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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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알게 된 건 자주 듣던 책팟캐스트의 책추천 코너를 통해서였다. 구미가 당길 만큼 솔깃한 추천사에 힘입어 도서관에서 몇 권을 빌려 봤는데 꽤 매력있는 만화였다. 그냥 쓱쓱 그린 듯한 단순한 그림체에 4컷 만화가 연상되는 소박한 형식이었지만, 그속에서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공감가게 잘 그려내고 있었다. '여자 공감 만화'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제목 역시 어쩜 그렇게 입에 착착 감기게 뽑아냈는지! 그 결과 나도 그녀의 팬이 되었고 몇 권의 수짱시리즈가 내 책장에도 찾아왔다. 

  지난 주 오랫만에 가까운 작은도서관에 마실 갔다가 뜻밖에 마스다 미리의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이 무려 3권이나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 원래 그책을 빌리려던 건 아니었는데 그냥 같이 빌리고 말았고, 주말 동안 침대를 뒹굴면서 금방 읽어버렸다. 이책은 마스다 미리의 다른 책들처럼 일상적인 내용이었고 책제목처럼 '소소한' 행복을 다룬 만화였다. 수짱시리즈가 독신 여성의 일상과 생각들을 그려냈다면,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은 결혼한 부부의 소박하고 알콩달콩한 생활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스다 미리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책 역시 여자인 치에코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치에코와 사쿠짱은 결혼한지 십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이 없이 연애하듯 사는 부부다. 비서로 일하는 치에코의 퇴근 시간에 맞춰 둘은 마트에서 장을 보며 데이트를 하고, 서로의 룰에 맞춘 방식으로 식사를 하며 함께 디저트를 나눠먹으며 서로의 소소한 일상들을 나눈다. 새로 생긴 식당에 함께 음식을 먹으로 가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로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들고 오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 하나도 더 정성을 기울여 세심하게 고르기도 한다. 물론 그들 역시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결혼 후에도 혼자만의 시간 또한 소중하게 여기는 치에코는 때때로 퇴근 후 혼자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사쿠짱은 그런 치에코를 이해힌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자리를 즐기다 취해 돌아오는 사쿠짱을 위해 치에코는 이불을 따듯하게 데워두는 걸로 배려한다. 그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은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일들을 통해 치에코와 사쿠짱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며 아끼는지,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해 하는지를 슬쩍슬쩍 풀어놓는다.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피어나고 수시로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는 그들이 부러워진다. 결혼이 이런 소소한 행복을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거라면 사랑하는 누군가와 같이 그런 소박한 일상의 기쁨과 즐거움 들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혹은 좋겠다는 생각이 듬뿍 들게 하는 책이었다. 물론 그들처럼 아이가 없어 육아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그것은 동시에 육아의 행복도 포기하는 일이긴 하지만) 시월드로부터 자유로워 오래오래 연애 같은 결혼을 즐길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현실적으론 힘들겠지..










어느 날 밤, 치에코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이란 뭘까? 행복.. 아, 그러고 보니 앤이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었지.
『빨강 머리 앤』이 아니었나? 『앤의 청춘』 속 구절이었나? 있다! 앤의 대사.
"결국 제일 행복한 날이란 건 근사한 일이나 놀라운 일, 흥분되는 사건이 일어난 날이 아니라 진주가 실을 따라 한 알 한 알 미끄러지듯 단순하고 작은 기쁨을 계속해서 가져다주는 하루하루라고 생각해."

(87화 행복한 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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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 합리적인 의사 함익병의 경제적인 피부 멘토링
함익병.옥지윤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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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사춘기 누구나 여드름을 겪긴 하지만 나는 유난히 여드름에 시달렸다. 사춘기가 지나고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다닐 때도 성인여드름으로 이름이 바뀐 피부트러블이 떠나지 않았다. 위장도 약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이 피부에 그대로 올라왔고, 심지어 보약이라고 먹은 한약 때문에 열이 올라와 얼굴이 뒤집어져 몇 년을 고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병행한 덕분에 지금은 지긋지긋한 성인여드름과 작별을 고했지만 아직도 속이 아프면 뾰루지가 올라와 내장 상태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피부트러블로 고생을 해 온 까닭에 나는 피부 관련 정보에 관심이 많다. 이책을 읽게 된 것도 그런 관심 덕분이다. 나름 고정시청자를 가진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피부과 의사라는 유명세도 무시 못했지만, 그것보다는 현직 피부과 의사로서는 도발적일 수 있는 책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라니, 제목부터가 사이다다. 피부과 진료 및 피부관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참으로 공감가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제목 때문에 이책을 집어든 독자가 분명 나뿐만은 아니리라.


  저자는 처음부터 피부는 타고 나는 거라고, 태어날 때 이미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타고난 좋은 피부를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맥이 빠지는 소리를 한다. 내 주변만 봐도 그말은 맞는 말이다. 별다른 피부 관리를 안 해도 아기 피부 같은 내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관리를 해도 아기 피부 근처도 못 가는 나 같은 피부도 있다. 그럼 모든 것이 유전이니 그냥 포기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잘 관리해 준다면 타고난 좋은 피부는 못 되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절대 좋은 피부를 타고난 사람을 능가하긴 힘드니 현재 자기 피부의 상태를 인정하고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단 얘기다. 관리를 하더라도 비용 대비 만족점을 적절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슬픈 진실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라 첫 단락부터 귀에 쏙쏙 들어왔다.

