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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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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나질 못할 사람들 속에 묻혀 우리도 그렇게 잊고 사는 것 -내 꿈 中

1996년 1월은 참 이상한 달이었다. 새해가 되자마자 곧 2집을 낼 거라던 서지원과 5집을 준비한다던 김광석이 5일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5일이 지나고는 룰라의 이상민이 손목을 그었다고 했다. 20일이 지나고는 서태지와아이들이 해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김성재 사건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10대 소녀팬들의 정신적 충격이 크고…' '베르테르 신드롬이 사회적으로 우려되며…' 운운하며 온갖 기사를 쏟아냈다. 수많은 뒷얘기와 소문이 시끄럽게 떠돌았다. 


매년 다시 맞는 1월, 이후의 삶을 계속해 나가는 이들을 떠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벌써 18주기를 맞게 된 이들이 떠오를 뿐이다. 1976년생인 서지원은 내 기억 속에서 언제나 스무 살 미소년이고, 1964년생인 김광석은 영원한 서른 셋 청년이다. 그들을 떠올리거나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면 안타깝고 아쉽지만, '결코 늙지 않을 그들'에 대한 경외감이 가슴 한 구석에 고개숙인 채 숨어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제프 버클리와 커트 코베인과 히스 레저를 떠올릴 때 그렇듯이. 나이가 들어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깊은 주름살이 이마에 패인 김광석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기에, 그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올해 쉰 살이 되었으리라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언제나 서른 셋, 기타를 메고 하모니카를 건, 미소 띤 얼굴로 조근조근 말을 하고 물기가 많은 목소리로 쓸쓸하게 노래부르는, 가객.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 날들 中

김광석의 에세이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는 내내,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와 비슷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쓸쓸한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입술에 침을 바르는 이를 바라보는 듯 했다. 내가 읽고 있는 글을 쓴 이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음을 계속 실감하며 글자를 읽어내려갔기에, 말할 수 없이 심란해지곤 했다.


 속의 그는 매우 예민하고 여리고 약하고 많이 아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계속 다짐하는 것 같았는데. 잘 살아야겠다고, 열심히 노래해야겠다고 계속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것 같았는데. 젊은 날의 방황과 고민은 쓸모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정신을 더 깊게 만드는 필요 조건임을 잘 아는 것 같았는데. 산다는 건 괴롭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라는 걸 잘 알면서도 버텨내는 사람 같았는데.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 같지 않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삶은 때로 일정 부분 만족하며, 일정 부분 아쉬워하며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P.68)


그때 내가 좀 더 많은 생각과 경험을 했더라면 지금 내 음악이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젊었을 때 많이 사랑하고/ 많이 이별하세요./ 방황과 고민은 젊음의 특권이니까요. (P.94)



눈을 감으면 흘러 내릴까 눈 못 감는 내 사랑 -외사랑 中

그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책 속 여기저기에서 무언가에 대한 사랑으로 할퀴어진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사랑 때문에 참 많이 아팠구나 싶었다. 어떤 사랑이었을까.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 사랑 때문이었을까.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단 한 번도 눈 마주친 적 없는 그리운 는, 내 속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고 토로했던 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궁금했다. 솔직히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내 말고 사랑하는 이가 따로 있었나' 하는 생각까지도 잠시 했다(어떤 의미에선 불경한 생각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의 예전 기사를 검색해 보다가 그의 딸이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뒷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딸에 대해 적어내려갔던 글들이 새삼 찡했다. 서연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소망, 서연이와 친해지고 싶다는 바람, 무조건 그 아이를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다짐, 서연이가 자신의 자랑이라 참 좋고 참 행복하다는 고백…왠지 숙연해졌다.


너무 가까이 있어 자주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지치고 괴로워져 곁에 없는 누군가, 완벽히 나를 이해하는 누군가, 내 속에서 나온 것 같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갈구하고 원하지만, 결국은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이.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길을 비춰주겠다고, 가난한 살과 영혼이라도 모두 주고 싶다고, 삶의 끝자리를 지켜 주고 싶다고, 내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 이. 그가 누구였을까. 여전히 조금은 궁금하고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것이겠지만, 서연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아니더라도.



