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이 인간 - AI 시대, 문명과 문명 사이에 놓인 새로운 미래
김대식.김혜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최근에 <특이점이 온다>와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연속으로 읽었어요.
AI의 신봉자 레이 커즈와일의 이 두 작품을 읽고 나서 든 첫번째 생각은
두.렵.다 였어요.
레이 커즈와일이나 책에서 등장한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AI를 다룰 수 있고, 그것들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죠.
그들에게 AI는 축복이고, 엄청난 기회일거예요.
하지만 실제 AI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고,
뭔가 무섭긴 한데.. 그냥 그 발전을 지켜만 보는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어 가는 세상이 두렵기만 했어요.
커즈와일의 말대로 우리 뇌의 신피질이 다 연구되어 하나하나 다 쪼개져 디지털화되고 더이상 뇌라는 물리적 한계를 가지지 않게 된다면.. 과연 나는 누구인지?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레이 커즈와일이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을 해주지 않다보니 더 불안해졌어요.
커즈와일은 그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해봐야한다 정도로만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다행히 이런 비슷한 질문을 김대식 교수님과 김혜연 안무가님께서 던져주세요.
김대식 교수님은 지금 우리를 '호모메디우스'라고 명명해요.
호모사피엔스가 이룩한 현대 문명과 앞으로 AI가 만들어낼 '미지의 세상(테라 인코그니타)' 사이에 잇는 오늘날의 인류, 그 마지막 세대라는 것이죠.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서 두려움과 기대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
호모메디우스, '사이 인간'인 우리들이 가져야 할 질문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15명의 지성인들은 어떤 대답을 하고 있을까요?
최재천 교수님은 왜 인간이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냐? 라고 질문해요.
그리고 답하죠. 무의식적으로 인간이 지구에 저질러온 일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라고요.
진짜 인간들이 너무하긴 했죠. 이렇게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멸종시키다니..
그래서 우리보다 더 지능적으로 뛰어나고 똑똑한 존재가 등장하면, 그 존재가 인간이 생태계와 동물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를 똑같이 대할까봐 걱정하는 거라고 해요.
그런데 과연 AI가 '자아'를 가질까? 아직 최재천 교수님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해요. 스스로 의미를 찾지 않고 그냥 존재하고 행동할 뿐이라고 보죠. 과연 AI철학자가 등장할 수 있을까요?
인간과 AI가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인간이 그동안 자연과 동물을 지배하고 이용한 방식 그대로를 AI가 학습한다면 인간 또한 AI에게 지배당하고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인공지능을 통해 더 나은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보시네요. 완전 공감해요.
흥미로운 의견을 보이는 작가 중에는 장강명 작가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예요.
"저는 AI가 인간처럼 의식을 가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AI가 의식을 지녔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단순한 착시일 뿐이죠. 의식이 있다고 해도 AI는 인간의 유한성이나 몸을 통한 경험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신체적으로 한계가 있고, 고통을 느끼며 시간의 흐름을 경험합니다. 이런 것들이 인간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AI는 그 부분을 공감하기 힘들 거예요."(54쪽)
그런데 레이 커즈와일은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이제 인간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노화를 지연시키고, 수명 연장 심지어 불멸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해요. 그렇게 인간이 유한성을 벗어나게 되면 그때는 인간도 의식이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텐데. .그렇다면 그때의 인간은 AI 와 차이가 무얼까요?
장강명 작가님은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인간다움이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말해요., 그는 인간이 가진 한계, 고통, 기쁨 같은 감정들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죠. 이게 이유가 될 수 있을가요? 그것들은 인간이 느끼는 그저 감정의 표현의 하나가 아닌지..우리가 고통을 느끼려고 살아가는 것이었나 싶네요.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인도학자인 강성용님과의 인터뷰예요.
인도학자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초월적 명상이나 다양한 종교적 세계관이 살아 있는 인도 출신 과학자가 많다는 점도 새삼 신기했어요.
AI시대에 인도철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특히 더 주목했어요.
"우리는 인간이 물질적으로 생물학적 단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구성된 존재라는 점을 종종 잊곤 합니다. '나'라는 1인칭 관점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가 맞닥뜨릴 문제들을 간과하지 않고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1인칭 경험과 인식, 설명이 정보 가치 면에서 낮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내가 실제로 경험하는 세계를 직면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보뿐 아니라 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지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관계로만 환원할 수 없는 1인칭 주제의 문제 역시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해답이 가장 많이 누적된 전통이 바로 인도철학이며, 그 가치는 점차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AI가 나에 관한 정보를 나보다 더 많이 알 수 있어도, 나의 느낌을 대시 느낄 수는 없습니다. 인도철학은 '나'라는 존재가 환상일지라도, 그 환상이 가진 경험을 이어가는 것이 바로 인생임을 가르쳐왔습니다. "
인간이 여전히 인간답기 위해서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여전히 인간임을 기억시켜주는 것이 예술의 가장 큰 숙제가 될 지도 모른다는 말에서 '예술'의 의미는 또 무엇인지?
최진석 교수님은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냐'를 고민하기 보다는 'AI 를 진짜 내것으로 받아들여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인재를 키워내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 '자신을 궁금해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하는데 이것과 인도철학이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결국 철학하라는 말인가? 싶기도 하구요.
이 책에서 던져지는 질문들과 답변들이 부족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였음에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이 이 책 덕분에 조금은 진정된 부분이 있어요.
AI 시대의 도래를 피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도래 이전에 차분 차분 준비할 수 있어요.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다가올 AI시대를 두려움이 아닌 기대와 환영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고요.
분명 AI를 잘 활용하여 공존할 수 있을 방법을 우리는 찾을 테니까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해준 덕분에 재미있고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