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 - 자연을 그대로
유한나.조애경 지음 / 미래라이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볕이 잘 드는 우리집 베란다에 걸려있는 발 위에는 부지런하신 부모님의 손을 거친 무언가가 늘 널려 있다. 아빠의 텃밭에서는 여러가지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에 먹고 나눠주고도 남은 가지나 호박, 각종 나물 등을 말리시는 게다. 감이 익는 가을이되면 앞베란다 건조기는 절정을 이룬다. 감을 깎아 건시나 곶감도 만들고 얇게 썰어 감말랭이도 만든다. 한켠에는 말랑말랑 익어가는 홍시도 자리잡고 있다. 작년부터는 흠집이 나서 오래 보관하기 힘든 사과나 고구마도 잘라서 말리기 시작하셨는데, 요것들이 이렇게나 달달한지 새삼 감탄을 거듭했었더랬다. 덕분에 안그래도 입맛 좋은 가을에 각종 말랭이들 덕분에 내 입은 호강이다. 물론 달콤한 만큼 옆구리살도 포동포동 불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말린 음식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긴 음식 보관법 중의 하나로 식품의 수분을 제거해 오래 보관이 가능한 것은 물론 부피도 줄어들고 무게도 가벼워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이 아니다. 말린 음식은 생으로 먹을 때와 달리 영양분이 더해지기도 하고 색다른 식감을 주기도 한다. 무말랭이나 시래기, 말린 버섯처럼 햇빛에 말리는 동안 비타민D가 생성되는가 하면, 예전에 읽은 마크로비오틱 요리책에 따르면 햇빛의 양기가 더해져 음양의 조화에도 도움이 된다니 말린 음식 하나도 조상들의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듯하다.

채소나 과일들을 주로 마당에 널어 햇빛에서 말리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마당도 없고 환경오염도 심해 자연건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한 저자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것처럼 제대로 잘 말리지 않으면 상하기도 쉽다. 특히 요즘처럼 연일 비라도 내리면 대략 낭패다. 그런 까닭에 요즘은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가정용 식품건조기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란다. 말리는 동안 햇볕의 좋은 기운을 더할 수 없다는 건 많이 아쉽지만, 식품건조기는 날씨나 장소에 상관없이 위생적으로 말릴 수 있고 건조 상태 조절이 가능하며 자연건조보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건조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책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 역시 식품건조기로 말린 음식들을 활용한 레시피로 꾸며져 있다.



 



어느새 가을이 깊어지고 우리집에 말린 나물이나 과일말랭이들이 늘어나면서 말린 음식을 활용한 보다 다양한 요리법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내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요리책을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였다. 제목부터 딱이다!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는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미녀들의 식탁>의 저자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유한나 님과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여러 권의 책을 낸 조애경 님이 같이 만든 요리책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항상 남는 식재료들의 보관법을 고민하다 말린 음식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것을 활용한 요리가 많지 않음에 착안해 개발한 레시피들을 이책에 담게 되었다고 한다.

푸드스타일리스트와 가정의학과 의사가 함께 참여한 만큼 이책에는 말린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건조 식재료의 장점을 소개하고 식품건조기를 이용한 식재료 건조법과 보관법, 활용법도 정리해 놓았다. 그외 계절별 식재료와 식재료 잘 고르는 법, 천연 조미료와 육수 만드는 법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의 레시피는 1장 밥, 2장 무침 볶음 전, 3장 국 조림 구이, 4장 손님 초대 요리, 5장 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조애경 원장의 건강 Q&A를 두어 말린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 이름부터 실험적인 귤밥으로 시작하는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의 레시피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말린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대부분의 식재료들은 건조가 가능하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귤밥이나 참외무침처럼 과연 어떤 맛일지 짐작이 안 가는 메뉴가 있는가 하면 대충 머릿속으로 맛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재료가 보통의 싱싱한 것이 아닌 말린 음식이라 달라질 식감과 깊어질 풍미까진 상상이 힘들었다. 당장 만들어 맛보고 싶은 요리들이 적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내 냉장고에는 말린 두부나 말린 닭가슴살이 없고(얘네들은 자연건조도 힘든 재료 아닌가!) 그것들을 말려줄 식품건조기도 없어 침만 꼴깍꼴깍 삼켜야 했다.

