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 피부노화, 피부 트러블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피부단식 뿐이다
히라노 교코 지음, 정은미 옮김, 야자와 요시후미 감수 / 전나무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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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우연히 봤던 기사의 책추천 꼭지를 통해서였다. 화장품을 끊은 것을 '피부 단식'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라 한번 읽어봐야지 했다가 내내 까먹고 었었는데, 얼마 전 노푸 도전과 함께 계면활성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문득 화장품이, 그리고 이책이 떠올랐다. 우츠키 박사의 <물로만 머리 감기>에 이어 히라노 교코의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펼쳐 읽게 된 이유다. 

  히라노 교코의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읽기 시작하면서 우선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책제목의 '단식'이 일정 기간 화장품을 멀리하는 간헐적 단식이 아니라 완전히 화장품에 안녕을 고함을 의미한다는 것이었고(화장품을 아예 바르지 않는다고?), 또 다른 하나는 저자가 작별을 선언한 그 화장품이란 것이 흔히 피부에 안 좋다고 여겨지던 '색조화장품'이 아니라 건강한 피부를 위해 평소에도 꼭꼭 챙겨서 발라주어야만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초화장품'이라는 거였다. 둘 다 생각지 못한 것이었지만 내겐 후자가 더 충격이었다. 머리 감기에 샴푸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과 맞먹을 정도랄까. 

  앞서 두 가지에 비해서는 좀 약하지만 하나를 더 꼽자면, 이건 우츠키 박사의 <물로만 머리 감기>에서 이미 알게 된 내용이었지만, 생각 이상의 유화제의 활약(?)이었다. 이책에 따르면 화장품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기능성 성분들이 피부로 흡수되려면 먼저 유화제(계면활성제)가 피부의 장벽을 파괴하는 과정이 선행된다. 피부를 좋아지게 하는 성분을 흡수시키기 위해 건강한 피부의 장벽을 파괴한다니 그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지금의 화장품들이 하는 역할이 그렇단다. 그동안 화장품에 포함된 기능성 성분들은 피부에 흡수되기엔 입자가 커서 그냥 광고용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화제 덕분에 피부 장벽을 뚫고 흡수가 되긴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물론 멀쩡한 피부에 상처를 낸 다음 약을 발라주는 꼴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책을 읽다 보니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저자와 비슷한 화장품 단식을, 그것도 여러 번 시도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의 피부 단식은 보통 화장품 바르는 것 자체가 부담인 여름에 자연스레 시작됐다. 건조함 따윈 느낄 수 없는 높은 습도와 자연 보습인자를 내포한 땀이 줄줄 흐르는 계절이라 크게 티는 안 났지만, 기초화장품을 멀리 할수록 군데군데 각질이 올라왔고 곳곳에 화이트헤드를 품은 좁쌀여드름이 치솟았다. 나름 매끈하던 피부는 어느 순간 귤껍질처럼 우둘투둘해졌다. 축축하던 여름이 가고 건조한 겨울이 되면 그 정도는 더 심해져 피부가 따갑기도 하다. 이 지경이 되면 그간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뒤늦게 피부 관리에 돌입하곤 했다. 그땐 정말 몰랐었다. 그게 피부 단식 초기에 겪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 순간을 잘 버텨냈다면 지금쯤 저자처럼 화장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도. 무엇보다 기초화장품을 멀리한 것이 실은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반성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내 피부 트러블을 달고 살았던 탓에 나는 비교적 피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높은 관심에 비해 게으르고 가난해서 화장품이나 피부관리에 큰 돈을 쓴 적은 없다(결과적으론 잘한 일이다). 그러다 DIY 천연화장품을 배우게 됐고,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DIY 천연화장품으로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솔직히 그건 아니었다. 내 피부는 내장기관의 컨디션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평소 위장장애에 수면부족까지 달고 살았으니 획기적인 변화를 바라는 게 오히려 염치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는데, 우선 피부가 한결 편안해졌다. 피부에 맞는 재료로 만들다 보니 예전처럼 화장품의 끈적임을 참지 않아도 됐고, 스킨-로션-크림(또는 에센스, 아이크림까지)로 이어지는 과정을 스킨-로션(또는 크림)의 2단계로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틈틈이 올라오던 콧방울의 블랙헤드랑은 영원히 안녕을 고했고, 예전처럼 아이크림 에센스 등을 바르지 않아도 잔주름이 더 늘지 않았다. 한의원 치료로 내장기관 관리까지 겸했더니 효과가 더 좋았다. (이제 잠만 푹 자면 된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침이나 밤마다 뭔가를 얼굴에 바르는 건 귀찮다. 


