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구스 - 영미권 아이들이 자라면서 즐겨 읽고 부르는 영어 전래 동요 50 아이즐 동요 CD북 10
최재숙 엮음, 김정은 외 그림 / 아이즐북스 / 2010년 5월
절판


엉금엉금 기어다니던 한 돌 때 우리집에 온 꼬꼬마 조카가 어느새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온집을 나름 광속(?)으로 질주하고 있다. 물론 수시로 이유없이 넘어지기 일쑤지만, 그래도 기저귀를 찬 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들면서 뛰어가는 조카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또 이젠 어느 정도 자기 의사도 표현하고 어지간한 말들은 거의 알아들어서 기저귀 가져오기, 컵 가져다 놓기 같은 작은 심부름까지 척척 해낸다. 꼬물거리던 녀석이 어느새 어엿한 한 명의 인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세상에 태어난지 1년반 만에 웬만한 것들을 터득해가는 꼬맹이 조카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자연의 섭리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요즘 한창 말을 배우느라 이런저런 옹알이를 해대는 꼬맹이 조카는 또한 노래를 틀어놓고 옹알옹알 따라도 하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특유의 뻣뻣댄스를 추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조카 방에는 항상 노래 시디가 무한 재생 중이다. 요런 귀염둥이 조카를 위해 유아책 노래동요집 코너를 뒤지다가 아이즐북스에서 나온 영어 전래 동요 50곡이 담긴 그림책 《마더구스》를 발견했다. 앙증맞은 표지부터 귀여운 그림들까지 완전 내 스타일이라 침을 꼴깍이며 책을 살피다 바로 주문했다.


서점에서 도착한 책을 보니 와우! 책이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더 큼직한 판본과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을 펼치니 본문의 그림들은 더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눈을 즐겁게 해주고, 시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뜻을 몰라도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절로 신이 난다. 책의 요모조모를 살펴보며 표지부터 내용까지 죄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뿌듯한 마음에 연신 므흣한 웃음을 날렸다. 이러다가 조카에게 가기도 전에 내 책장의 완소책 코너에 그대로 직행하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흐흐,


양장으로 된 책표지를 넘기면 안쪽에는 표지그림 못지 않게 발랄하게 꾸며진 동요 CD가 붙어 있다. 책에 부착된 비닐 커버를 살펴시 잘라내고 CD를 꺼내면 되는데, 비닐면에 딱 붙어버려 꺼내는데 애를 먹었다. 어쩔 수 없이 자를 쑤셔넣어 압착된 부분을 뜯어냈는데 꺼내고 보니 CD 안쪽 면에 몇 개의 흠집이 생겼버렸다. 흑! 영어 동요집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나름 귀하신 몸이라 순간 흠칫했지만 그래도 뭐, 아무 문제없이 노래는 잘 나오니 다행이다. 이 CD 한 장에 이책에 담긴 마더구스 라임이라 불리는 영어 전래 동요 50곡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마더구스》는 마더구스 라임 중 유아의 신체, 언어, 인지, 정서 발달에 적합한 50곡을 골라 수록해 놓았다. 노래의 내용 또한 우스꽝스럽거나 재미있는 이야기에서부터 수수께끼, 속담, 자장가, 교훈적인 내용, 알파벳이나 요일 등을 쉽게 외우게 해주는 것들, 왕이나 귀족, 성직자 같은 지배층에 대한 익살스런 풍자까지 아주 다양하다. 노래들은 제각각의 라임(Rhymes)에 따라 7개의 꼭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Play, Funny Sound, Learning, Nonsense, Children, Other Famous, Tongue Twister]가 그것이다. 어느 특정 라임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각 꼭지마다 수록된 곡 수도 비슷비슷하다.


책장을 넘기면 영어 동요의 가사와 함께 알록달록 너무 예쁜 일러스트들로 채워져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기법과 그림체로 그려진 그림들이 펼쳐져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른인 내가 봐도 이렇게 신나는데 아이들은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그림들은 9명의 화가들이 수채화, 아크릴, 오일파스텔, CG 등 다양한 일러스트 기법을 활용하여 그려낸 작품들이란다. 이책 한 권으로 9명의 작가들이 그린 다양한 그림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또한 《마더구스》 그림책이 가진 매력이다.