  전에 천연화장품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화장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충격적인 것은 고가 화장품에서 강조하는 레티놀이나 콜라겐, 캐비아 같은 고기능성 재료들이 고분자 형태라 실제로 피부에 흡수되기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이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피부는 흡수기관이 아니라 방어기관이라 비싼 화장품을 발라도 잠깐의 보습효과 외에 다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기능성 물질을 첨가한 비싼 것보다 기본 보습 기능에 충실한 적당한 가격의 화장품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화장품의 구성 성분 또한 비슷비슷한 만큼 기본적인 제품들만 써도 충분하다.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에 넘어가 종류별로 잔뜩 갖춰놓고 쓴다고 해서 피부가 더 좋아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과유불급은 피부에도 통하는 얘기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아무리 얘기해줘도 변하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사교육 뿐만 아니라 화장품에도 불안마케팅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피부 보습과 함께 저자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화장품은 바로 자외선차단제다. 비타민C 주사를 맞거나 화장품으로 미백이나 주름 관리를 하기보다 자외선을 차단해 멜라닌 색소침착과 피부노화를 방지해주는 자외선차단제가 더 효과적이란다. 화장품 경찰관을 자칭하는 폴라 비가운은 자신의 책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에서 아이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눈가 주름에 더 효과적이라며 자외선차단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시작이자 기미 주근깨 같은 색소침착의 원인인 만큼 자외선 차단은 피부 보습과 함께 가장 중요한 피부관리라 할 수 있다. 또한 피부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것만큼 가격 대비 고효율의 효과를 내는 관리도 없다는 점이 저자가 이책 전반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강조하는 이유다. 

  피부과 의사의 솔직한 피부이야기를 담은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는 피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그동안 잘못 알려진 피부 상식을 다시 설명해주기도 하고, 여드름 기미 주근째는 물론 아토피 알레르기 안면홍조 같은 여러 피부 질환, 그리고 탈모, 제모, 레이저치료 등 피부과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궁금증에 대한 설명도 함께 담고 있다. 모든 설명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피부나 피부과에 관련해 궁금했던 것들을 나름 해소할 수 있어 재밌었다. 특히 피부과에 가면 자주 권유받게 되는 이런저런 고가의 피부관리에 대해서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하고 지적한 부분은 속이 다 시원했다. 물론 여드름 흉터 같은 경우엔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고가의 관리보다는 피부과의 약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책을 통해 그동안 없애야만 했던 대상으로 여겨졌던 각질층의 기능과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됐다. 각질층을 벗겨내는 게 능사가 아니며 각질층의 보습관리에 따라 피부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롭게 배웠다. 


  처음에 말했듯이 피부는 타고난다. 그렇지만 지금보다 좋은 피부를 갖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세 끼 식사를 제 시간에 챙겨 먹는 것, 하루 한 시간 운동을 하고 야외활동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다른 부수적인 피부과 치료법이나 처지법이 많겠지만, 저자는 이 4가지가 젊은 피부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고보면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기본이다.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일단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고가의 화장품과 피부 관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가격대비 큰 효과는 아니지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되고 자기 위안을 얻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용 만큼의 큰 효과를 기대한다면 그건 '헛돈'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는 피부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비교적 솔직하고 시원스레 털어놓는 덕분에 가독력이 좋다. 피부과 전문의인 함익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잘 하기도 했지만,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공동저자 옥지윤의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문장도 좋다. 평소 피부에 대한 관심이 많고 피부과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던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방송 유명세에 기대지 않더라도 가볍게 술술 읽으면서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괜찮은 피부미용 실용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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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풀링 - 하루 한 번 가글링으로 온몸의 독소가 빠진다
브루스 피페 지음, 엄성수 옮김, 전홍준 감수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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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유명 연예인들의 언급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던 해독법인 오일 풀링(Oil Pulling). 넘쳐나는 경험담과 그 다양한 효과에 귀가 솔깃해지긴 했지만 조금 미심쩍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동안 귓등으로 흘려 넘겼었다. 그런데 얼마 전 입호흡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책 <입으로 숨쉬지 마라>를 읽으면서 입안 세균의 위험성을 알게 됐고, 그런 입안 세균들을 없애준다는 오일 풀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브루스 파이프의 <오일 풀링>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타고 내 손에 쥐여졌다.

  오일 풀링은 대략 27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인도의 아유르베다의학에서 시작된 해독법이다. 아유르베다의학은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한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과 비슷한데, 아유르베다의학이 세계적으로 훨씬 더 인정을 받고 있는 대체의학이란다. 그러니 일부의 주장처럼 오일 풀링은 근거 없는 민간요법은 아닌 셈이다. 오일풀링의 효과를 밝혔던 최초의 논문은 동료 과학자들의 냉대속에 발표와 동시에 묻힐 뻔 했지만 아유르베다의학의 시작점인 인도의 작은 지역신문에 실리게 되었고, 우연히 그 기사를 보고 직접 오일 풀링을 실천해 큰 효과를 보았던 한 인도인 부부가 열렬히 주변에 알린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단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오일풀링의 효과를 의심하던 저자는 의학계 종사자로서 그것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불순한 의도로 오일풀링을 시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막상 오일풀링을 시작하면서 30년간 자신을 괴롭히던 만성피부염이 낫는가 하면 심한 비듬이 사라지고 20년간 붙어있던 사마귀가 없어지는 등 자신의 오래된 병이 실제로 치유되는 걸 경험하면서 오일풀링에 대한 의심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 책 <오일 풀링>에서 보듯이 지금의 그는 오일풀링 예찬자가 되었다.


