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 다시 젊어질 수 있다 - 이종호 박사의 그 노안 완전 밝히더라!
이종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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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세상안과 친절 안내서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실망스럽지만, 수술적 치료방법을 중심으로(!!) 노안의 증세나 원인, 치료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담고 있다.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는 게 함정; 노안의 기본 정보와 병원치료 외 나처럼 비수술적 방법의 정보를 기대한 독자라면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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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로푸드 -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레시피
박정아 지음 / 버튼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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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푸드라고 해도 주스나 스무디를 만들어 먹는 정도였는데, 이책에는 그동안 몰랐던 로푸드 디저트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 몇 가지로 스무디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에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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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로푸드 -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레시피
박정아 지음 / 버튼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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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다이어트계를 휩쓸었던(?) 해독주스의 열풍에 살짝 발담그면서 처음으로 디톡스에 관심이 생겼다. 해독 관련 책들을 찾아 읽다가 로푸드를 알게 됐고, 작년부터는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처음엔 냉장고에 있는 채소와 과일을 내맘대로 섞어서 갈아먹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던 것이 있는 반면 버리기 아까워 겨우 마셨던 실패의 조합도 있었다. 그래서 맛있으면서도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 환상의 궁합을 만날 수 있을까 하여 틈틈이 로푸드 관련 요리책을 보고 있다. 요즘은 주스나 스무디는 물론 로푸드 주전부리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이책 <여자라면 로푸드>와의 만남이 더욱 반가웠다.








  이책은 10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블로그에 하루 한 컵 로푸드 스무디를 올리고 이웃들과 공유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총 6주 동안의 스무디와 로푸드 간식의 레시피로 채워져 있는데, 기간을 6주로 정한 것은 저자의 경험 상 몸이 스무디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이 그 정도여서 책도 그렇게 구성했단다. <여자라면 로푸드>는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건조과일칩부터 아몬드밀크 코코넛밀크 그리고 스무디의 기본 조합인 당근사과 스무디 등으로 구성된 로푸드 첫걸음 1주차를 시작으로 로푸드 알아가기, 친해지기, 적응하기, 새로운 도전, 마스터까지 6주 동안 점점 진화해가는 다양한 로푸드 레시피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각 주별 레시피 꼭지의 첫바닥에는 야채, 과일, 냉동으로 구분한 쇼핑리스트가 적혀 있는데, 각 주별 쇼핑리스트를 준비하면 그 주의 레시피들을 대부분 감당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게 참 마음에 들었다. 사실 로푸드 요리책들을 읽다 보면 레시피 목록에 자리잡고 있는 온갖 생소한 재료들 때문에 시도조차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라면 로푸드>의 레시피들은 재료의 종류가 단출하고 대부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스무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집에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대체할 수 있다는 저자의 배려가 느껴진다.  








  책의 앞머리엔 로푸드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 로푸드의 기능과 작용, 재료들의 효능, 주스와 스무디, 로푸드 디저트에 관한 설명, 재료 구입처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본격적인 6주 동안의 로푸드 레시피가 펼쳐진다. 각 주별 레시피는 스무디와 로푸드 디저트로 구성되어 있다. 1주차에는 비교적 거부감이 없는 새콤달콤 맛있는 과일칩과 우유 대신 마실 수 있는 아몬드 밀크 코코넛 밀크와 함께 스무디의 기본인 사과와 당근을 베이스로 한 스무디 레시피를 선보인다. 그리고 단계를 높일수록 당근 사과에 시금치 케일 파인애플 샐러리 양배추 청경채 비트 브로콜리 자몽 오렌지 키위 등 여러 맛과 영양의 채소 과일들이 더해져 보다 다양한 맛과 색감과 영양의 스무디들을 선보인다.

  스무디 이름은 가급적 들어간 재료들의 이름을 모두 넣어서 붙인 까닭에 조금 길어지기도 하는데 자세히 보면 대부분 재료가 3가지를 넘지 않는다. 뭔가 근사한 이름들을 붙여놓은 책들에 비해 자칫 성의없는 이름짓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이름짓기 덕분에 스무디 이름만 봐도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있고 어떤 맛을 낼지 바로 상상이 되어서 더 직관적이라 좋았다.






