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차별 - 취재 중에 만난 차별과 혐오의 얼굴들
전혼잎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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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기자로 2014년도 입사.. 이후 각종 사건사고의 현장과 시위의 현장을 함께 한 전혼잎 기자.

그녀가 본 대한민국은 어떠했을까요?


그녀는 취재중에 만난 차별과 혐오의 얼굴들이란 부재로 [가장 보통의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겪은 가장 첫번째 차별은 바로 성차별입니다.

"아니 무슨 성차별이야~ 여성 상위 시대에~"

"또또 성차별이라니.. 이제 그만 좀 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정확히는 저한테 든 생각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맞아 그랬지' 하는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답지 않은 여성기자라는 이데아를 요구하는 것...

(26) "얌체같이 굴면서 결정적인 순간엔 몸을 사리는, 치마 입은 계집애가 아닌 털털하고 호탕한, 사내보다 더 늠름하고 용맹한 중성적인 존재. 지금 생각해보면 이 역시 여성성을 최대한 감추고 남성들에 비해 모자라지 않음을 증명하려는 시도였다."


나에게도 "여군같지 않은 여군"이라는 이데아가 요구되었었고, 그걸 만족시킨다는 것에 나름의 뿌듯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가 .. 왜 우리는 "여군같지 않은 여군"이란 칭찬을 듣길 원하는가.. 이 또한 잘못된 가스라이팅이며, 우리는 "진정한 여군"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여자가 남성들이 다수인 조직에 들어가서 일하면 '당연히(?)' 남자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 또한 다수의 힘에 의한 차별입니다.

그러나 당시는 그것이 차별인줄 모르고, 기존의 소수 여군들에 비해 나는 잘한다는 개인적 호승심에 취해 그러한 말들을 칭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여성들이 많은 조직에 남자들이 와서 여성스럽게 굴면 '게이같다'라던가 '징그럽다'라는 평을 하며 '남자'는 남자답길 원하면서 왜 여자들은 남자들이 많은 조직에서 '여성성'을 드러내면 안되는 것일까요?


두번째는 나 하나의 잘못이 아닌 전체의 잘못입니다.

(37) "한번만 삐끗해도 인류의 절반인 여성 전체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이라니. 이런 거대한 영향력은 영광스럽게도 여성 정치인만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찰과 군인, 법조인뿐 아니라 심지어 기자라도 여성이 저지른 실수는 곧 여성기자 전체의 잘못이 되곤 한다."


군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들어봤던 말 중의 하나가 "여군들이 다 그렇지 뭐~"입니다.

그 말을 하는 상대가 과연 몇 명의 여군을 만나봤을까요? 심지어 한번도 같이 근무해본 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적은 경험치를 전체의 값으로 확대 해석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각 이후.. 이제 두번다시 우리나라는 여자 대통령은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느 하나의 성별이 특정 역할을 전담할 경우 우리는 쉽게 그 역할은 특정 성별만이 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정말 그 역할을 하고 싶은 누군가에는 또 다른 차별이 됩니다.

여자도 군인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소방관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그려놓은 남성 이미지의 군인, 대통령, 소방관에 억지로 여성을 끼어넣으니 이상하게 느껴질 뿐..

새롭게 여성 군인, 여성 대통령, 여성 소방관의 이미지를 만든다면.. 이것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됩니다.


저자는 책의 절반 가량을 여성이 겪는 성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살짝 이 책이 페미니즘 계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중반부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다양한 차별들을 이야기합니다.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

노키즈존에서 비롯되는 아이 차별

노인 차별

장애인 차별

성소수자 차별

채식주의자 차별

노숙자 차별

노동자 차별

난민 차별

약자 차별

등등


이렇게 다양한 차별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다양한 차별의 시선들을 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두 가지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첫째는 표현입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자신이 기자가 되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그렇다, 나는 내가 빻았다는 사실 조차 모를 정도로 심각하게 빻아 있었다."

응? 무슨 말이죠??어학사전을 찾아봤는데도 안나옵니다. 곡물을 가루로 만드는 방식도 아니고 여기서 빻았다는 말이 실패했다는 말인지? 빻다라는 말이 속되게 사람의 인성이나 외모가 수준이하라고 나오는데.. 자신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다른 사람도 아닌 한글 표준 문법을 구사해야하는 언론인이 아니던가요?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혹, 여전히 제가 사전을 잘 못찾았기 때문일까요?


두번째는 채식주의자 차별입니다.

