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 - 병든 두피와 모발이 되살아난다!
우츠기 류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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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노푸가 주목받고 있다. 노푸를 다룬 신문기사나 티비 방송도 심심찮게 보인다. 동시에 노푸의 효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샴푸의 계면활성제를 끊음으로써 두피가 건강해져 머리숱이 늘고 머리카락에 힘이 생겼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노푸로 두피의 노폐물이 제대로 씻어내지 못해 오히려 염증을 유발하고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는 부정론도 있다. 노푸 관련 신문기사 댓글란에는 대개 노푸를 실천하고 있거나 도전했다 포기한 누리꾼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유명 헐리웃 스타들의 헤어관리법으로 유명세를 타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노푸. 노푸란 NO와 샴푸의 POO를 합친 신조어로 샴푸 없이 머리 감기를 뜻한다. 물로만 감거나 샴푸 대용으로 베이킹소다나 식초 같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 머리를 감는 게 노푸의 일반적 방법이다.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탈모가 나이 성별 불문한 고민거리가 되면서 탈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탈모 예방 샴푸부터 발모 기능이 있다는 각종 제품들과 시술까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이런 시점에 물로만 머리 감는 노푸라니, 모든 화학제품을 끊으면 머리숱이 많아진다니, 의아하면서도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아침 세안 때 비누 없이 미지근한 물로만 씻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그렇다. 건조함 때문에 샤워도 세정제 없이 물로만 한다. 그래도 충분히 깨끗하고 샹쾌하다. 그렇지만 샴푸 없이 머리 감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그건 상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직 목도 잘 못 가누는 조카를 목욕시킬 때 몸은 물론이고 머리도 물로만 씻기는 걸 보고 '그래도 괜찮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 아직 아기라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뭔가 찜찜했다. 그렇지만 조카 녀석이 기어 다니고 제 발로 뛰어다닐 쯤엔 '당연히' 바디워시로 몸을 씻고 유아용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상식이 아니라 고정관념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무지일 수도 있다. 사실 샴푸 사용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다. 최소한 물로만 머리를 감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별다른 불편없이 지낸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샴푸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분명 사람들은 머리를 감았을 것이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탈모가 유발된다면 서울역 앞 노숙자들은 모두 대머리가 되어야 하지 않냐는 주장은 터져나오는 웃음과는 별개로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 


  먼지와 때를 씻어내어 두피와 모발을 산뜻하게 해주는 샴푸가 대체 왜 나쁘다는 걸까. 먼저 샴푸의 과도한 세정이 문제다. 샴푸 후 우리가 상쾌하다고 느끼는 두피는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피지들까지 모두 없애버린 상태다. 즉 비정상적인 건조 상태를 우리는 쾌적한 상태로 여기고 있다. 샴푸 후 피지가 없어진 두피는 부족분을 메우려 더 많은 양의 피지를 만들고 그러다보니 피지샘은 커지게 된다. 그렇게 필요 이상 대량 분비된 피지는 산화되어 염증을 유발한다. 또한 지나치게 발달한 피지샘은 피지를 과잉으로 만드느라 모발에 가야 할 영양분까지 뺏어가는데 그 결과 영양부족 상태에 빠진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솜털처럼 짧아진다. 과도한 세정력이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다른 문제는 샴푸의 주성분인 계면활성제의 독성이다.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계면활성제는 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해를 입히는 세포독성이 강하다. 이것이 모공 속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모공 주위 조직을 녹여서 모발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모근간세포(毛根幹細胞)를 손상시켜 머리카락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가 없게 만든다. 인간의 세포재생력이 뛰어나더라도 하루가 멀다하고 샴푸가 닿는다면 재생할 틈이 없어 모근의 씨가 마를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샴푸를 남용하는 이의 두피를 보면 모공 주변이 분화구처럼 움푹 패였는데, 그게 바로 샴푸의 계면활성제의 세포독성으로 인한 모공 조직 손상 때문이란다.

  요즘 쏟아지는 기능성 샴푸를 포함해 샴푸의 성분표시를 보면 온갖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샴푸의 계면활성제가 피부의 방어막을 허물고 침투하면 샴푸 속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머리를 감는 동안 두피 모공으로 스며든다. 샴푸 후 깨끗이 헹궈내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두피에 남은 잔여물들은 모공을 통해 피부 속으로 흡수된다. 여기서 내 눈길을 끈 건 두피의 모공은 다른 피부의 모공보다 크다는 것! 화장품보다 샴푸의 화학성분들이 더 위험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보통 머리카락 2,3개 정도가 함께 자라는 두피 모공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샴푸와 로션, 최근에는 치약에까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주범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와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은 웬만한 샴푸에는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는 기사에 놀라 집에 있는 샴푸의 성분표시를 확인해 봤는데, 놀랍게도 두 가지 모두 들어 있었다. 두피에 좋다는 꽤 비싼 샴푸였기에 충격도 컸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두 성분 모두 씻어내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잔여물이 남아 흡수될 수도 있는 터라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안그래도 두피가 딱딱하고 얇은데다 머리숱도 적어서 노푸에 도전해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쓰던 샴푸의 성분표시를 보고는 그 결심을 굳혔다. 

  물로만 머리 감기에 도전 첫 1주차는 쉽진 않았다. 그래도 견딜만은 했는데 문제는 2주차였다. 두피와 머리카락의 끈적임과 미끈거림이 절정에 달해 불쾌감과 노푸 사이에서 심한 갈등에 빠지곤 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노푸를 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중간에 모발에만 샴푸를 살짝 쓰기도 했다. 그래도 그동안 참았던 시간이 아까워 일단은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완전히 물로만 감기는 힘들어 샴푸 대체품을 찾았는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베이킹소다는 강알칼리라 잘못하면 개털되기 십상이라는 경험자들의 무수한 댓글에 바로 접었다. 그러다 한 블로그에서 찾은 것이 바로 밀가루! 설거지할 때 기름진 그릇에 밀가루를 쓰면 말끔하게 닦였던 기억이 나서 시도해봤는데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두피와 모발의 끈적임을 밀가루가 흡수해 제거해준 덕분에 상쾌하게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린스 대용으론 식초를 조금 넣어 희석한 물로 머리를 헹궈주면 뻣뻣하던 머리카락이 마법처럼 부드러워진다.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헹궈주면 끝이다. 밀가루를 알고부터는 노푸도 할만해졌다.  