  이책에 실린 오일 풀링 경험자의 다양한 경험담은 질병의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읽다 보면 세상에 없는 최고의 만병통치 치유법처럼 느껴질 정도다. 입안 세균과 독소를 없에는 오일풀링으로 입냄새, 구내염 같은 잇몸질환, 치아미백 등에 효과를 봤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모두 입안의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장질환, 관절염, 폐질환, 임신 합병증, 위장병, 골다공증, 당뇨병, 신경계질환, 감염과 만성질환, 만성피로, 생리통, 불면증 등이 좋아졌다니, 이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려 해도 뭔가 많이 생뚱맞은 느낌이다. 입안 세균과 관절염이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오일풀링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병소감염이 등장한다. 먼저 읽었던 책 <입으로 숨쉬지 마라>에서 처음 접했던 병소감염에 대해 이책은 더 자세하게 다룬다. 오일풀링에 대한 책인 만큼 입안 세균에 한해 병소감염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입안에 있을 때는 별 문제 없던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몸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만성질환 역시 병소감염으로 설명된다. 그렇기에 수많은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입안의 세균과 독소를 먼저 제거하는 것이 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일 풀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이려고 저자가 많이 노력한다는 감수자의 말처럼 이책의 저자는 오일 풀링의 수많은 경험담과 각종 과학적 근거를 끊임없이 나온다. 대체의학에 대한 의심으로 오일풀링을 시작했다가 직접 효과를 체험한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 다른 의학관련자들도 납득시키려는 듯 오일 풀링의 오해와 진실을 의학적 정보를 근거로 열심히 쏟아낸다. 그로 인해 의심의 눈길은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경험담과 넘쳐나는 의학 정보들에 조금 지치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연이어 읽은 저자의 다른 책 <코코넛 오일의 기적>도 비슷한 걸 보면 아마 작가의 스타일인 듯;) 물론 병소감염에 대한 내용은 나름 새롭고 흥미로웠지만 말이다.






  가장 궁금했던 올바른 오일풀링 방법은 대체 언제쯤 나오려나 목이 빠지려던 찰나, 드디어! 5장 오일풀링 실전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먼저 오일 풀링의 원리는 간단하다. 입안의 미생물들은 대부분 단세포 미생물로 지방막이나 지방질로 덮여 있는 까닭에 기름을 입안에 머금고 이리저리 굴려주면 입속 구석구석에 살고 있던 미생물의 지방막이 오일에 들러붙고 흡착되어 기름에 섞이게 된다. 기름은 기름끼리 섞이는 원리인 셈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일에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타 미생물들은 물론 그것들의 식량이 되는 음식 찌꺼기들도 빨려 나온다. 이름처럼 오일로 그것들이 뽑혀나오는(pulling) 셈이다. 오일 풀링 기름을 삼키지 말고 반드시 뱉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 오일과 섞이는 침은 특정 미생물에 맞서 싸우거나 pH 수치의 균형에 도움을 준단다.

  저자가 오일풀링을 예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된 수많은, 때로는 너무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는 여러 다양한 효과들을 해독법임에도 오일풀링의 방법은 너무나 쉽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건 나 같은 귀차니스트에게는 엄청난 장점이다. 오일풀링의 방법은 한마디로 '식물성 기름을 한 숟가락 정도 입안에 머금은 채 20분 동안 입안을 골고루 굴리다가 뱉은 뒤 물로 입안을 잘 헹궈준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간단한 문장만으로는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저자는 두세 장에 걸쳐 그런 궁금증을 대부분 해소시켜 준다.

  먼저 기름은 반드시 냉압착한 식물성 오일을 사용하되 해바라기씨유, 참기름, 올리브유나 카놀라유까지 그 종류는 뭐든 상관없다. 양은 한 숟가락을 기준으로 각자에 맞춰 가감하면 되는데, 저자는 분비되는 침을 고려해 적정 오일량으로 두 티스푼 정도를 권한다. 오일 가글링은 이와 잇몸 사이, 입안 구석구석 전체에 닿게끔 빨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열심히 굴려준다. 그냥 기름을 입안에 머금고만 있으면 세균이 빨려나오지 않는다. 말짱 도루묵이다.

  오일 풀링 적정 시간은 보통 15~20분 정도를 추천하는데, 저자는 오래 할수록 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할 수 있다면 20분 이상 더 길게 해주면 좋다는 얘기다. 다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10분만 하더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혹시 매스껍거나 구역질이 나서 중간에 오일을 뱉었다면 다시 오일을 머금고 20분을 마저 채우면 된다. 오일 풀링을 하고 난 기름은 싱크대나 세면대, 변기에 뱉으면 배수관이 막힐 수도 있으니 가급적 쓰레기통이나 비닐봉지에 뱉는 것이 좋고, 뱉어낸 다음에는 입안에 오일이 남아있지 않게 물로 깨끗하게 여러 번 헹궈 내야 한다.

