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드팀전 > 급진적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
비정상성에 대한 저항에서 정상성에 대한 저항으로 - 성공회대학교 NGO총서 9
조희연 지음 / 아르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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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은 진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밥벌이의 어려움이란 이렇듯 가끔씩 광풍처럼 몰아치는 일들을 허겁지겁 해결하며 또 내일을 걱정해야하는 일 일것이다. 그나마 장기 실업상태에 계신 분들에 비하면 쌓여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고민일지 모른다. '새벽별 보기 운동' 을 시작한지 한 달 쯤 지나면서 나름대로 여력이 생긴다. 뭐든 첫단추 끼우기가 가장 어렵고 수고로운 법이다.그 자당한 명제의 체험적인 경험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밥벌이의 수고로움은 자연스럽게 책읽는 사적 시간을 앗아갔다.넘기다만 책장이 마치 강건너 버려 두고온 자식처럼 눈에 밟혔다.하지만 어쩔소냐? 책장에 수면제를 발라 놓은 듯 한두장을 넘기면 졸음이 먼저 나를 당기는 것을. 책 첫장에 오픈기념일을 써놓은 시점으로 부터 무려 한달을 넘겨버렸다. 비질비질 거리면서도 어제 이책을 다 읽고 앓든 이 빠진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조희연 교수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5-6년전 <한국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이란 책을 나름대로 즐겁게 보았다. 진보적인 관점에서 한국정치의 성격과 사회운동의 향방을 짚어준 책으로 기억한다. 우리 정치를 바로보는 시점에 개인적 정리가 필요한 시점에서 시의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자평한다.  이후 한국 정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판도변화를 겪었다.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에 응전하고 자극이 되어준 사회운동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긴 책제목을 가진 <비정상성에 대한 저항에서 정상성에 대한 저항으로> 이 책은 참여정부의 출범을 기점으로 해방이후 우리 사회의 성격과 각 단계별 사회운동의 성격, 그리고 저자가 제2단계 민주화 시기로 규정한 참여정부 이후 시민운동/민중운동의 과제를 살펴본다.

저자는 87년 6월 항쟁을 우리 정치,사회 변화의 가장 큰 전환점으로 파악한다. 반독재 투쟁의 3가지 큰 줄기였던 자유주의적 정당정치와 자유주의적 사회운동, 민중운동이 거대한 적에 맞서 연합투쟁에 돌입한다. 6월 항쟁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시민사회운동은 87년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이후 우리사회의 정치지체 현상은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과잉대표성을 부여한다. 초기 시민단체들의 중산층 지향의식과 보수언론의 지지는 민중운동을 국지적이고 주변적인 상황으로 몰고갔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분화와 다양성을 확보하며 2000년 총선의 '낙천낙선운동'이라는 세계시민운동사에 남을 거대한 역량을 과시한다.하지만 '낙천낙선운동'에서도 드러났던 민중운동과의 대립구도는 여전히 존재했다.이후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저자는 시민운동이 정부의 파트너가 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시민운동 차원에서의 변화를 요구하고있다. 시민운동이 개량주의적 개혁에서 침체해서는 다양하게 부각되는 문제에 기민한 대처를 할 수 없고 정치권의 '변형주의'적 전략에 인적 배급원이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시민운동이 현단계에서  추구할 수 있는 이념노선을 조희연교수는 '급진적 민주주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문화적,생활적 체계에서의 보수화를 극복하고 진보성을 확보해야함을 주장한다.또 민주화이후 확산된 '평등성'의 급진적으로 확보를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 책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풀란차스의 말을 인용한 그는 '비정상성'에 대한 형식적인 '정상성'확보는 어느정도 이루어졌다고 파악하는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우리사회가 완전한 정상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하는 바는 아니다.진보의 깃발이 현재 이루어온 '정상성'  영역에 도전하고 또 그 그림자가 되는 부분까지 드리워져야한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도 '근대성을 완성하지도 못했는데 어쩌구..' 하는 논란은 다분히 단계론적이며 발전의  다층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본다.

조희연 교수의 90년대 시민운동의 한계에 대한 가장 큰 지적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분이다. 책의 두번째 장은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쟁점들과 시민운동,민중운동 영역의 대응에  대해 할애한다.이를 위해 세계화의 성격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반 세계화운동의 이념적 논거를 정리한다. 반세계화의 움직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간단하게 알기를 원한다면 이 장은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민주정부들이 상황논리 또는 내재적 개혁원리를 내세우며 저항없이 따라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이부분에 대해서는 시민운동에 대해서도 현재 신자유주의에 대한 현상황의 수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저자는  범지구적인 반세계화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여러면에서 산만해지기 쉬운 정치,시민사회의 변화과정와 성격을 쉽게 정리해 놓았다.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변화를 요구하고 또 세계화의 문제와 쟁점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3장에서는 중복되는 부분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개혁과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평가,그리고 언론개혁에 대한 전술적인 제안- 안티조선의 도발적 문제 제기의 부분을 인정하면서 향후 대중성을 얻기 위한 전술변화요구-등도 다루고 있다.일관된 시각을 가지고 87년 이후를 정리하고 문제를 제기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하지만 그가 제시하고 있는 대안이란것은 좀 피상적인 수준이다.물론 한 저자에게 모든 대안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고 꼭 욿은일은 아니다.하지만 조희연교수가 말하고 있는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상호협력,또는 급진적 민주주의의 개념등은 모호하다. 반세계화를 위한 반워싱턴컨센서스라는 것도 말그대로 '의식개혁과 계몽'이라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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