  노푸를 시작한지 이제 한달 정도 지났다. 물로만 머리 감기와 밀가루와 식초를 이용한 머리 감기를 병행하고 있다. 환절기인 가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머리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 수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좌절). 그렇지만 샴푸를 쓸 때는때 종종 가렵고 건조하던 두피 증상은 확실히 좋아졌다. 비듬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건강한 두피는 약간의 비듬이 있는 게 정상이란다. 묵은 각질이 제대로 탈락하고 있다는 얘기니깐. 머리카락이 샴푸 할 때처럼 찰랑거리거나 부드럽진 않지만, 밀가루와 식초(또는 구연산)의 소량 사용을 병행한 후로는 그에 준하는 상쾌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대신 샴푸를 쓸 땐 별다른 노력없이 알아서 살짝 말려 들어가던 머리 끝부분의 컬이 노푸를 시작하면서는 좀 느슨해져 예쁘게 안 말린다. (현재 C컬펌 단발머리) 내 머리결의 성질 때문인지 노푸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노푸 한달 째라 샴푸와 노푸의 변화를 명확히 말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샴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독성 가득한 계면활성제로부터 탈출했다는 기쁨과 샴푸 대신 밀가루 같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머리를 감음으로써 환경을 지키는데 작게나마 일조한다는 보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앞으로도 계속 노푸를 할지 다시 샴푸를 쓰게 될지 모르겠다. 노푸 중에 간간이 샴푸를 써야 할 일도 있겠지만(예를 들어 미용실을 간다던가 할 경우), 갈등의 시기가 지나가고 노푸의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는 중이라 아직 내게 노푸는 유효하다. 개인적으로는 노푸가 꽤 마음에 들지만 실질적으로는 넘어야 할 불편함 때문에 타인에게 쉽게 권유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자신의 두피나 모발의 문제를 느끼고 있거나 알 수 없는 화학성분의 독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해보고 안 맞으면 다시 돌아가면 되니까. 


  우츠기 류이치의 <물로만 머리 감기 : 놀라운 기적>은 노푸를 시작하고 끈적임 때문에 회의에 빠질 쯤 우연히 알게 되어 찾은 책이었다. 반복되는 두피 발진으로 힘들어 하던 저자는 한 달에 한 번 물로만 머리를 감는다는 자신의 은사를 떠올리게 되었고, 본인도 샴푸를 끊고 물로만 머리를 감으면서 노푸의 효과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책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에는 샴푸가 왜 나쁜지, 샴푸가 어떻게 탈모를 유발하는지,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이 왜 두피를 건강하게 하고 발모에 좋은지 등의 내용을 알기 쉽게 담아냈다. 두피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어떻게 씻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책을 읽기 전에 노푸에 관해 여러 정보들을 많이 찾아본 까닭에 아는 내용도 많았지만, 두피에 작용하는 샴푸의 기전이나 물로만 머리 감기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 등을 풀 수 있어 좋았다. 막연히 노푸가 궁금한 독자라면 이책 우츠기 류이치의 <물로만 머리 감기>가 큰 틀을 잡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듯하다. <물로만 머리 감기>에 이어 읽은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도 기본 기조가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이책의 저자 우츠기 류이치가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고. 책을 관통하는 생각이 비슷한 이유가 있었다. 저자의 다른 대표작인 화장품의 계면활성제의 문제점을 밝힌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인데, 아마 이책 역시 계면활성제를 멀리 하고 건강한 피부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자는 기본 취지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조만간 이책도 만나보려 한다. 


  그동안 우리의 두피와 머리카락은 샴푸에 길들여져 왔다. 샴푸가 피지를 다 없애버리면 그걸 상쾌하다고 생각했다. 두피를 보호해 줄 피지가 사라지니 두피는 더 많은 양의 피지를 만들고 우리는 샴푸로 그걸 없애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렇게 필요 이상 과잉 분비되는 피지는 샴푸를 끊자 두피와 모발에서 끈적거렸고, 많은 이들이 그 끈적이는 불쾌감에 노푸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런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샴푸의 계면활성제를 멀리 한다면 똑똑한 두피가 점차 피지량을 줄여나간다. 2~3주가 지나면 대부분 처음의 끈적임이 사라진다는 경험담은 그런 이유다. 6개월 이후부터는 두피의 모공이 줄어든다니 이왕 시작한 거 그때까지 계속 가보고 싶다. 

  저자는 대부분의 피지나 오염물질은 미지근한 물로도 충분히 씻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푸의 기본은 미지근한 물이다. 뜨거운 물은 오히려 두피를 건조하게 만드니 좋지 않다. 물로만 감는다고 두피를 뻑뻑 문지르는 건 좋지 않다.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씻어주어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대충 씻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어내되 두피에 무리한 힘을 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책을 읽기 전까진 물로만 감는 만큼 더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생각에 두피를 빡빡 문질렀기에 이 부분에서 무척 뜨끔했다. 무엇보다 샴푸로 머리를 감았을 때의 느낌이 상쾌함이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건조한 상태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두피와 모발에는 적당량의 피지가 존재하는 게 건강한 거니까. 핵심은 두피든 얼굴이든 몸이든 껍질이라도 벗길 듯이 씻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샴푸 사용이 필수가 아니듯 노푸 역시 각자의 선택이다. 샴푸를 쓰는 것이 더 좋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노푸를 하고 싶지만 샴푸를 완전히 끊는 게 힘들다면 샴푸의 양과 횟수를 점차적으로 줄여가는 것도 방법이다. 샴푸와 노푸를 번갈아 가며 감는 것도 추천한다. (너무 멀리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노푸에 대해 알고 직접 실천하면서 자본주의 산업이 우리의 몸을 어떻게 구속하고 위협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여성용 면도기와 제모제를 팔기 위해 여성의 털은 불결하고 제거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프레임이 생성되고 오늘날까지 어어지고 있는 것처럼, 샴푸 역시 문명인이라면 당연히 써야 하는 생활필수품의 상식으로 자리잡게 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상식과 고정관념의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좁은지도 모르겠다. 샴푸와 노푸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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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빛나는 순간, 마이 테이블 레시피
박수지 지음 / 그린쿡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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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봤을 때 숨막히는(?) 두께와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는, 그에 못지 않게 있어 보이는 세련되고 고급스런 표지 디자인을 갖춘 외양에 깜짝 놀랐었다. 이제껏 내가 산 요리책 중 가장 두꺼운 것이 <빵선생 이성실의 홈베이킹 노트>였는데(그때도 책의 두께에 깜놀했었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막상막하의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책을 받고 보니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책값에 수긍이 갈 정도였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첫인상이었다. 