  오일풀링의 적정 시간대는 하루 중 언제 해도 상관없지만, 적어도 하루 한 번 아침 식사 전에는 꼭 하면 좋다. 자는 동안에는 입안의 침분비가 줄어들어 세균 활동이 활발해지는 까닭에 아침 입안 세균수가 하루 중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후보다 식전에 입안 세균수가 많으므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입안의 세균들을 삼키고 싶지 않다면 식전 공복상태일 때 오일풀링으로 세균들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에 따라 명현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는 며칠이 지나면 사라지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일 풀링을 할 때 가장 주의할 건 오일을 삼키면 안 된다는 점이다. 오일 풀링의 목적이 입안의 세균과 독소를 뽑아내어 해독하는 것인 만큼 그런 오일을 삼켜서 좋을 게 없다. 그러니 오일을 입안 깊숙이 넣고 가글링 하는 건 피하자. 자칫 일부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구역질이나 위 속 음식까지 다 토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더불어 이는 오일풀링이 부작용으로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흡입성 폐렴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아주 일부의 오일을 삼킨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부작용 기사를 읽고 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해독하려다 오히려 병에 걸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미리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오일풀링 관련 기사를 읽다 입안에 상처가 있을 때는 오일풀링을 중지하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입안에 한참 감염이 진행 중이라거나 다른 심각한 건강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하루에 두세 번 또는 그 이상 오일 풀링을 해주면 치유 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또한 Q&A코너를 통해 막 치아를 뽑고 난 다음(이 경우엔 3~4일 정도 잇몸이 치유되길 기다렸다가)을 제외하면 오일풀링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다. 입안 상처가 있을 때의 오일풀링 여부에 대해 어느 것이 사실인지 헷갈린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도 바로 오일풀링을 시작했다. <입으로 숨쉬지 마라> 책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잘 때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자는 까닭에 아침이면 입안이 바싹 말라 건조하다. 입안 세균이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일 한 숟가락을 입에 머금는다. 내 경우엔 밥숟가락으로 가득하기엔 양이 많아서 약간 덜 채운 4/5 정도?의 기름을 쓰고 있다. 저자의 권유대로 20분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고 여건이 되면 조금 더 길게 하기도 한다. 물론 바쁠 땐 짧게 하거나 건너뛰기도 한다. 오일을 입안에서 굴리는 것 정도쯤이야 했는데, 의외로 입안 구석구석 굴리면서 이와 잇몸 사이로 빨아들이고 밀고 당기는데 안 쓰던 입근육을 많이 쓰는지 조금 힘들었다.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오일을 조금이라도 삼킬까봐 (흡입성 폐렴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 부분이 가장 조심스러웠다. 저자는 괜찮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부분이 사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오일풀링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불편함도 생겼다. 일단 20분 동안 오일풀링을 하고 물로 여러 번 헹굼을 하다 보면 족히 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아침에 일어나서 음식을 먹기까지 적잖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나름 힘들다면 힘든 점이다. 아침 시간이 가장 부족한 직장인의 경우 오일풀링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것들을 하는데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듯하다. 또한 오일 풀링 후 입안에 잔여물을 남기지 않으려 입속 깊은 곳까지 다 씻어내려 하다보니 그 부작용으로 목도 좀 따갑다. 오일을 굴리는 동안 침이 섞이면서 유화제 역할을 한다니 조금 찜찜함이 남더라도 입헹굼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려 하고 있다. 오일풀링한 기름은 세면대에 뱉지 말라고 해서 따로 비닐을 마련했는데, 흠흠~ 이건 미관상 별로다. 혼자 살림이라 쓰레기봉투를 자주 버리는 것도 아니어서 이 부분도 고민이다. 참, 오일풀링을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 갑자기 너무너무 피곤해서 힘들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명현현상이었나 보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증세가 모두 사라졌다.

이런 약간의 (개인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일풀링을 하고 나면 입안이 상쾌하다. 양치만으로는 뭔가 찜찜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졌다. 더불어 칫솔질로도 말끔하게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던 치태가 오일풀링을 하면서 눈에 띄게 사라졌다. 아주아주아주~ 미세하게나마 치아색이 밝아진 것 같기도 하다. 이제 한달 정도 된지라 이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경험담처럼 극적인 효과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입안이 개운해진 것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럽다. 하루 20분(아침 저녁으로 하는 내 경우엔 40분)의 투자로 입속 건강만이라도 챙긴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른 건 몰라도 입냄새나 구내염 같은 잇몸질환 등 입속 건강으로 고민이라면 오일풀링으로 나름 효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아참, 오일 풀링을 했더라도 칫솔질은 따로 해주는 게 좋다는 것이 저자의 답변이다.


  브루스 파이프의 <오일 풀링>은 너무 많은 사례와 근거 제시로 어느 순간 책을 읽는 독자를 살짝 지치게 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던 오일풀링에 대해 체계적으로 자세하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오일풀링의 기원부터 경험담과 의학적 근거는 물론 기본 원리와 효과, 올바른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어 이책 한 권이면 오일 풀링에 대한 웬만한 지식은 습득이 가능하다. 각 꼭지마다 끝머리에 나오는 Q&A는 오일풀링에 대한 실질적인 의문에 대한 답들이 많아서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오일풀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이책을 골랐다면 적절한 선택인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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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숨쉬지 마라 - 비염 천식 아토피 완치법
이마이 가즈아키, 오카자키 요시히데 지음, 박재현 옮김 / 이상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나면 입 안이 건조해서 목이 따갑곤 했다. 건조한 만큼 혀에 백태가 생기기도 했다. 혹시 구강건조증인가 의심이 들었지만 별다른 해결법을 찾지 못했다. 때론 혀가 늘어진 듯해 아프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면역 관련 책을 읽다가 그전까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던 입호흡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공기 중 미세먼지나 세균 등을 코털로 걸러내는 코호흡에 비해 입호흡은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그것을, 부끄럽지만 얼마 전에야 깨닫게 된 셈이다. (언니에게 말했더니 당연한 소리 한다고 타박받았다. ㅜㅜ) 허나 모르긴 해도 아마 나 같은 이들이 아직도 적지 않을 듯하다. 

  입호흡의 문제점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어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이책 <입으로 숨쉬지 마라>를 찾았다.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검색으로 찾아 읽은 블로그 리뷰 내용도 나쁘지 않았는데,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적어도 입호흡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대부분 해결해줬고, 더불에 입호흡의 위험성과 관련 질환 그리고 해결책까지 (나름 속시원하게) 제시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책은 '아이우베 체조'를 개발하고 입호흡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이마이 가즈아키를 주축으로 치과의인 오카자키 요시히데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입호흡에 대한 치과 전문의의 의견을 더했다. 