  우유만 마시면 배가 살살 아픈 유당불내증의 내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로푸드 음료가 바로 아몬드 밀크, 코코넛 밀크다. 아몬드 밀크는 근처 마트에 생아몬드 파는 곳이 없어 아직 시도조차 못해봤는데, 조만간 저자가 알려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해 볼까 한다. 코코넛 밀크는 코코넛 열매를 직접 분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생아몬드 살 때 코코넛 플래이크 구매에도 같이 도전해 볼 예정이다. 그냥 우유를 사먹는 것에 비해 직접 만드는 과정이 조금 번거로울 것 같긴 하지만 직접 만든 만큼 뭔가 보람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하다 궁금해!








  <여자라면 로푸드>에서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다양한 로푸드 디저트들이었다. 그전에 본 책들에도 주스나 스무디 레시피는 많았지만 이책처럼 다양한 로푸드 주전부리 레시피를 만나보진 못했었다. 로푸드로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피자는 물론 치즈케이크, 브라우니, 도넛, 크래커, 시리얼 바에 요거트, 초콜릿까지 만들 수 있다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직접 만들어 보기엔 견과류부터 여러 재료들이 턱없이 부족해 군침만 흘렸지만, 정말 도전해 보고 싶은 메뉴들이 많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사진만 봐도 입에 절로 침이 고이니 이를 어쩌랴. 조만간 만들어 먹어봐야지. 안 되면 과일 채소 칩이라도 만들게 부모님 댁의 건조기라도 빌려와서 과일칩이라도 도전해봐야겠다.








  책의 한 면은 레시피, 한 면은 예쁘고 맛깔스런 스무디 또는 디저트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레시피에는 재료와 만드는 과정, 그외 재료에 대한 정보나 로푸드 팁이 담겨 있다. 스무디야 재료를 잘라 믹서기로 갈기만 하면 되니 별 거 없지만, 비교적 생소한 로푸드 디저트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만드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로푸드 디저트의 경우 대부분 냉장냉동고에서 굳혀서 완성하는 것이 많아서 열을 가하는 조리법보다 만들기가 쉬워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레시피 마지막에 실린 amazing rawfood 꼭지가 좋았는데, 레시피에 사용된 재료들이나 그외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정보들이 실려 있으니 빠트리지 않고 꼭꼭 챙겨 읽어보길 추천한다.











  열심히 책을 읽었으니 이제는 레시피대로 만들어 볼 차례다. 첫주에 실린 과일칩이나 아몬드 밀크를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과일칩 만들기의 필수품인 식품건조기가 없어서 패스, 아몬드 밀크는 위에 언급했듯이 생아몬드를 구하지 못해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도전해 본 것은 스무디의 무적의 기본 조합이라는 당근 + 사과로 만드는 당근사과 스무디! 당근, 사과, 물만 있으면 OK! 레몬은 없기도 하고 다른 책에서 위가 안 좋은 사람은 레몬은 빼도 좋다고 하길래 그냥 건너 뛰었는데, 이책의 스무디 레시피에는 거의 레몬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새콤한 레몬은 신맛 만큼이나 당연히 산성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책에 따르면 체내 흡수되면 알칼라화되는 대표적인 중화제라고! 다음에 장 볼 때는 레몬도 몇 개 같이 챙겨야겠다.

  당근사과 스무디는 산뜻한 주황색 만큼이나 달달하니 맛있었다. 당근+사과를 기본으로 파프리카, 파인애플, 자몽, 복숭아 등을 조합하면 새로운 맛의 스무디를 맛볼 수 있다. 참고로 당근은 외국에서는 인삼만큼이나 효능이 뛰어나다고 각광받고 있다고. 체내 독소를 배출하는데 탁월하다고 하니 앞으로 당근이랑 조금 더 친하게 지내볼까 싶다. 










  그 다음으로 만든 스무디는 시금치사과 스무디! 시금치는 삶아서 나물로만 먹는 줄 알고 있다가 얼마전 처음으로 스무디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 예쁜 색감과 부드러운 맛에 바로 반해버렸다. 약간 쌉싸름한 맛의 케일도 좋아하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시금치가 더 땡기는 건 사실이다. 시금치사과 스무디에는 참깨도 함께 넣는데, 이는 시금치를 생으로 먹을 때 생길 수 있는 결석을 방지하기 위해 칼슘이 풍부한 참깨를 같이 넣어 먹는 거라고 한다. 

