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차별 - 취재 중에 만난 차별과 혐오의 얼굴들
전혼잎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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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기자로 2014년도 입사.. 이후 각종 사건사고의 현장과 시위의 현장을 함께 한 전혼잎 기자.

그녀가 본 대한민국은 어떠했을까요?


그녀는 취재중에 만난 차별과 혐오의 얼굴들이란 부재로 [가장 보통의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겪은 가장 첫번째 차별은 바로 성차별입니다.

"아니 무슨 성차별이야~ 여성 상위 시대에~"

"또또 성차별이라니.. 이제 그만 좀 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정확히는 저한테 든 생각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맞아 그랬지' 하는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답지 않은 여성기자라는 이데아를 요구하는 것...

(26) "얌체같이 굴면서 결정적인 순간엔 몸을 사리는, 치마 입은 계집애가 아닌 털털하고 호탕한, 사내보다 더 늠름하고 용맹한 중성적인 존재. 지금 생각해보면 이 역시 여성성을 최대한 감추고 남성들에 비해 모자라지 않음을 증명하려는 시도였다."


나에게도 "여군같지 않은 여군"이라는 이데아가 요구되었었고, 그걸 만족시킨다는 것에 나름의 뿌듯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가 .. 왜 우리는 "여군같지 않은 여군"이란 칭찬을 듣길 원하는가.. 이 또한 잘못된 가스라이팅이며, 우리는 "진정한 여군"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여자가 남성들이 다수인 조직에 들어가서 일하면 '당연히(?)' 남자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 또한 다수의 힘에 의한 차별입니다.

그러나 당시는 그것이 차별인줄 모르고, 기존의 소수 여군들에 비해 나는 잘한다는 개인적 호승심에 취해 그러한 말들을 칭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여성들이 많은 조직에 남자들이 와서 여성스럽게 굴면 '게이같다'라던가 '징그럽다'라는 평을 하며 '남자'는 남자답길 원하면서 왜 여자들은 남자들이 많은 조직에서 '여성성'을 드러내면 안되는 것일까요?


두번째는 나 하나의 잘못이 아닌 전체의 잘못입니다.

(37) "한번만 삐끗해도 인류의 절반인 여성 전체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이라니. 이런 거대한 영향력은 영광스럽게도 여성 정치인만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찰과 군인, 법조인뿐 아니라 심지어 기자라도 여성이 저지른 실수는 곧 여성기자 전체의 잘못이 되곤 한다."


군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들어봤던 말 중의 하나가 "여군들이 다 그렇지 뭐~"입니다.

그 말을 하는 상대가 과연 몇 명의 여군을 만나봤을까요? 심지어 한번도 같이 근무해본 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적은 경험치를 전체의 값으로 확대 해석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각 이후.. 이제 두번다시 우리나라는 여자 대통령은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느 하나의 성별이 특정 역할을 전담할 경우 우리는 쉽게 그 역할은 특정 성별만이 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정말 그 역할을 하고 싶은 누군가에는 또 다른 차별이 됩니다.

여자도 군인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소방관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그려놓은 남성 이미지의 군인, 대통령, 소방관에 억지로 여성을 끼어넣으니 이상하게 느껴질 뿐..

새롭게 여성 군인, 여성 대통령, 여성 소방관의 이미지를 만든다면.. 이것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됩니다.


저자는 책의 절반 가량을 여성이 겪는 성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살짝 이 책이 페미니즘 계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중반부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다양한 차별들을 이야기합니다.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

노키즈존에서 비롯되는 아이 차별

노인 차별

장애인 차별

성소수자 차별

채식주의자 차별

노숙자 차별

노동자 차별

난민 차별

약자 차별

등등


이렇게 다양한 차별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다양한 차별의 시선들을 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두 가지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첫째는 표현입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자신이 기자가 되는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그렇다, 나는 내가 빻았다는 사실 조차 모를 정도로 심각하게 빻아 있었다."

응? 무슨 말이죠??어학사전을 찾아봤는데도 안나옵니다. 곡물을 가루로 만드는 방식도 아니고 여기서 빻았다는 말이 실패했다는 말인지? 빻다라는 말이 속되게 사람의 인성이나 외모가 수준이하라고 나오는데.. 자신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다른 사람도 아닌 한글 표준 문법을 구사해야하는 언론인이 아니던가요?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혹, 여전히 제가 사전을 잘 못찾았기 때문일까요?


두번째는 채식주의자 차별입니다.

글을 읽으며 도대체 누가 누구를 차별하는 것인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며 육식을 여전히 하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대체육이나 콩고기를 알아서 찾아서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지..

비건을 위한 화장품이 나오고, 비건식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채식주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선택하는 문제이지, 다른 기타의 차별들처럼 "선택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보통의 차별"을 너무 당연하기에 깨닫지 못했던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당사자마저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게 어색한 차별이 "가장 보통의 차별"입니다.

채식주의자가 '갈비집'에 들어가 '채식 메뉴'가 없어요? 라고 말하면.. 그건 고깃집이 채식주의자를 차별하는 것일까요?

처음부터 기내식에 '채식'메뉴가 없다면 차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과연 채식주의자들이 당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그들이 채식을 함으로써 주변으로받는 '시선'을 차별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반대로 자신들이 '육식주의자'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역으로 '육식주의자'들에 대한 차별일 수는 없는 것인지..


아마도 이런 저의 생각을 채식주의자들은 싫어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채식주의와 육식주의는 가치관의 문제이고, 이건 차별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차별은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타고난 환경이나 주어진 성별, 성적 선호도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자기가 아이인 것을 선택할 수 없고, 가난하게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는..) 그러한 것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던지는 한 마디가 과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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