  코호흡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털로 미세먼지나 세균을 걸러내는 것은 물론 콧속의 많은 모세혈관이 차가운 공기를 데워 체온과 비슷하게 올려 주고, 숨을 내쉴 때도 수분 증발을 최소화해 습도를 보존한다. 이러한 코호흡의 작용은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약한 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이와는 달리 입호흡의 들숨은 미세먼지나 세균을 거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차가운 공기를 그대로 폐로 전달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입으로 내쉬는 날숨 역시 입 속의 수분을 빼앗겨 구강 점막이 건조하게 만들어 면역력에 영향을 미친다. 코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가 폐에 다다르기 전에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치는 지 (특히 온도나 습도까지 조절하는 지는) 이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입호흡이 왜 나쁜지도 마찬가지고. 앎의 기쁨은 동시에 그동안의 나의 무지를 더욱 선명하게 인지시켜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입으로 숨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코감기가 걸려 숨쉬기가 힘들 때면 몰라도 평소에 입호흡을 할 일이 뭐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스스로를 관찰해보니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때로는 자주자주 입으로 숨을 쉬는 걸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놀라웠다. 그동안 입호흡을 의식하지 못한 게 더 신기했다. 엄마에게 여쭤보니 밤에 잘 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입을 살짝 벌린 채 자더란다. 위에서 언급한 입호흡의 단점을 떠올려볼 때 아침에 입 안이 건조하고 목이 따가운 건 명백하게 입호흡 때문이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입호흡을 하는 걸까. 왜 입을 벌리고 자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은 혀에 있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을 때 혀의 위치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이때 혀끝이 입천장이나 최소한 윗니 안쪽에 닿는다면 괜찮다. 문제는 혀끝이 아랫니 안쪽에 닿는 이들이다. 이는 혀근육이 원래 있어야 할 제 위치에 있지 못하고 처진 것으로, 밑으로 처진 혀가 아랫니를 밀게 되고 이로 인해 아랫입술이 벌어져 자연스레 입호흡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슬프게도 내 혀끝은 아랫니의 안쪽에 닿아 있었다. 저자의 얘기처럼 입이 아주 쉽게 벌어졌다. 잘 때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때때로 혀가 피곤하거나 통증이 느껴지던 게 모두 혀 근육이 힘을 잃고 처져서 생기는 문제였던 거다. 반면 혀끝이 입천장 쪽으로 올라가면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책을 보면서 따라했는데 신기했다. 혀끝이 닿는 위치가 이렇게 큰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니 놀랍기도 하고.

  입호흡의 폐해와 함께 그 원인을 알았으니 치료법이 알고 싶어지는 건 당연지사. 저자는 쉽고 심지어 돈도 안 드는 간단한 해결법을 알려준다. 그건 바로 혀 근육을 의식적으로 단련하는 '아이우베 체조'다. 저자가 개발했다는 아이우베 체조는 이름처럼 입모양을 순서대로 '아-이-우-베'로 만드는 입근육 운동인데, 이때 마지막 '베'에서는 혀를 내밀면서 혀끝을 아래턱까지 길게 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우베 체조'는 하루 30회 정도 하는 것을 권하는데, 무리해서 한번에 하기보다는 하루 3번 10회씩 나눠서 하는 걸 추천한다. 아무 곳이나 상관없지만 입속 수분을 뺏길 염려가 없는 습도가 높은 화장실이 최적의 장소란다. 처음엔 이 정도 운동으로 치료가 될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효과가 있다. 실제로 아이우베 체조를 하면 밑으로 처졌던 혀끝이 제자리를 찾아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아랫니 안쪽에 닿아있던 혀끝이 바로 입천장으로 올라간다. (물론 꾸준하게 운동하지 않으면 혀끝은 다시 처진다)






  <입으로 숨쉬지 마라>는 앞서 살펴본 입호흡의 문제점과 원인, 해결법 외에도 입호흡에 대한 여러 지식과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어 내내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비염 천식 아토피 등 입호흡이 일으킬 수 있는 질병들에 대한 내용은 입호흡의 해로움을 다시금 깨닫게 했는데, 특히 병소감염 설명을 통해 입안의 세균들이 얼마나 많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놀란 나는 바로 입안 세균을 제거한다는 <오일풀링> 책을 찾아 읽었다. 그책에도 병소감염 개념이 길게 나온다) 눕는 자세에 따라 얼굴이 삐뚤어진다거나 질병마다 풍기는 냄새가 있다는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건강한 호흡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코호흡을 뜻한다. 호흡 기관은 입이 아니라 코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알게 또는 모르게 하던 입호흡을 차단하는 게 중요한데, 이책에서도 그에 대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요즘 나의 고민인 만큼 잘 때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이 제일 궁금했는데, 저자의 처방은 의외로 간단했다. 입에 테이프를 붙이라는 거다. 헉! 명쾌하지만 조금 망설여지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이때 테이프는 수술용테이프 사용을 권하는데, 급한대로 마스킹테이프를 붙여봤는데 뗄 때 피부가 따갑다. 진짜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잘 거라면 약국에서 수술용테이프를 사서 쓰자.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비슷한 해법으로 물에 축인 마스크를 끼되 코 밑으로 착용해 입만 가리고 자는 방법이 있다. 


  이책을 읽은 뒤 의식적으로 입호흡을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 결과 그동안 나도 모르는 입호흡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실감나게 느끼고 있다. 걸을 때, 말할 때, 심지어 멍 때릴 때 등 미처 내가 몰랐던 상황에서도 수시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는 입호흡을 하고 있었다. 입호흡 대신 코호흡을 하려고 나름 애쓰고 있는데, 그러다 얼마 전 코호흡만으로 산을 오르다 머리가 아파 중간에 내려와야 했다. (산을 잘 타는 내 친구는 코호흡만으론 산을 타다뉘!라며 나무랐다) 등산 역시 달리기처럼 숨이 차오를 때는 어쩔 수 없이 궁여지책으로 입호흡도 필요한 것 같다. 허나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의 입호흡은 피해야 할 대상이다.

  이렇듯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입호흡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입을 닫는 것이다. 입을 열지 않으면 입호흡 자체를 할 수가 없으니까. 저자의 해법은 역시 명쾌하다. 그렇다고 아예 말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자연히 입호흡이 많아진다) 평상 시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쉬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자는 말이다. (앞니의 돌출로 입이 잘 안 다물어진다는 개그맨 유재석이나 김영철은 어쩌라고!) 더불어 이책의 저자가 강추하는 '아이우베 체조'로 혀근육을 단련시키는 것도 입호흡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쉽고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고 돈도 안 드는데 효과는 최고니 진심 추천할 만하다. 