내 노래는 허공에 퍼지고 내 노래는 끝나지만 내 맘은 언제나 하나뿐 -말하지 못한 내 사랑 中

가장 마음 편히 페이지를 넘길 수 있던 순간은 김광석의 노래에 숨겨 있던 사연들을 읽어내려갈 때였다. 어릴 때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노래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김민기를 어떻게 만났고, 노래를찾는사람들 1집을 어떻게 발표했는지, 사랑했지만과 서른 즈음에와 이등병의 편지와 그녀가 처음 울던 날과 나른한 오후는 김광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노래인지…이런 얘기들을 그의 육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이렇게라도 그 노래들의 뒷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 고맙다는 생각이 더 컸다.


책의 전반적인 글이 노랫말 같았고, 3부에 실린 그의 미발표곡 가사들을 읽을 때는 곡조도 모르는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환청이었을까. 어떤 가사들은 아깝다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이 특히 그랬다.


지금은 아무 말 할 수 없어요

지금은 아무 말없이 걸어요

눈 감으면 지난 바람

사무치도록 아쉬웁지만

지금은 아무 말 할 수 없어요

지금은 아무 말없이 그저 걸어요


중간에 실린 '날 사랑했다면'의 가사를 읽으면서 박학기가 부른 노래를 떠올리고, 그 노래를 김광석이 불렀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김광석 버전의 '날 사랑했다면'도 아름다울 것 같은데. 또 아쉬워지려 해서, 아니라고, 고마운 거라고, 이렇게라도 그가 남기고 간 가사들을 읽을 수 있어 고마운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나의 노래 中

김광석의 앨범 한 장도 없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성장한 세대도 아닌 나까지도, 나이를 먹고 삶을 계속해나가는 동안 자주자주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그의 노래를 찾아듣는 것은, 그의 노래가 결국 삶과 사랑에 대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의 목소리에는 근본적인 슬픔이 깃들어 있지만, 결코 절망적이지도 암울하지도 않다. 고통을 손바닥 위에 놓고 펄쩍펄쩍 뛰는 대신,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듯한 처연함. 결국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받아들이고 마는 담담함. 왜냐하면, 그런 게 살아가는 거니까. 산다는 건 그런 것들과 함께 가는 거니까. 그 절절한 애틋함이 그가 만들어 부른 노랫속의 삶에 깃들어 있기에, 누구나 삶의 어떤 지점에서 김광석을 떠올리는 게 아닐까. 나의 노래가 힘이고 삶이라고 했던 김광석을.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은 후 한동안 김광석을 검색해 보고, (종편을 한 번도 본 적 없었음에도) '히든싱어 김광석편'을 찾아 보았다. 왠지 김광석이라는 사람을 좀더 알게 된 듯한 느낌이다. 한 번 더 책을 다시 읽어보고, 이번엔 그의 노래를 차례대로 들어봐야겠다. 1집부터 마지막 앨범까지, 라이브앨범까지.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오경필 중사가 그를 그리워하며 한숨을 쉬었듯이, 나도 그를 그리워해보고 싶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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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사실은 반 년 전에 써야 했던 마이페이퍼다. 마지막 리뷰도서들을 다 읽고 나서 써야지…하다가 바로 13기 신간평가단을 하게 되면서 잊어 버리고 말았다-_- 이번에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 쓰기(아 무슨 명사구가 이렇게 길담;)를 앞두고 쓰지 않았던 12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가 불현듯 떠올라!!! 이거 먼저 쓰고 13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마이페이퍼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12기 신간평가단 때는 소설을 썼다. 왠지 뽑힐 것 같다는 자신만만함(도대체 근거를 알 수 없는=_=)으로 시작했던 12기. 막상 12기 활동을 시작하고 나니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ㅎㅎ 받자마자 후루룩 읽어치우는 데 성공하는 책도 있었지만 일주일도 넘게 붙잡고 있어봤자 진도가 술술 나가질 않는 책도 있었다(서명을 직접 거론하기 좀 그렇지만…그래도 그냥 쓰자면 밀수꾼들 같은 거. 흐허허허허허허허). 그냥 '심심해서 읽는 거'라고 생각하면 촤라락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책도 '이거 읽고 리뷰 써야함ㅠㅠㅠㅠㅠ'이라 생각하면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단연 지옥설계도!!!!!!). 