  시금치사과 스무디를 믹서기에 갈다가 깜박하고 참깨를 안 넣은 게 기억나서 뒤늦게 투척했다. 참깨를 넣으려다 얼마전 엄마가 챙겨주신 아마씨가 생각나 아마씨를 넣어서 갈아 마셨는데, 시금치의 결석 부분은 뒤늦게 읽었다. 아마씨도 좋은 재료지만 다음부터는 시금치 스무디를 만들 때는 참깨에게 양보해야겠다. 부드러운 시금치의 식감과 달콤한 사과, 참깨(나는 아마씨를 넣었지만 ㅋ)의 고소함이 공존하는 건강하고 맛있는 그린스무디였다.









 
  마지막으로 만든 건 집에 있는 캐슈너트 탈탈 털어서 만든 로푸드 초간단 요거트다. 요거 완전 쉽고 맛나다. 우유 없이 로푸드 요거트를 만든다고? 하며 읽은 레시피에는 정말 우유는 없고 캐슈너트, 물, 꿀, 레몬즙, 소금, 코코넛오일이 재료의 전부였다. 물에 충분히 불린 캐슈너트를 다른 재료와 함께 넣어 블렌더에 갈기만 하면 완성! 만들기도 완전 쉽다. 솔직히 발효도 안 하고 유산균도 없는데 요거트라 불러도 되나 여전히 의구심이 남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유 요거트 못지 않게 부드럽고 맛있고 든든했다. 캐슈너트를 불려서 갈면 이런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있구나 새삼 놀라면서 먹었다. 꿀을 넣어서 달콤하기까지 하다.

  로푸드에서는 이런 초간단 무발효 요거트 외에 프로바이오틱스를 넣어서 진짜 요거트처럼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는 로푸드 요거트도 있단다. 유산균이 살아 있는 로푸드 요거트를 맛보고 싶다면 발효 요거트에도 도전해 보자. 







  이책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레시피들이 담겨 있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스무디의 기본 조합은 '야채 + 과일 + 액체류(농도조절용) + 부스터(옵션)'이다. 그린 스무디의 기본 재료인 잎채소의 경우 각기 맛도 영양분도 다를 뿐더러 특유의 독소도 소량 있으니 한 가지만 주구장창 먹기 보다 일정 주기별로 바꿔서 먹어주는 게 좋단다. 농도조절용 액체류는 가장 흔한 생수부터 코코넛 워터, 코코넛 밀크, 아몬드 밀크, 허브차 등을 쓰는데, 특히 다시마 우린 물이 독소 배출에 좋다고. 다시마 우린 물이라니 생각만 해도 뭔가 미끈거리는 것 같아 그다지 내키진 않지만 저자가 체내 독소 배출에 탁월하다고 특별히 추천하는 걸 보면 한번 도전해 볼 가치는 있을 듯하다. 에너지를 올려주는 부스터류도 몇 가지 추천하는데, 다만 씨앗류나 오일류 같은 기타 재료가 많아지면 흡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단다.

  '스무디는 '야채+과일+생수'의 기본 조합이 가장 좋습니다. 스무디 한 잔에 너무 많은 재료를 넣기 보다는 한두 가지, 두세 가지 정도로 단순화해서 먹는 것이 원활한 소화 작용과 영양분의 흡수를 극대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23쪽)'이라니 건강에 좋다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과유불급은 로푸드에서도 통한다. 뭐든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법이니까. 








  <여자라면 로푸드>는 로푸드에 관심은 있지만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 두세 가지로 만드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스무디에서 출발하는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와 함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과 레시피는 자꾸 책을 들춰보고 싶게 만든다. 스무디를 예쁘게 담아내는 방법도 내건 무척 재밌었다. 믹서에 갈아서 그냥 컵에 부어 마시면 끝인 스무디지만, 스무디 재료의 일부를 얇게 저며 컵의 옆면에 붙이거나 위에 얹어 예쁘게 담아낸 스무디 한 컵은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잘 연습해뒀다가 다음에 친구가 놀러오면 예쁘게 모양내서 근사한 로푸드 스무디를 대접해보려 한다. 

  많이 보진 않았지만 나름 로푸드에 관한 여러 책을 봤었는데, 이책이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일단 재료가 간단하고(너무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레시피는 시작할 엄두가 잘 안 난다. 게다가 그런 경우 대부분 없는 재료가 절반이다), 설명도 친절하게 잘 되어 있고(들어가는 재료들을 지나치지 않고 알뜰살뜰 담았다), 스무디 뿐만 아니라 로푸드 디저트 레시피까지 이책 한 권으로 모두 해결 가능하다. 심지어 편집까지 깔끔해서 책도 참 예쁘게 나왔다. 예쁜 책 좋아하는 내게는 딱이다. 흠이라면 가격이 조금 높다는 거? 다행히 충실한 내용 덕분에 책값이 아깝지는 않은 책이다. 내 책장에 잘 꽂아두고 자주자주 펼쳐보게 될 것 같다.

