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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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여름의 빌라


저자: 백수린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0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군산여행이었다. 지원이랑 같이 간 철길마을 근처 독립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평소에 들어봤던 책이어서 한번 읽다가 재미있어서 구매를 했다. 원래 나는 단편 보다는 호흡이 길게 쭈욱 뻗어있는 장편을 선호했는데 요즘 들어 집중력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점점 단편이 좋아진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단편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수록 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시간의 궤적이다.

시간의 궤적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이다. 확실히 배경이 한국이 아닌 유럽이다 보니 공간적 배경에서 나오는 색다름과 특별함이 존재해서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시간의 궤적은 주인공 화자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이 되는데 전체적인 서술 방식이 과거에 있었던 일을 현재의 내가 말해주듯 회고하는 방식이라서 더 흥미로웠다. 시간의 궤적에서 나오는 ‘언니’는 화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고 외국에서 방황하던 화자의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나는 그래서 화자가 언니랑 연애를 하거나 언니를 짝사랑하는 식으로 전개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좀 의외였다. (언니를 생각할 때 너무 아련하게 회고해서) 전체적으로 백수린의 소설은 현실적이고 공감이 잘 된다. 판타지적 요소 없이 우리가 처해있는 공감적인 배경을 끌어올린다. 담담하고 깔끔한 문체가 재미있었다. 본인의 색깔이 뚜렷한 그 문장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말끔한 문장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자는 프랑스인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화자는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그걸로 인한 트러블이 자꾸 생기고 그것에 대한 것을 언니와 상담하자 언니는 결혼을 하는 것이 어떻냐고 묻는다. 그렇게 화자는 브리스랑 결혼을 하는데, 사실 나는 읽으면서 이렇게 가볍게 결혼을 한다고? 싶었다. 물론 가벼운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국제결혼은 더 신중해야 하고 화자가 정말 프랑스에 계속 눌러 앉을 생각이라면 더 생각을 하고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졌다. 이걸로 인한 것이 나중에 촉발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고, 실제로 화자는 프랑스에 눌러 앉아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훗날 불안함을 느낀다. 화자에게 언니는 소중한 사람이었고 힘들 때 도와준 사람이었지만 순간의 말실수로 인하여 멀어진다. 나도 이런 관계가 있지 않았나 싶었다. 내 실수로 인해 끈끈했던 관계가 멀어지는 거. 친해지는 건 아주 오래 걸리는데 왜 그 관계가 무너지는 건 모래성이 무너지듯 금방 후두둑 깨지는 걸까.

여기서 기억에 남는 문구는 화자가 언니에게 그 말을 했을 때, 언니가 지은 표정을 묘사한 부분이다. 억지로 웃으려고 하지만 끝내 물에 녹아내리는 물감처럼 한없이 희미해지던 눈빛. 어떻게 그런 찰떡 같은 묘사 방법을 문장으로 녹일 수 있는 걸까. 나도 녹아내리는 물감 같은 표현법을 내 소설에 쓰고 싶었다.

고요한 사건이라는 단편도 아주 재미있었다. 이것 또한 과거를 회상하듯 이야기 한다. 백수린 작가 특유의 문체 자체가 아련함과 추억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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