그러나 다행히도 고역인 책읽기보다 즐거운 책읽기가 더 많았고, 더더욱 다행히도 기한 내에 모든 리뷰와 페이퍼를 다 작성할 수 있었다하하하하하. 성실하게 12기 활동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선 스스로에게 칭찬을 좀 해 줘도 나쁘지 않을 터. 잘 쓰는 것만큼(또는 것'보다') 성실하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으니, 어떤 책을 읽는 것은 때때로 꽤 힘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너무 많은 불평이나 자학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내가 뽑은 12기 신간평가단 소설 중 베스트 5는,



1. 공선옥 -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2. 폴 오스터 - 선셋 파크

3. 이기호 - 김 박사는 누구인가?

4. 움베르트 에코 - 프라하의 묘지

5. 히가시노 게이고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꼽고 나니 한국 장편소설 하나, 한국 단편소설집 하나, 일본소설 하나, 영미소설 하나, 이탈리아 소설 하나라는, 굉장히 골고루 선정한 것 같아 보이는 리스트가 되어 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적으로 우연이다-_-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이제까지 읽은 공선옥과 이기호의 소설 중 단연 베스트!!였고, 아주 오랜만에 읽은 폴 오스터와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은 '역시 읽을 만한 작가들!!'이란 확신을 새삼 주었다. 이 네 권을 꼽는 건 사실 크게 어렵지 않았고, 마지막 한 자리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넣을까 눈의 아이를 넣을까 고민(?)했는데, 눈의 아이에 실린 몇 편의 단편이 꽤 인상적이었음에도 결국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넣었다. '다 읽은 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점이 세세한 몇 가지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았기 때문에.


12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바쁜 일상에 치여 '아 내가 이걸 괜히 한 게 아닐까ㅠㅠ'라는 생각이 들 때도 없진 않았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애정이 아무래도 생기지 않을 때, 내가 쓴 리뷰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책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제대로 언어화해지 못했다고 느꼈을 때 특히 그랬다. 그렇지만 분명 신간평가단 활동이 즐거웠던 건, (너무 뻔한 결론이지만)  다양한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를 주시고, 매번 친절하게 페이퍼와 리뷰 작성 기한을 알려주신 담당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좋은 글을, 좋은 책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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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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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를 읽기 전, 내가 알던 정철은 유명 카피라이터나 몇 권의 책을 쓴 작가가 아니라 '문재인의 사람'이었다. 문재인이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을 때 '바람이 다르다'라는 카피를 만들었고,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그를 위한 헌정 광고를 만들었던 사람. 따라서, 지난 대선 때 결코 1번을 찍지 않았을 사람.

뼈아픈 패배로 괴로워했을 게 분명했을 그가 대선 후 1년이 지난 때 <인생의 목적어>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 자신에게 인생의 목적어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목적이 그를 '그러한 삶'으로 이끌었을까. 좀 궁금했다. 이 책에서 명징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했고, 시원하게 틀렸다. 이 책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2800여명의 사람들이 꼽은 3000여개의 단어들 중 50개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었으니까.


