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식객 요리 - 매일매일 먹고 싶은 엄마의 건강 밥상
허영만.권순애 지음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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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맛있는 음식들이 참 많고도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맛있는 건 엄마가 차려주시는 따듯한 밥상이다.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구수한 된장찌개, 금방 무쳐내 고소함이 묻어나는 나물 반찬까지 엄마의 밥상은 허기진 배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온기로 든든하게 채워준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의 이야기들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집밥이 대세다. 먹방에 이은 쿡방의 인기에 의해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의 뜨거운 인기는 엄마가 차려주시는 따듯한 밥상을 받아먹기 힘든 바쁜 시대에 밖에서 사먹는 그저 그런 음식에 질린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엄마의 집밥이 그립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직접 그맛을 만들어 보리랏! 하는 마음에 요즘 요리책 홀릭에 빠져 있던 중 만화 <식객> 시리즈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과 식객 요리팀이 함께 한 요리책 <우리 가족 식객 요리>를 만났다. 부제가 '매일매일 먹고 싶은 엄마의 건강 밥상'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만화 <식객> 시리즈야 두말 하면 입 아플 정도로 최고의 인기 만화이자 음식 만화인 만큼 <식객>이 완결되면서 그와 관련된 요리책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바로 <대한민국 식객요리> 1~4권이 그것인데, <우리 가족 식객 요리>는 그중에서도 요즘 집밥의 인기에 발맞춰 누구나 쉽게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들을 선별해 새롭게 편집하고 내용을 보완해서 펴낸 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식객요리>의 집밥 요리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화 <식객>을 읽으면서 입맛 다시던 집밥 요리들의 레시피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허영만 화백의 짧은 글이 나오는데, 만화 <식객>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이 짧은 글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 '최초의 맛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에서 시작합니다. (중략)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합니다.' 이글에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집에서 먹은 엄마의 음식들이 다시 혀끝에서 하나둘 되새김되는 듯하다.








  <우리 가족 식객 요리>의 앞부분은 요리의 기본인 식재료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재철재료 캘린더와 식재료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와 나 같은 요리 새내기에게 필요한 재료별 기본 칼질법과 재료 손질법 등이 실려 있다. 달걀 지단을 부칠 때 팬에 기름을 두르고 쓰고 남은 오이로 문지르면 기름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등의 간단하지만 유용한 팁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재료 손질법은 익숙치 않은 재료들을 어떻게 손질할지 몰라 난감해하던 나 같은 요리 무식자들에게는 참 반가운 정보들이 가득 실려 있다. 물론 요리 좀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집밥 요리를 내세운 요리책인 만큼 <우리 가족 식객 요리>의 메뉴들은 밥과 죽, 국과 찌개, 구이 조림 볶음 찜, 나물 무침 장아찌 김치 등의 평소 식탁에서 자주 만나던 익숙한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에 별미로 국수와 한 그릇 요리, 전통다과와 음료가 포함되어 있다. 책표지 한쪽에 적힌 '허영만과 식객이 함께 만든 맛있는 집밥 요리 154'란 카피가 무색하지 않게 아주 실한 메뉴들이라 목차들만 보아도 벌써 배가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이책에는 한 바닥에 한 가지 메뉴가 실려 있다. 왼쪽에는 맛깔스런 사진과 그 음식에 대한 짧은 설명이나 효능 등이 적혀 있고, 오른쪽에는 재료와 레시피가 작은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또한 조리시간과 1인분의 칼로리, 요리 용량을 한눈에 쏙 들어오는 이모티콘으로 표기해 놓았다. 오른쪽 윗쪽 공간에는 재료에 대한 설명, 재료를 고르는 방법, 요리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이나 또는 다르게 응용할 수 있는 조리법 등의 간략하지만 꽤 유용한 요리팁이 짤막하게 적혀 있다. 