  더불어 책의 제목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도 이책의 특이한 점이었다. 제목을 책표지 전면에 큼직하게 내거는 보통의 책들과 달리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책의 목차인 요리 주제들이 책의 전면을 장식한다. 그리고 avocado와 meat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요리가 빛나는 순간, 마이 테이블 레시피>라는 책제목이, meat와 egg 사이에 저자 이름이, egg와 chicken 사이에 부제인 듯한 '친구야, 이거 요리해 봤어?'가, sea food와 chocolate 사이에 'my never-ending cooking story'가 수줍게 숨어 있다. 바로 눈에 보이는 책표지의 글자들이 죄다 영어라는 점이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한글 제목은 자세히 봐야 보인다;;) 보통의 요리책과는 다른 책두께 만큼이나 생소한 표지 디자인이 이책에 대한 색다른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책표지에 내세운 재료들을 주제로 한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식, 양식, 일식, 또는 아이들 요리, 김밥 주먹밥 샌드위치 등등으로 구분한 보통의 요리책들과 달리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그 제목처럼 오직 저자가 사랑하고 자랑하는 레시피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아보카도 스무디에서 궁중 갈비, 스웨덴 프랑스 영국 등을 거쳐 초콜릿 레시피까지 장르를 뛰어넘은 폭넓음을 자랑한다. 목차에 내 건 6개의 주재료인 아보카도, 고기, 달걀, 닭, 해산물, 초콜릿를 활용한 저자의 정성 가득한 레시피들이 이책을 채우고 있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가 보통의 다른 요리책들보다 더 좋았던 건 각각의 요리에 저자의 이야기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아보카도를 첫 주제로 삼으면서 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스웨디시 미트볼과 프렌치 어니언 수프 레시피를 꺼내면서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저자가 요리에 열정을 불태우게 된 속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음식 솜씨 못지 않게 글솜씨까지 좋아 책을 빼곡하게 채운 긴 글이 술술 읽힌다. 저자가 풀어내는 요리와 자신의 이야기들은 재미는 물론 때때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요리책은 물론 요리에세이라고 분류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와중에도 주요 식재료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나 알아두면 좋을 팁 등도 빠지지 않고 챙긴다.










  가장 눈이 꽂히는 꼭지는 역시 고기였다. 주변에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약간 전염이 된 탓도 있지만, 고기 요리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나임에도 침샘을 자극하는 비주얼과 스토리를 가진 고기 레시피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구워먹는 소금구이 외에 색다른 맛의 근사한 고기요리를 엄마에게 직접 해드리고 싶은 숨은 욕심도 고기 꼭지에 내 시선을 더욱 묶어놓았다.

  여러 메뉴 중에서도 저자가 요리를 계속 하기 위해 정말 간절하고 절절하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성했다는 사연이 담겨 있는 스웨디시 미트볼의 맛이 가장 궁금했다. 과연 내가 그맛을 낼 수 있을지, 그래서 저자의 그런 절실한 마음을 맛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한번 따라서 만들어보고 싶은 메뉴이기도 했다. 특히 베리잼이 곁들여져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선보이기도 좋은 요리가 아닐까 싶어 다시 한번 단단히 찜을 해두었다.












  그외에도 달걀, 치킨, 해산물 등 쉽게 구할 수 있거나 비교적 친숙한 식재료들을 주제로 한 요리들이 이어진다. 달걀 요리는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제법 근사한 맛을 낼 수 있어 보였고, 한국인들이 애정하는 식재료인 닭은 고기 못지 않게 근사한 요리들로 탄생되어 군침이 돌게 했다. 먹는 건 좋아하지만 손질이 어렵고 귀찮아서 직접 만드는 건 꺼려지는 게 해산물 요리인데 저자가 소개해주는 요리들을 읽고 있자니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에서 아보카도 만큼이나 의외였던 주제가 바로 초콜릿이었다. 고기 치킨 해산물 요리를 보다가 마지막에 등장하는 초콜릿 요리라니, 조금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달달한 디저트에 또 초콜릿만한 것이 없지 않은가. 물론 열량폭탄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건 잠시 잊도록 하자.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함에도 초콜릿은 좋아하는 나는 이책의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는 초콜릿 레시피들이 조금 어색하면서도 재밌었다. 보기만 해도 달달한 초콜릿 디저트들을 가끔은 허락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요리는 치유'라고 정의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전업주부에서 자신의 삶을 고민하던 저자에게 요리는 치유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주었다.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이 저자에게 요리가 빛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책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저자의 그런 빛나는 순간의 요리 레시피들을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과 함께 담은 요리책 또는 요리에세이다. 

  소개하는 요리마다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읽는 재미도 있고, 친절하게 조목조목 설명해주어 배우는 즐거움도 있다. 심심할 때마다 펼쳐서 읽어보기에 딱 좋다. 이책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들은 익숙한 듯 생소한 요리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 같은 요리 무능력자에겐 좀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요리에의 도전 의식이 샘솟기도 한다. 이책에 나온 주요 식재료별 요리 하나씩만 잘 익혀두어도 손님이 왔을 때 근사하게 한 상 차려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열심히 따라서 만들어보려고 한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큼직한 크기, 두툼한 두께와 묵직한 무게 만큼 저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따듯한 요리책이다. 조금은 부담스럽던 책값에 대한 불만은 막상 도착한 책을 읽으면서 모두 사라졌다. 책값이 아깝지 않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시피의 요리들을 담고 있음은 물론 세련되고 고급스런 편집과 제본 덕에 요리에 관심 많은 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다만 큼직한 책크기에 비해 글자가 작은 건 많이 아쉽다. 돋보기를 장착하셔야 책을 보는 엄마나 노안의 문턱에 다다른 언니들이 보기엔 조금 괴로울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수정이 가능하다면 다음 판에는 글자 크기를 조금 키웠음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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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홍콩 마카오 - 2016 ~ 2017 최신 정보 수록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김수정.김승남.원정아 지음 / 길벗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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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다녀오기 좋은 가까운 여행지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홍콩이다. 이왕 떠난 길 홍콩만 보고 오긴 아쉬운지 대부분 마카오까지 짝맞춰 세트로 맞추는 게 보통이다. 홍콩과 마카오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부담없이 다녀오는 해외여행지다. 이를 증명하듯 내 절친도, 동생도 다녀왔고 심지어 얼마전 아는 언니 부부도 홍콩 여행을 떠난다며 내 배를 한껏 아프게 했다. 하지만 부러우면 지는 법, 홍콩의 밤거리에 아직도 별들이 소곤되는지는 홍콩아가씨의 노래 가사를 조만간 직접 내눈으로 확인하고야 말테다!를 외치며 오늘도 나는 틈틈이 항공사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그런데 야경이 유명한 홍콩의 환한 밤하늘에서 과연 별들의 흔적이나마 볼 수나 있을까. 노래 가사에 대한 딴지는 아니구 ㅋ)

그렇게 주변의 웬만한 사람들이 다녀온 홍콩 마카오 여행에 대한 평은 여러가지였다. 여름 휴가 일정에 맞춰 여행을 다녀왔던 동생은 너무 덥고 습해서 힘들었다 투덜대고, 겨울방학에 맞춰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홍콩은 그냥 그랬는데 마카오가 좋았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얼마전 여행을 다녀온 언니네 부부는 직접 들려줄 얘기가 많으니 얼른 주말에 놀러오라며 여운을 남겼다. 다양한 후기 중 공통된 의견은 너무 덥지 않은 계절에 산책하듯 설렁설렁 다니기엔 좋은 도시여행지라는 것. 뒤늦게 나홀로 도시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된 나로서는 분명 끌리는 멘트였다. 그렇다면 뭐가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지, 그렇게 홍콩 마카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찾은 책이 길벗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의 홍콩 마카오 편이다.








