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 - 자연을 그대로
유한나.조애경 지음 / 미래라이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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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드는 우리집 베란다에 걸려있는 발 위에는 부지런하신 부모님의 손을 거친 무언가가 늘 널려 있다. 아빠의 텃밭에서는 여러가지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에 먹고 나눠주고도 남은 가지나 호박, 각종 나물 등을 말리시는 게다. 감이 익는 가을이되면 앞베란다 건조기는 절정을 이룬다. 감을 깎아 건시나 곶감도 만들고 얇게 썰어 감말랭이도 만든다. 한켠에는 말랑말랑 익어가는 홍시도 자리잡고 있다. 작년부터는 흠집이 나서 오래 보관하기 힘든 사과나 고구마도 잘라서 말리기 시작하셨는데, 요것들이 이렇게나 달달한지 새삼 감탄을 거듭했었더랬다. 덕분에 안그래도 입맛 좋은 가을에 각종 말랭이들 덕분에 내 입은 호강이다. 물론 달콤한 만큼 옆구리살도 포동포동 불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말린 음식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긴 음식 보관법 중의 하나로 식품의 수분을 제거해 오래 보관이 가능한 것은 물론 부피도 줄어들고 무게도 가벼워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이 아니다. 말린 음식은 생으로 먹을 때와 달리 영양분이 더해지기도 하고 색다른 식감을 주기도 한다. 무말랭이나 시래기, 말린 버섯처럼 햇빛에 말리는 동안 비타민D가 생성되는가 하면, 예전에 읽은 마크로비오틱 요리책에 따르면 햇빛의 양기가 더해져 음양의 조화에도 도움이 된다니 말린 음식 하나도 조상들의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듯하다.

채소나 과일들을 주로 마당에 널어 햇빛에서 말리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마당도 없고 환경오염도 심해 자연건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한 저자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것처럼 제대로 잘 말리지 않으면 상하기도 쉽다. 특히 요즘처럼 연일 비라도 내리면 대략 낭패다. 그런 까닭에 요즘은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가정용 식품건조기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란다. 말리는 동안 햇볕의 좋은 기운을 더할 수 없다는 건 많이 아쉽지만, 식품건조기는 날씨나 장소에 상관없이 위생적으로 말릴 수 있고 건조 상태 조절이 가능하며 자연건조보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건조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책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 역시 식품건조기로 말린 음식들을 활용한 레시피로 꾸며져 있다.



 



어느새 가을이 깊어지고 우리집에 말린 나물이나 과일말랭이들이 늘어나면서 말린 음식을 활용한 보다 다양한 요리법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내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요리책을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였다. 제목부터 딱이다!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는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미녀들의 식탁>의 저자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유한나 님과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여러 권의 책을 낸 조애경 님이 같이 만든 요리책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항상 남는 식재료들의 보관법을 고민하다 말린 음식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것을 활용한 요리가 많지 않음에 착안해 개발한 레시피들을 이책에 담게 되었다고 한다.

푸드스타일리스트와 가정의학과 의사가 함께 참여한 만큼 이책에는 말린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건조 식재료의 장점을 소개하고 식품건조기를 이용한 식재료 건조법과 보관법, 활용법도 정리해 놓았다. 그외 계절별 식재료와 식재료 잘 고르는 법, 천연 조미료와 육수 만드는 법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의 레시피는 1장 밥, 2장 무침 볶음 전, 3장 국 조림 구이, 4장 손님 초대 요리, 5장 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조애경 원장의 건강 Q&A를 두어 말린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 이름부터 실험적인 귤밥으로 시작하는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의 레시피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말린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대부분의 식재료들은 건조가 가능하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귤밥이나 참외무침처럼 과연 어떤 맛일지 짐작이 안 가는 메뉴가 있는가 하면 대충 머릿속으로 맛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재료가 보통의 싱싱한 것이 아닌 말린 음식이라 달라질 식감과 깊어질 풍미까진 상상이 힘들었다. 당장 만들어 맛보고 싶은 요리들이 적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내 냉장고에는 말린 두부나 말린 닭가슴살이 없고(얘네들은 자연건조도 힘든 재료 아닌가!) 그것들을 말려줄 식품건조기도 없어 침만 꼴깍꼴깍 삼켜야 했다.