  면역은 입에서 시작된다. 우리 입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균과 바이러스가 공존하고 있고, 언제든 틈만 나면 문제를 일으킬 준비를 갖추고 있다. 입안에서는 얌전하던 녀석이 몸속에서는 치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런 여지를 제공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입호흡이다. 심지어 입호흡은 이물질도 걸러내지 못하고 차고 건조한 공기를 그대로 들이마셔 폐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목숨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숨, 즉 호흡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생명 활동이다. 코호흡이 중요한 이유다. <입으로 숨쉬지 마라>는 이렇게 중요한 숨쉬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입호흡의 문제점 및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나처럼 입호흡에 대해 알고 싶거나 그 해결법을 고민중이라면 이책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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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 피부노화, 피부 트러블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피부단식 뿐이다
히라노 교코 지음, 정은미 옮김, 야자와 요시후미 감수 / 전나무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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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우연히 봤던 기사의 책추천 꼭지를 통해서였다. 화장품을 끊은 것을 '피부 단식'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라 한번 읽어봐야지 했다가 내내 까먹고 었었는데, 얼마 전 노푸 도전과 함께 계면활성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문득 화장품이, 그리고 이책이 떠올랐다. 우츠키 박사의 <물로만 머리 감기>에 이어 히라노 교코의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펼쳐 읽게 된 이유다. 

  히라노 교코의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읽기 시작하면서 우선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책제목의 '단식'이 일정 기간 화장품을 멀리하는 간헐적 단식이 아니라 완전히 화장품에 안녕을 고함을 의미한다는 것이었고(화장품을 아예 바르지 않는다고?), 또 다른 하나는 저자가 작별을 선언한 그 화장품이란 것이 흔히 피부에 안 좋다고 여겨지던 '색조화장품'이 아니라 건강한 피부를 위해 평소에도 꼭꼭 챙겨서 발라주어야만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초화장품'이라는 거였다. 둘 다 생각지 못한 것이었지만 내겐 후자가 더 충격이었다. 머리 감기에 샴푸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과 맞먹을 정도랄까. 

  앞서 두 가지에 비해서는 좀 약하지만 하나를 더 꼽자면, 이건 우츠키 박사의 <물로만 머리 감기>에서 이미 알게 된 내용이었지만, 생각 이상의 유화제의 활약(?)이었다. 이책에 따르면 화장품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기능성 성분들이 피부로 흡수되려면 먼저 유화제(계면활성제)가 피부의 장벽을 파괴하는 과정이 선행된다. 피부를 좋아지게 하는 성분을 흡수시키기 위해 건강한 피부의 장벽을 파괴한다니 그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지금의 화장품들이 하는 역할이 그렇단다. 그동안 화장품에 포함된 기능성 성분들은 피부에 흡수되기엔 입자가 커서 그냥 광고용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화제 덕분에 피부 장벽을 뚫고 흡수가 되긴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물론 멀쩡한 피부에 상처를 낸 다음 약을 발라주는 꼴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책을 읽다 보니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저자와 비슷한 화장품 단식을, 그것도 여러 번 시도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의 피부 단식은 보통 화장품 바르는 것 자체가 부담인 여름에 자연스레 시작됐다. 건조함 따윈 느낄 수 없는 높은 습도와 자연 보습인자를 내포한 땀이 줄줄 흐르는 계절이라 크게 티는 안 났지만, 기초화장품을 멀리 할수록 군데군데 각질이 올라왔고 곳곳에 화이트헤드를 품은 좁쌀여드름이 치솟았다. 나름 매끈하던 피부는 어느 순간 귤껍질처럼 우둘투둘해졌다. 축축하던 여름이 가고 건조한 겨울이 되면 그 정도는 더 심해져 피부가 따갑기도 하다. 이 지경이 되면 그간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뒤늦게 피부 관리에 돌입하곤 했다. 그땐 정말 몰랐었다. 그게 피부 단식 초기에 겪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 순간을 잘 버텨냈다면 지금쯤 저자처럼 화장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도. 무엇보다 기초화장품을 멀리한 것이 실은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반성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내 피부 트러블을 달고 살았던 탓에 나는 비교적 피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높은 관심에 비해 게으르고 가난해서 화장품이나 피부관리에 큰 돈을 쓴 적은 없다(결과적으론 잘한 일이다). 그러다 DIY 천연화장품을 배우게 됐고,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DIY 천연화장품으로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솔직히 그건 아니었다. 내 피부는 내장기관의 컨디션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평소 위장장애에 수면부족까지 달고 살았으니 획기적인 변화를 바라는 게 오히려 염치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는데, 우선 피부가 한결 편안해졌다. 피부에 맞는 재료로 만들다 보니 예전처럼 화장품의 끈적임을 참지 않아도 됐고, 스킨-로션-크림(또는 에센스, 아이크림까지)로 이어지는 과정을 스킨-로션(또는 크림)의 2단계로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틈틈이 올라오던 콧방울의 블랙헤드랑은 영원히 안녕을 고했고, 예전처럼 아이크림 에센스 등을 바르지 않아도 잔주름이 더 늘지 않았다. 한의원 치료로 내장기관 관리까지 겸했더니 효과가 더 좋았다. (이제 잠만 푹 자면 된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침이나 밤마다 뭔가를 얼굴에 바르는 건 귀찮다. 


  예전부터 비싸든 싸든 화장품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관련 책들을 읽어보니 사실이 그러했다. 몇몇 특징적인 기능성 성분과 브랜드의 힘, 광고와 포장이 화장품 가격을 결정한다. 화장품 성분을 공부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이 로션과 크림의 차이였는데, 둘의 근본적인 차이는, 놀랍게도, 단지 유분(기름)과 유화제(계면활성제)의 비중 뿐이었다. 로션에서 유분량을 적적량 늘리면 크림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기름이 늘어나면 그만큼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유화제의 양도 늘어난다는 거다. 그렇기에 유분 함량이 많은 크림은 로션보다 계면활성제의 양도 더 많다. (나는 유화제의 양이 오일량을 기본으로 가감된다고 배웠고 그동안 내가 읽은 책에도 그렇게 나와있지만, 이책의 저자는 반대로 수분의 양에 따라 유화제 양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수분양이 많은 로션에 크림보다 더 많은 유화제가 들어간다는 거다. 누구 말이 맞고 틀린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제껏 화장품을 만들 때 유분 함량을 기준으로 유화제의 양을 계량했다.) 