길벗출판사의 여행안내서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테마북과 코스북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1권 미리보는 테마북은 여행 주제별 다양한 정보를 수록해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에 중점을 두었다. 반면 2권 가서보는 코스북은 지역별 일정별 테마별 다양한 추천코스 및 관련 정보를 담아 낯선 여행지에서 들고 다니며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까닭에 책 전체의 두께가 상당하다. 책의 판형 또한 큼직해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그 위용에 깜짝 놀랐다. 크기와 두께 못지 않게 담긴 내용들 또한 정말정말 상세하고 친절해서 일단 책값이 아깝지는 않은 책이었다. 심지어 한 권을 샀는데 안에 (분책 가능한) 두 권이 들어 있다. 뭔가 남는 장사인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얼마 전 2016-2017년 최신 정보를 담은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더불어 부록으로 홍콩 MRT 트랩 노선도와 주요 관광지별 지도가 수록된 대형 폴더 지도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착착 접으면 손바닥 만한 크기 정도라 여행 때 부담없이 들고 다니면서 펼쳐보기에 좋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엔 해외여행 시 지도보다 구글맵을 더 많이 찾아보긴 하지만 그래도 낯선 곳에서 이런 지역별 지도가 있다면 한결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1권 미리보는 테마북에서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쇼핑 등 여행의 주제별로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에 앞서 홍콩 마카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수록해 여행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홍콩에 비해 비중은 적지만 마카오 역시 같은 테마별로 정보를 정리해두었다. 책 옆면에 이미지와 색깔을 달리 해 테마별 표시를 해두어 찾아보기를 도와준다.








청나라 말기에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해 영국의 손아귀에 넘어갔던 홍콩은 잘 알다시피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횐되어 현재는 중국의 영토이다. 중국에 속해 있찌만 여러 행정 분야에서 자치를 인정받은 특별자치행정구역으로, 중국 본토와 달리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홍콩이란 이름의 뜻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향기로운 항구'라는 의미란다. 귀한 향료와 향나무를 실어 나르던 무역항에서 기인되었다는데, 그 뜻을 알고 나니 홍콩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다가온다.

홍콩 하면 노래 '홍콩아가씨'의 첫구절이던 홍콩의 밤거리와 야경, 홍콩영화, 쇼핑의 천국 등의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어렸을 때 극장가를 평정했던 (지금은 사양길로 접어든) 홍콩영화가 내게는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최근의 홍콩에 대한 이미지는 비폭력 평화시위를 하던 '우산혁명'이 떠오른다. 이책에서도 우산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여행을 결정하는 큰 요소 중의 하나가 날씨다.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데, 안그래도 더운 나라를 더운 계절에 찾은 동생의 불만을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더운 기후에 속하는 홍콩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고 햇빛이 풍부한 가을이란다. 봄도 괜찮다. 겨울엔 우리나라 만큼 춥지 않아 옷을 조금 챙겨 입으면 큰 무리는 없고 여름은 우리나라보다 더 덥고 습하니 더위를 많이 탄다면 피하는 게 좋다. 11월로 달이 바뀌면서 급속히 추워지긴 했지만 지금이 홍콩을 여행하기 제일 좋은 가을이라니! 아아, 떠나고 싶다아~~









가장 먼저 볼거리에서는 첨탑 같은 홍콩의 거대한 고층 빌딩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최신식 초고층 빌딩(헐리웃의 유명 영화에도 단골 출연했다지만)보다 역사적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운 옛건물에 더 눈길이 갔다. 야경에 크게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홍콩의 야경은 워낙 유명한지라 그냥 지나치긴 힘들었다. 매일 밤 여덟시부터 14분간 수만 가지 빛으로 홍콩을 밝힌다는 총천연색 레이저 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궁금증이 일었다. 세계 최대 규모로 인정받아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홍콩 최대의 볼거리인데, 심지어 무료라니 놓치면 섭섭할 볼거리인 듯하다.








볼거리 못지 않게 먹거리 또한 놓칠 수 없는데, 그중에서도 딤섬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타이베이에서 먹었던 딤섬의 맛에 반했던 터라 홍콩의 딤섬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동생이 맛있다던 에그타르트와 밀크티, 망고 디저트 또한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이다.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홍콩인 만큼 쇼핑 또한 홍콩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여러 특색있는 가게들을 소개해 두었다. 매장별로 명품 입점표를 만들어 보여준 것에 깜놀! 쇼핑에 큰 관심없는 나에겐 별 의미가 없었지만 명품 쇼핑을 계획하는 여행자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쇼핑 꼭지를 휘리릭 넘기자 홍콩의 즐길거리들이 나왔다. 호텔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거나 스파나 마사지를 하는 것보다 내 눈을 끌어당긴 건 바로 홍콩 하이킹! 이번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내용이라는데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홍콩 하이킹을 꼭 해보고 싶어졌다.








절친이 홍콩보다 더 좋았다던 마카오에 대한 정보도 간략하지만 실속있게 소개되어 있는데, 나 역시 마카오가 무척 끌렸다. 세계문화유산 거리도 재밌을 것 같았고, 화려한 사진들이 가득한 공연들도 구미가 당겼다. 시간만 잘 맞춘다면 무료 쇼도 꽤 볼만하단다. 마카오 하면 배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카지노! 하지만 복권 사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크게 궁금하지 않지만, 생애 처음으로 카지노 구경을 해보는 것도 나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어디서 많이 본 건물 같다 싶었더니 영화 <도둑들>에 나왔던 카지노도 등장한다. <도둑들>의 촬영현장만 따로 작은 꼭지로 묶어 두었는데 영화의 기억을 더듬으며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미리보는 테마북의 마지막 뒷부분에는 여행을 코앞에 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과 스마트 앱을 이용한 여행정보, 홍콩과 마카오의 숙소 추천 등의 정보들을 정리해 두어 여행계획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각 권마다 인덱스를 따로 두어 궁금한 것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게 해둔 것도 좋았다.











2권 가서보는 코스북에서는 제목 그대로 지역별 일정별 테마별 추천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총 15개의 홍콩의 주요 여행지역을 선정해 구성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정별 추천코스와 테마별 추천코스를 세밀하게 나누어 정리해 두었다. 본인의 여행 일정과 스타일에 맞는 추천코스를 선정한 뒤 참고해서 조율하면 코스 짜기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가서 보는 테마북은 여행 갈 때 챙겨가는 여행책으로 기획된 만큼 여행의 실질적인 정보들도 담겨 있다. 홍콩에 도착해 공항 입국 순서부터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교통편과 이용방법, 노선 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홍콩 여행이 처음인 나 같은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다. 또한 시내 여행을 위한 교통 정보와 마지막 출국을 위한 공항으로 가는 방법까지 정말 세세하게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이책 한 권이면 공항에 도착해 헤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홍콩의 지역별 정보 또한 알차다. 각 지역마다 인기, 나홀로 / 커플 / 가족, 관광 / 쇼핑 / 식도락 / 나이트라이프 / 문화유적, 복잡함, 청결, 접근성 등을 별점으로 매겨 놓아 그 지역의 특성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게 해두어 여행 코스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 부분에 엄지 척! 해주고 싶다. 또한 꼭 보고 먹고 즐겨야 할 것을 짚어주고, 지역별 지도에 여행코스를 표시해 쉽게 동선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추천코스 또한 완전정복코스, 핵심코스, 스타일리시 코스, 골목 산책 코스, 쇼퍼홀릭 코스 등 각 지역별 특성에 맞춰 여러가지 코스를 실어두어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세부 정보에서는 각각의 지역에 대한 자세한 여행 정보가 실려 있는데, 1권에 수록된 페이지를 같이 기록해 두어 1권과 쉽게 연동해서 찾아볼 수 있게 배려한 점도 좋았다.







