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이동원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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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편의 책 리뷰를 썼고, 앞으로도 책 리뷰를 꾸준히 남길 예정인 책에 진심인 책 보며 고양이들 돌보는 집사 책보냥입니다.

겨울 한파로 인해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가는 데

또 하필 연말이라.. 일은 몰아치고 있어서 책 읽을 시간은 없고,

그래도 책은 읽어야 하고..

다행히 오늘부터 3일간의 연휴라... 개인적인 일만 몇 가지 해결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고양이 핫팻을 끼고 책만 읽을 예정입니다


올 11월부터인가 '언론'에 대한 책을 쭉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 '언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기본적 저의 생각은

"언론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 맞추어진 시스템. 결코 그들(?)이 절대 선은 아니다"였습니다.

언론인들 또한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할 뿐,

그들의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언론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가진 생각들입니다.

이번에 읽은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도 언론인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

그것이 알고 싶다" 속칭 '그알'은 워낙 유명한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라..

아마 살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겁니다.

TV를 그다지 보지 않는 저도 "그알"은 알고 있고, "그 알"의 대표적인 멘트

"그런데 말입니다~~"에 대한 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해 온 이동원 PD가.. 그동안 주변인들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들, 안줏거리로 삼기 좋았던 에피소드들을 다 꺼먹기 전에 옮겨 놓은 것이.. "어쩌다 인연이 닿아 연재물이 되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정말 내 인생은 '어쩌다'가 가져온 위기의 연속이다."

라는 표현을 이동원 PD가 하는데.. '어쩌다'를 만나게 되는 그 순간들과 그 순간에 작가의 선택, 마음 방향을 보며 울림이 있던 책이다.​

좋은 게 좋은게 아닌가 보오~~

이동원 PD가 어찌보면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로 들어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은 책의 초반에 그가 겪은 "학교 폭력" 거기에 더 심각한 "교권 폭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게 좋은 거 라는 게 이렇게 달콤한 건가 보다' 라고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18

어른들이 가져온 케이크는 달콤했지만..

그 이면에는 어른들의 추악한 거짓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마음

나만 아니면 됀다라는 이기심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어린 이동원의 마음에 이러한 추악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그는 이 사건 이후에 변했다고 말한다. "힘"의 소중함을 느낀 것이죠.

힘없고 뒤처지면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친구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던 나는, 중학교 입학 이후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학생이 되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나의 생존방식이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22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트라우마들은 언제든 생겨날 수 있는데,

저는 '세상'을 회피하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며 극복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일까..

저에게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은 보호받고 힘든 존재로 감싸주고 위로해주자는 생각보다

격려해주고, 그들이 더 당당히 설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이런 저의 생각과 결이 비슷한 이동원 작가의 말 한구절이 와닿습니다.​

피해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그들의 상처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그걸 어설프게 위로해선 안 된다. 말 한마디가 트라우마를 자극하게 될지 모르니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다.

진심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드리고, 질문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쏟아내는 감정과 말을 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154


진심을 담는다.

작가의 에세이에 왠지 계속해서 등장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한 밤중에 전화를 걸어 '무죄' 판결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변호사

꾸준하고 성실하고 진득하게 30분씩 지각하는 습관을 가진 변호사.

바로 박준영 변호사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책을 쓰다보니 감정에 취해서 좋은 얘길 과하게 한 것 같다고, 그러나 정말 착하고,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작가의 책을 읽고 나니.. "박준영 변호사"가 궁금해졌습니다.

2권의 책이 있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저자는 박준영 변호사의 진심을 들여다보고, 그의 진심에 감동합니다.

그저 진심을 다해서, 있는 그대로 천천히 잘 말씀드리면 이해하실 겁니다.

시간은 좀 걸려도 진정성 있게 말씀드리면 분명 마음의 문을 여실겁니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221


언론의 무서움을 아는 PD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거의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PD이니

정치에 대한 이야기, 가치에 대한 이야기,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잘남에 대한 '자랑 또는 홍보' 또한 만만치 않겠지라고 지레짐작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니..

오히려 인간미 넘치는 PD, 겁쟁이 PD가 담겨 있습니다.

아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PD를 계속 할 수가 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동원 PD는 자신의 평범함을 계속 이야기합니다.​

오너도 아니고 사장도 아니고 회사 지분 1도 없는 일개 사원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묵묵히 꾸역꾸역 이 일을 해낼 뿐이다.

어쨌거나 나 또한 월급 받아 대출이자 갚으며 먹고살아야 하는 블루칼라 노동자에 불과하니 말이다.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p.56


이런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보도가 있으니 바로 "정인아 미안해" 보도입니다.

저도 당시 이 보도를 보고 엄청난 충격과 공포, 그리고 미안함에 눈물 흘렸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정인아미안해 였습니다.

사회적 공분이 대한민국을 뒤덮었습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직접 사건의 해결을 지시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소위 말하는 "대박 방송"을 만들어냈는데.. 이동원 PD와 그의 동료들은 오히려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사회적 공분을 야기시킨 것에 대한 책임의식인 것이죠..

언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님 말고"식의 보도가 아닌..

내가 낸 보도로 인한 여파까지도 감당하겠다는 자세..

진정 언론인들의 책임지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진심인 '그알'이다 보니.. 과연 '피프티피프티 보도"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또 따로 있는 것인지?​


언론에 대해 조금은 기분 좋은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책 느린 서재에서 출판한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서평단으로 읽었는데, 정말 감사하고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언론 보도의 뒷 이야기를 읽는 게 재미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새 자꾸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역사의 뒷 이야기, 야사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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