  직접 이책의 요리를 따라해본 요리초보로서 아쉬웠던 건 재료의 용량을 표기하는 계량 기준이 조금 애매하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 식객 요리> 가장 처음 나오는 김치밥을 보고 군침이 꼴깍 넘어가서 가장 먼저 따라서 만들어 보았는데, 김치밥의 쌀 2컵과 물 1/2컵을 보고 보통 전기밥솥의 계량컵이겠거니 하며 따라했는데 그대로 하니 물량이 너무 적어 보였다. 불안하지만 그대로 만들었으나 결국 밥물이 적어 타고야 말았다. 1큰술, 1작은술이나 g 표기까지는 얼추 알겠는데, '컵'은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왕 친절하신 김에 나 같은 초보를 위해서 계량 기준에 대해서도 조금만 더 친절히 알려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쇄에서는 요 부분을 더 보완해주셨음 좋을 듯하다. :)




  책의 마지막에는 찾아보기가 있다. 이거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꽤 유용하다는 건 요리책 좀 찾아보신 분들은 아실 터! 책 전체는 분류별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가 원하는 메뉴를 단번에 찾을 때 책 끝에 실려있는 찾아보기 꼭지 만큼 친절한 꼭지도 없다.






▲ '배숙' 만들기



  <우리 가족 식객 요리>를 넘기며 만들고 먹고 싶거나 나도 만들 수 있겠다 싶은 메뉴들을 포스티잇으로 표시하다 보니 어느새 한웅큼의 포스트잇이 책의 옆면에 붙었다. 그중에서도 쉽고 간단해 보여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이 바로 '배숙'이었다. 책에서처럼 예쁜 모양을 낼 수 있는 통후추도 없고, 절편으로 자를 생강도 없었지만, 엄마가 직접 말리신 생강가루로 물도 우려내고 배 위에 얹어 약간의 모양도 내니 꽤나 그럴싸했다. 달콤한 배와 알싸한 생강이 설탕과 만나 간단하지만 맛있고 건강한 후식이 완성됐다. 한 조각 맛보신 엄마도 인정! 다음에 통후추 한 통 장만하면 책과 같은 비주얼로 만들어 보아야겠다. :D




▲ 김치밥 만들기



  디저트 대신 처음 도전한 요리는 이책 가장 첫번째로 등장하는 김치밥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빨간 김치밥 사진이 너무 맛있어 보이고 했고 생각보다 재료나 만들기가 어렵지 않은 것 같아 도전했다. 그런데 막상 만들려고 보니 집에서 얻어온 김장김치는 똑 떨어졌고 굵게 채를 썰어야 하는 쇠고기는 잘못 사와서 깨알같이 다져진 상태였다. 잠시 절망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적당히 익은 마트표 김치와 다진 쇠고기로 김치밥에 다시 도전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실마리를 찾지 못한 '쌀 2컵에 물 1/2컵'의 미스터리를 결국 풀지 못한 채 밥을 한 결과 결국 약간 탄내나는 밥이 되었다. 심지어 g을 잴 수 없어 눈대중으로 대충 맞춘 김치양이 적었는지 사진보다 희멀건 김치밥이 되어 잠시 눈 앞이 흐려지기도 했다. ㅠ



▲ 김치밥 만들기



  그러나 도전 정신과 좌절 속에서 완성된 김치밥은 요리책 속 사진에 비해 비주얼은 부족하지만 생각보다 맛은 그럴싸했다. 굵게 채썬 쇠고기 대신 이리저리 뭉친 다진 쇠고기지만 김치 양념과 어우러져 맛있는 한 그릇 밥이 완성된 것이다. 물론 풀지 못한 숙제인 밥물의 부족으로 생겨난 탄내와 밥알끼리 친하지 않은 된밥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 자평하며 맛있게 먹었다. 다음엔 엄마표 잘 익은 김장김치와 굵게 채 썬 쇠고기로 무장해 제대로 만들어보리라 하고 도전욕을 다지고 있다. :D