각 노래의 일러스트 그림들은 그 노래가 담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그래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노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림을 통해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그림을 보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이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영어 동요만 듣거나 그림책만 봐도 좋지만, 이왕이면 음악과 그림을 같이 접하면 청각과 시각이 동시에 자극을 받아 그 내용을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마더구스》에 실린 영어 전래 동요들을 듣다보면 왠지 익숙한 듯한 노래를 몇몇 만나게 된다. 이책의 첫곡인 [Ring-a-ring O’Roses]의 경우에는 노래의 멜로디나 가사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제목만으로도 우리 동요인 [둥글게 둥글게]를 떠올리게 한다. 재밌게도 우리가 즐겨 불렀던 [둥글게 둥글게]에는 'Ring-a-ring'이 생각나는 '링가링가 링가 링가링가링'이라는 후렴구가 있다.


또다른 동요인 [There was a Crooked Man]의 경우에는 그림의 지팡이를 쥔 꼬부랑 할아버지와 꼬부랑 길만 봐도 바로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꼬부랑'의 이어짐이 재미있어 자꾸만 부르게 되던 노래 [꼬부랑 할머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할아버지로 바뀌었고 꼬부랑 길에서의 여정도 서로 달라졌지만, '꼬부랑' 노인이 '꼬부랑' 길을 걸어가는 내용의 노래라는 점에서 둘은 많이 닮아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차용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생각이 비슷비슷하다는 게 재미있다.


책의 뒷편에는 마더구스에 대한 짧은 설명도 수록해 두었다. 전에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에 대한 내용을 읽다가 '마더구스'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었는데, '마더구스(Mother Goose)'란 직역하면 '거위 아줌마'로 통상 마더구스 이야기나 노래를 지었다는 시골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그후 마더구스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래 동요를 뜻하는 말로 자리잡아 미국에서는 마더구스 라임(Mother Goose rhyme), 영국에서는 '러서니 라임(Nursery rhyme)으로 불린다고 한다.

마더구스 라임은 운율(rhyme) 형태를 띈 리듬감 있는 짧은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쉽게 따라부를 수 있어 재미있게 영어를 익힐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전래 동요처럼 영어권 어린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접하는 영어 전래 동요인 마더구스에도 서양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 있어 짧은 노래들을 통해 아이들이 영어권 문화를 자연스레 접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도 가이드'에는 이책 《마더구스》를 보다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 놓았다. 노래의 내용을 따라 아이들과 직접 그것을 해보는 것인데, 예를 들면 [Pat-a-cake, Pat-a-cake]를 부르며 아이와 함께 직접 빵을 만들어 보거나 [Jack be Nimble]을 노래하며 직접 만든 촛불을 뛰어넘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를테면 홈스쿨링, 체험학습 뭐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노래의 내용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 그 기억의 강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책의 가장 마지막 바닥에는 《마더구스》에 담긴 노래들의 한글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영어울렁증이 있는 부모님들의 고민을 한결 덜어주는 반가운 꼭지라고나 할까. 특히 놀이 동요인 'Rhymes for Play'에서는 곡마다 어떤 놀이 노래인지, 어떤 율동과 함께 하면 좋은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함께 담아두는 배려를 보여준다.



꼬꼬마 조카에게는 일단 노래만 들려주고 책은 좀 더 크면 보여줘야겠다.
몇 권 더 사서 초딩인 조카들에게 추석선물로 보내줘야겠다. ^^

온나라가 떠드는 영어 조기 교육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아직 우리말도 잘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 노래를 들려준다는 게 조금 내키지 않기도 했다(물론 제 부모는 어떤 생각인지 모르지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굳이 경계를 두지 않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접할 기회를 주는 것도 다양성 차원에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들은 바로 나타나진 않더라도 아이의 무의식 속에 내재해 있다가 어떤 식으로든 발현될 테니 말이다.