  로푸드로 독소는 빼내고 효소는 가득한 건강한 식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특히 초간단 스무디를 만들고 싶은 귀차니스트와 로푸드 간식 레시피까지 탐내는 욕심쟁이 독자라면 <여자라면 로푸드>를 추천한다. 흥미롭게 읽고 바로 따라 만들 수 있을테니까. :) 







우리는 병에 걸리고 나서야 무분별한 식습관을 후회하곤 해요. 후회하기 전에, 치료가 불가능한 날이 오기 전에, 우리 몸을 올바른 음식으로 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을 위해 매일매일 적금(야채와 과일, 견과류와 씨앗류 등)을 든다고 생각해보세요. 생체 시계, 로푸드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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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말레이시아 : 쿠알라룸푸르.코타키나발루.페낭 - Season 1 '16~'17 프렌즈 Friends 26
전혜진.김준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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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번 추석 때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도 가족끼리 해외여행 한 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워낙 대가족이라 다같이 일정 맞추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고, 여행 계획을 짜는 것과 인원수에 비례하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또다른 문제인지라 매번 말만 나오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부모님이 더 나이드시기 전에 다같이'라는 대전제가 있기에 이번엔 남매들이 의기투합해서 여행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예상외로 일정은 쉽게 잡혔다. 펼쳐든 내년 달력에서 의외로 징검다리 황금연휴가 많이 보인 덕분이다. 물론 남들 다 떠날 때 여행을 가려면 그에 비례해 비용이 증가한다는 아픔이 있지만 다들 직장이 있으니 감내하는 수 밖에. 문제는 여행지였다. 우선 자신들이 다녀온 곳을 제외하고, 또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의 체력을 안배해 다닐 만하며, 관광과 휴양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쉽게 결론이 나질 않았다. 몇몇 후보지가 나왔지만 좀더 정보를 알아보고 결정하는 걸로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중국, 태국, 베트남 등과 함께 가족여행 후보지로 거론된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였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말레이시아는 아직 주변에 다녀온 이가 없어 미지의 영역 중 한곳이었는데, 전에 우연히 해넘이 풍경 사진을 보고 언젠가 꼭 한번 가보리라 찜해두었던 코타키나발루가 말레이시아에 위치해 있었다! 찾아보니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는 비교적 치안이 좋은 곳으로 꼽히는 나라이고,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떠오르는(나만 몰랐지만 이미 떠오른?) 관광지라고. 관광과 휴양을 함께 할 수 있으며 가족 중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딱인 것 같아 여행준비도 할 겸 여행가이드북을 주문했다. 이왕이면 최신판으로. <프렌즈 말레이시아 2016~17년판>은 그렇게 내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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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친구와 떠난 베트남&라오스 배낭여행에서 말레이시아 여행자들이 많이 만났는데, 그때만 해도 말레이시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사실 베트남과 라오스를 가기 전까지는 그 나라들이 그렇게 길쭉길쭉하게 생긴지 몰랐었다;;) 그러다 이번에 말레이시아 여행 준비를 위해 펼친 책 <프렌즈 말레이시아>의 앞부분에 실린 말레이시아 지도를 보고서야 뒤늦게 그 기이한 국경선에 놀랐다.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경계를 둔 반도의 끝머리와 바다 건너 인도네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보르네오섬의 북부를 차지하는 있는데, 그 와중에 반도의 땅끝에는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보르네오섬 북부의 한쪽에는 브루나이가 각기 자리잡고 있다. 이런 복잡하고도 신기한 국경선이 유럽열강의 식민 통치 및 이권다툼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은데, 어쨌든 그런 아픈 역사까지 관광지 부상에 한 몫을 하고 있다니 더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여행안내서 <프렌즈 말레이시아>를 펼치면 목차, 지도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의 매력을 모아둔 'best of Malaysia' 꼭지가 나오는데, 여러가지 달콤한 정보들은 그야말로 말레이시아 무식자인 나를 낚는데 부족함이 없다. 야시장, 쇼핑센터, 맛집이 포함된 미식여행, 제국주의의 흔적이긴 하지만 여러 유럽 열강들이 남긴 이국적인 문화의 흔적들, 안전한 치안, 저렴한 항공권과 멋진 바다가 포진한 휴양지까지. 동남아시아 여행의 장점들이 거의 다 모여 있다. 거기다 눈이 호강하는 멋진 분위기의 이국적인 사진들로 쐐기를 박아주니 어찌 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동안 몰랐던 말레이시아의 매력을 맛보러 좀더 바삐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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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안내서답게 본격적인 여행준비에 대한 정보도 가득 담았다. 여행준비의 기본은 여행지 선정과 함께 여행일정을 짜는 것.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엄마와 딸의 여행, 또는 환승으로 인한 하루여행까지 여행지와 상황에 따른 맞춤 추천일정인 일곱 가지의 베스트코스가 실려 있어 일정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행의 큰 즐거움인 맛집과 쇼핑에 대한 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커피는 안 마시지만) 말레이 스타일 커피숍이라는 코피티암에는 꼭 들러 현지인들이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 럭셔피 쇼핑보다는 소박한 수퍼마켓이나 편의점 쇼핑에 군침이 돌기도 했다. 대만이나 일본 여행 때 들렀던 편의점 쇼핑의 재미가 쏠쏠했던 때문이다.