▲ 북엇국 만들기



  김치밥 다음으로 만들어 본 음식은 바로 북엇국. 책에 있는 정식 이름은 무채북어탕이지만 일단 집에 콩나물은 있지만 무는 없고, 책의 팁에서 알려준대로 시원한 맛을 살리기 위해 쇠고기를 안 넣는 대신 북어를 참기름에 볶아서 국을 만들었다. 무가 들어갔으면 훨씬 더 시원한 맛이 더 살아났겠지만, 콩나물과 북어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북엇국 본연의 맛이 잘 우러났다. 이건 간단한 재료로 만들기도 쉽고 비주얼도 나름 잘 나와서 김치밥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웠던 메뉴였다. 추석날 다음 해장국으로도 좋을 듯하다. 참, 책에는 안 나오지만 울엄마표 레시피대로 두부를 같이 넣어주어도 맛있다. :)




▲ 매운 제육감자찜 만들기



  마지막으로 얼떨결에 도전하게 된 메뉴는 바로 매운 제육감자찜! 마트에서 돈육 코너를 지나다가 책 속 메뉴가 생각나서 삼겹살을 사왔다. 돼지고기 제육 양념은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아서 뚝딱 만들어낸 내가 대견해졌고, 양념에 버무린 삼겹살이 제육감자찜으로 제법 모습을 갖추어가는 걸 보니 군침이 돌았다. 양념이 졸아들수록 '매운'이란 이름에 걸맞게 붉은 색의 양념이 삼겹살에 입혀져 가는 걸 보며 요리라는 게 생각만큼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약간의 자심감이 생기기도 했다.



▲ 매운 제육감자찜 만들기



  완성된 매운 제육볶음은 책의 사진보다 훨~~씬 붉은 빛의 양념을 자랑하고 있어 순간 좀 당황했다. 붉은 양념인데 빨간 파프리카도 선택 착오였고, 책에서 감자만 넣고 당근은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완성된 음식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뭐 이렇게 실수를 거듭하면서 배워가는 것이지 괜찮아 괜찮아 혼자 위로하며 고기 한 점을 입 안에 넣었는데, 오! 맵다! 그리고 맛있다! 맛있쪄~♡ 내가 만들어도 제법 먹을만한 맛을 내는 걸 보니 왜 그렇게 뿌듯한 건지, 큭큭. 다만 돼지비계 안 좋아하는 나로선 다음에는 비싼 삼겹살 대신 살코기 부위가 더 현명한 선택일 듯하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예전엔 요리책을 볼 때 눈으로만 만족했는데, 책을 펼쳐놓고 직접 따라 만들어 보니 또다른 재미가 있었고 눈으로 볼 때와는 달리 약간의 자신감도 붙어 뭔가 뿌듯해졌다. 아직은 많이 서투르고 부족하지만 책을 보며 하나씩 따라하다 보면 나만의 요리 실력이란 게 조금씩 쌓여가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음식을 날름날름 받아먹기만 했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그 음식 하나에 이렇게 많은 정성이 간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좀더 연습해서 다음에는 부모님께 직접 요리를 만들어 드릴 날이 오길 바라본다. 

  허영만 화백의 인기 음식만화 <식객>에 등장했던 집밥 요리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우리 가족 식객 요리>는 집에서 자주 먹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특별함이 더해져 있고 친절한 사진과 설명으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메뉴들로 꽉 차게 구성되어 있는 요리책이다. 이책을 따라 뚝딱 만들어낸 따듯한 집밥의 마술을 직접 느껴보시길. 엄마의 밥상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그럴싸한 모양의 맛있는 집밥 상차림을 완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책을 통해 식객의 요리들을 직접 맛보게 된 만큼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읽었지만 아직 전집 소장의 꿈을 이루지 못한 <식객> 시리즈를 <우리 가족 식객 요리> 옆에 나란히 두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D




최초의 맛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음식에서 시작합니다. (중략)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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