영어 전래 동요책인 《마더구스》는 50곡의 신나는 노래와 50개의 아기자기한 그림 들이 함께 하는 사랑스런 책이다. 수록된 노래들 또한 영미권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에게 계속 불려왔던 곡들이라 그만큼 믿을 수 있다. 책상에 앉아 하는 영어 공부가 아니라 노래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고 익힐 수 있다는 것이 영어 동요책의 장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거위 아줌마가 들려주는 노래 이야기인 《마더구스》는 꽤 알찬 책이 아닐까 싶다. 꼬꼬마 조카가 클 때까지 오래오래 들려주어 본전 뽑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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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3
피터 레이놀즈 지음, 김지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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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 │ 피터 레이놀즈 글ㆍ그림 │ 김지효 옮김 │ 문학동네어린이 


흔히들 아이들은 하얀 백지와 같다고 한다. 어떤 밑그림을 그려주느냐에 따라, 그위에 어떤 색을 칠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하얀 백지같은 아이들을 훌륭한 그림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따듯한 관심과 진심어린 칭찬이 아닐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관심과 칭찬이야말로 아이들을 춤추게 하고 성장하게 도와준다. 피터 레이놀즈의 <점>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그림 그리기에 자신이 없는 베티는 미술시간 내내 하얀 도화지만 바라보고 있다. 어떤 것이든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그려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베티는 연필로 내리찍어 생긴 점 하나가 전부인 도화지를 내민다. 그러나 선생님은 야단을 치기는커녕 베티에게 그밑에 이름을 적으라고 한다. 일주일 후 미술시간에 베티는 자신이 찍은 점 하나가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액자에 걸린 점을 보면서 ’저것보다는 더 잘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물감을 꺼내 여러가지 점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 점 하나에 불과한 베티의 그림을 인정하고 액자에 걸어 칭찬해준 선생님의 놀라운 센스!


빨간 점, 파란 점, 노란 점을 그리다가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되는 걸 발견하고 물감들을 섞어 다양한 색의 점들을 그리고 또 그린다. 그렇게 쉬지 않고 점을 그린 덕분에 작은 점을 모아 큰 점을 만들기도 하고, 배경을 다양한 점으로 채움으로써 색칠을 하지 않고도 점을 그리는 방법까지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에 열린 미술전시회에서 베티의 다양한 점 그림은 사람들의 큰 인기를 얻는다. 전시장에서 자신은 그림을 정말 못 그린다는 소년을 만난 베티는, 미술 선생님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소년이 그린 삐뚤빼뚤한 선 밑에 이름을 쓰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는다.

피터 레이놀즈의 <점>은 잘 그리지 못해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던 베티가 선생님의 관심과 칭찬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그림 그리기에 흥미를 느끼며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향한 세심한 관심과 진심이 담긴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화가 나서 도화지에 아무렇게나 찍은 점 하나를 야단치거나 무시하지 않은 선생님의 관심이 마침내 시니컬한 베티를 변하게 했고, 이미 칭찬의 힘을 경험한 베티의 격려는 또다른 소심한 소년에게 큰 용기를 북돋워준다. 칭찬의 힘이란 이렇게 위대하다.



☞ 온갖 점들로 채워진 베티의 그림은 미술전시회에서도 인기 만점! ^ ^


몇 줄 안 되는 간략한 글과 단순한 그림으로 채워진 이 작은 그림책은, 그러나 가슴이 찡할 만큼 큰 감동을 전해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얼마나 칭찬을 해주었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따듯한 감동과 따끔한 반성을 함께 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라고나 할까. 관심과 칭찬을 먹고 변해가는 소녀 베티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군더더기를 없애고 단순명쾌한 선으로 한 눈에 내용을 전해주는 친근한 그의 그림 또한 이책을 보는 또다른 재미다.