  나 같은 말레이시아 무식자를 위해 '말레이시아 FAQ10' 꼭지에서는 날씨, 환전, 꼭 챙겨야 할 물품 등 여행준비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영어가 잘 통한다고는 해도 간단한 현지어 정도는 익혀두는 게 기본! 메뉴판 정도 읽을 수 있는 현지어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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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인 여행준비를 끝냈다면 이제 본격적인 말레이시아 여행정보를 알아볼 차례! <프렌즈 말레이시아>에서는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해 말리카, 카메론 하일랜드, 페낭, 랑카위, 코타키나발루 같은 대표적인 말레이 관광지 여섯 곳을 소개한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의 수도답게 현대식 화려한 고층건물과 무료에 가까운 미술관&박물관, 밤을 수놓는 야시장, 다양한 맛집 등 도시여행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녹차밭이 인상적인 카메론 하일랜드는 아열대의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선한 고지대라니 살짝 들러보고 싶기도 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말레이 최고의 휴양지라는 코타키나발루의 멋드러진 해변 풍경은 물론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첫손에 꼽는다는 심지어 면세 특구라는 랑카위의 풍광 또한 휴양지의 로망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끌렸던 곳은 말라카와 페낭이었다.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운하 사진이 인상적인 말라카는 '15세기 중국사원, 16세기 포르투갈 요새, 17세기 네덜란드 교회, 그리고 19세기 영국의 시계탑'까지 한곳에서 여러 문화의 시간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호기심이 일었다. 말라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페낭 조지타운 역시 영국 식민시대와 이슬람 색채, 중국 무역상들의 대저택과 이민노동자의 수상가옥이 공존하는 도시라니 그 기묘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특히 페낭은 말레이 최고의 미식도시로 꼽히는 곳이라니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사실 책에 소개된 한 곳 한 곳이 모두 매력적이라 시간과 자금만 허락한다면 모두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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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즈 말레이시아>는 6개의 도시를 다시 다시 지역별로 나누어 볼거리, 맛집, 즐길 거리, 쇼핑, 숙박 명소를 소개하는데, 책의 우측 상단에 색깔별 아이콘으로 표시해 두어 독자들의 편의를 돕는다. 사실 이런 게 작지만 큰 배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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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별 지역별 소개로 들어가면 여행안내소와 환전은 물론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인 교통편과 지하철 노선 같은 기본정보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좋았다. 토큰자동판매기 같은 경우엔 사진으로 중간과정을 설명해 놓아 기계치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세부 지도와 도시별 추천코스 역시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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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관광명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관람정보(시간, 요금, 위치 등), 여행의 즐거움인 맛집에 관한 알찬 정보 등이 여행을 준비하는 이의 설렘을 부추긴다. 특히 맛집은 여러 지역의 음식들이 혼재하는 말레이시아의 특성을 살려 토속음식, 중국식 인도식 맛집으로 세분해서 소개하기도 하고 길거리음식, 카페 디저트 등 풍성하다. 숙소 또한 럭셔리 호텔 리조트부터 배낭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까지 꼼꼼하고 다양하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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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중간 알아두면 좋은 정보도 제공하는데 요게 또 알차다. 보르네오섬 북부에 위치한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한번에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면세특구인 랑카위에서는 한국에는 없거나 비싼 품목이나 여행선물들을 저렴하고도 알차게 쇼핑하는 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여행갈 지역을 결정했다면 이런 정보들을 잘 체크하는 것도 여행을 잘 즐기는 방법인 듯. 탐나는 여행 정보들을 줄줄이 펼쳐보이던 책은 마지막에 이르러 여행 준비와 시작, 주의사항 등에 대한 총정리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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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만큼이나 설레지만 또 그만큼 귀찮은 게 여행준비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일정을 짜고 예산을 잡고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일은 얼마나 손품을 팔아 정보를 얻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여행 준비는 여행 가이드북의 내용으로 여행일정의 큰 기둥을 세우고, 거기에 인터넷 서핑으로 얻은 실시간 정보들로 살을 붙여 완성한다. 여백은 현지에서 즉석으로 채운다. 여행을 많이 다닌 건 아니지만 이제껏 이런 식으로 준비한 내 여행들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잘 고른 여행 가이드북은 여행 준비에 큰 힘이 된다. 