가족, 사랑, 엄마, 꿈, 행복, 친구, 믿음, 우리, 도전, 희망, 돈, 건강, 이름, 추억, 감사, 여유,웃음, 실패, 생각, 책, 여행, 변화, 다름, 만남, 매력, 그러나, 왜, 나, 너, 아버지, 자식…등 수많은 '인생의 목적'들이 다섯 개의 장에 묶여 있었다. 이 단어들을 거울로 놓고 나를 비춰 보면서 나만의 목적어를 찾아 보라는, 역시나 친절한 안내 멘트와 함께.

유명 카피라이터의 책답게 재치있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문장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어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감상적이지도 않았고. 삶을 긍정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가 쓴 글이구나 싶었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오는 이 문장부터 그랬다.

세상에 불량품인 인생은 없다는, 따뜻한 선언.


그리고 이어진, 수많은 '휘어진 바나나' 사진들ㅋ


여유를 가르치는 선생님들로 '라면'을 꼽으면서 스프도 받아들인다. 계란도 받아들인다. 김치도 받아들인다. 찬밥도 받아들인다. 너라면 그럴 수 있니?라고 쓴 부분은, 말장난 같으면서도 신선했고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공작을 숨어서 댓글 다는 국가정보원 직원, 다람쥐를 쳇바퀴 돌고 도는 대한민국 학생, 하루살이를 내일이 없는 시간강사에 빗댄 부분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대안학교 학생들을 만난 경험을 이야기했던 글도 기억난다. 그가 만난 대안학교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해 쓴 짧은 글은 이랬다.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관찰하기 참 좋은 대상이다. 저마다 다른 개그 포인트와 귀여움이 있다.


나도 아이들을 보며 이렇게 느끼는데!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개그 욕심을 가진 아이들을 귀여워하는 편이라. 그들은 선생님을 권위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아이들이 나를 사람 대신 권위로 봐 주길 바랐던 예전의 나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첫 출근날, 아무도 환영해 주지 않아 초조하고 황당하고 허무했던 기억을 풀어 놓은 글에서도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12개월 간 고생문이 첩첩할 것이 눈앞에 훤히 펼쳐져 어찌할 줄 모르고 머리를 쥐어뜯던, 그 겨울의 나. 그래서 직업을 선택할 땐 그 무엇보다 그 일, 재미있니?라는 질문을 해 보라는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섬뜩함을 느꼈다ㅋ


무엇보다 이 책은 친절했다. 독자에게 자신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고, 자신을 읽은 후의 감상 모범답안까지도 제시해 주는 책이 또 있을까.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진다는 책. 오늘 그중 한 권이 당신의 손 위에 놓여 있습니다. 결코 쉬운 인연이 아닙니다. 나무로 살다 끝날 수도 있었던 그의 인생이 당신을 찾아온 이유를 한번쯤은 생각해 주십시오.


서툰 글, 지루한 생각, 불편한 논리, 억지와 과장을 잘 참고 마지막까지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군가, 이 책 어땠어? 정철이라는 사람 글 어땠어?라고 물으면 시시콜콜 지적하지 마시고 그냥 이렇게 헐렁하고 넉넉하고 가벼운 대답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괜찮아.


게다가 책 중간에 있는 이 페이지의 배려 돋음이란!

글자에 지친 독자를 위한, 휴식 페이지.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이걸 조용히 응시하는 게 휴식 :)



책장을 덮고 생각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중 99% 정도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목적어는 무엇일까. 나는 세 개의 단어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역시 나는 평범한 인간이라ㅋ 사람들이 많이 꼽은 40여개의 단어들 중 세 개를 생각해 내고 말았다. 재미, 배움, 자유. 나는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배우고, 배움을 통해 자유로워지고 싶다. 진리로 자유케 되고, 자유로 진리케 되는 과정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지금의 내게 가장 중요한 명제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결코 자유롭지 못한 존재. 내 삶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직장으로부터, 현실로부터. 그래서 '자유' 부분을 읽으며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생활인으로서는 완전한 자유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타협이라는 것을  수밖에 없다는 문장을 만났을 땐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타협이란 게 얼마나 비겁한지에 대해 침을 튀기며 완전한 자유를 쟁취하라고 부추기는 대신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은 정말 자유롭지 못한 생각이며 현실을 쓰러뜨리는 것은 결국 타협보다 못한 굴복을 하게 만들 뿐이라고 조언하는 부분에선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울컥 하고 말았다. 부담으로 남는 '전부'를 욕심내기보다 타협이 만들어 준 51%의 자유를 100%로 누리라는, 이 현실적이면서도 따듯한 말 덕분에.

