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대위의 딸 - 열린책들 세계문학 012 열린책들 세계문학 4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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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쉬낀은 러시아의 소설가이다. 책 날개에 붙어 있는 작가 소개를 읽어보면, 러시아인들이 기꺼이 '자신들의 모든 것'이라고 부르는 작가라고 한다. 작가를 두고 '자신의 모든 것'이라니. 나로선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셰익스피어는 인도하고도 바꿀 수 없다.'는 영국인들도 있으니 한 작가가 어떤 집단 전체에 특별한 무엇이 될 수도 있나보지만, 우리나라엔 아직까진 그렇게까지 불리우는 작가는 없는 듯하니 도대체 어떤 글을 써야 그정도로 추앙받을 수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인다.


우려와는 다르게 뿌쉬낀의 소설 '대위의 딸'은 지리멸렬한 구닥다리 소설은 아니었다. 위대한 작가라 하면 시적 수사와 이해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 언어들을 자유롭게(우리들의 입장에선 복잡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에, 고전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도입부부터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소설이 쓰인 1836년과 현대의 시간적 차이, 그리고 그당시 러시아와 현대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본다면 고전을 재미있게 읽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뿌쉬낀의 소설은 쉬웠다. 러시아 이름에 익숙해지기 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그 부분만 잘 소화해낸다면 '대위의 딸'은 재미있게, 심지어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773년부터 75년까지 이어진 푸가쵸프의 반란을 전후로 한다. 푸가쵸프의 난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농민 반란이다. 이 반란의 수장인 푸가쵸프는 자신이 황제라고 주장하면서 세력을 모아 반란을 일으킨다. 소설은 살육이 자행되는 이 반란의 중심을 흐르지만,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반란 자체보단 그 역동하는 세월에 놓인 한 남녀의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여러모로 놀라운 점이 많은 소설이다. 우선 서사방식이 대단히 능수능란하다.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질듯 말듯 애간장을 녹이며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뿌가초프와 주인공과의 관계라던가, 연적 쉬바브린과 주인공과의 관계들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톱니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뿌쉬낀은 러시아 근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지만, 소설을 살펴보면 현대문학에서 봄직한 요소들이 대거 등장했다. 자연스런 1인칭 시점은 소설 속에 독자가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고, 사벨리치와 같은 소설 속 조연인물들은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 살아있는 인물로서의 생명력을 획득한다. 픽션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분명한 역사 속에 편입시켜 무엇보다 진짜같은 픽션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고 있다.


대단히 쉽게 읽힌 소설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 매력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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