  <프렌즈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내게 말레이의 다양한 매력을 풍성한 정보로 보여준 책이었다. '생애 첫 여행친구'라는 '프렌즈 시리즈'의 모토처럼 친구에게 알려주듯 상세하고 친절하게 여행준비를 도와주는 여행안내서라는 느낌이었다. 다소 미지의 영역이었떤 말레이시아에 대한 방대한 정보들을 꼼꼼하게 담아내어 이책 한 권이면 말레이시아 여행 준비에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현지에서의 즉흥적인 여행보다 꼼꼼하게 계획하고 준비된 여행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프렌즈 말레이시아>는 좋은 여행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나 역시 이책을 넘기며 조만간 말레이시아로 떠날 가족여행을 꿈꾸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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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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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 자신의 죽음과 아주 가까이 대면하면서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아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161쪽) 



  나 갑상선암이래, 뜸을 들이던 친구가 말했다. 암..이라구? 아직 한창인 나이에 암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는 순간 내 머리속엔 대학시절 아빠의 위암 소식을 듣고 시간이 멈춘 것 같던 때가 생각났다. 가장 친한 친구의 엄마가 췌장암 선고를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억도 함께. 놀란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래도 갑상선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다니 너무 걱정말라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지만 친구에게 별다른 위로가 되진 않는 듯했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심란해 하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나도 코끝이 시큰해졌다. 다행히도 위암 초기였던 아빠는 여전한 모습으로 내 곁에 계시지만, 췌장암이 상당히 진행됐다던 내 친구의 엄마는 끝내 친구 곁을 떠나셨다. 이렇게 예기치않게 찾아온 병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들까지 삶과 죽음 사이 그 어딘가를 헤매게 만든다. 다행히 친구의 수술은 잘 되었고 지금도 열심히 투병 중이다. 그녀의 말대로 친구의 삶의 질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사실 삶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축복임을 우린 알고 있다.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 해도 마음의 무게가 이럴진데 끝끝내 돌이킬 수 없는 불치병 선고를 받는다면 그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일이 이책 <숨결이 바람 될 때>의 저자 폴 칼라니티에게 실제로 일어났다. 서른 여섯 살의 촉망받는 신경외과 의사인 폴은 그때 레지던트의 마지막 해를 분주하게 보내고 있었다. 동시에 그동안의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여러 곳에서 높은 연봉과 좋은 조건의 교수 자리를 제안 받아 역시나 의사인 아내 루시와 함께 빛나는 미래를 계획하면서. 그러던 중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그를 삼켰고 결과는 폐암 4기 판정이었다. 그가 세웠던 계획들은 시작도 못한 채 빛을 잃었고 폴은 인생의 정점에서 의사 가운을 벗고 언제 죽음을 맞을 지 모르는 불치병 환자가 됐다. 


  예고된 죽음은 앞으로 해야 하고 하고 싶었던 수많은 계획들을 모두 중단시켰다. 그리고 폴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했다. 무너지는 육체를 보며 참담한 마음에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었지만 폴은 그렇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담당의인 에마의 조언대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타세바 알약으로 암의 진전을 늦추고 물리치료로 육체의 건강을 되찾은 폴은 자신의 정체성이자 소명인 신경외과 레지던트의 마지막 해를 마치기 위해 의사로 복직한다.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육체의 한계로 폴의 복귀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는 빠르게 수술 실력을 회복했고 다시 예전처럼 주변의 인정을 받았다. 레지던트 수료의 심사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술 뿐만 아니라 원래 하던 다른 업무들까지 수행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던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종양이 그를 덮쳤다.

