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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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 선조 때 역관 홍순언

2 조선말 프랑스 빠리까지 갔고 신경숙과 김탁환이 소설로도 다뤘던 무희 리진

3 중국 당나라 중기 중국땅 일부에서 사실상 왕이었던 고구려 유민 이정기

4 조선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던 무렵 정치인 신숙주

5 조선 말 헤이그 밀사 셋 가운데 하나인 이준

6 조선왕 가운데 최장재위기록자인 영조

7 조선 정조 때 제주도 사업가이자 재난구호활동으로 빛난 김만덕

8 조선 고종의 딸이자 권비영의 책과 손예진 주연 영화의 주인공 덕혜옹주

9 조선 말 김옥균 살해로 더 알려진 최초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

10 조선 효종 때 청군과 함께 러시아 남하 저지한 장군 신유

이렇게 열 명이 나온다.

 

홍순언을 보면 술집에 놀러갔다 돈없어 술집작부로 나온 중국아가씨가 불쌍해서 공금을 제멋대로 써서 도와줬는데 훗날 이 아가씨가 중국 고관 아내가 되는 바람에 조선이 임진왜란 위기를 맞았을 때 명나라가 군사를 보내는 데 한몫한다. 흐음, 공금횡령해서 술집에서 기마이 쓴 게 이렇게 바람직한 일일 줄이야.

 

리진이 빠리 갔었단 얘긴 알았지만 나중에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서 도로 기생이 됐다 자살한 건 첨 알았다. 빠리에선 첨엔 답답했던 조선 관습에서 풀려나 신나게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프랑스말도 아주 빨리 배웠다는데 어느 때부턴 우울증을 앓았고 다시 조선에 와서도 통 적응 못 했다고. 사랑에 빠져 리진을 빠리까지 데려갔던 콜랭 드 플랑시를 만난 건 리진에게 행복이었을까 독이었을까? 66쪽 Ce'lilataire는 Ce'libataire를 잘못 쓴 거다.

 

이정기는 이 책으로 첨 만났는데 고구려 유민으로 태어나서 실력 세계인 군대로 들어가 안록산 때문에 당나라가 혼란해졌을 때 사실상 당나라 안에 독립국을 세웠던 사람이라고. 3권에서 나왔던 발해의 대씨와 함께 한국사전 글쓴이들 붓에 자랑스러움과 약간의 국뽕스러움이 담겼다. 82~3쪽에 걸친 고구려유민들 고생담 읽다 보니 문득 김병호 <치앙마이>가 생각난다. 찾아보니 사촌누나가 빌려줘서 내가 읽은 책은 1992년 매일경제출판사에서 나왔다. 내 기억엔 그것보다 한두해 빨리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인터넷 조사해 보니 1992년이 맞나 보다. <치앙마이>는 김병호가 태국 치앙마이 오지에서 만난 원주민들 마을에서 산 얘기를 적은 건데 원주민들 생김새나 말이 우리랑 아주 비슷해서 추측컨대 고구려 유민들 몇몇이 당나라 여기저기 헤매다 결국 사람 없던 태국 오지까지 쫓겨온 것일 거라는 주장을 담았었다. 고구려 유민이 몰려있으면 다시 골칫덩이가 될까 저어했던 당나라가 유민을 잘게 쪼개 사방팔방으로 보내 힘을 줄였다는데 그래도 결국 이정기같은 사람이 나온 걸 보면 정말 세상 일이 뜻대로 되기 어려운 거 같다. 86쪽에 고선지와 장보고 얘기도 하며 곡려유민이라고 하는데 고선지야 고구려 유민 맞미잔 장보고도 고구려유민이었던가? 요건 좀 더 확인해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배신자의 대명사 신숙주 얘긴데 흠 잘 모르겠다. 출처는 잊었지만 어디에선가는 사육신들도 세조 아래선 출세할 수 없는 위치였기에 일을 벌인 것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동기가 더러운 것이란 주장도 본 적 있기에.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복잡하다. 123쪽에 효종9년(1478)이라고 돼 있는데 실수다. 효종9년은 1657년이다.