51%의 자유만으로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내일모레는 아닐지라도 내년 휴가 땐 당신도 인도를 욕심낼 수 있다. 지금 당장 부다페스트에서 하모니카 연주회를 할 수는 없지만 동네 음악학원 주말반은 등록할 수 있다. 쌀독을 채우고 남는 돈으로 아프리카에 사는 한 소녀의 저녁밥을 책임질 수 있다. 당신의 이런 불완전한 자유, 불충분한 자유, 51%의 자유를 지켜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럽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면서도 스스로를 부자유한 인간으로 옭아매고 있었던 나에게, 지금으로도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 속삭여 준 책.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인생의 목적을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책. 이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책 덕분에, 나는 책을 읽기 전보다 아주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서, 누가 이 책 어떠냐고, 정철이라는 사람의 글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할 거라고, 확실하게 쓸 수 있다 : 응 괜찮아, 그냥 읽어 봐.


마지막으로, '아!!'하는 느낌이 들게 했던 짧은 글 하나. 이 책에서 만난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다. 많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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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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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나는 남/여를 나누고 각 성별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학이든 정신분석학이든 뇌과학이든 진화생물학이든, 뭘로 범주화하고 설명하든간에 읽는 내내 마음이 꺼끌꺼끌해져서 다 읽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들 다 읽은 '화성남자금성여자(아 반댄가? 아 확인하고 싶지 않다ㅠㅠ)'도 참고 참고 읽다가 결국 못다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도 그리 편안한 마음이 아니었고, 불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끝내 기분좋게 읽지 못했다.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참 좋은 책이고 참 감동 깊은 책이겠지만, 나에겐 그다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ㅠㅠ



<남자를 위하여>


표지에서 먼저 눈길이 갔던 건 남자를 위하여라는 제목. 주체가 없는 듯 하지만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는 부제를 참고해 제목의 빈 문장 성분을 채워넣으면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알아야 할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거칠게 말하자면 '여자들아 너희들 남자를 잘 모르지? 남자는 너희가 아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그러니까 내 얘기 잘 듣고 남자에 대해 이해해~ 그리고 나서 남자들을 잘 받아들여주렴~♡'같다는 느낌…이었…달까;;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작가 스스로는 각각의 파트를 '책머리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첫째 장은 남자의 성격과 성향에 대한 내용으로 특히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경쟁심의 근원에 대해 알아 봄. 둘째 장은 남자들이 생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대상에 리비도를 분산 투자하는 남자들의 특징을 설명함. 셋째 장은 남자들이 내면에 억압해 둔 부정적 감정 영역들에 대한 내용임. 넷째 장은 앞의 세 장에서 제안한 남자들의 심리에 대한 질문이자 해답 같은 내용임.


그렇지만 정말 각 장의 특징이 저렇게 잘 나타나고 있나…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남자들이 '남자라서' 갖는다는 불안과 폭력적/경쟁적인 성향과 성적 탐닉과 심리적 결핍에 대한 얘기들이 1장부터 4장까지 고루 퍼져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네 장의 구분에 대한 설명에서 설득력을 느끼지 못했다.