책의 구성은 요리책의 가장 전형적인 포맷이자 가장 효율적인 레이아웃으로 직관적이다. 왼쪽에는 완성된 요리 사진이 독자의 침샘을 폭발하게 만들고, 오른쪽에는 요리 재료와 방법, 과정샷이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다. 가장자리에는 공동 저자의 특성을 살린 한나팁과 닥터팁이 수록되어 있어 해당 요리의 식재료의 특성이나 영양상의 정보를 같이 수록해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그나마 일단 갖고 있는 말린 음식 재료들로 할 수 있는 요리들 중에 몇 가지에 도전해 봤다. 그중 하나가 배가 출출한 주말 간식 삼아 먹으려고 도전한 말린묵잡채! 말린묵은 작년에 엄마가 직접 만드신 도토리묵을 말린 말린 도토리묵이 비장의 무기다. 레시피에는 도토리묵과 창포묵을 함께 쓰지만 없는 재료는 과감히 생략하는 자취인의 지혜로 요리를 시작했다. 도토리묵을 물에 불리고 데치고 야채들을 썰어 프라이팬에 볶다가 준비한 양념장을 부어주면 끝! 일부 재료의 생략과 부족한 솜씨로 인해 완성된 요리의 비주얼이 책과는 좀 달랐지만 맛만큼은 아주 좋았다.

말린 도토리묵 또한 한층 꼬들꼬들해진 식감으로 맛은 물론 씹는 재미를 주었고 함께 넣은 야채들이 잡채의 맛을 한층 풍성하게 해줬다. 무엇보다 양념장에 들어간 두유가 포인트로 전체적으로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든든하기까지 해서 간식으로 먹기에 딱 좋았다. 간을 약하게 하면 간식으로, 간을 조금 더 넣으면 밥반찬으로도 좋을 것 같다.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던 콩나물잡채가 생각나 응용버전으로 콩나물도 넣어서 만들어봤는데, 꼬들꼬들한 도토리묵에 아삭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더해져 더 좋았다.





그 다음으로 만든 요리는 만들기 쉽고 맛도 좋은 북어포 콩나물국. 마침 언니가 준 북어포도 있고 콩나물이랑 달걀도 있으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보통은 북어를 참기름에 볶다가 그냥 물을 부어 끓였지만 이번에는 책의 레시피대로 북어포와 무, 멸치를 함께 넣어 육수를 우려낸 다음 만들었는데, 무를 넣은 육수와 콩나물을 함께 넣어서 끓였더니 시원한 맛이 제대로였다. 술 마신 다음날 시원한 북엇국을 찾는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북어의 경우 대부분 건조된 걸 구입하는 게 보통이지만, 남는 명태가 있다면 이책처럼 식품건조기로 직접 북어포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갖고 있는 말린 음식 중 말린사과가 있어 손님초대요리인 말린사과쌀피자에도 도전해볼까 했더니 이번에는 피자를 완성해줄 오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포기. orz 이참에 식품건조기와 함께 오븐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없는 살림을 인정하고 그냥 다음에는 말린 나물들로 만드는 무침과 볶음에 도전해볼까 한다. 그리고 형편이 좀 나아져 식품건조기를 장만한다면 찜해둔 말린 두부와 말린 닭가슴살을 사용한 몇몇 요리를 해봐야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ㅋ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는 '말린 음식'과 '건강'을 주제로 한 요리책이다. 말린 음식을 주재료로 내세운 요리책이라 처음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먹는 식탁 위에 말린 재료로 만든 음식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울부모님처럼 직접 다듬고 데쳐서 말리는 것 뿐만 아니라 미역, 다시마, 멸치, 묵나물, 북어포, 말린 버섯 등 마트에서 사온 식재료 중에도 말린 음식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책에 실린 재미난 레시피들을 보다 보면 한편으로 뭘 이런 것까지 말리나?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이 남았을 때 장기 보관을 위해 건조시킬 수 있고, 말린 식재료들이 있다면 이런 요리들을 만들 수 있다는 이책의 기획의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니 책의 레시피를 따라 하려고 재료를 식품건조기에 몇 시간씩 말려야 하냐는 불평은 오해인 셈이다. 말린 식재료들은 평소에 남는 재료들로 틈틈이 건조해 두는 게 정답이다. 

이책 <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는 여러 건조 식재료들로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말린 음식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살려낸 레시피들 덕분에 식탁이 한결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또한 건조 식재료들의 좋은 점들을 알게 되어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말린 음식들의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하게 된 건 즐거운 변화다. 이책의 말린 음식 레시피들을 보고 나면 오늘 집에 있는 말린 식재료들을 뒤져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보고 싶어질 듯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