<점>은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된 그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피터 레이놀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가슴 뭉클한 엄마의 사랑을 노래한 앨리슨 맥기의 <언젠가 너도>를 통해서였는데, <점> 또한 그에 못지 않은 큰 감동을 전해줬다. 두 권의 그림책을 통해 그에게 홀딱 반한지라 열심히 그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봤으나 4개의 그림책 밖에 만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만나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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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수집가 맥스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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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낱말 수집가 맥스 │ 케이트 뱅크스 글 │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흔히들 수집하는 우표나 엽서, 과자 스티커, 공중전화카드 등은 물론 머리카락과 몽당연필 등도 모아본 적이 있다. 그중 아직까지 소중히 갖고 있는 것도 있고 이미 어디론가 공중분해되어 버린 것들도 있다. 웬만한 것들을 모아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이책의 맥스처럼 낱말을 모아보겠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다. 신문, 잡지, 전단지 등등 주변에 온통 널려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것들이 낱말 아닌가. 더구나 그걸 모아서 어디에 쓰려고?






처음부터 맥스도 낱말을 수집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멋진 우표와 동전을 수집하는 형들에게 맥스는 자신에게도 우표와 동전을 나눠주길 부탁하지만 차갑게 거절당한다. 그러자 맥스 자신도 무언가를 수집하기로 결심을 한다. 무엇을 모으면 좋을지 혼자 곰곰이 고민하던 맥스는 형들과 달리 세상에 널렸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낱말'이라는 신선한(!) 아이템에 주목한다. 비록 형들은 그런 맥스를 비웃었지만.






수집 대상을 결정한 맥스는 곧 가위를 들고 주변의 신문, 잡지, 전단지 등의 낱말들을 오려내며 낱말 수집을 시작했다. 짧은 낱말, 긴 낱말, 기분을 좋게 하는 낱말, 좋아하는 음식 낱말, 자주 쓰는 낱말, 좋아하는 색깔 낱말 등을 모으는 것은 물론 사전을 펼쳐서 잘 모르는 낱말들을 찾아 적기도 했다. 수집한 낱말들은 금세 책상을 다 채우고 방바닥에도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였다.

맥스가 낱말들을 정리해 나란하게 늘어놓자 각각의 낱말들이 모여 하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형들이 수집한 우표나 동전은 어떤 순서로 늘어뜨려도 전혀 상관없었지만, 맥스가 수집한 낱말들은 순서를 살짝만 바꿔도 좀전과 전혀 다른 의미의 문장이 되었다. 이구아나를 먹던 악어가 반대로 이구아나에게 잡혀 먹기도 했다. 제각각 살아움직이는 듯한 낱말에 맥스는 더욱 매료되었고 맥스의 손에 수집된 낱말들은 계속 쌓여 방을 넘어 거실까지 점령해갔다. (그걸 가만 놔둔 부모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나의 현실적 시선이란;;)






낱말이 충분히 모인 듯 하자 맥스는 수집한 낱말들을 몇 개 골라 그것들을 쭉 늘어놓으며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맥스를 비웃던 두 형들은 차츰 맥스가 낱말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맥스가 적당한 낱말을 고르느라 고민하는 사이 슬쩍 끼어들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낱말들로 맥스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낱말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이야기 세계를 맛본 형들은 처음의 완강했던 태도와 달리 자신들이 수집한 우표와 동전을 맥스가 수집한 낱말들과 맞바꾼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 만들기 놀이에 동참한다.






<낱말 수집가 맥스>는 낱말을 수집하는 아이라는 재밌는 설정으로 제각각 따로 존재하는 듯 보였던 낱말들이 연결되어 문장을 만들고, 또 그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맥스가 수집한 수많은 낱말들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뜻을 음미하며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다시 재조합해 하나의 생각을 이루는 과정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해 글짓기의 다양한 재미와 매력을 보여주며 글짓기가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평범한 아이였던 맥스는 낱말을 수집하면서 살아 움직이는 낱말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이야기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이 또한 이책의 맥스를 보며 글짓기의 재미를 조금이나마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림 자체가 매력적이진 않았지만(그런데 아이들은 또 이런 그림들 좋아한다는 거~~), <낱말 수집가 맥스>는 글짓기의 재미를 익살스런 그림으로 잘 표현해낸 멋진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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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27
존 버닝햄 지음,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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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와르도 :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 존 버닝햄 글ㆍ그림 │ 조세현 옮김 │ 2006. 2월 