  언제 끝날 지 모를 한정된 삶이 주어졌을 때 폴과 루시 부부는 고민 끝에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다. 폴은 자신이 떠난 후에 루시 혼자 남게 되는 것이 마음 아팠고, 루시는 얼마 남지 않은 폴의 시간을 염려했다. 부부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173쪽)' 생각했고, 둘 사이의 결실인 아이를 갖기로 결정함으로써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174쪽)'. 인공수정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가 착상에 성공하지 못하고 죽는 배아들까지 아파하는 그의 시선에 마음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화학요법으로 폴은 나날이 쇠약해졌지만 그 사이 그들을 닮은 예쁜 공주님 케이디가 태어났다. '한쪽 팔로 아이의 무게를 느끼고 다른 팔로 루시의 손을 잡고 있으니 삶의 가능성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230쪽)'는 폴의 말처럼 딸 케이디는 존재 자체로 암울해져가던 부부에게 빛이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폴의 인생에 큰 기쁨을 선사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는 동안 무엇보다 담담하게 죽음을 바라보고 맞아들이는 폴의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대단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고전문학을 접했던 폴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 철학, 인간 생물학을 공부하고 영문학 석사를 거쳐 의과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의미, 삶, 죽음 사이의 관계(74쪽)'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도 '신경외과는 뇌와 의식만큼이나 삶과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아주 매력적인 분야(105쪽)'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폴의 사색들은 그가 직접 죽음을 맞닥뜨리면서 더욱 깊어져 이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처음에 폴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그 험난한 레지던트 생활로 복귀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많이 놀랐다. 불치병을 선고받고 앞으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레지던트 수료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제 겨우 좋아지긴 했지만 암 종양들과 싸우느라 안그래도 힘든 몸을 다시 혹사시킬 만큼 중요한 걸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가 절로 나왔다. 허나 내가 놓친 게 있었다. 불치병이 자신의 삶을 무너뜨리게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와 남은 시간 동안 자신에게 소중한 일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폴에게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신경외과의였다. 죽음이 남겨둔 시간이 얼마 만큼인지 정확히 모른다면 그 시간들 역시 그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게 맞았다. 만약 폴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면 그만큼 그의 삶을 빼앗기는 것일 테니까. 

  폴에게 있어서는 최선이었겠지만 그 선택은 그의 글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폴이 레지던트 수료를 위한 강행군 대신 그 뒤로 보류해뒀던 작가의 생활을 시작하며 자신의 몸을 좀더 돌보았더라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금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내 루시와 함께 귀여운 케이디가 커가는 모습을 더 오래 지켜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더불어 미완으로 남겨진 이책이 그의 손에 완성되어 더욱 깊은 그의 이야기를 만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까지. 