 

헤이그 밀사 이준 얘기는 나라가 힘없으면 서러운 일 많다는 걸 다시 느꼈다.

 

영조 얘기는 4권에 두 장에 걸쳐 나왔던 혜경궁 홍씨와 <한중록> 얘기와 어느 만큼 겹친다. 비극이 일어나려면 참 조건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당사자들의 성격과 세상 분위기, 당대 정치경제상황 같은 게 다 맞아 떨어져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일이 일어났다고 글쓴이들은 말한다.

 

다음은 여성의 한계를 이겨내고 큰 부자가 된 뒤 돈을 빈민구제에 써서 극심한 남존여비 사회였던 조선 중기와 후기에 이름을 역사에 남긴 김만덕 얘기다. 영 돈에 서툰 나는 시세를 잘 읽어 큰 돈을 번 솜씨가 놀랍고 부럽다.

 

덕혜옹주 얘기는 퍽 슬프다. 사진도 있는데 어릴 땐 예뻣지만 자라면서 맘고생 많이 한 탓인지 중년 이후엔 영 보기 딱한 모습이다. 개봉 때도 지나치게 사실왜곡이 많았다는 말을 들은 영화에선 독립운동에 꽤 큰 관심을 보인 것처럼 돼 있는데 실재 덕혜옹주는 물론 맘이야 독립을 바랐겠지만 가장 큰 반항은 입 다무는 것이었던 힘없고 팔자사나운 사람이었다. 그러고보니 작가이자 헌책방 주인인 윤성근이 절판된 책 소개를 했던 어느 책에서 김을한의 책 소개를 한 기억이 난다. 그 책이 <탐서의 즐거움>인지 <심야책방>인지 또 다른 책인지는 잊었다. 231쪽에 사진도 실린 김을한은 덕혜옹주의 남편이 될 뻔한 김장한의 형인데 일제가 조선왕족들을 일본사람들이랑 혼인하도록 힘을 썼기에 대마도 영주 집안 후손인 소 다케유키가 덕혜옹주 남편이 된다. 손예진 주연한 허진호 감독 영화에선 잊혀진 덕혜옹주를 일본 정신병원에서 찾아내고 우리나라 여론을 이끌어 덕혜옹주 귀국을 이끌어 낸 김을한 행적을 동생이자 덕혜옹주의 남편이 될 뻔한 김장한이 한 것으로 바꿔놨다. 한국사전에서는 남편 소 다케유키를 퍽 나쁘게 그렸는데 영화 개봉 무렵 시사IN에 실렸던 김형민pd 역사이야기에선 나름대로 덕혜옹주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애썼던 남편으로 소개했었다. 어느 게 맞는 건지? 한많은 삶을 산 덕혜옹주가 저승에서나마 평안하길 바란다.

 

홍종우 얘기를 읽으면 생각이 대동소이한 사람들도 그 작은 차이 때문에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마지막 신유 장군 얘기를 보면 삶이 참 아이러니칼하다. 청나라 무찌르려고 조련한 군대 갖고 청나라 도와 러시아군과 싸웠으니까. 명장은 보급과 무기개량에도 신경 쓰고 기록을 꼼꼼히 남긴다는 굫ㅜㄴ도 얻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 곳곳에 kbs제작자들이 자문한 사람으로 이덕일이 나온다. 2008년 이때까지만해도 이덕일 평판이 지금보단 좋았나보다. 하기는 요즘 이덕일을 까는 이들도 초중기까지는 이덕일 읽을 만 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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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8-02-06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 김을한 책 소개한 윤성근 책은 이매진에서 2011년10월에 나온 <심야책방>이다.
김형민pd가 덕혜옹주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를 다룬 글은 시사IN 말고 다른 데 쓴 거 같다. 어딘지는 못 찾겠는데 나중에 찾으면 출처 표시하겠다. 내 기억력이 갈수록 엉망이 되고 있으므로 어쩌면 글쓴이조차 김형민이 아닌 다른 인데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2018-02-08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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