2권에서도 마카오에 대한 추천코스를 따로 만날 수 있다. 홍콩에서 마카오 가는 방법부터 예매 방법과 가격, 시간 등의 교통 정보도 소개되어 있고, 마카오 시내 교통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크지 않은 지역인 만큼 마카오는 크게 두 개의 추천지역으로 그 정보가 시려 있다. 하루나 이틀 정도면 웬만한 지역은 다 돌아볼 수 있다는 마카오지만 보면 볼수록 볼거리가 많은 곳이 또한 마카오 같다. 이책에 소개된 여행정보들을 읽으며 나처럼 설렁설렁 산책하듯 돌아다니며 구경하길 좋아하는 도시여행자들에게는 딱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가보고 싶다 마카오! :)








책의 말미에는 현지에서 알아두면 좋은 상황별 영여회화가 실려 있어 나 같은 영어울렁증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그런데 막상 외국에 나가보면 저렇게 완벽한 문장을 구성하지 못해도 정확한 단어 몇 개와 바디랭귀지면 웬만큼 뜻이 통하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왕이면 영어 공부를 좀 해서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면 더 좋은 건 당연지사. 더불어 1권과 마찬가지로 찾아보기가 실려 있어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길벗출판사의 여행시리즈인 <무작정 따라하기 홍콩 마카오>은 여행 전 착실한 사전 준비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여행안내서다. 책의 두께 만큼이나 담아낸 여행 정보의 양은 단연 압도적이다. 정말 많은 양의 정보들이 담겨 있다. 대충의 동선만 짜두고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머리를 어지럽게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지에 대해 미리 분석하고 철저한 여행계획을 짜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이런 공부할 거리가 많은 알찬 여행책이 반갑다.

미리보는 테마북과 가서 보는 코스북으로 분책 가능한 두 권의 책으로 편집되어 있다는 점이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시리즈가 내세우는 최대 장점이자 다른 여행책과의 차별점이다. 테마북으로 여행의 큰 얼개를 짜고 코스북으로 본격적인 루트를 잡을 수 있고, 여행 시에는 코스북만 들고 다녀도 되니 그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편집이 좋았지만 여행 정보가 두 권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때때로 1권과 2권을 함께 찾아봐야 해서 번거롭거나 여행자 성향에 따라 오히려 2권의 책을 모두 들고 다니느라 더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다만 책의 판본이 커서 보기엔 좋은데 이동 시 들고 다니기엔 다소 불편한 점도 있으니 책의 크기와 무게를 조금만 더 줄여주면 훨씬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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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
정은주 지음 / 길벗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멀리 먼나라 가기는 힘들지만 뭔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그럴 때는 제주 여행이 딱이다. 외국이든 제주든 비행기를 타고 물 건너는 것은 마찬가지고(아직 배타고 제주에 가본 적은 없다) 제주만의 이국적인 풍경들은 외국여행 못지 않은 감흥을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보다 말도 잘 통하고(물론 제주 방언은 외국어 못지 않은 불통을 유발하지만;;) 올레길의 번창과 그에 따른 게스트하우스의 발달로 여자 혼자 여행을 다니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요즘은 제주가 매너없는 일부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는 여전히 혼자 여행의 로망이 가득한 곳이다. 

  졸업여행을 빼고 제주여행은 친구와 올레길 여행을 시작으로 나홀로 한 번, 언니와 한 번 그렇게 세 번을 다녀왔다. 마음은 매년 가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거의 3년 정도 텀을 두고 다녀온 셈이다. 체력 좋은 친구와 올레길만 다닌 여행은 좋았지만 걸었던 거리에 비례해 힘들었다. 나 혼자 떠났던 올레길 여행은 혼자라 좀 무섭기도 했지만 내 체력에 맞춰 쉬엄쉬엄 다닐 수 있어 너무 행복했었다. 언니랑 찾은 제주는 렌트카로 비교적 편하게 이동했지만 휘몰아치듯 관광지를 찍고 다니는 옛날 여행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언니와 절충하느라 좋았지만 아쉬움이 남기도 한 여행이었다. 






  나의 제주 여행을 생각해보면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고 모두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지만, 혼자 어슬렁 어슬렁 다녔던 제주 여행이 가장 좋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이들과 하루 여행을 함께 하기도 했고, 거기서 만난 친구와 아직도 인연을 이어가고도 있다. 다만 올레길을 걸을 때 외지거나 오름 등을 오를 때 혼자라 조금 무서운 점만 뺀다면 혼자 여행하는 제주 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취향과 체력이 완전히 맞는 동행자가 있다면 함께 떠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사람 찾기는 정말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틀어지기 십상 아닌가. 그래도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면 떠나는 것이 한결 쉬워지긴 한다. 혼자 여행은 좋지만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대개 망설이다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내 경우는 그렇다는 얘기다.

  면허증도 있고 운전도 할 줄 알지만 아직 베스트 드라이버는 아닌지라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런 까닭에 제주여행은 거의 백퍼 뚜벅이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까닭에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 은 이런 나의 여행스타일에 딱 맞는 제주여행 안내서다. '나홀로 떠나는 제주 뚜벅이 여행 코스 총집합'이라는 부제는 마치 내 마음을 꿰뚫은 것 같다.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제주 여행을 고심 중이었기에 이책을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발목 부상으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ㅠ)







  취재차 들른 제주도에 반해 해안 마을에 자근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눌러 살고 있다는 이책의 저자는 조금 느리게 움직일 마음만 먹는다면 차 없이도 충분히 제주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유경험자로서 분명히 그렇다. 요즘은 (다른 도시들도 그렇지만) 버스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교통카드도 되며 무엇보다 여행자의 최고 친구인 스마트폰이 있기에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별로 없다. 예전처럼 차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주요 관광포인트만 찍고 다니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제주 올레길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제주는 뚜벅이 여행의 천국이 되었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은 그렇게 느리게 제주를 즐기고 싶은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정보들로 가득한 친절한 여행책이다. 뚜벅이 여행자의 필수 정보인 최신 제주 버스 시간표도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행 코스와 맛집 카페 쇼핑 명소 등은 제주에 터를 잡고 사는 현지인 저자가 제주 전역을 직접 발로 뛰고 체험해서 알아낸 정보들이라니 더욱 믿음이 간다. (동시에 그 정보들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참고로 이책에 수록된 정보는 2016년 8월 기준이란다.