글을 읽으며 도대체 누가 누구를 차별하는 것인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며 육식을 여전히 하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대체육이나 콩고기를 알아서 찾아서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지..

비건을 위한 화장품이 나오고, 비건식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채식주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선택하는 문제이지, 다른 기타의 차별들처럼 "선택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보통의 차별"을 너무 당연하기에 깨닫지 못했던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당사자마저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게 어색한 차별이 "가장 보통의 차별"입니다.

채식주의자가 '갈비집'에 들어가 '채식 메뉴'가 없어요? 라고 말하면.. 그건 고깃집이 채식주의자를 차별하는 것일까요?

처음부터 기내식에 '채식'메뉴가 없다면 차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과연 채식주의자들이 당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그들이 채식을 함으로써 주변으로받는 '시선'을 차별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반대로 자신들이 '육식주의자'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역으로 '육식주의자'들에 대한 차별일 수는 없는 것인지..


아마도 이런 저의 생각을 채식주의자들은 싫어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채식주의와 육식주의는 가치관의 문제이고, 이건 차별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차별은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타고난 환경이나 주어진 성별, 성적 선호도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자기가 아이인 것을 선택할 수 없고, 가난하게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는..) 그러한 것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던지는 한 마디가 과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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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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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편의 책 리뷰를 썼고, 앞으로도 책 리뷰를 꾸준히 남길 예정인 책에 진심인 책 보며 고양이들 돌보는 집사 책보냥입니다.

겨울 한파로 인해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가는 데

또 하필 연말이라.. 일은 몰아치고 있어서 책 읽을 시간은 없고,

그래도 책은 읽어야 하고..

다행히 오늘부터 3일간의 연휴라... 개인적인 일만 몇 가지 해결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고양이 핫팻을 끼고 책만 읽을 예정입니다


올 11월부터인가 '언론'에 대한 책을 쭉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 '언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기본적 저의 생각은

"언론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 맞추어진 시스템. 결코 그들(?)이 절대 선은 아니다"였습니다.

언론인들 또한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할 뿐,

그들의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언론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가진 생각들입니다.

이번에 읽은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도 언론인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

그것이 알고 싶다" 속칭 '그알'은 워낙 유명한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라..

아마 살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겁니다.

TV를 그다지 보지 않는 저도 "그알"은 알고 있고, "그 알"의 대표적인 멘트

"그런데 말입니다~~"에 대한 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해 온 이동원 PD가.. 그동안 주변인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들, 안줏거리로 삼기 좋았던 에피소드들을 다 꺼먹기 전에 옮겨 놓은 것이.. "어쩌다 인연이 닿아 연재물이 되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정말 내 인생은 '어쩌다'가 가져온 위기의 연속이다."

라는 표현을 이동원 PD가 하는데.. '어쩌다'를 만나게 되는 그 순간들과 그 순간에 작가의 선택, 마음 방향을 보며 울림이 있던 책이다.​

좋은 게 좋은게 아닌가 보오~~

이동원 PD가 어찌보면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로 들어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은 책의 초반에 그가 겪은 "학교 폭력" 거기에 더 심각한 "교권 폭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게 좋은 거 라는 게 이렇게 달콤한 건가 보다' 라고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18

어른들이 가져온 케이크는 달콤했지만..

그 이면에는 어른들의 추악한 거짓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마음

나만 아니면 됀다라는 이기심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어린 이동원의 마음에 이러한 추악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그는 이 사건 이후에 변했다고 말한다. "힘"의 소중함을 느낀 것이죠.

힘없고 뒤처지면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친구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던 나는, 중학교 입학 이후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학생이 되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나의 생존방식이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22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트라우마들은 언제든 생겨날 수 있는데,

저는 '세상'을 회피하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며 극복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일까..

저에게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은 보호받고 힘든 존재로 감싸주고 위로해주자는 생각보다

격려해주고, 그들이 더 당당히 설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이런 저의 생각과 결이 비슷한 이동원 작가의 말 한구절이 와닿습니다.​

피해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그들의 상처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그걸 어설프게 위로해선 안 된다. 말 한마디가 트라우마를 자극하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다.

진심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드리고, 질문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쏟아내는 감정과 말을 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154


진심을 담는다.

작가의 에세이에 왠지 계속해서 등장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한 밤중에 전화를 걸어 '무죄' 판결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변호사

꾸준하고 성실하고 진득하게 30분씩 지각하는 습관을 가진 변호사.