  더불어 예고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아이를 갖기로 한 루시 부부의 결단도 내겐 조금 의외였다. 솔직히 폴이 떠난 후 아내 루시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건 다분히 내가 싱글이라 드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부부의 입장에선 한 사람이 영원히 떠나기 전에 서로를 느낄 수 있는 다른 존재, 즉 사랑의 결실인 2세를 남기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본능일 게다. (게다가 루시 역시 의사라 경제력 걱정은 안 해도 될테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들의 선택은 옳았다. 세상에 태어난 케이디는 생명의 촛불이 점점 꺼져가는 폴의 마지막 인생에 아빠라는 새롭고 벅찬 경험과 행복을 선물했다.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실린 폴과 루시, 그리고 그들의 딸 케이디이 웃으며 찍은 가족사진을 보고 있자니 (다소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나 역시) 그들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폴은 떠났지만 그는 루시 곁에 케이디로 남아 있을테니.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인생의 최정점을 향해 숨가프게 달려가다 갑작스레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달라질 폴의 인생을 여는 프롤로그, 애리조나의 자그마한 사막도시 킹맨에서 보낸 유년시절과 고전문학과의 만남,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해 영문학, 철학, 인간 생물학 등을 공부하며 삶과 죽음, 인간의 정신과 뇌의 관계 등을 탐구하다 의과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1부, 폐암 선고를 받고 난 후의 힘겨운 투병 생활과 가족에 대한 마음,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의미있고 소중한 삶을 위해 노력했던 폴의 이야기가 담긴 2부, 그리고 그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폴에 대한 넘치는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아내 루시의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들과 사막에서 보낸 유년과 학문을 넓혀 갔던 스탠퍼드 대학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1부는 이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삶과 죽음, 인간의 의미에 대한 사색의 시작과 어떻게 성숙해 가는지를 담아낸다. 그가 추구했던 본질적 의문들이 문학과 철학, 생물학, 의학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되고 단련되었는지, 특히 의과대학원에서 해부학 수업에서 시체들을 마주하며 죽음에 대한 시선과 성찰이 그의 의사 생활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암선고를 받고 본격적인 투병 생활이 시작되는 2부에서는 의사에서 환자로 입장이 바뀌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의사일 때는 미처 몰랐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시선을 잡았다. 환자들에게 처방했던 물리치료를 막상 저자가 직접 해보니 '충격적일 정도로 힘들'(169쪽)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굴욕적이었다는 것, 그래서 그동안 의사로서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11년 동안 병원에 몸담으면서도 고통의 구체적인 느낌을 전혀 알지 못했(170쪽)'음을, 그리하여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129쪽)'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나는 의사도 환자도 아니지만 언제 아플지 모르는 잠재적(?) 환자라서 그런지 저자의 환자 경험 부분에 특히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신경외과 의사와 함께 작가가 되고 싶었던 폴은 20년 뒤로 미뤄뒀던 작가의 꿈을 암선고를 받고서야 시작한다. 급격히 나빠진 병세 때문에 <숨결이 바람 될 때>는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미완성이자 완성인 유고에세이가 됐다. 이책에서 그는 인간에게 의미있는 것은 무엇인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뇌와 통찰을 담담하고 유려한 필체로 담아낸다. 그의 글을 읽는 내내 이렇게 재능 많은 젊은 청년이 더 오래 삶을 누리며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었더라면 하는 깊은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저자는 레지던트 수료와 함께 자신에게 '의미있는'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삶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쉼없이 글을 썼단다. 투병 생활과 레지던트 복직을 겸한 살인적인 일정 중에서도 자정을 넘기며 글을 썼고, 병세가 악화되면서 침대에서, 안락의자에서, 진료실 앞 대기실에서, 화학요법으로 치료 중일 때도 폴은 집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고. 결국 급격한 병세의 악화로 계획대로 책을 마무리 하진 못했지만, 마르지 않는 그의 열정 덕분에 지금 우리는 아름다운 그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참 감사하다. 동시에 더는 그의 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참 슬프다. 

  미처 끝내지 못한 폴의 이야기를 채우고 마무리 짓는 에필로그의 아내 루시의 글 역시 참 좋았다. 폴에 대한 충만한 그녀의 사랑이 너무 따듯해서 내 마음까지 전염이 되는 것 같았다. 폴의 의사를 존중해 그의 마지막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눈을 맞추고 작별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폴은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았고, 그것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성실하게 대처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목적과 의미였다.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소비하듯 보내던 내게 이책 <숨결이 바람 될 때>의 폴의 이야기는 뜨끔한 자기 반성과 깊은 깨달음을 남겨주었다. 우리는 언제나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에 소중하고 의미있는 많은 것을 유예한 채 산다. 탄탄대로의 미래를 눈 앞에 두고 불치병 환자가 된 폴이 그렇듯이 인생은 언제 반전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언제나 넘치던 시간이 더이상 내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는 되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는 데 지쳐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목적과 의미를 놓지 않고 용기있게 살았던 이책의 저자 폴 칼라니티처럼 우리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바라보고 진심으로 대할 수 있길 바라본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 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중략) 에마는 나의 옛 정체성을 되돌려주지는 않았다. 대신에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내 능력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198쪽)

폴은 자신의 강인함과 가족 및 공동체의 응원에 힘입어 암의 여러 단계에 우아한 자세로 맞섰다. 그는 암을 극복하거나 물리치겠다고 허세를 부리거나 허황된 믿음에 휘둘리지 않고, 성실하게 대처했다. (중략) 불치병에 걸렸어도 폴은 온전히 살아 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활기차고 솔직하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257쪽)

생과 사는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으며, 그럼에도, 혹은 그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폴에게 벌어진 일은 비극적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261쪽)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체하는 비법은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 (142~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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