작가는 다양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취지로 주변에서 경험한 한국 남자 이야기, 신화, 외국 문학 작품, 외국 작가가 쓴 책에서 접한 사례 등등을 폭넓게 언급하고 있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삶의 경험과 배경이 서로 다른 개인들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공통적인 존재'라 묶음으로써 단순화하고 탈맥락화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들었다. 언급된 남자들의 상당수가 중산층의 화이트칼라라는 점도 아쉬웠고. 그런 면에서 생동감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 

이 책의 예상 독자가 전세계 사람들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한국 여자거나 자기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고 싶어하는 한국 남자들 아닐까(뭐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도 읽을 수 있잖아! 라고 말하는 누군가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아-_-). 그렇다면 좀더 '한국 남자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외국 신화나 민담이나 동화도 좋지만 차라리 한국 남자들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주는 민담이나 전설이나 동화 같은 게 더 생생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은.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이런저런 책을 읽고 사례들을 모아 정리한 '2차 자료' 같다는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는 건 확실한 아쉬움.



울고 싶어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그냥 남자 얘기가 아니라 인간의 일반적인 특성 아니야?'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자꾸 이어졌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범주화를 전제로 쓰여진 글에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특징'임을 알면서도 '이게 왜 남자의 특성이야? 이런 여자도 많은데?' 하는 생각이 자꾸자꾸 드는 거다. 경쟁에 대한 얘기라든지 사물을 사랑하는 남자 얘기라든지 감정을 숨기는 남자 얘기라든지…등등등.


특히 내가 가슴을 퍽 쳤던 순간은 192쪽을 읽던 때. 

남자의 심리를 주제로 다루는 책을 읽을 때 자주 의문에 빠졌던 대목이 있다. 왜 남자들은 항상 '배 째라!'는 식인가 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원래 그런 종족이다'라는 식의 내용들을 나열해두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거였다. "남자는 원래 자기보다 강한 여자를 싫어하니, 남자를 떠나보내지 않으려면 그 앞에서 힘을 자랑하지 말라." "남자는 원래 철이 안 드는 종족이니 영원히 아들 보살피듯 그들을 보살펴라." "당신의 남편 혹은 남자 친구는 당신 인생에서 넘버원으로 존재하고 싶어한다. 이 사실을 명심하라." "남자가 혼자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그 부분을 집요하게 건드려서는 안된다."


아 그러니까요 작가님. 그런 말들 싫잖아요. 그런데 저는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순간들을 자꾸 만나요ㅠㅠ 물론 작가님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을 동원해 나름대로 남자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설명을 해주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러그러하기 때문에 남자는 그럴 수 밖에 없다"로 귀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남녀가 사이좋게 지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그래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닌 듯 보인다. 개인들이 사적인 관계에서 잘 지내는 길에는 명백히 검증된 방법이 있다. 그 방식을 더 큰 단위로 확장시켜 적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또 순진한 환상을 꽃피워본다.'라니요ㅠㅠㅠ 결국 '여자야, 그런 남자를 이해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렴~♡'이라는 건가요? 근데 그러면 마음이 진짜 평화로워지나요? 그리고 내 마음만 평화로워지면 모든 게 끝인가요? 아 물론 제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저한테는 끝일 수도 있겠죠. 근데 저는 그런 이해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없어요ㅠㅠㅠ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님이 말씀하신 그 '순진한 환상'이야말로 제게 평화를 주지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I'm sorry but I'd prefer not to.


책의 뒷표지에는 위와 같은 글이 쓰여 있다. 이 책이 남녀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조언이 될 거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을 읽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어갈 수 있겠다!'는 배움을 크게 얻지 못했다ㅠㅠㅠ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깨달음은 '나'라는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 책을 감동 깊게 읽었거나 이 책을 읽고 인생에 꼭 필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없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같지 않으니까.  누군가에게 이 책은 참 좋은 책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게는 맞지 않는 책인 것 뿐. 그러니 '헐 내가 좋아하는 책 왜 욕함? 이따위 글 집어치우고 다시 제대로 추천하지 못하겠음?!?!'하고 누군가 나를 비난하더라도, 안타깝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틀비의 이 말밖에 없겠다 : I'd prefer not to.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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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2014년 1월의 마이페이퍼를 쓰는 건 예상보다 힘들었다; 개인적인 상황이 좀 좋지 않은데다(그래서 12월 리뷰도 두 권 다 건너뛸 수 밖에 없었지만 흑흑. 언젠가는 꼭 쓰겠습니다ㅠㅠ) 2013년 12월에 새로 나온 에세이들 중 눈에 띄는 책들이 워낙 많아서!!! 다섯 권을 고르기가 정말 힘들었다. 아니 도대체 12월에 뭐이리 좋은 책이 많이 나온 거야? 라고 투덜투덜거리며 결국 골라낸 다섯 권의 책들은 아래와 같다.