  이책에서는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의 방법으로 크게 버스 여행, 자전거 여행, 도보 여행으로 테마로 세부 내용들을 정리해 놓았다. 그에 앞서 공항 면세점 병원 응급실 정보와 제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와 찜질방의 요금 주소 연락처와 홈피 주소 등을 빼곡하게 정리해 놓았다. 제주 여행 시 게스트하우스를 즐겨 찾는 나로선 지도와 함께 잘 정리되어 있는 게스트하우스 목록에 바로 하트 뿅뿅 날리고 싶을 정도였다.












  여행책의 기본 사양인 제주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도 빠트리지 않는다. 인기 명소, 세계자연유산, 박물관, 야간명소 같은 볼거리와 오일장, 플리마켓, 오름, 이색체험 등의 즐길거리, 이색 빙수와 빵집, 카페, 하우스 브루어리, 제주 로컬 음식 같은 먹을거리도 초반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특히 사계절 캘린더는 계절별 추천 여행지와 방문시기, 추천코스 등이 소개되어 있어 완전 좋았다. 봄에 찾았을 때 너무 좋았던 비자림의 단풍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지난번 가을에는 가보지 못했던 산굼부리의 억새의 향연도 가보고 싶어졌다. 올 가을 이책 들고 제주를 찾으려던 계획은 본의 아니게 미뤄지게 됐지만, 언젠가 가을 제주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






  책 옆면에는 테마별로 버스 여행(주황색), 자전거 여행(보라색), 도보 여행(청록색)으로 색깔을 달리해 색인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책을 볼 때 은근 편리해서 좋다. 큰 테마 안에 다시 작은 테마는 글자색으로 위치를 표시해 두었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버스 여행이다. 도보 여행 역시 보통 버스 여행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제주시 서귀포시 같은 큰 도시들과 동부 지역 서부 지역의 주요 여행지 정보들이 대부분 버스 여행 꼭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버스 여행 꼭지답게 가장 먼저 지도와 함께 버스 노선, 이용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책에 나온 버스노선만 제대로 알아두면 제주 여행 계획 시 동선짜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 같다. 진작에 알았으면 나도 버스 노선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세부 인기 여행지 소개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버스 번호와 노선, 출발지와 경유지, 이동 시간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추천코스와 소요시간도 나와 있어 여행계획을 짜는데 큰 도움을 준다. 주변 맛집 카페 쇼핑 같은 것도 곁들였다. 무작정 길을 나서거나 몇몇 검색글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버스 시간이나 노선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책에 담긴 상세한 정보와 그에 기반한 추천코스를 제시하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다음 버스 여행을 함께 할 책으로 이책을 고르길 참 잘 한 것 같다.






  공항이 있는 제주시 꼭지에서는 제주시티투어버스 코스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지난 제주 여행에서 가보고 싶었지만 버스편이 마땅치 않아 포기해야 했던 여행지들이 좀 있었는데, 제주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차 없이도 다녀올 수 있다. 다만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 소개된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 사려니숲길은 강추한다.









  버스 여행에 이은 두 번째 테마는 바로 자전거 여행이다. 대학시절 여름방학 때 자전거 여행을 갔다가 개고생만 남부럽지 않게 했다는 친구들의 후일담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선뜻 용기내지 못하는 것이 자전거 여행이기도 하다. 이제는 체력마저 딸려서 과연 제주를 자전거로 여행할 날이 올까 스스로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청춘이 생각나는 자전거 여행은 여전히 로망으로 남아있다. (허나 일본 홋카이도 여행에서 하루 자전거를 탔다가 뻗은 걸 생각하면 역시 무리일 것 같기도 하다;; ㅠ ) 

  자전거 여행에서는 섬 일주 코스인 제주환상자전거길 10개 코스가 소개되어 있다. 일주 코스는 여행자의 체력에 따라 1박 2일에서 4박 5일까지 일정을 나눌 수 있다. 사실 저질체력인 내 입장에서는 4박 5일에 제주 같은 큰 섬을 다 돈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버스 여행이나 도보 여행처럼 코스 중간에 만나는 여행지에서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달리는 자전거로 만나는 제주는 그것만의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코스 소개에는 코스별 주행거리와 소요시간, 난이도와 경사도 편의성 등이 표시되어 있다. 지도에는 같이 즐길 수 있는 관광 포인트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빠르게 달려서 지나가는 자전거 여행의 특성상 오래 머물기보다 비교적 눈으로 훑으며 볼 수 있는 곳들이다.











  마지막 테마는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도보 여행이다. 제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행 트렌드를 바꾼 올레길을 비롯해 지질트레일, 추사유배길, 한라산둘레길, 마을 산책, 섬마을 등이 도보 여행 꼭지에 들어가 있다. 21코스로 걷기로 제주 한 바퀴를 완성한 올레길은 이제 두말하면 입 아픈 도보 여행의 대표주자인 만큼 가장 먼저 소개된다. 각각의 코스들을 지도와 함께 간략한 듯 상세한 설명과 함께 실어두었다. 아직 걸어본 곳보다 못 걸어본 올레길이 많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얼마나 오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올레길로 제주 한 바퀴를 완성할 날을 아직 기대하고 있다.






  그외에도 독특한 제주의 화산지형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질트레일, 한라산의 아름다운 숲들을 만날 수 있는 한라산둘레길, 역사 속 추사 김정희의 발길을 짚어볼 수 있는 추사유배길이 있다. 지질트레일은 넓게 보면 올레길에 거의 포함되는 것 같은데, 화산지형을 관찰하는 테마로만 걷기 여행을 계획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홀로 제주여행을 떠났을 때 올레길에서 만난 분의 추천으로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을 가로지르면서 한라산둘레길 중 어리목 코스의 일부를 걸었었는데 정말 좋았다. 숲을 좋아한다면 한라산둘레길 코스 추천한다.