  예전부터 비싸든 싸든 화장품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관련 책들을 읽어보니 사실이 그러했다. 몇몇 특징적인 기능성 성분과 브랜드의 힘, 광고와 포장이 화장품 가격을 결정한다. 화장품 성분을 공부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이 로션과 크림의 차이였는데, 둘의 근본적인 차이는, 놀랍게도, 단지 유분(기름)과 유화제(계면활성제)의 비중 뿐이었다. 로션에서 유분량을 적적량 늘리면 크림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기름이 늘어나면 그만큼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유화제의 양도 늘어난다는 거다. 그렇기에 유분 함량이 많은 크림은 로션보다 계면활성제의 양도 더 많다. (나는 유화제의 양이 오일량을 기본으로 가감된다고 배웠고 그동안 내가 읽은 책에도 그렇게 나와있지만, 이책의 저자는 반대로 수분의 양에 따라 유화제 양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수분양이 많은 로션에 크림보다 더 많은 유화제가 들어간다는 거다. 누구 말이 맞고 틀린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제껏 화장품을 만들 때 유분 함량을 기준으로 유화제의 양을 계량했다.) 

  고가의 아이크림도 알고 보면 몇몇 기능성 성분을 제외하곤 크게 다르지 않다. 에센스는 종류에 따라 스킨에 가깝기도 하고 로션에 가까운 것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제껏 로션, 크림, 아이크림, 또는 에센스라는 다른 이름을 달았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성분의 화장품을 피부에 이중삼중으로 덧바르고 있었던 것이다. 중복되는 화장품의 개수만큼 우리 지갑은 날씬해졌겠지. 반대로 피부는 화장품의 무게에 눌려 점점 처졌을테고 넘쳐나는 기름 성분에 피부 본연의 피지 분비 활동은 점점 줄어들었겠지. 종종 들리던, 외국에서는 로션이나 크림 중 한 가지만 바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나라처럼 기초화장품 개수가 많은 나라는 흔치 않다는 말은 실제로 농담이 아니었다. 그말인즉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이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잘 먹혀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책의 저자 히라노 교코는 우연히 접한 기사와 책을 통해 그동안 써왔던 화장품의 폐해를 알게 된다. 그리고 직접 피부 단식을 실천해 보기로 한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는 이렇게 시작된 저자의 피부 단식 과정을 시작부터 책을 낼 때까지 2년 여 동안의 피부 변화들을 기간별로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화장품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평범한 중년 여성이 피부 단식을 하면서 화장품과 피부의 기능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을 담은 책이라 그런지 읽는 동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그동안 별다른 의심없이 써왔던 화장품을 모두 끊음과 동시에 변하는 피부 상태를 목격하면서 피어오르는 걱정과 앞으로 계속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이 나올 때면 다른 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음에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번역가인 오십대 중반의 여성이기에 피부 단식으로의 도전이 비교적 쉽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모든 화장품을 끊은 뒤 하얗게 피어오르는 각질을 주렁주렁 매달로 직장생활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은 젊은 여성 역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예쁨을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화장품 단식을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올라오는 트러블로 고생하는 나와 달리, 원래 타고난 피부가 좋다는 저자는 심지어 피부 단식 과정에서 가끔 올라오는 여드름 정도 외에 큰 트러블은 겪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내 피부가 그 정도만 되어도 각질은 어느 정도 감내하고 피부 단식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흑흑) 


  젊을 때부터 피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온 저자이지만 그녀 역시 피부 단식을 시작하면서 모든 화장품을 끊자 얼굴이 당기기도 하고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다. 그간 화장품으로 인한 독이 빠지고 본연의 피부 장벽이 살아나는 과정이란다. 동시에 화장품을 발랐을 때의 그 촉촉함이나 얼굴의 윤기도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처음엔 당기고 힘들어 하던 피부의 장벽이 살아나면서 당김은 사라지고 하얗게 일어나던 각질들도 점차 줄어든다. 피부가 많이 당기거나 따가울 때는 우츠키 박사의 피부 요법을 따르는 병원을 다니는 저자 역시 백색 바셀린을 권한다. 바셀린을 면봉에 아주 약간만 떠서 손가락으로 비빈 뒤 얼굴에 발라주면 얇은 막을 형성해 보습을 도와준단다. 중요한 점은 바셀린은 화장품과 달리 피부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츠키 박사가 백색 바셀린만을 허락한 이유 또한 그것이다. 아참, 화장품의 가장 큰 문제를 계면활성제라고 지적하기에 그럼 요즘 많이 쓰는 천연식물성 페이스오일은 괜찮지 않나 생각했는데, 저자는 오일 역시 산화하기에 좋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표한다. 결론은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 