<에드와르도 :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는 오직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라는 이유로 선택한 책이었다. 역시나 나의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는 존 버닝햄!! 그는 어른들의 꾸지람 또는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단순한 그림과 몇 문장 안 되는 간략한 글을 통해 보여준다. 이책은 '평범한 아이'였던 에드와르도가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로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에드와르도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아이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예쁜 행동도 하지만 가끔은 물건을 발로 차거나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거나 동생들이나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때리기도 한다. 방 정리에 서툴어서 여기저기 물건들이 널려있을 때도 있고, 씻는 걸 귀찮아해서 자주 까먹기도 한다. 내 조카들과 비추어 볼 때 에드와르도는 정말이지 평범한 아이, 그 자체다.


그러나 에드와르도가 하는 그런 행동을 본 어른들은 '세상에서 가장 버릇없는 / 시끄러운 / 심술쟁이인 / 인정머리 없는 / 뒤죽박죽 엉망인 / 더러운 아이!'라고 질책을 한다. 야단을 맞으면 맞을수록 에드와르도는 점점 더 버릇없고 시끄럽고 심술쟁이에 인정머리 없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아이가 되어간다. 그런 에드와르도를 보고 어른들은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고 규정지어 버린다.


어느날 에드와르도가 발로 찬 화분이 흙 위에 떨어졌다. 그걸 본 아저씨는 야단은커녕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나며 다른 식물도 함께 심어보라며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준다. 그 칭찬의 말에 힘입어 에드와르도는 정원에 다른 식물도 가꾸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에드와르도의 정원 가꾸는 솜씨에 감탄했다.

똑같은 행동을 했음에도 꾸지람이 아닌 칭찬의 말 한 마디가 돌아오자 에르와르도는 변한다. '정원을 잘 가꾸는 / 어린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 동물을 잘 돌보는 / 방 정리를 잘 하는 / 깔끔하게 잘 씻는 아이'라는 칭찬을 듣자 하자 에드와르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칭찬들보다 더 잘하려고 점점 더 노력하고, 어느새 모두에게 사랑받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존 버닝햄의 <에드와르도>는 평범한 아이 에르와르도를 통해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비난이나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방안을 어지르거나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던 조카들에게 버럭 화를 내며 야단쳤던 것이 생각나 많이 뜨끔했다. 물론 가끔 보는 이모의 꾸지람을 금세 잊을 만큼 엄마와 아빠의 사랑과 칭찬을 평소에 듬뿍 받고 있겠지만.

같은 행동이더라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똑같이 물건을 차고 동물을 괴롭혔지만, 편견이 담긴 시선으로 비난을 퍼붓자 점점 더 심술쟁이가 되어가던 에드와르도는 긍정적 시선으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자 이내 착한 아이가 되어간다.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평범한 아이인 에드와르도를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로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라는 부제는 그런 작가의 생각을 더 명확히 드러내준다.

우연한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말썽쟁이'였던 에르와르도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아이'로 바꾸어 준 것처럼, 사소한 잘못을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작은 칭찬을 건네고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기회를 준다면 우리 아이들도 에르와르도처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지 않을까.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은 우리 아이들도 춤추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에드와르도>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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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꿈틀이 (팝업책) - 재미있는 팝업책
쉴라 버드 글, 코린 비틀러 그림, 서남희 옮김 / 보림큐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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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레 꿈틀이 │ 쉴라 버드 글 │ 코린 비틀러 그림 │ 보림큐비 


아기를 낳았거나, 곧 나을 예정이거나, 가진 사람들이 갑자기 주변에 많아진 까닭에 선물할 아기 그림책들을 찾다가 이책을 발견했다. 요즘은 선물할 일이 생기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책으로 선물을 해결하는지라 아기 그림책이나 어린이책들도 많이 찾아보게 되는데, 특히 최근엔 백일이나 돌선물로 줄 책을 많이 찾다보니 보림출판사의 그림책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애벌레 꿈틀이> 또한 아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을 출간하는 보림출판사의 임프린트인 보림큐비에서 나온 책이다. 책을 받아들고는 애벌레가 너무 귀엽고 앙증맞아서 선물하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 천으로 만들어진 애벌레가 상하지 않게 비닐로 곱게 포장되어 있다.