  추사 유배길은 말로만 들었는데 기회가 되면 걸어보고 싶다. 작은 마을을 느긋하게 타박타박 걸으며 여행하는 마을 산책 역시 해보고 싶은 걷기여행이다. 제주 안의 또다른 섬으로 떠나는 섬여행 중 마라도는 다녀왔는데 청보리밭 예쁠 쯤 가파도 올레길을 걸어보고 싶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비양도는 다시 협재를 찾는다면 불쑥 다녀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에는 제주도의 주요 버스 시간표가 몇 장에 걸쳐 빼곡하게 실려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읍면순환버스, 제주시티투어버스의 노선과 운행경로가 상세하게 나와있다. 여행할 때 갖고 다니면서 찾아보면 유용할 것 같다. 찾아보기 색인 꼭지를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며 책이 끝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차 없이 떠나는' 뚜벅이 제주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들이 가득한 여행안내서다. 버스 여행, 자전거 여행, 걷기 여행에 맞춰 각 도시별 지역별 여행 정보와 추천 여행코스를 살뜰하게 챙겨 담았다. 무엇보다 차 없는 여행자의 가장 필요로 하는 버스 정보가 충실해서 좋았고, 볼거리 즐길거리를 중심으로 주변 도보여행 코스를 짜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종이질이 좋아 보는 즐거움에 비례해 책무게는 좀 나가지만(이건 다른 여행안내서들도 마찬가지), 책 크기나 두께도 적당하고 손에 잡히는 책넘김도 좋다. 편집도 깔끔해서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는 것도 장점이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주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놓치지 않고 잘 담아낸 책이다. 혼자 또는 친구와 뚜벅이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마 여행 코스 짜기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다음번 나 홀로 제주 여행 때는 이책을 벗 삼아 챙겨 가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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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북한 요리 수업
휘슬러 R&D팀 엮음 / 미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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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하고 담백한 요리를 좋아한다. 고등학교 입학시험날 조금 짠 콩나물국을 먹고 체한 다음부터 (너무 신기하게도) 짠 음식을 잘 못 먹게 된 나는 그날 이후 지금까지 올곧게 남들보다 한 단계 싱거운 입맛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위가 약한 탓에 매운 음식에도 취약한 데다 단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짜고 맵고 달달한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있어 문제라는데 내 입맛은 (현대인이 아닌 건지) 다행히 문제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내게 누군가 북한식 요리가 잘 맞겠다는 말을 했다. 각종 조미료가 일상화된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 요리들은 비교적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 있다고 말이다. 입맛에 따라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또 그런 건강한 음식들을 좋아하지 않느냔 말이지. 북한 요리라곤 평양냉면 함흥냉면 (지금 이것들을 북한요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도 밖에 모르기에 <처음 만나는 북한 요리 수업>은 뭔가 새로운 요리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주는 요리책이었다. 그러고보니 북한요리를 담은 요리책은 정말 처음인 듯하다.



 
 



  북한 요리의 특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끝나면 본격 요리 전 몇 가지 정보를 담은 프롤로그 꼭지가 나온다. 기본 조미료에 대한 설명, 깊은 국물을 위한 재료별 육수 내는 방법, 좋은 식재료 고르는 법, 북한 명절 요리 몇 가지의 레시피가 이어진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주방기구들이 많이 나오는 휘슬러의 R&D팀이 참여한 요리책이라 그런지 다른 요리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스테인리스 스틸 조리도구 사용법이 간략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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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나는 북한 요리 수업>은 간단 한 그릇 요리, 담백하게 먹는 매일 집밥, 손님 초대용 한상차림, 대표 인기메뉴, 건강 간식 & 디저트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요리 이름들을 쭈욱 살펴보면 몇몇 생경한 단어들을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그리 낯설지 않다. 비록 지금은 분단된 채 살고 있지만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걸 요리 이름들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겉보기엔 우리네 밥상과 비슷하지만 저자는 막상 북한 음식들을 먹어보면 우리 음식들과 맛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지역별로 음식맛이 다르듯 북한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위도 차이로 차이나는 기후만 해도 음식맛이 달라질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한 그릇 음식인 홍합김치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시피가 쏟아진다. 닭고기죽, 시래기국밥, 된장감자찌개, 가지볶음, 쇠고기전골, 가지순대, 녹두묵채, 팥죽 등 익숙한 메뉴들과 함께 명태회국수, 밝은쟁이볶음, 콩나물김치, 햇닭탕, 햇닭찜, 혼돈찜, 만경닭찜, 대동강 숭어국, 입쌀군만두 등 조금은 생경한 메뉴들도 보인다. 마지막 꼭지에 실린 북한 간식들은 부모님 어린 시절의 주전부리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약간의 반전도 있었으니 우리에게도 익숙한 된장감자찌개를 북한에서는 된장을 식용유에 먼저 볶아서 부드러운 맛을 낸단다. 또한 명태회국수는 이름과 달리 명태가 아닌 북어가 재료로 등장해 살짝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준다고 해도 북어살을 명태회라고 하기엔 무리가 아니냔 말이지. 

  여러 음식들을 통해 비슷한 듯 다른 북한 음식의 특징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김치였다. 김치를 담글 때 당연히 젓갈은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김치에 젓갈을 사용하지 않는단다. 또한 우리가 주로 무침이나 국을 끓여먹는 콩나물로도 콩나물 김치를 담근단다. 그외에도 염장무로 지지미를 해먹거나 삶은 무로 동치미를 담그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인 초계탕을 함경도나 평안도에서는 추운 겨울에 주로 먹는가 하면 추어탕을 끓일 때 미꾸라지를 주로 갈아서 쓰는 우리나라와 달리 통째로 넣는다는 것도 이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비슷한 듯 다른 점을 찾는 게 재밌었다.






  단순하고 절제된 책 전체의 디자인처럼 레시피 구성도 무척이나 심플하다. 실린 사진도 예쁘고 보기에는 좋지만 요리책인 만큼 이런 최소한의 구성은 아쉬운 면이 많다. 물론 과정샷도 몇 장 실려있고 필요한 재료들, 준비 과정과 만들기 과정이 모두 있다. 물론 서너 줄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요리를 좀 하는 이라면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할 게다. 허나 모르는 것도 많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은 요리 새내기의 경우엔 그 간단한 설명 사이의 행간이 궁금해질 때가 많은 법. 미니멀리즘 열풍에 따라 이런 최소한의 과정샷과 설명으로 구성된 레이아웃이 요리책의 요즘 트렌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요리가 어려워 요리책을 찾아보는 1인으로서 이런 심플함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트렌드의 흐름과 맞지 않더라도 나는 아는 내용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요리책이 더 좋더라. 더불어 이 책에 실린 레시피의 요리 재료는 몇 인분인지 분량 표시가 없다. (1인분으로 추측되지만 그럼에도) 재료의 분량을 알려주면 좋겠다.



 



  티비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북한 요리는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그런 이유로 레시피 한쪽에 요리에 관한 설명을 실어둔 tip 꼭지가 유용했다. 요것들을 읽으며 그동안 몰랐던 북한 요리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재미가 꽤 쏠쏠했기 때문이다. 이 tip 꼭지를 잘 활용했다면 아주 충실한 정보를 담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아주 간략한 설명들로 채워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은 등 전반적으로 북한 요리에 대한 충실한 내용을 기대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생경한 요리 이름 뜻이 궁금해 찾아보면 내용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좀 서운하기도 했다. 책제목이 <처음 만나는 북한 요리 수업>인 만큼 나처럼 북한요리 자체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웬만한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도록 요리 이름의 뜻이나 유래 같은 정보들로 tip을 좀더 알차게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레시피의 만들기 과정 중에 '압력솥 신호등 압력밸브의 노란 띠/ 그린 띠가 올라오면' 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찾아보니 이는 이는 휘슬러 압력솥 제품에 한해 유효한 설명이었다. 휘슬러 R&D팀이 만든 요리책이긴 하지만 이책의 독자가 모두 휘슬러 압력솥의 사용자는 아닌 만큼 이런 식의 설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분명한 건 조금 당황스럽고 기분이 좋진 않다는 것이다. 휘슬러 압력솥이 아닌 다른 조리기구로도 이책이 소개하는 요리들을 맛있게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리시간과 불세기 등을 설명하는 것이 제돈 주고 책을 사는 독자들에 대한 마땅한 의무라고 본다. 이 부분은 속히 수정되길 바란다. 