책의 구성은 요리책의 가장 전형적인 포맷이자 가장 효율적인 레이아웃으로 직관적이다. 왼쪽에는 완성된 요리 사진이 독자의 침샘을 폭발하게 만들고, 오른쪽에는 요리 재료와 방법, 과정샷이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다. 가장자리에는 공동 저자의 특성을 살린 한나팁과 닥터팁이 수록되어 있어 해당 요리의 식재료의 특성이나 영양상의 정보를 같이 수록해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그나마 일단 갖고 있는 말린 음식 재료들로 할 수 있는 요리들 중에 몇 가지에 도전해 봤다. 그중 하나가 배가 출출한 주말 간식 삼아 먹으려고 도전한 말린묵잡채! 말린묵은 작년에 엄마가 직접 만드신 도토리묵을 말린 말린 도토리묵이 비장의 무기다. 레시피에는 도토리묵과 창포묵을 함께 쓰지만 없는 재료는 과감히 생략하는 자취인의 지혜로 요리를 시작했다. 도토리묵을 물에 불리고 데치고 야채들을 썰어 프라이팬에 볶다가 준비한 양념장을 부어주면 끝! 일부 재료의 생략과 부족한 솜씨로 인해 완성된 요리의 비주얼이 책과는 좀 달랐지만 맛만큼은 아주 좋았다.

말린 도토리묵 또한 한층 꼬들꼬들해진 식감으로 맛은 물론 씹는 재미를 주었고 함께 넣은 야채들이 잡채의 맛을 한층 풍성하게 해줬다. 무엇보다 양념장에 들어간 두유가 포인트로 전체적으로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든든하기까지 해서 간식으로 먹기에 딱 좋았다. 간을 약하게 하면 간식으로, 간을 조금 더 넣으면 밥반찬으로도 좋을 것 같다.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콩나물잡채가 생각나 응용버전으로 콩나물도 넣어서 만들어봤는데, 꼬들꼬들한 도토리묵에 아삭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더해져 더 좋았다.





그 다음으로 만든 요리는 만들기 쉽고 맛도 좋은 북어포 콩나물국. 마침 언니가 준 북어포도 있고 콩나물이랑 달걀도 있으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보통은 북어를 참기름에 볶다가 그냥 물을 부어 끓였지만 이번에는 책의 레시피대로 북어포와 무, 멸치를 함께 넣어 육수를 우려낸 다음 만들었는데, 무를 넣은 육수와 콩나물을 함께 넣어서 끓였더니 시원한 맛이 제대로였다. 술 마신 다음날 시원한 북엇국을 찾는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북어의 경우 대부분 건조된 걸 구입하는 게 보통이지만, 남는 명태가 있다면 이책처럼 식품건조기로 직접 북어포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갖고 있는 말린 음식 중 말린사과가 있어 손님초대요리인 말린사과쌀피자에도 도전해볼까 했더니 이번에는 피자를 완성해줄 오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포기. orz 이참에 식품건조기와 함께 오븐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없는 살림을 인정하고 그냥 다음에는 말린 나물들로 만드는 무침과 볶음에 도전해볼까 한다. 그리고 형편이 좀 나아져 식품건조기를 장만한다면 찜해둔 말린 두부와 말린 닭가슴살을 사용한 몇몇 요리를 해봐야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ㅋ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는 '말린 음식'과 '건강'을 주제로 한 요리책이다. 말린 음식을 주재료로 내세운 요리책이라 처음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먹는 식탁 위에 말린 재료로 만든 음식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울부모님처럼 직접 다듬고 데쳐서 말리는 것 뿐만 아니라 미역, 다시마, 멸치, 묵나물, 북어포, 말린 버섯 등 마트에서 사온 식재료 중에도 말린 음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책에 실린 재미난 레시피들을 보다 보면 한편으로 뭘 이런 것까지 말리나?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이 남았을 때 장기 보관을 위해 건조시킬 수 있고, 말린 식재료들이 있다면 이런 요리들을 만들 수 있다는 이책의 기획의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니 책의 레시피를 따라 하려고 재료를 식품건조기에 몇 시간씩 말려야 하냐는 불평은 오해인 셈이다. 말린 식재료들은 평소에 남는 재료들로 틈틈이 건조해 두는 게 정답이다. 