바로 박준영 변호사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책을 쓰다보니 감정에 취해서 좋은 얘길 과하게 한 것 같다고, 그러나 정말 착하고,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작가의 책을 읽고 나니.. "박준영 변호사"가 궁금해졌습니다.

2권의 책이 있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저자는 박준영 변호사의 진심을 들여다보고, 그의 진심에 감동합니다.

그저 진심을 다해서, 있는 그대로 천천히 잘 말씀드리면 이해하실 겁니다.

시간은 좀 걸려도 진정성 있게 말씀드리면 분명 마음의 문을 여실겁니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221


언론의 무서움을 아는 PD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거의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PD이니

정치에 대한 이야기, 가치에 대한 이야기,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잘남에 대한 '자랑 또는 홍보' 또한 만만치 않겠지라고 지레짐작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니..

오히려 인간미 넘치는 PD, 겁쟁이 PD가 담겨 있습니다.

아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PD를 계속 할 수가 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동원 PD는 자신의 평범함을 계속 이야기합니다.​

오너도 아니고 사장도 아니고 회사 지분 1도 없는 일개 사원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묵묵히 꾸역꾸역 이 일을 해낼 뿐이다.

어쨌거나 나 또한 월급 받아 대출이자 갚으며 먹고살아야 하는 블루칼라 노동자에 불과하니 말이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56


이런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보도가 있으니 바로 "정인아 미안해" 보도입니다.

저도 당시 이 보도를 보고 엄청난 충격과 공포, 그리고 미안함에 눈물 흘렸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정인아미안해 였습니다.

사회적 공분이 대한민국을 뒤덮었습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직접 사건의 해결을 지시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소위 말하는 "대박 방송"을 만들어냈는데.. 이동원 PD와 그의 동료들은 오히려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사회적 공분을 야기시킨 것에 대한 책임의식인 것이죠..

언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님 말고"식의 보도가 아닌..

내가 낸 보도로 인한 여파까지도 감당하겠다는 자세..

진정 언론인들의 책임지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진심인 '그알'이다 보니.. 과연 '피프티피프티 보도"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또 따로 있는 것인지?​


언론에 대해 조금은 기분 좋은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책 느린 서재에서 출판한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서평단으로 읽었는데, 정말 감사하고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언론 보도의 뒷 이야기를 읽는 게 재미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새 자꾸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역사의 뒷 이야기, 야사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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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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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나무를 심고, 나무가 인간을 구원한다."

영화 [아바타] 영혼의 나무에 영감을 준 진균 네트워크의 발견자 수잔 시마드..

책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이 수잔 시마드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녀가 발견한 진균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자연 과학책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잔 시마드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올 때는 굳이?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목사업에 종사했다는 자신의 조상들 이야기부터, 흙을 파먹고 놀던 어린시절 이야기까지..

굳이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왜 하는 거지?

거기에 부모님의 불화, 동생과의 불화 등등.. 자꾸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왜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처음에 했습니다. 조금 집중이 안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녀의 인생의 굴곡 과정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여성과학자로서 넘어야 하는 수많은 벽들,

그 가운데서 또 겪어야했던 상실, 이혼.. 건강 악화 문제까지..

결코 그녀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표현처럼 단단히 꼬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중간에 포기하거나 바꾸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끝까지 고수했고, 그 가운데 과감히 버려야 할 것들, 무시해야 할 것들을 내쳤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나무의 연결처럼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굳건히 버텨냅니다.

자신 또한 어머니로서 자신의 자녀들, 조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어머니 나무'로부터 배웁니다.

"나무의 건강을 위해서는 딱 맞는 종류의 토양 진균과의 연결이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닐까?"라는 깊게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산림청 공무원에서 대학교수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나갑니다.

도대체 '숲'은 어떻게 회복되는지, 그 회복력에 주목하면서 '진균'의 비밀을 파헤치게 됩니다.

그리고 나무들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협동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무들이 기존 학계의 믿음처럼 나무간의 경쟁 관계가 아니라 공생 관계로 살아간다는 것을 하나씩 밝혀내는 과정은 흡사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다'라고 밝힌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처럼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는 과정은 '유리천장'에 끊임없이 부딪히는 많은 여성 리더들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녀가 암을 완치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믿음 그리고 어머니 나무에 대한 의존 과정은 '자연'과의 공생이 얼마나 우리 인간들에게 필요한 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하필이면 주목에서 뽑아낸 파클리탁셀로 인해 암을 극복한 수잔 시마드.