  고가의 아이크림도 알고 보면 몇몇 기능성 성분을 제외하곤 크게 다르지 않다. 에센스는 종류에 따라 스킨에 가깝기도 하고 로션에 가까운 것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제껏 로션, 크림, 아이크림, 또는 에센스라는 다른 이름을 달았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성분의 화장품을 피부에 이중삼중으로 덧바르고 있었던 것이다. 중복되는 화장품의 개수만큼 우리 지갑은 날씬해졌겠지. 반대로 피부는 화장품의 무게에 눌려 점점 처졌을테고 넘쳐나는 기름 성분에 피부 본연의 피지 분비 활동은 점점 줄어들었겠지. 종종 들리던, 외국에서는 로션이나 크림 중 한 가지만 바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나라처럼 기초화장품 개수가 많은 나라는 흔치 않다는 말은 실제로 농담이 아니었다. 그말인즉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이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잘 먹혀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책의 저자 히라노 교코는 우연히 접한 기사와 책을 통해 그동안 써왔던 화장품의 폐해를 알게 된다. 그리고 직접 피부 단식을 실천해 보기로 한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는 이렇게 시작된 저자의 피부 단식 과정을 시작부터 책을 낼 때까지 2년 여 동안의 피부 변화들을 기간별로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화장품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평범한 중년 여성이 피부 단식을 하면서 화장품과 피부의 기능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 그런지 읽는 동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그동안 별다른 의심없이 써왔던 화장품을 모두 끊음과 동시에 변하는 피부 상태를 목격하면서 피어오르는 걱정과 앞으로 계속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이 나올 때면 다른 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음에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번역가인 오십대 중반의 여성이기에 피부 단식으로의 도전이 비교적 쉽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모든 화장품을 끊은 뒤 하얗게 피어오르는 각질을 주렁주렁 매달로 직장생활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은 젊은 여성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예쁨을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화장품 단식을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올라오는 트러블로 고생하는 나와 달리, 원래 타고난 피부가 좋다는 저자는 심지어 피부 단식 과정에서 가끔 올라오는 여드름 정도 외에 큰 트러블은 겪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내 피부가 그 정도만 되어도 각질은 어느 정도 감내하고 피부 단식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흑흑) 


  젊을 때부터 피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온 저자이지만 그녀 역시 피부 단식을 시작하면서 모든 화장품을 끊자 얼굴이 당기기도 하고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다. 그간 화장품으로 인한 독이 빠지고 본연의 피부 장벽이 살아나는 과정이란다. 동시에 화장품을 발랐을 때의 그 촉촉함이나 얼굴의 윤기도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처음엔 당기고 힘들어 하던 피부의 장벽이 살아나면서 당김은 사라지고 하얗게 일어나던 각질들도 점차 줄어든다. 피부가 많이 당기거나 따가울 때는 우츠키 박사의 피부 요법을 따르는 병원을 다니는 저자 역시 백색 바셀린을 권한다. 바셀린을 면봉에 아주 약간만 떠서 손가락으로 비빈 뒤 얼굴에 발라주면 얇은 막을 형성해 보습을 도와준단다. 중요한 점은 바셀린은 화장품과 달리 피부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츠키 박사가 백색 바셀린만을 허락한 이유 또한 그것이다. 아참, 화장품의 가장 큰 문제를 계면활성제라고 지적하기에 그럼 요즘 많이 쓰는 천연식물성 페이스오일은 괜찮지 않나 생각했는데, 저자는 오일 역시 산화하기에 좋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표한다. 결론은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 

  피부가 당기기도 하고 얼굴에 각질을 달고 다니는 등 나름의 '사서 고생'을 할 만큼 피부 단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이책을 읽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일 거다. 그건 바로 피부의 변화다. 화장품단식 후 여전히 약간의 각질이 있지만 세안 후 예전처럼 피부가 당기지 않는다, 안색이 밝아졌다, 팔자주름과 잔주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피부 처짐이 개선되어 턱선이 살아나고 얼굴이 작아져 예전보다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등 그녀가 말하는 피부단식 후의 변화들은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이것들은 모두 여러 화장품들이 광고해대던 궁극적인 효과들이 아닌가 말이다. 아무것도 안 바르고도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굳이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화장품을 바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좋은 피부'의 상징인 촉촉한 피부 윤기의 아름다움은 포기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씻고 난 뒤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유가 가장 부러웠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읽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색조화장품보다 기초화장품이 더 피부에 안 좋다는 점이라는 얘기를 앞서 했는데, 그것만큼 놀라웠던 게 이책의 저자는 기초 화장은 하지 않으면서 색조화장은 가끔씩 한다는 점이다. 보통 색조화장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기초화장을 탄탄하게 하라고 배웠는데 기초 화장 없이 색조화장을 한다니! 이것 역시 기존의 내 상식을 뒤집는 얘기였다. 물론 색조화장 역시 우리가 보통 알고 있던 점이랑은 다른 점이 많다. 화장은 안 해도 꼭 발라야 한다는 썬크림의 상식에 대해 저자는 부정적이다. 오랜 야외활동이 있을 때를 제외한 보통의 일상에선 굳이 썬크림을 바를 필요가 없다는 거다. 대신 모자 선글라스 양산 등으로 햇빛을 차단하길 추천한다. 더불어 파우더 정도만 발라도 빛의 산란효과로 어느 정도의 빛차단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피부 화장 역시 피부에 흡수가 잘 되는 리퀴드 타입의 파운데이션 대신 잘 씻겨나가는 파우더 타입을 권장한다. 그외 눈이나 입술 등 포인트 메이크업은 바셀린을 활용해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는 클렌징 화장품의 카피는 우리에게 어느새 진리가 되어 있다. 그래서 당연히 클렌징은 꼼꼼하게 완벽하게 남김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로 화장을 지울 때 이중세안은 당연한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속의 클렌징은 그런 상식을 비웃는다. 우선 색조화장 자체를 위의 방법으로 하면 클렌징도 달라진다. 순비누를 잘 거품내어 파우더를 씻어내고 물로 잘 헹궈내면 끝이다. 눈이나 입술 등의 포인트 색조화장의 경우 바셀린을 활용해 닦아낸다. 이중세안을 해오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뭔가 덜 씻긴 것 같이 찜찜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조금 덜 씻어내도 괜찮다고, 화장이 남아 있더라도 각질 탈락과 함께 제거가 될 거라고 말한다. (물론 각질 탈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건강한 피부라는 전제가 있지만) 이것 역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말 생각도 못한 얘기들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 맞는 얘기였다. 다만 잦은 색조화장으로 인해 피부 착색은 어찌 설명할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피부의 각질들이 탈락하기도 전에 연타로 화장품을 덧칠해서 그런 건가 혼자 추측만 해볼 뿐이다. 