이책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는 여러 건조 식재료들로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말린 음식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살려낸 레시피들 덕분에 식탁이 한결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또한 건조 식재료들의 좋은 점들을 알게 되어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말린 음식들의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하게 된 건 즐거운 변화다. 이책의 말린 음식 레시피들을 보고 나면 오늘 집에 있는 말린 식재료들을 뒤져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보고 싶어질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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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남미였어 - 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를 나의 남아메리카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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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리번거리는 여행자의 긴 그림자가 골목 안을 채웠다. 그림자 끝엔 바다가 서걱거리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바다를 서성이다 뱀처럼 몸을 휘감으며 지나갔다. 눈앞에 하얀 포말이 높은 파도를 타고 떠밀려 내려오는 먹먹한 바다가 펼쳐졌다. '걷다 보니 남미였어, 그래 걷다 보니 세상의 땅끝이었어...' (156쪽)

여행을 좋아한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보진 못했지만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꼽는다면 단연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정은임 아나운서의 갑작스런 죽음에 사표를 던지고 아내와 떠난, 평소 즐겨 읽던 영화기자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우유니 소금사막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책의 저자는 그런 소금사막을 '지구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고 적고 있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인 듯하다. 그때부터 남미는 가장 가보고 싶은 대륙이 됐다. 그런 까닭에 애정하는 우유니 소금사막의 멋진 사진으로 채운 남미여행기라는 것이 이책 <걷다 보니 남미였어>를 집어든 가장 큰 이유였다. 심지어 제목까지 근사하다! 

세계일주의 1막을 끝내는 아프리카 케냐를 떠난 저자가 도착한 곳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 그곳이다. 예전에 읽었던 손미나의 남미여행기에서도 이곳에 대한 찬사가 이어져 호기심이 몽실몽실 이어지던 곳인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책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방목해서 키워 더더욱 맛있다는 소고기에 대한 찬사와 싸지만 맛있는 와인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는 먹방 이야기는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던 저자는 여행자 본연의 감각을 다시 살려 남미 여행루트를 짜는데 저자의 말처럼 흔한 보통의 루트는 아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베이스캠프로 저자가 남미 대륙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오가는 동선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더욱 개성넘치는 루트였다. 저자의 독창적인 남미대륙의 여행 일정은 영화 <미션>에 나왔던 이구아수 폭포 방문, 파타고니아의 바릴로체레일 토레스델파이네 트레킹, 악마의 산 아콩카구아 산행, 우유니 마추픽추 등의 남미의 주요 여행지를 둘러보는 네 번의 여행으로 짜여졌고 책 역시 그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남미 하면 역시 우유니 사막, 마추픽추를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이책을 읽으며 이구아수 폭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 거대한 규모야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보는 감흥을 전해듣자니 직접 내눈으로 보고 내몸으로 그 폭포수를 맞아보고 싶은 생각이 물씬 들었다. 남미의 알프스라는 바릴로체의 풍광이 전해주는 감동 역시 직접 느껴보고 싶어졌고, 무엇보다 파타고니아 일정의 압권이었던 모레노 빙하 트레킹은 내게 남미의 또다른 로망으로 등극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이나 악마의 산 아콩카구아 산행은 부럽기는 했지만 내 저질체력에 엄두는 안 났기에 그저 멋진 사진과 저자의 경험을 듣는 간접경험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책을 읽다 보면 반가운 사진이 종종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칠레 푼타아레나스의 라면집이었다. 얼마전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특집에서 박명수가 방문했던 바로 그 라면집이어서 오! 하며 괜시리 더 반가웠다. 아마 배달의 무도 특집을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면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작년에 방영되어 큰 즐거움을 줬던 꽃보다 청춘의 형님들이 다녀왔던 마추픽추를 비롯한 페루의 여러 흔적들을 이책에서 다시 사진으로 만날 수 있어 재밌었다. 티비에서 보아 알던 곳을 다시 만나는 그런 재회의 즐거움이랄까. 