이것을 그냥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470)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그리고 우주의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숲과 초원이, 대지와 물이, 하늘과 땅이, 영혼과 육신이, 인간과 모든 다른 생명체들이."

최근에 읽은 [회복력 시대]와 결이 비슷하기에 조금 더 마음이 갔습니다.

이 책을 보니 아직 안 읽은 [침묵의 봄]을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 뒤에 번역가인 김다히님께서 '수잔 시마드'와의 인터뷰를 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거기서 "탄소 중립"을 위해서 어린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얼마나 한치 앞을 못보는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를 일깨우는 수잔 시마드의 말을 들으며.. 진짜.. 우리나라에도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효과를 확인하고 시야를 멀리 보는 연구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이 너무나 가까이에 있는 우리나라인데..

과연 우리들의 산은, 우리들의 숲은, 우리들의 나무는 안녕하신지..

오늘따라 가로수라는 이름으로 외롭게 홀로 서있는 은행나무가 왜 이리 처량해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겉으로는 외로워보였도.. 땅 밑으로는 진균으로 연결되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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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학 필독서 50 - 2500년 정치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11
톰 버틀러 보던 지음, 김문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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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은 정치철학에 대한 '지도'이다.


[ 책보냥의 솔직 리뷰 ]

1️⃣ 센시오 출판사에서 DM이 왔다.

이번에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이란 책을 출간했는데 읽고 서평을 써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하필 주제가 '정치'이다.

망설여졌다.

왜? 나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좌우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가급적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했다.


2️⃣ 그런데 정치도 알아야 피한다고~~ 뭐가 좌파이고, 뭐가 우파인지..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단순히 어느 한쪽만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2500년간의 정치학 명저들 중 50권만을 추려서 큐레이션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3️⃣ 큐레이터를 꿈꾸는 입장으로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책들을 선별했는지가 궁금했다.

저자인 '톰 버틀러 보던'은 이미 '50권의 고전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였다. "50권" 시리즈는 <세계 자기계발 필독서 50>이 첫번째였다고 하는데.. 아직 국내는 출간이 안된듯 했다..

(만일 출간되면 자기경영살롱 지기님께 소개시켜 드리고 싶었는데..)

현재까지 나온 톰 버틀러 보던의 "50" 시리즈는 [세계 철학 필독서 50] [세계 경영학 필독서 50] [세계 경제학 필독서 50]이다. 

4️⃣ 꼭 읽어야 할 책 00권 식의 마케팅이 식상할 수 있지만.. 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큐레이션임에는 틀림없다. 저자는 자신의 큐레이션을 여섯개의 기준으로 나눈다.

첫째 정치지도자의 역할

둘째 정부의 역할

셋째 권력의 속성

넷째 자유를 추구한 정치의 역사

다섯째 평등을 추구한 정치의 역사

여섯째 정치를 바꾸기 위한 시민의 역할 이다.


만일 내가 이 구성을 다시 바꾼다면 나는 '역할'과 '역사'로 크게 묶고 싶다.

역할의 파트에 정치지도자, 정부, 시민을 포함시키고,

역사의 파트에 권력(정치)의 역사, 자유 추구, 평등 추구 이렇게 분류를 다시 나누고 싶다.

(그래서 독서맵핑을 할 때는 그렇게 정리를 했다)


5️⃣ 책에 나온 50권+a 의 책들 중에는 이미 읽은 책도 있고,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 못읽은 책도 있고, 읽다가 중도 포기한 책도 있다. 아예 처음 들어본 책도 있다.

이러한 책들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관점에서 글이 쓰여졌는지를 소개해주는 내용은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뭐랄까? 해당 책을 읽기 전에 맛보기 스푼으로 한입 떠먹는 느낌이랄까?

이 책은 해당 책들을 읽기 전에, 그리고 읽고 나서 나의 해석이 저자와 일치하는 지 등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길라잡이, 지도 같다.


6️⃣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여기든, 자유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 여기든 간에 이 책은 여러분의 입장과 대립하는 철학의 발전, 그리고 그 이면의 사람들에 대한 통찰을 안겨줄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소개해주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특히나 여성 인권과 관계된 올스턴크래프트라는 인물은 매우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그녀가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의 엄마인 것도 그렇지만, 현재의 여성 인권의 초석을 다진 것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런 한 것을 보면서 과연 내가 세상을 얼마나 좁은 시선으로만 보고 있었는지..