  피부가 당기기도 하고 얼굴에 각질을 달고 다니는 등 나름의 '사서 고생'을 할 만큼 피부 단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이책을 읽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일 거다. 그건 바로 피부의 변화다. 화장품단식 후 여전히 약간의 각질이 있지만 세안 후 예전처럼 피부가 당기지 않는다, 안색이 밝아졌다, 팔자주름과 잔주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피부 처짐이 개선되어 턱선이 살아나고 얼굴이 작아져 예전보다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등 그녀가 말하는 피부단식 후의 변화들은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이것들은 모두 여러 화장품들이 광고해대던 궁극적인 효과들이 아닌가 말이다. 아무것도 안 바르고도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굳이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화장품을 바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좋은 피부'의 상징인 촉촉한 피부 윤기의 아름다움은 포기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씻고 난 뒤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유가 가장 부러웠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읽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색조화장품보다 기초화장품이 더 피부에 안 좋다는 점이라는 얘기를 앞서 했는데, 그것만큼 놀라웠던 게 이책의 저자는 기초 화장은 하지 않으면서 색조화장은 가끔씩 한다는 점이다. 보통 색조화장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기초화장을 탄탄하게 하라고 배웠는데 기초 화장 없이 색조화장을 한다니! 이것 역시 기존의 내 상식을 뒤집는 얘기였다. 물론 색조화장 역시 우리가 보통 알고 있던 점이랑은 다른 점이 많다. 화장은 안 해도 꼭 발라야 한다는 썬크림의 상식에 대해 저자는 부정적이다. 오랜 야외활동이 있을 때를 제외한 보통의 일상에선 굳이 썬크림을 바를 필요가 없다는 거다. 대신 모자 선글라스 양산 등으로 햇빛을 차단하길 추천한다. 더불어 파우더 정도만 발라도 빛의 산란효과로 어느 정도의 빛차단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피부 화장 역시 피부에 흡수가 잘 되는 리퀴드 타입의 파운데이션 대신 잘 씻겨나가는 파우더 타입을 권장한다. 그외 눈이나 입술 등 포인트 메이크업은 바셀린을 활용해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는 클렌징 화장품의 카피는 우리에게 어느새 진리가 되어 있다. 그래서 당연히 클렌징은 꼼꼼하게 완벽하게 남김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로 화장을 지울 때 이중세안은 당연한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속의 클렌징은 그런 상식을 비웃는다. 우선 색조화장 자체를 위의 방법으로 하면 클렌징도 달라진다. 순비누를 잘 거품내어 파우더를 씻어내고 물로 잘 헹궈내면 끝이다. 눈이나 입술 등의 포인트 색조화장의 경우 바셀린을 활용해 닦아낸다. 이중세안을 해오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뭔가 덜 씻긴 것 같이 찜찜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조금 덜 씻어내도 괜찮다고, 화장이 남아 있더라도 각질 탈락과 함께 제거가 될 거라고 말한다. (물론 각질 탈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건강한 피부라는 전제가 있지만) 이것 역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말 생각도 못한 얘기들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 맞는 얘기였다. 다만 잦은 색조화장으로 인해 피부 착색은 어찌 설명할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피부의 각질들이 탈락하기도 전에 연타로 화장품을 덧칠해서 그런 건가 혼자 추측만 해볼 뿐이다. 