- 여행은 짐을 싸고, 이동하고, 다시 짐을 풀고 하는 단순한 패턴이었지만, 과정은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돌발 상황이 튀어나오고, 순간순간의 선택은 모두 내 책임으로 돌아왔다. (100쪽)

세계일주를 다녀왔는데 왜 남미 대륙 여행기만 낸 걸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이미 남미 대륙에 도착하기 전 저자의 여행기가 책으로 출간되어 있었다. 책의 앞머리에 '세계일주의 1막'이라 표현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더불어 남미 대륙은 그것만으로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에 충분한 매력적인 여행지 아닌가. 비록 저자의 세계일주 1막의 내용을 모르고 이책을 읽었지만 남미 여행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즐거웠다. 그리고 그런 남미를 몸소 체험하고 온 그가 무척 부러워졌다. <걷다 보니 남미였어>는 저자의 특별한 여행 루트에 따른 에피소드들과 함께 그가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깨알같은 정보나 꿀팁들이 함께 담겨 있다. 남미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들이라면 챙겨두면 좋을 내용들이다. 또한 책의 끝부분에는 '부록'이라는 제목을 달고 토레스 델 파이네, 아콩카구아 등정, 알아두면 좋은 스페인어 같은 남미여행을 도와줄 본격 실용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 

내겐 아직 미지의 여행지인 남미 대륙에 대해 <걷다 보니 남미였어>의 저자는 남미의 경이롭고 환상적인 자연들의 풍광이나 때론 즐겁고 때론 욕지기가 나오는 몸으로 경험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여행 후의 이야기를 적지 않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실어두었는데 그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세계일주를 다녀왔다고 하면 우선 그들의 용기에 감탄한다. 그리고 그 여행기에 흥미를 보이며 부러워하지만 여행 후 다시 시작된 일상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긴 여행 뒤 일상 복귀 스토리가 궁금했다. 이책의 저자가 들려준 여행에서 일상으로의 컴백은 그야말로 현실적이었고, 많은 경비가 드는 세계 일주 후의 쪼달림이 생생하게 적혀 있어 슬며시 웃음도 났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 일주를 다녀왔고, 주변의 압박을 이기고 자신의 책을 내는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해냈다. 세계일주를 떠나던 용기는 그의 일상에서도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 어떤가? 꿈결 같은 여행 뒤에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세계 일주를 다녀온다고 변하는 건 없다. 능력이, 돈이 생기지도 않는다. 생활수준은 놀부보다 흥부 쪽에 가까워지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 친구를 보면 심리적 위축을 겪을지 모른다. (중략) 숙고의 숙고를 거듭하길 바란다. 이런 뒷감당이 가능하면 배낭을 싸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게 해답이다. 지금 떠날지 말지를 갈등하는 독자를 위해 한마디만 더 하자. 암튼 용기를 좀 내보자. 중요한 건 용기다. (중략) 분명한 건 세계 일주를 다녀왔다고 죽진 않는다는 거.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게 된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고, 살아가는 거다. (381쪽)

솔직히 말하는 나는 그처럼 세계일주를 떠날 자신은 없다. 탈탈 털면 경비는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자처럼 지금의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떠날 용기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꿈꾼다. 언젠가는 남미로 떠나는 꿈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방목해서 맛있는 소고기와 싸고 맛있는 와인도 먹고, 땅고!도 배워보고, 그렇게 소원했던 우유니 사막에서 내 그림자도 비춰보고, 비취색의 거대한 빙하 위를 직접 걷는 모레노 빙하 트레킹도 하고, 푼타아레나스의 라면집에서 뜨끈하고 얼큰한 라면 한 사발 들이키는 그런 달콤한 꿈을. 남미로의 여행을 재촉하는 <걷다 보니 남미였어>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언젠가 꼭 남미로 날아갈 '나의 그날'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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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1도 암을 이긴다
요시미즈 노부히로 지음 / 세렌디피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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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면역력 저하로 생각보다 크게 병앓이를 하기도 했고 평소 손발이 차가워 냉증을 의심하며 체온 관련 책을 뒤지다 이책을 알게 됐다. 얼마 전부터 체온 다이어트, 체온과 면역력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던 터라 체온의 중요성을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체온 1도가 암까지 이긴다니, 대체 어떤 강력한 체온에 대한 비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해서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은 애초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나는 체온과 면역력 강화 방법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든 반면 이책은 제목에 아주 충실한 '체온'과 '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었다. 애초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고 또한 아버지가 위암 수술을 하신 적도 있어 암에 대한 경각심도 큰지라 이책에서 다루는 암치료법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이 갔다. 쭉쭉 읽어내려가는 동안 암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정보들을 많이 접하게 되어 기대보다 유용한 책이었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의 몸에서도 암세포는 매일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암의 기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몰랐었는데, 이책의 초반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적 쉽고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암세포는 원래 정상이던 세포의 유전자가 상처를 입거나 변형되어 발생하는데, 이런 암세포는 하루에만 무려 3,000~6,000개나 만들어진단다. 또한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외부 명령에 따르지 않고 아포토시스(세포의 자살)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아 자살은커녕 세포증식을 계속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한 증식 때문에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기도 하고 정상세포의 영양분을 뺏겨 암에 걸린 사람들이 말라가는 거라고.