정말 내가 아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2024년에는 여기에 나온 책들을 반드시 충실하게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책리뷰 #독후감 #도서리뷰 #세계정치학필독서50 #센시오 #톰버틀러보던 #출판사지원도서 #출판사서평단 #정치학필독서 #정치이론 #정치철학 #독서맵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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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제임스 호즈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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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사 책인데 영국인이 썼다.

뭐랄까?

마치 한국역사를 일본인이 쓴 느낌일까?


유럽은 정말 신기하다.

라틴족, 게르만족, 슬라브 족 이렇게 3개 민족으로 대표되면서 기독교라는 공통의 문화를 가지고 있고, 약 5억의 인구로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정치경제적 공동 협력체제인 '유럽연합'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각 나라들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혈연, 결혼 관계로 얽혀있다.

우리나라도 결혼으로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유럽의 복잡함에 비할데가 되지 못한다.


이 유럽의 복잡한 역사 속에서 더더욱 복잡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이번에 제임스 호즈가 쓴 책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를 읽으면서 정말 놀랜 점이 있다.

바로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연방독일이라는 것이 구축된 것이 그닥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 이전에 '프로이센'이 있는데, 이게 단순히 독일의 옛 이름이 아니라 연방들 중의 하나라는 점.


워낙 우리나라의 역사가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일까?

이렇게 오랜 기간 하나이지 못했던 국가가 독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연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어찌보면 '미국'도 연방국가이니 당연한 것일까?


이들이 이렇게 연방공화국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탄탄한 선거제도와 자치제를 가지기 때문일까?

독일이라는 지역의 오랜 역사.. 특히 '게르만'시대부터 시작하는 긴 역사를 훑고 내려와야 했기에 현대의 독일에 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것이 다소 아쉬웠다.


그렇지만 쇠퇴한 과거의 영광 취급을 받는 유럽의 구세주로 '독일'이 각광받는 이유는 분명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로마제국'의 몰락에 있어서도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구명줄을 만들어내어 유럽을 이끌어간 것이 '독일'이었다.


종교적으로, 군사적으로 유럽이 흩어지고, 분열될 때마다 이를 하나로 응집시키는 힘이 독일에는 있다.

경제적인 쇠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유럽은 독일에게 다시한번 경제적으로 유럽을 부흥시키길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종교적인 갈등으로 인해 30년 전쟁이라는 큰 내분을 겪었던 독일인데.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까?


"위대한 유럽인들의 단층선은 변함없이 태고의 좌표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시간 속에서 독일의 위치는 유럽 각국의 역학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해 왔다."(145)


영국이야 섬나라이기 때문에 끽해야 스코틀랜드와의 영토 싸움이었다.

그러나 유럽 영토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독일' 입장에서는 매 순간, 정치적 결정에 따라 자신들의 영토 범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늘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독일에서 '괴테' '헤겔'과 같은 정신적, 예술적 천재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생각했던 것보다 그들이 더 천재여서 일까?


독일이란 곳이 과연 어떠한 곳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책을 보았는데..

읽고 나니 독일이 더 궁금해졌다.

지리적인 부분을 떠나서 독일의 국민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군대식 문화가 독일인에게 자리잡게 된 것은 프로이센의 절대 영향인것인지,

그들에게 '국가'라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그들에게 민족의식이라는 것은 '게르만족'으로서의 민족의식일런지..


책 뒷편에는 독일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이 담겨 있다. 가도들이 생겨난 이유와 거기서 유명한 것들, 볼만한 것들도 소개한다. 테마에 따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역사, 휴양,산업, 문화, 축제에 따라 가볼만한 도시들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작센안할트주의 비텐베르크에 가보고 싶어졌다. 이곳은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도시로 '루터의 도시'라고 불린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종교 개혁'이 단순히 '종교'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이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역사에 있어서 따로 따로 움직이는 것은 없다. 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사건은 두 세개의 사건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역사가 재미있는 것이다.


어릴적 배웠던 세계사의 흐름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그 역사가 굳이 우리 민족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역사의 흐름을 알고 이해함으로써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울림과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점

언어는 소중한 것.. 절대 우리들의 언어를 쇠퇴시키거나 버리지 말자.

동부 엘비아 지역에서 히틀러의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 지역 차별과 소외, 낙후를 일으켜서는 안된다.

하나의 사건은 그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이벤트가 다른 여러개의 이벤트들을 야기하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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