☞ 책장을 넘기면 땅 속 구멍에선 애벌레 꿈틀이가 쏙~, 
그 위엔 꿈틀이의 천적이 짠~하고 나타난다. 처음엔 두더지!


☞ 그다음엔 고슴도치..


☞ 그리고 개구리도 나오고,


☞ 잔디 깍는 기계도 등장한다.


☞ 나무 위에선 까치가 날개를 퍼덕이고,


☞ 생쥐도 짠~ 


☞ 땅 위로 쏙~ 나온 꿈틀이 눈에 보이는 꿈틀거리는 저 알록달록한 몸은 다른 애벌레?
이야, 멋지다! 소리를 지르고 보니 그건 꿈틀이의 꼬리였다! (첨엔 뱀인줄 알았네;;) ㅎㅎ


<애벌레 꿈틀이>는 0~3세 유아들을 위한 팝업북이다. 땅 위로 올라온 애벌레 꿈틀이가 두더지, 고슴도치, 개구리 등을 만나는 이야기인데, 만나는 상대가 주로 천적들이다보니 나름 스릴있는(?) 모험이야기다. 책장을 넘기면 구멍에서 꿈틀이가, 책 위로는 다른 동물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주변엔 여러 식물과 벌, 개미, 잠자리 등의 곤충들도 만날 수 있다. 꿈틀이와 동물들이 만나는 단순한 재미에서부터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사는 자연의 모습과 그 사이에서 형성되는 천적 관계까지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배울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아기들 책답게 그림도 무척 귀엽고, 색깔도 정말 알록달록하니 곱고, 애벌레인 꿈틀이조차 앙증맞게 생겼다.


☞ 꿈틀이 인형의 앞/옆/뒤..의 모습. 보라색 몸통에 세련된(?) 빨간 줄무늬를 새겨넣었다.
튀어나올 듯한 저 눈과 빙긋이 웃는 입이 귀여운 애벌레! 손가락을 넣어서 세워서 찍었다.


모험을 떠나는 애벌레 꿈틀이는 천으로 만들어져 책 뒤에 손가락을 넣어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다. 구멍에서 나와 땅 위의 모습을 구경하? 책을 읽는다면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는 책읽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팝업북의 장점일 것이다. 꿈틀이 인형도 무척 귀여워서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 책 뒷면의 모습. 책 뒤에 구멍이 꿈틀이 몸통과 연결되어 있어 
저기로 손가락을 넣으면 꿈틀이를 꿈틀거리게 할 수 있다. ;)



☞ 책 뒤로 손가락을 넣은 모습. 꿈틀이 머리 바로 밑에까지 밖에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머리가 무거운 건 꿈틀이는 든 게(?) 많은 박식한 애벌레? ㅎㅎ


다만 손가락이 애벌레의 몸통까지 밖에 안 들어가서 머리 부분은 손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애벌레의 머리에 든 게(?) 많아서 그런지 몸통까지 닿는 손가락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내기엔 조금 한계가 있었다. 또한 손가락이 들어가는 길이도 짧아서 어른인 나는 조금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는데, 아이들 손가락 길이에 맞췄기 때문인가 보다. 생각해보니 엄마가 읽어줄 때도 있겠지만 아이 혼자 책을 보며 직접 갖고 놀 경우도 적지 않을 터이니 아이들 손에 맞추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팝업북이라 처음 출간될 땐 가격의 압박이 없진 않지만 지금은 구간할인이 대폭 들어가 가격도 아주 착해졌다. 아이와 함께 놀이하듯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권쯤 장만해두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직접 사기에 조금 부담스럽다면 선물로 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인들의 아기에게 선물하면 이쁨받을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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