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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마을 - 2011년 제56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전경린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12월
평점 :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표제작 '강변마을'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소설적 형태를 따라가고 있다. 언젠가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성방식은, 어떻게 보면 안정적이라고도 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무난하고 지루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소설은 유년기의 시점을 채택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년기에 잠시 머물렀던 '강변마을'은 이후에 터부시된 공간으로 재형성되며, 새로운 의미로 재창조된다. 울림이 있는 글이란 이런 것일 게다. 잡다한 기술에 연연하지 않고 소설 본래의 모습 그대로 밀고 나가며 감동을 주는. 그런 점에서 흡족했던 대상 작품이었다. 그와 대비되게 수상작가 자선작인 '흰 깃털 하나 떠도네'는 서사성보단 상징성이 두드러져 흥미로웠다.
다만 표제작을 제외하면 후보작들 대부분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인상이었다. 권여선의 '끝내 가보지 못한 비자나무 숲'은 모든 것이 불분명하게 처리되어 아쉬웠고, 김숨의 '막차'는 공포감이 드러나는 마지막이 허무했다. 김태용의 '물의 무덤'은 너무 과도하게 사용된 상징성이 어지러웠고, 손홍규의 '증오의 기원'은 대학생들의 인문학적으로 과잉된 정서와 철학적 대사가 남발하여 읽는데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역시 배울점이 많은 작품들이고 작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김미월의 '안부를 묻다'가 개인적으론 굉장히 맘에 든 작품이었다.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서스팬스가 잘 녹아 있었는데, 눈에 보이지만 가지 못하는 금지된 공간에 대해 오싹하게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가 즐거웠다. 밤마다 불가해한 구둣소리가 들려오지만, 결국엔 그것에 익숙해지고 게다가 그것때문에 행복해지기까지 하는 비논리적인 등장인물들의 행동양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능한 방식으로 다가와 놀라운 작품이었다. 윤고은의 '해마 날다'는 취중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서비스라는 기발한 소재가 좋았고, 그 내용보단 배설의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같은 레파토리를 반복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역대수상작가 최근작엔 이승우, 김인숙, 박성원의 소설이 실렸는데. 문학적으로 급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문체적인 부분에선 이승우의 '이미, 어디'가 충격적이었는데.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 빙빙 도는 모양새가, 모든 행동이며 사고의 모호함을 보여주는데 그 방식이 독창적이었다. 김인숙은 환상을 근간에 두면서도 그 환상, 포비아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바탕에 깔아둠으로써 인과 관계에 대한 모범적 이야기 짜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