이런 무서운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수술, 화학요법(항암제), 방사선치료라는 암의 3대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체온 1도 암을 이긴다>의 저자는 여기에 제 4의 암치료법으로 온열치료를 들고 있다. 온열치료는 몸을 따듯하게 하여 환자의 체온을 상승시키고, 그로 인해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암세포의 특징인데, 정상세포는 세포 내 온도가 상승하면 온도조절기능(열조절기능)이 가능한 반면 암세포의 경우 종양 속 혈류 흐름이 많지 않아 온도가 상승하기 쉽고 한번 상승한 온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에 매우 약한 암세포의 한계온도가 42도라는 점을 이용해 지속적인 열을 가해 암세포를 약화시키고 회복능력을 차단하려는 치료법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온열치료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온열요법은 열활성 단백질(HSP)의 산출을 촉진시킨다. 열활성 단백질은 피로물질을 차단해 체력을 쉽게 회복시켜 주고, 엔돌핀 촉진을 돕기도 하며, 내추럴킬러(NK)세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들거나 인체 내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기능 등 기본적으로 외부 충격으로 상처가 난 세포를 회복시키고 우리 몸을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방어하는 단백질이라고 한다. 온열치료는 정상세포에 열을 가해 열활성 단백질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암세포의 치료를 도모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암세포가 열에 약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지만 단순히 체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몸 속에서 이런 여러가지 작용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평소 몸을 따듯하게 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고, 이렇듯 체온 1도가 몸 속 작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냉증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이야기 또한 이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을 통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건, 일상 생활 속에서 체온을 올리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기대했던 나의 바람과 달리 이책에서는 바이오매트 같은 의료기기? 치료기기?를 통한 온열요법의 효능에 대한 내용들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체온을 올려야 하는 중요성은 강조하되 그 방법으로는 온열치료 매트만 설명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그렇게 암치료에 이용되는 바이오매트의 기능이나 효능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나처럼 몸도 차갑고 면역력도 약한 팔랑귀 독자로선 그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체온 1도 암을 이긴다>의 전반부에서는 체온과 암세포, 온열치료에 대한 내용과 온열요법 암 치료의 임상보고들 같은 주요 내용을 다루고 있고, 책의 후반부에는 온열치료와 연관되는 여러 내용들 - 건강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2의 뇌'라 불리는 장의 기능과 중요성과 디톡스(해독), 면역력 향상을 위한 서프리먼트 치료법, 우리 몸의 유해요소를 비워주는 단식(패스팅)의 방법과 놀라온 효과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이책의 저자는 암을 잘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암에 걸리지 않게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만약 이미 암에 걸렸다면 무엇보다 암은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와 함께 책의 말미에 암과의 전쟁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를 당부하고 있다. 첫째 암은 생활습관병인 만큼 식사를 포함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하고, 둘째 암세포는 무제한 증식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방심하지 말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암이 면역 저하로 발생하는 만큼 면역력 강화를 위해 몸을 따듯하게 데우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암은 무서운 병이지만 못 이겨낼 병은 아니다. 하지만 눈부신 발달을 보이는 현대의학에 모든 것을 의존하기보다 우선 자신의 생활습관을 고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암을 이겨내려는 강한 의지를 다지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또한 정상인들도 매일 암세포가 수없이 발생하고 사라지고 있다고 하니 지금 건강하다고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암일 게다. 건강을 자신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체온 1도 암을 이긴다>는 냉증과 면역력, 체온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책을 펼쳤지만 암과 온열치료라는 새로운 대체의학 치료법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