 



  뭘 잘못 먹었는지 어제 오랜만에(?) 체하는 바람에 뭘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냉동실에 있는 잣이 생각나 금강잣죽을 만들어 봤다. 찹쌀을 두 시간이나 불려야 하는 게 좀 시간이 걸렸지만 비교적 간단해서 금방 만들 수 있었다. 불린 쌀과 잣을 물과 함께 믹서에 간 다음 건더기는 체에 거른다. 걸러낸 물을 끓이다가 건더기를 조금씩 넣어서 저어주는 게 포인트! 적당한 농도가 되었을 쯤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면 끝난다. 레시피의 재료 분량대로 금강잣죽을 만들어보니 딱 한 그릇이 나왔다. 책에는 알려주지 않고 있지만 만들어 보니 재료 분량이 1인분 기준인 듯하다. (g을 보면 모르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누차 밝혔다시피 난 g만으로는 분량이 얼마인지 감이 잘 안 오는 요리초짜다;;)

  속이 불편할 땐 역시 소화가 잘 되는 찹쌀로 만든 죽이 제격이다. 잣이 들어가서 고소하고 소금간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잣맛을 눌러주어 적당히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잣죽이 완성됐다. 왜 이름에 '금강'이 들어갔는지 궁금한데 특별한 설명이 없어 알 길이 없다. 리뷰를 쓰다가 궁금해 검색해보니 금강산을 끼고 있는 금강 지역의 잣죽이 특히 유명하다고. 아마 그래서 '금강잣죽'이란 이름이 붙었나 보다. 그런데 직접 만들어 먹어 본 결과 북한 잣죽이나 남한 잣죽이나 비슷했다. 재료나 조리방법 모두 별다른 점이 없었는데 맛 역시 그랬다. 잣죽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잘 살아있는 잣죽이었다. 





 
 



  뭔가 좀 그럴싸 해보이는 요리 중에 '칠향닭찜'도 만들어 봤다. 스무디 만들어 먹는다고 사놓은 케일도 있고 엄마가 주신 닭안심도 있고 밤이랑 대추도 있길래 선택했다. 재료 중 도라지는 없어서 아쉽지만 패쓰하고, 표고버섯은 조금 밖에 없어서 그냥 있는 걸 탈탈 털어서 만들었다. '칠향닭찜'은 일곱 가지 향을 넣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 닭 뱃속에 일곱 가지 재료를 넣어서 찌거나 닭 껍질에 일곱 가지 재료를 넣어 말아서 쪄서 먹는 음식이란다. 이를 응용해 간단하게 만든 레시피가 이 책의 '칠향닭찜'이란다. 닭껍질로 쌈을 싸는 메뉴였다면 감히 도전할 생각도 못했을 텐데 케일이라 참 다행이다. 더불어 간만에 알찬 정보가 담긴 tip코너 덕분에 요리에 대한 궁금증도 팍팍 풀 수 있었다. 

  먼저 끓는 물에 케일을 데쳐 물기를 제거하고 닭안심은 얇게 저며 양념을 재워둔다. 밤 도라지 대추 표고버섯은 채 썰어두고 표고버섯은 기름에 볶으면 재료 준비 완료. 이제부턴 케일에 재료들을 넣고 쌈을 싸서 찌면 된다. 데친 케일을 펼치고 그 위에 저며둔 닭안심과 채썬 재료들을 얹은 다음 돌돌돌 말아준다. 책에 '풀어지지 않게 잘 싸준다'라고 나와있어 대체 어떻게 풀어지지 않게 싼단 말이냐! 하고 순간 버럭했는데, 케일잎을 데친 덕분에 굳이 뭘로 묶지 않아도 쌈이 풀어지지 않았다. 요런 설명도 같이 남겨주면 괜히 걱정 안 했을텐데. 큭. 



 



  케일쌈을 다 만들었다면 이제 돌돌 말린 케일쌈 속재료들이 잘 익도록 찌기만 하면 된다. 이때 '압력솥의 압력계기 3단에 두고 센불에서 가열하다 신호등 압력밸브 노란 띠가 올라오면 불을 끈다(213쪽)'는 황당한 설명 때문에 난관에 부딪쳤으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고 노란 띠가 저절로 올라오는 휘슬러 압력솥이 없는지라 그냥 냄비에 찜기를 얹고 케일쌈을 쪘다. 조리시간을 알 수 없어서 대충 감으로 하다가 좀 많이 쪘는지 닭가슴살이 좀 퍽퍽해졌다. 그래도 속재료로 들어간 표고버섯과 밤, 대추가 제각각 맛을 내고 신의 한 수였던 계피가루 향이 번져 전체적으로 담백하면서도 독특한 맛이었다. 넣지 못한 도라지가 들어갔다면 특유의 쌉싸름한 향이 칠향닭찜이라는 이름처럼 더욱 풍성한 맛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쌈을 찌는 시간만 제대로 맞출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만드는 이색 별미 메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







  <처음 만나는 북한 요리 수업>은 간혹 듣기만 했지 잘 알지 못했던 북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새롭고 반가운 책이었다. 북한 요리를 우리 입맛에 맞게 개발한 메뉴라 평소 우리가 먹던 음식이랑 비슷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있는 요리여서 재미가 있었다. 아직 몇 가지 만들어보진 못했지만 북한 요리 특유의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 평소 내 입맛과 잘 맞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전체적으로 특이하거나 신기한 메뉴보다 대체로 익숙하고 맛이 그려지는 메뉴들이라 기대만큼 대박 신선하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평소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북한 요리의 방식을 접목해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호에서 출간된 다른 책들처럼 이책 역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과 예쁜 사진들로 수시로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만 아직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북한 요리를 다룬 요리책인 만큼 '처음 만나는' 생소한 북한 요리들의 이름 뜻이나 요리의 유래 등 간단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충분히 궁금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들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준비 재료의 분량 표시도 확실히 해주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만들기 과정에서 휘슬러 압력솥의 신호등 안전밸브를 장점을 자랑하는 당황스러운 설명은 괄호를 사용해 따로 표기하도록 하고 모든 독자들이 (휘슬러 압력솥이 없더라도) 레시피를 쉽게 이해하고 만들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리시간과 불조절에 대해 알려주는 레시피로 시급히 수정되었음 한다(개정판이 나온다면 내책도 리콜받고 싶다!). 이런 몇몇 치명적인 단점들이 이책이 가진 많은 장점을 가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다소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평소 다른 요리책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북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점과 북한 요리 날것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처음 만나는 북한 요리 수업>은 나름 분명한 장점을 지닌 요리책이다. 이색적인 북한 요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보아도 좋지만 (기대보다 정말 특이한 북한 메뉴는 그리 많지 않아서) 그보다는 담백하고 소박하지만 재료의 맛과 영양을 살려낸 건강한 밥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더 만족스러운 레시피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참, 출간기념 사은품으로 함께 도착한 휘슬러 에코백도 나름 쓸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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