어쩌다 보니(라기보다는 당연한 귀결에 가까울수도) 죽음에 관한 책들을 고르게 됐다. 죽음을 앞둔 이의 글이거나-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 현재엔 고인이 되셨지만-, 죽은 이의 글이거나, 죽음 후 남겨진 이의 글이다. 재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1년 넘는 시간동안,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마다 죽음이 바로 곁에 있음을 뼈저리게 절감하며 지내 왔기에 고른 책들이 이런 식인가 싶다. 처음엔 죽음이 곁에서 숨죽이고 도사리는 듯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냥, 함께 있는 것 같다. 지켜보면서 기다려 준다는 느낌이다. 조금 더 준비가 될 때까지. 물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완전히 준비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따위는 없지 않을까 싶지만.


여튼간 다시 책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면-첫 번째 책은 최인호 씨의 유고집 눈물이다. 11월의 마이리뷰를 쓰면서 최인훈 씨의 부고를 뉴스에서 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시간이 지나 그분의 유고집이 나왔다.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고 있는 이가 지금 이 순간 숨이 끊어지더라도 반드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삶이 내일이라는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오늘 내가 해야 할 말을 다 끝내야 할지도 모르는데, 초조하고 불안하진 않았을까. 삶에 대해 가장 진지하고 치열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임을 먼저 깨달았던 이의 그 기록은 얼마나 쓰고 또 아플지. 솔직히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자신이 지금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책임은 분명하다.


두 번째 책은 김광석 씨의 미처 다 하지 못한, 세 번째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존재의 순간들이다. 두 책의 제목을 나란히 읽으면 '미처 다 하지 못한 존재의 순간들'이 된다! '하지'라는 동사 앞에 적당한 명사를 넣는다면 한 사람의 자서전 또는 회고집이라 해도 될 것 같은 책들. 김광석 씨의 죽음과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 떠올리자마자 숙연한 기분이 들고 만다. 떠난 이가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미처 다 살아내지 못한, 미처 다 사랑하지 못한, 김광석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라는 존재의 순간들. 어떻게 읽어보고 싶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네 번째 책은 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3, 4년 전이었던가, 이제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이 훨씬 적을 거란 사실을 문득 깨달은 날이 있었다. 엄마가 담가 준 김치, 끓여 준 찌개, 부쳐 준 전, 조려 준 꽈리고추 따위를 먹을 수 없는 날이 금방 올 거라는 사실에 밥숟갈을 떨어뜨릴 뻔 했던 순간. 아, 어쩌지, 요리를 배워야 되나, 하지만 내가 요리를 해 봤자 엄마가 한 것과 같은 맛이 나진 않을 텐데, 생각하며 당황했던 때. 그 날의 내가, 이 책의 소개글을 읽으며 번뜩 떠올랐다. 어머니의 돌연한 죽음을 겪은 후, 어머니의 요리노트에 담긴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보기 시작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니-아, 줄거리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젠장. 


마지막 번째 책은 소로우의 고독의 즐거움. 나에게는 이 책의 제목이 버지니아 울프의 책 제목과 동의어 같기도 하다. 고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야말로 나라는 존재를 가장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니까! 소로우의 월든을 끝까지 못 읽고 가구처럼 전시해 둔지 벌써 몇 년 째인데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월든도 좀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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