냉증은 모든 병의 원인이며 몸을 따뜻하게 데우면 병은 치유된다고 합니다. (중략) 냉증은 항상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한 상태가 지속되고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영양분이나 효소를 세포 안으로 공급할 수 없어서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59쪽)

우리의 장(腸)은 신체를 보호하는 방어 시스템을 항상 작동시키면서 면역력을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부터 관리하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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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식객 요리 - 매일매일 먹고 싶은 엄마의 건강 밥상
허영만.권순애 지음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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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맛있는 음식들이 참 많고도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맛있는 건 엄마가 차려주시는 따듯한 밥상이다.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구수한 된장찌개, 금방 무쳐내 고소함이 묻어나는 나물 반찬까지 엄마의 밥상은 허기진 배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온기로 든든하게 채워준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의 이야기들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집밥이 대세다. 먹방에 이은 쿡방의 인기에 의해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의 뜨거운 인기는 엄마가 차려주시는 따듯한 밥상을 받아먹기 힘든 바쁜 시대에 밖에서 사먹는 그저 그런 음식에 질린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엄마의 집밥이 그립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직접 그맛을 만들어 보리랏! 하는 마음에 요즘 요리책 홀릭에 빠져 있던 중 만화 <식객> 시리즈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과 식객 요리팀이 함께 한 요리책 <우리 가족 식객 요리>를 만났다. 부제가 '매일매일 먹고 싶은 엄마의 건강 밥상'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만화 <식객> 시리즈야 두말 하면 입 아플 정도로 최고의 인기 만화이자 음식 만화인 만큼 <식객>이 완결되면서 그와 관련된 요리책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바로 <대한민국 식객요리> 1~4권이 그것인데, <우리 가족 식객 요리>는 그중에서도 요즘 집밥의 인기에 발맞춰 누구나 쉽게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들을 선별해 새롭게 편집하고 내용을 보완해서 펴낸 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식객요리>의 집밥 요리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화 <식객>을 읽으면서 입맛 다시던 집밥 요리들의 레시피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허영만 화백의 짧은 글이 나오는데, 만화 <식객>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이 짧은 글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 '최초의 맛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에서 시작합니다. (중략)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합니다.' 이글에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집에서 먹은 엄마의 음식들이 다시 혀끝에서 하나둘 되새김되는 듯하다.








  <우리 가족 식객 요리>의 앞부분은 요리의 기본인 식재료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재철재료 캘린더와 식재료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와 나 같은 요리 새내기에게 필요한 재료별 기본 칼질법과 재료 손질법 등이 실려 있다. 달걀 지단을 부칠 때 팬에 기름을 두르고 쓰고 남은 오이로 문지르면 기름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등의 간단하지만 유용한 팁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재료 손질법은 익숙치 않은 재료들을 어떻게 손질할지 몰라 난감해하던 나 같은 요리 무식자들에게는 참 반가운 정보들이 가득 실려 있다. 물론 요리 좀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집밥 요리를 내세운 요리책인 만큼 <우리 가족 식객 요리>의 메뉴들은 밥과 죽, 국과 찌개, 구이 조림 볶음 찜, 나물 무침 장아찌 김치 등의 평소 식탁에서 자주 만나던 익숙한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에 별미로 국수와 한 그릇 요리, 전통다과와 음료가 포함되어 있다. 책표지 한쪽에 적힌 '허영만과 식객이 함께 만든 맛있는 집밥 요리 154'란 카피가 무색하지 않게 아주 실한 메뉴들이라 목차들만 보아도 벌써 배가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이책에는 한 바닥에 한 가지 메뉴가 실려 있다. 왼쪽에는 맛깔스런 사진과 그 음식에 대한 짧은 설명이나 효능 등이 적혀 있고, 오른쪽에는 재료와 레시피가 작은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또한 조리시간과 1인분의 칼로리, 요리 용량을 한눈에 쏙 들어오는 이모티콘으로 표기해 놓았다. 오른쪽 윗쪽 공간에는 재료에 대한 설명, 재료를 고르는 방법, 요리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이나 또는 다르게 응용할 수 있는 조리법 등의 간략하지만 꽤 유용한 요리팁이 짤막하게 적혀 있다. 

