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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열심히 쓴 마이페이퍼를 날리고 허탈함에 빠져 다시 쓰는 걸 잊고 있었다. 졸지에 마지막 마이페이퍼가 이틀이나 늦었네ㅠㅠ 슬픈 마음으로 허겁지겁 다시 올리는 12기 신간평가단으로서의 마지막 마이페이퍼. 4월의 신간 소설 중 눈에 띈 책들!



우선 야마다 에이미의 타이니 스토리. <공주님>을 통해 야마다 에이미를 처음 알았으니, 거의 10여년째 그녀의 책을 읽어 오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맨 처음에는 그녀의 소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주님>이 처음 나왔을 무렵 내 주위에는 이상하게도 야마다 에이미 찬양이 넘쳐흘렀다. 마치 야마다 에이미를 좋아하지 않으면 좀 촌스러운 사람인 것 같이 취급받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그런 분위기가 나는 싫었다. <공주님>도 '뭐 그냥 그렇구만' 하면서 읽었더랬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못해>와 <방과 후의 음표>가 마음에 들었었고, <슈거 앤 스파이스>는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머 세상에 야마다 에이미를 좋아하지 않다니!'라는 사람들과도 점점 안 만나게 되었고-_- 조금은 편안하게 그녀의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타이니 스토리는 그녀의 데뷔 25주년 작품이다. 세상에 스물 한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니 소설 하나 하나가 꽤 짧을 것 같다. '거장 재즈 뮤지션의 잼 세션처럼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민음사의 책 소개 문구는 굉장히 마음에 안 들지만(저 문구 때문에 책을 안 읽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든달까-_-) 그래도 야마다 에이미의 책을 꾸준히 출판해주신 민음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첫 번째로 꼽는다. 가장 호기심이 이는 소설의 제목은 역시나 '클리토리스에 버터를(정말 야마다 에이미 답다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420, 그리고 라이트벌브'.


두 번째로 꼽은 책은 회색 세상에서. 작가의 이름도 잘 모르지만, 출판사가 문학동네라는 점과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의 실상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리스트에 올려 두었다. 문학과지성사/문학동네/창비의 책은 웬만해선 믿고 읽는 편인 데다가 최근에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언제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작가인 루타 서페티스의 할아버지와 친척들이 실제로 겪은 체험이 이 소설의 바탕이 된 것 같은데, 참,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잔인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것인지.


세 번째로 꼽은 세 권의 책은 한국 여성 소설가의 책들. 김 숨과 공선옥, 배수아의 신간이다. 


배수아는 야마다 에이미보다 더 오랫동안 읽어 오고 있는 작가고, 대학생 시절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아야 할 때 망설임 없이 이름을 댔던 소설가다. 그녀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와, 바람인형과, 부주의한 사랑과, 철수와, 그사람의 첫사랑과, 붉은 손 클럽과, 나는 이제 네가 지겨워와, 이바나와, 동물원 킨트를, 나는 경전처럼 읽고 읽고 또 읽었더랬다. 예전에는 열광하는 마음이 아주 약간 섞인 흥분 상태로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면, 지금은 그보다 차분하게 그리고 상당히 편안하게 그녀의 책을 뒤적인다. 출판사는 마음에 안 들지만(ㅈㅇㄱㅁㅇ은 그다지 선호하는 출판사가 아니다ㅠㅠ 물론 시공사와 동서문화사가 갑이지만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배수아인걸. 당연히 읽어줘야 한다.


공선옥 역시 참 꽤 오래 읽어 왔다. 어릴 적엔 <수수밭으로 오세요>나 <멋진 한 세상> 속의 인물들을 따라 가는 게 너무 아파서, 그녀의 책에 쉽게 손을 대지 못했는데 <나는 죽지 않겠다>부터 그녀의 책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신간에 대해 동아일보에서 엄청 우스운 서평을 써놨던데(무자비한 개발 횡포를 비판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작가가 그립다면서 공선옥의 경직성을 비판하고 '슬픔은 작가가 쥐어짜는 게 아니라 작품의 행간을 통해 독자에게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라고 충고까지 해서 어찌나 어이없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쌰랍동아일보-_-) 공선옥씨는 당연히 이따위 서평에 눈도 깜짝 안했으리라 믿는다. 5월에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룬 책은 의무감으로라도 읽어야 한다.


김 숨의 책은 생각보다 많이 못 읽어 왔다. 이번 책에 대해 이런저런 신문들에서 쓴 서평들을 보니 꽤 예민한 소재를 김 숨다운 '불편함'으로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이던데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 숨이니까, 뻔하디 뻔한 TV 드라마 식의 '지독한 시월드 대 지만 잘난 며느리' 간 대립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을 리 만무하다는 믿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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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밀수꾼들
발따사르 뽀르셀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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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배를 탄다는 행위에 대해 생각한다. 움직이지 않고 단단히 내 발 아래 존재해 주는 뭍. 뭍 위에 발바닥을 디디고 산다는 것이 고정되고 안정된 것에 대한 지향이나 희망을 의미한다면, 내가 밟고 살던 땅을 떠나는 것은 불안을 온몸으로 끌어안겠다는 것일 테다.  내 몸이 끊임없이 휘청거리도록 허락하고 배멀미에 시달려야 하는 일상에 내던져지는 배 위의 삶.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많은 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길이다.


