다. 소설을 최대한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 읽었음에도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소설의 흔적이 남아 있질 않았다. 아는 단어들의 조합임에도 문장이 이해가 되질 않았고, 상황은 뜬구름을 잡듯 순식간에 흩어졌다. 문맥을 쫓아가지 못하고, 논리성이 확립되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그냥 활자를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그건 우선 나의 독서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두께를 보곤 이삼 일 빨리 읽어치우면 되리라 여겼지만, 생각보다 만만한 소설은 아니었다. 시간의 촉박함으로 평소 책을 읽는 속도로 읽어나갔는데, 그건 읽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책을 감상하고, 즐기기 보다는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책 떼기’를 하려 했던 나의 태도가 첫 번째 문제였다면 두 번째 문제는 소설의 스타일에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소설은 스티븐이 위주가 되어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특히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이다. 그가 어떤 갈등을 겪고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며 성장해 나가는지가 이 소설의 포인트가 된다. 때문에 이 소설은 스티븐의 의식의 흐름이 주요 서사 방법으로 동원된다. 이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면 금세 표류하고 만다.


또한 스티븐의 의식적 성장에 주요하게 작용하는 철학적, 문학적, 정치적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상당한 배경지식을 요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초반부엔 스티븐의 가정환경을 중심으로 가족 간의 정치적 대립이 나타난다. 그리고 중반부엔 스티븐이 신학교에 다녔으므로 종교적인문제, 성경구절, 교리에 대한 문제가 등장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면 온갖 시인들과 작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히 역자가 달아놓은 주석만 가지고는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다. 게다가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스티븐의 태생도, 그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데 주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역시 이 또한 역사적 환경을 알지 못하면 알 수가 없다.


일반 적인 소설이라면 주요한 등장인물들은 하나하나 세밀하게 확인해주고, 독자가 그 인물을 소설의 세계관에 서서히 녹여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반면에 이 소설에선 등장인물을 아무 예고도 없이 대량으로 등장시키고, 사건도 갑작스럽게 전개가 되고 마무리가 되는 경향을 보인다. 역자의 문제인지 원본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알 수 없는 대명사가 튀어나온다거나 논리의 전개가 파괴되는 스타일도 눈에 띄는 듯 했다. 이는 좀 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학교에 다녔음에도 신에게 귀의하지 못하고 어딘가 벗어난, 이단적 사고를 가졌던 주인공 스티븐이 결국엔 삶에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본성을 찾아 예술가로서의 고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소설 자체는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웠다. 특히나 그 심리의 변화나 흐름이 세부적이어서 따라가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수업 시간에 맞춰 읽어야 해서 이해의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빨라 아쉬움이 남는다. 한 문장씩 꼽아가며 천천히 이해해가며 읽어가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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