  여러가지 난관을 겪어야 함에도 그보다 더 큰 장점들이 있기에 지금도 여전히 피부단식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이란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는 않기에 도전은 했지만 포기하거나 적당히 타협을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좁쌀여드름에 피부를 잠식당하고 가끔 찢어질 것 같은 따가움 등 때문에, 완전한 화장품 단식을 하고 싶지만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화장품 개수를 줄이고 계면활성제를 멀리하는 방향으로 적정선에서 합의를 봤다. 피부 단식을 하진 못하더라도 이책을, 또는 이글을(너무 길어서 누가 다 읽을진 모르겠지만;) 읽는 이들아라면 우선 화장품 다이어트부터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앞서 말했듯 로션, 크림, 에센스, 아이크림 등은 기본 성분은 거의 비슷하니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로 줄인다. 스킨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무방하다. 다만 스킨만 쓴다면 스킨의 수분이 피부의 수분까지 뺏어서 증발해버려 더 건조해질 수 있으니 스킨에 적정량의 페이스오일을 섞어 쓰는 방법을 추천한다. (얼마전 만능스킨이라는 이름으로 티비에 방송되기도 했다) 그러면 수분에 오일이 막을 씌워 수분 증발을 막아주어 보습 효과가 있다. 미스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화장품은 배제하고 페이스오일로 요즘 각광받는 코코넛오일이나 올리브 오일만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나 역시 전에 겨울에 오일만 발라봤다가 피부가 찢어질 것처럼 따가워서 포기했는데, 이번에 좁쌀여드름으로 완전한 피부단식은 포기하는 대신 코코넛오일만 소량씩 바르고 있다. 가을이라 그런지 아직은 괜찮고 이대로 적응하면 어쩌면 겨울도 잘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최대한 계면활성제는 안 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클렌징 역시 계면활성제를 피하려고 하니 전에 보았던 아이리무버가 생각났다. 유층과 수층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사용 전 흔들어서 섞어 제품이었는데, 유화제 대신 물리적 힘으로 물과 기름을 섞는 방법이라 괜찮을 것 같았다. 이것조차 귀찮다면 요즘 내가 쓰는 크렌징 방법도 괜찮다. 먼저 화장솜에 유화제 안 넣은 DIY스킨(만들기 엄청 쉽다!) 또는 그냥 물을 조금 넣고 오일 몇 방울을 떨어뜨린 다음 그걸 이용해 색조화장을 지워낸다. 물과 기름이 모두 있기에 비교적 잘 닦인다. 주의할 건 이때 너무 박박 문지르면 안 된다는 것. 그러면 피부가 상한다. 부드럽게 닦아도 잘 지워진다. 화장솜을 갈아 그렇게 두 번 정도 닦아내면 대부분의 색조화장이 지워진다. 그 다음엔 얼굴에 남아있는 기름 성분을 닦기 위해 클렌징폼을 써도 되지만 나는 밀가루를 푼 물에 세안을 한다(<물로만 머리감기> 리뷰의 방법을 응용함). 그렇게 세안을 마친 다음에는 다시 화장수와 페이스오일을 떨어뜨린 화장솜으로 살살 닦아내고 소량의 코코넛오일로 마무리를 한다. 이책의 저자가 식물성오일의 산화를 걱정했던 점을 고려해 페이스오일은 산화에 강한 포화지방으로 구성된 코코넛오일을 시험삼아 써보고 있다. 쉬는 날엔 아무것도 안 바르고 하루를 보내며 간헐적 피부단식을 한다. 



  노푸와 함께 피부단식 또한 기존의 '당연했던' 상식을 뒤엎는 얘기였다. 그래서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평소 궁금하고 의문스러웠던 것들이 이책들을 통해 조금씩 풀 수 있었다. 이책을 읽고 피부단식에 대해 많이 검색을 해봤고,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이 같은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점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의심없는 당연함을 넘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도전하고 공유하는 이들의 경험이 모여 기존과는 새로운 상식을 만들길 기대해 본다. 그것들은 자본주의의 화려하고 교묘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고 그들로부터 독립되고 인간 본연의 것을 찾아가려는 상식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샴푸든 화장품이든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원래 하던 것이고 그게 편한데 굳이 바꿀 이유를 못 찾겠다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뭔가 불편해서 바꾸고 싶다면 그것들을 거부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맞게 좋은대로 하면 된다. 다만 그 선택 안에 자본주의의 상업논리가 스며들지 않도록 자신의 주관을 잘 지켜나가면 된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의 저자 히라노 교코는 후자를 선택했고, 보통의 일반상식이라 믿는 믿음에 부합하진 않지만 분명 의미있는 목소리를 담은 책이 아닐까 싶다. 화장품을 끊든, 아님 계속 사용하든 현명한 판단을 위해 제대로 아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피부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흥미를 느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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