  직접 이책의 요리를 따라해본 요리초보로서 아쉬웠던 건 재료의 용량을 표기하는 계량 기준이 조금 애매하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 식객 요리> 가장 처음 나오는 김치밥을 보고 군침이 꼴깍 넘어가서 가장 먼저 따라서 만들어 보았는데, 김치밥의 쌀 2컵과 물 1/2컵을 보고 보통 전기밥솥의 계량컵이겠거니 하며 따라했는데 그대로 하니 물량이 너무 적어 보였다. 불안하지만 그대로 만들었으나 결국 밥물이 적어 타고야 말았다. 1큰술, 1작은술이나 g 표기까지는 얼추 알겠는데, '컵'은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왕 친절하신 김에 나 같은 초보를 위해서 계량 기준에 대해서도 조금만 더 친절히 알려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쇄에서는 요 부분을 더 보완해주셨음 좋을 듯하다. :)




  책의 마지막에는 찾아보기가 있다. 이거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꽤 유용하다는 건 요리책 좀 찾아보신 분들은 아실 터! 책 전체는 분류별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가 원하는 메뉴를 단번에 찾을 때 책 끝에 실려있는 찾아보기 꼭지 만큼 친절한 꼭지도 없다.






▲ '배숙' 만들기



  <우리 가족 식객 요리>를 넘기며 만들고 먹고 싶거나 나도 만들 수 있겠다 싶은 메뉴들을 포스티잇으로 표시하다 보니 어느새 한웅큼의 포스트잇이 책의 옆면에 붙었다. 그중에서도 쉽고 간단해 보여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이 바로 '배숙'이었다. 책에서처럼 예쁜 모양을 낼 수 있는 통후추도 없고, 절편으로 자를 생강도 없었지만, 엄마가 직접 말리신 생강가루로 물도 우려내고 배 위에 얹어 약간의 모양도 내니 꽤나 그럴싸했다. 달콤한 배와 알싸한 생강이 설탕과 만나 간단하지만 맛있고 건강한 후식이 완성됐다. 한 조각 맛보신 엄마도 인정! 다음에 통후추 한 통 장만하면 책과 같은 비주얼로 만들어 보아야겠다. :D




▲ 김치밥 만들기



  디저트 대신 처음 도전한 요리는 이책 가장 첫번째로 등장하는 김치밥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빨간 김치밥 사진이 너무 맛있어 보이고 했고 생각보다 재료나 만들기가 어렵지 않은 것 같아 도전했다. 그런데 막상 만들려고 보니 집에서 얻어온 김장김치는 똑 떨어졌고 굵게 채를 썰어야 하는 쇠고기는 잘못 사와서 깨알같이 다져진 상태였다. 잠시 절망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적당히 익은 마트표 김치와 다진 쇠고기로 김치밥에 다시 도전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실마리를 찾지 못한 '쌀 2컵에 물 1/2컵'의 미스터리를 결국 풀지 못한 채 밥을 한 결과 결국 약간 탄내나는 밥이 되었다. 심지어 g을 잴 수 없어 눈대중으로 대충 맞춘 김치양이 적었는지 사진보다 희멀건 김치밥이 되어 잠시 눈 앞이 흐려지기도 했다. ㅠ



▲ 김치밥 만들기



  그러나 도전 정신과 좌절 속에서 완성된 김치밥은 요리책 속 사진에 비해 비주얼은 부족하지만 생각보다 맛은 그럴싸했다. 굵게 채썬 쇠고기 대신 이리저리 뭉친 다진 쇠고기지만 김치 양념과 어우러져 맛있는 한 그릇 밥이 완성된 것이다. 물론 풀지 못한 숙제인 밥물의 부족으로 생겨난 탄내와 밥알끼리 친하지 않은 된밥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 자평하며 맛있게 먹었다. 다음엔 엄마표 잘 익은 김장김치와 굵게 채 썬 쇠고기로 무장해 제대로 만들어보리라 하고 도전욕을 다지고 있다. :D