  여러가지 난관을 겪어야 함에도 그보다 더 큰 장점들이 있기에 지금도 여전히 피부단식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기존의 고정관념이란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는 않기에 도전은 했지만 포기하거나 적당히 타협을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좁쌀여드름에 피부를 잠식당하고 가끔 찢어질 것 같은 따가움 등 때문에, 완전한 화장품 단식을 하고 싶지만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화장품 개수를 줄이고 계면활성제를 멀리하는 방향으로 적정선에서 합의를 봤다. 피부 단식을 하진 못하더라도 이책을, 또는 이글을(너무 길어서 누가 다 읽을진 모르겠지만;) 읽는 이들아라면 우선 화장품 다이어트부터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앞서 말했듯 로션, 크림, 에센스, 아이크림 등은 기본 성분은 거의 비슷하니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로 줄인다. 스킨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무방하다. 다만 스킨만 쓴다면 스킨의 수분이 피부의 수분까지 뺏어서 증발해버려 더 건조해질 수 있으니 스킨에 적정량의 페이스오일을 섞어 쓰는 방법을 추천한다. (얼마전 만능스킨이라는 이름으로 티비에 방송되기도 했다) 그러면 수분에 오일이 막을 씌워 수분 증발을 막아주어 보습 효과가 있다. 미스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화장품은 배제하고 페이스오일로 요즘 각광받는 코코넛오일이나 올리브 오일만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나 역시 전에 겨울에 오일만 발라봤다가 피부가 찢어질 것처럼 따가워서 포기했는데, 이번에 좁쌀여드름으로 완전한 피부단식은 포기하는 대신 코코넛오일만 소량씩 바르고 있다. 가을이라 그런지 아직은 괜찮고 이대로 적응하면 어쩌면 겨울도 잘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최대한 계면활성제는 안 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클렌징 역시 계면활성제를 피하려고 하니 전에 보았던 아이리무버가 생각났다. 유층과 수층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을 사용 전 흔들어서 섞어 제품이었는데, 유화제 대신 물리적 힘으로 물과 기름을 섞는 방법이라 괜찮을 것 같았다. 이것조차 귀찮다면 요즘 내가 쓰는 크렌징 방법도 괜찮다. 먼저 화장솜에 유화제 안 넣은 DIY스킨(만들기 엄청 쉽다!) 또는 그냥 물을 조금 넣고 오일 몇 방울을 떨어뜨린 다음 그걸 이용해 색조화장을 지워낸다. 물과 기름이 모두 있기에 비교적 잘 닦인다. 주의할 건 이때 너무 박박 문지르면 안 된다는 것. 그러면 피부가 상한다. 부드럽게 닦아도 잘 지워진다. 화장솜을 갈아 그렇게 두 번 정도 닦아내면 대부분의 색조화장이 지워진다. 그 다음엔 얼굴에 남아있는 기름 성분을 닦기 위해 클렌징폼을 써도 되지만 나는 밀가루를 푼 물에 세안을 한다(<물로만 머리감기> 리뷰의 방법을 응용함). 그렇게 세안을 마친 다음에는 다시 화장수와 페이스오일을 떨어뜨린 화장솜으로 살살 닦아내고 소량의 코코넛오일로 마무리를 한다. 이책의 저자가 식물성오일의 산화를 걱정했던 점을 고려해 페이스오일은 산화에 강한 포화지방으로 구성된 코코넛오일을 시험삼아 써보고 있다. 쉬는 날엔 아무것도 안 바르고 하루를 보내며 간헐적 피부단식을 한다. 



  노푸와 함께 피부단식 또한 기존의 '당연했던' 상식을 뒤엎는 얘기였다. 그래서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평소 궁금하고 의문스러웠던 것들이 이책들을 통해 조금씩 풀 수 있었다. 이책을 읽고 피부단식에 대해 많이 검색을 해봤고,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이 같은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점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의심없는 당연함을 넘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도전하고 공유하는 이들의 경험이 모여 기존과는 새로운 상식을 만들길 기대해 본다. 그것들은 자본주의의 화려하고 교묘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고 그들로부터 독립되고 인간 본연의 것을 찾아가려는 상식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샴푸든 화장품이든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원래 하던 것이고 그게 편한데 굳이 바꿀 이유를 못 찾겠다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뭔가 불편해서 바꾸고 싶다면 그것들을 거부할 수도 있다. 자신에게 맞게 좋은대로 하면 된다. 다만 그 선택 안에 자본주의의 상업논리가 스며들지 않도록 자신의 주관을 잘 지켜나가면 된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의 저자 히라노 교코는 후자를 선택했고, 보통의 일반상식이라 믿는 믿음에 부합하진 않지만 분명 의미있는 목소리를 담은 책이 아닐까 싶다. 화장품을 끊든, 아님 계속 사용하든 현명한 판단을 위해 제대로 아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피부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흥미를 느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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