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 합리적인 의사 함익병의 경제적인 피부 멘토링
함익병.옥지윤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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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사춘기 누구나 여드름을 겪긴 하지만 나는 유난히 여드름에 시달렸다. 사춘기가 지나고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다닐 때도 성인여드름으로 이름이 바뀐 피부트러블이 떠나지 않았다. 위장도 약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이 피부에 그대로 올라왔고, 심지어 보약이라고 먹은 한약 때문에 열이 올라와 얼굴이 뒤집어져 몇 년을 고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병행한 덕분에 지금은 지긋지긋한 성인여드름과 작별을 고했지만 아직도 속이 아프면 뾰루지가 올라와 내장 상태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피부트러블로 고생을 해 온 까닭에 나는 피부 관련 정보에 관심이 많다. 이책을 읽게 된 것도 그런 관심 덕분이다. 나름 고정시청자를 가진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피부과 의사라는 유명세도 무시 못했지만, 그것보다는 현직 피부과 의사로서는 도발적일 수 있는 책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라니, 제목부터가 사이다다. 피부과 진료 및 피부관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참으로 공감가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제목 때문에 이책을 집어든 독자가 분명 나뿐만은 아니리라.


  저자는 처음부터 피부는 타고 나는 거라고, 태어날 때 이미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타고난 좋은 피부를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맥이 빠지는 소리를 한다. 내 주변만 봐도 그말은 맞는 말이다. 별다른 피부 관리를 안 해도 아기 피부 같은 내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관리를 해도 아기 피부 근처도 못 가는 나 같은 피부도 있다. 그럼 모든 것이 유전이니 그냥 포기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잘 관리해 준다면 타고난 좋은 피부는 못 되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절대 좋은 피부를 타고난 사람을 능가하긴 힘드니 현재 자기 피부의 상태를 인정하고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단 얘기다. 관리를 하더라도 비용 대비 만족점을 적절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슬픈 진실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라 첫 단락부터 귀에 쏙쏙 들어왔다.

  전에 천연화장품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화장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충격적인 것은 고가 화장품에서 강조하는 레티놀이나 콜라겐, 캐비아 같은 고기능성 재료들이 고분자 형태라 실제로 피부에 흡수되기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이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피부는 흡수기관이 아니라 방어기관이라 비싼 화장품을 발라도 잠깐의 보습효과 외에 다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기능성 물질을 첨가한 비싼 것보다 기본 보습 기능에 충실한 적당한 가격의 화장품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화장품의 구성 성분 또한 비슷비슷한 만큼 기본적인 제품들만 써도 충분하다.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에 넘어가 종류별로 잔뜩 갖춰놓고 쓴다고 해서 피부가 더 좋아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과유불급은 피부에도 통하는 얘기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아무리 얘기해줘도 변하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사교육 뿐만 아니라 화장품에도 불안마케팅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 


  피부 보습과 함께 저자가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화장품은 바로 자외선차단제다. 비타민C 주사를 맞거나 화장품으로 미백이나 주름 관리를 하기보다 자외선을 차단해 멜라닌 색소침착과 피부노화를 방지해주는 자외선차단제가 더 효과적이란다. 화장품 경찰관을 자칭하는 폴라 비가운은 자신의 책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에서 아이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눈가 주름에 더 효과적이라며 자외선차단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시작이자 기미 주근깨 같은 색소침착의 원인인 만큼 자외선 차단은 피부 보습과 함께 가장 중요한 피부관리라 할 수 있다. 또한 피부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것만큼 가격 대비 고효율의 효과를 내는 관리도 없다는 점이 저자가 이책 전반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강조하는 이유다. 

  피부과 의사의 솔직한 피부이야기를 담은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는 피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그동안 잘못 알려진 피부 상식을 다시 설명해주기도 하고, 여드름 기미 주근째는 물론 아토피 알레르기 안면홍조 같은 여러 피부 질환, 그리고 탈모, 제모, 레이저치료 등 피부과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궁금증에 대한 설명도 함께 담고 있다. 모든 설명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피부나 피부과에 관련해 궁금했던 것들을 나름 해소할 수 있어 재밌었다. 특히 피부과에 가면 자주 권유받게 되는 이런저런 고가의 피부관리에 대해서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하고 지적한 부분은 속이 다 시원했다. 물론 여드름 흉터 같은 경우엔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고가의 관리보다는 피부과의 약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책을 통해 그동안 없애야만 했던 대상으로 여겨졌던 각질층의 기능과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됐다. 각질층을 벗겨내는 게 능사가 아니며 각질층의 보습관리에 따라 피부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롭게 배웠다. 


  처음에 말했듯이 피부는 타고난다. 그렇지만 지금보다 좋은 피부를 갖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세 끼 식사를 제 시간에 챙겨 먹는 것, 하루 한 시간 운동을 하고 야외활동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다른 부수적인 피부과 치료법이나 처지법이 많겠지만, 저자는 이 4가지가 젊은 피부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고보면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기본이다.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일단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고가의 화장품과 피부 관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가격대비 큰 효과는 아니지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되고 자기 위안을 얻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용 만큼의 큰 효과를 기대한다면 그건 '헛돈'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는 피부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비교적 솔직하고 시원스레 털어놓는 덕분에 가독력이 좋다. 피부과 전문의인 함익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잘 하기도 했지만,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공동저자 옥지윤의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문장도 좋다. 평소 피부에 대한 관심이 많고 피부과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있던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방송 유명세에 기대지 않더라도 가볍게 술술 읽으면서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괜찮은 피부미용 실용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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