▲ 북엇국 만들기



  김치밥 다음으로 만들어 본 음식은 바로 북엇국. 책에 있는 정식 이름은 무채북어탕이지만 일단 집에 콩나물은 있지만 무는 없고, 책의 팁에서 알려준대로 시원한 맛을 살리기 위해 쇠고기를 안 넣는 대신 북어를 참기름에 볶아서 국을 만들었다. 무가 들어갔으면 훨씬 더 시원한 맛이 더 살아났겠지만, 콩나물과 북어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북엇국 본연의 맛이 잘 우러났다. 이건 간단한 재료로 만들기도 쉽고 비주얼도 나름 잘 나와서 김치밥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웠던 메뉴였다. 추석날 다음 해장국으로도 좋을 듯하다. 참, 책에는 안 나오지만 울엄마표 레시피대로 두부를 같이 넣어주어도 맛있다. :)




▲ 매운 제육감자찜 만들기



  마지막으로 얼떨결에 도전하게 된 메뉴는 바로 매운 제육감자찜! 마트에서 돈육 코너를 지나다가 책 속 메뉴가 생각나서 삼겹살을 사왔다. 돼지고기 제육 양념은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아서 뚝딱 만들어낸 내가 대견해졌고, 양념에 버무린 삼겹살이 제육감자찜으로 제법 모습을 갖추어가는 걸 보니 군침이 돌았다. 양념이 졸아들수록 '매운'이란 이름에 걸맞게 붉은 색의 양념이 삼겹살에 입혀져 가는 걸 보며 요리라는 게 생각만큼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약간의 자심감이 생기기도 했다.



▲ 매운 제육감자찜 만들기



  완성된 매운 제육볶음은 책의 사진보다 훨~~씬 붉은 빛의 양념을 자랑하고 있어 순간 좀 당황했다. 붉은 양념인데 빨간 파프리카도 선택 착오였고, 책에서 감자만 넣고 당근은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완성된 음식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뭐 이렇게 실수를 거듭하면서 배워가는 것이지 괜찮아 괜찮아 혼자 위로하며 고기 한 점을 입 안에 넣었는데, 오! 맵다! 그리고 맛있다! 맛있쪄~♡ 내가 만들어도 제법 먹을만한 맛을 내는 걸 보니 왜 그렇게 뿌듯한 건지, 큭큭. 다만 돼지비계 안 좋아하는 나로선 다음에는 비싼 삼겹살 대신 살코기 부위가 더 현명한 선택일 듯하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예전엔 요리책을 볼 때 눈으로만 만족했는데, 책을 펼쳐놓고 직접 따라 만들어 보니 또다른 재미가 있었고 눈으로 볼 때와는 달리 약간의 자신감도 붙어 뭔가 뿌듯해졌다. 아직은 많이 서투르고 부족하지만 책을 보며 하나씩 따라하다 보면 나만의 요리 실력이란 게 조금씩 쌓여가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음식을 날름날름 받아먹기만 했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그 음식 하나에 이렇게 많은 정성이 간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좀더 연습해서 다음에는 부모님께 직접 요리를 만들어 드릴 날이 오길 바라본다. 

  허영만 화백의 인기 음식만화 <식객>에 등장했던 집밥 요리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우리 가족 식객 요리>는 집에서 자주 먹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특별함이 더해져 있고 친절한 사진과 설명으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메뉴들로 꽉 차게 구성되어 있는 요리책이다. 이책을 따라 뚝딱 만들어낸 따듯한 집밥의 마술을 직접 느껴보시길. 엄마의 밥상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그럴싸한 모양의 맛있는 집밥 상차림을 완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책을 통해 식객의 요리들을 직접 맛보게 된 만큼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읽었지만 아직 전집 소장의 꿈을 이루지 못한 <식객> 시리즈를 <우리 가족 식객 요리> 옆에 나란히 두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D




최초의 맛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에서 시작합니다. (중략)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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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식객 요리 - 매일매일 먹고 싶은 엄마의 건강 밥상
허영만.권순애 지음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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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에서 만났던 요리들 중 집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집밥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는 요리책이에요. 저 같은 요리초보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어 더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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