그건 배 위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뭍 위에선 가진 것이나 지킬 것이 많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일지도 모른다. 움켜쥔 것을 쉽게 놓을 수 있을수록, 아예 움켜쥔 것 자체가 적을수록, 배를 타겠다는 선택을 쉽게 내릴 수 있다는 것.


<밀수꾼들>을 처음 읽을 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다. 육지에서의 삶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떠밀려 선택한 배 위에서의 또다른 삶. 땅을 떠난 그들이 몰입해야만 했던 배와 바다와 다른 세계. 어쩌면 나도, 그들처럼 떠밀려서라도,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하고 싶은 걸까. 그들이 몸으로 겪어냈던 배 위에서의 삶과 그들의 눈을 빌려 그려낸 바다의 모습을 만날 때면 왠지 벅찬 기분이 들었다.


아침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밝아왔다. 불그스레하게 물들었던 푸른 바다는 이미 활활 타오르는 붉은 막으로 변해 있었고 그 표면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점들이 콕콕 찌르는 듯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눈부실 만큼 붉게 물든 하늘이 바다에 푸르스름한 오렌지빛으로 투영되고 있었다. 서쪽으로는 날씨가 맑고 차분했으며 바다는 호수 물처럼 푸르고 잔잔했다. 농밀한 물이 옥빛으로 빛났다. 연한 푸른색 막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 같았다. 곧 해가 떠오르리라. 상큼하고 건조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왔다. (183-184쪽)


손에 잡힐 것 같은 축축한 어둠이었다. 하늘 쪽을 바라보니 저 위, 끝없이 높은 절벽 위로 동굴의 입구가 보였고 그 위로 톡톡 튈 것 같은 별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푸르스름한 하늘이 전개되고 있었다. 동굴 위에서부터 귀뚜라미 소리가 하늘에 깔린 별처럼 빽뺵하게 들려왔다. (270쪽)


파도가 선체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져 파편이 갑판까지 세게 튀겼다. 파도가 일정한 높이로 규칙적으로 밀려왔으며 배는 전후좌우로 움깆이며 파도를 비스듬히 가르고 있었다. 바람이 약간 수그러들긴 했으나 아직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쌩쌩 불어내려오고 있었다. (349쪽)


세차게 엉켜돌아가는 역사의 조류가 어떻게든 이어져야만 하는 개인의 삶에 만들어낸 온갖 상흔들. 삶의 굴곡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배에 오르기 전의 과거는 배 위에서의 현재와 교차되며 조명된다. 레오나르, 쁘루덴시, 마르꼬, 요렝-까발, 비센 바랄...의 삶에 조금 더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스페인 역사와 그쪽 지리에 대한 지식이 너무 짧다 보니 충분치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밀수꾼으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좀더 긴장감 넘치게 펼쳐졌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비극을 더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책이라도 좀더 읽어보고, 여유롭게 다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좀더 정성스럽게, 배 위의 그들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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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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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소중히 여겼던 추억.

무언가를 좋아했던 추억.

사람은 그런 기억들에 의해 지켜지며 살아간다.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들은 서글프리만큼 간단하게 검은 손을 등에 짊어지게 된다. 

(74쪽, '지요코' 중)



...<눈의 아이>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을 다 읽고 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결국 이 이야기들은 검은 손을 등에 짊어진 사람과 짊어지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눈의 아이'나 '성흔'의 서술자가 검은 손을 등에 짊어진 사람이라면, '장난감'의 구미코나 '지요코'의 서술자는 짊어지지 않은 사람이겠지, 당연히. '돌베개'의 아사코와 이시자키가 좀 헷갈리긴 하는데, 안 짊어진 사람에 가깝겠지? 결말을 보면 말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데도, 많은 사람들은 발작적으로 과거에 얽매이는 건 나쁜 거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맨날 옛날 얘기, 좋았던 때 얘기, 다 빛바랜 케케묵고 먼지묻은 얘기 끌어안고 사는 게 무슨 의미 있냐고 시니컬한 표정으로 묻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진취적이고 능동적이며 사회와 시대가 원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 오래된 것, 철없던 시절에 낭비하고 소비했던 것에 집착하지 말고 앞날, 새로운 것,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그 무엇을 추구해야 한다고 눈을 빛낸다. 과거에 이랬네 저랬네 하는 사람 치고 현재를 의미 있게 사는 사람 없으니 잊을 건 빨리 다 잊고 새로운 걸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자못 비장하게 주먹을 불끈 쥐는 사람들도 많다.


부분적으론 맞는 말이다. 고루하고 융통성 없어 생각과 사상이 낡아빠진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답답하고 짜증스러우니까. 이 순간의 나를 딱딱하고 획일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낡은 것은, 잊혀져야 할 것들과 동의어일 테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시간은 흘러가니까, 결국 나의 현재란 아까 전 나의 미래일 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의 과거란 '바로 지금'이 아닌,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이라고 한다면, 그 모든 순간이 잊혀져야 할 건 아니지 않나. 심지어 내게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가치와 의미를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더더욱 아니고.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나를 지탱해 주는 건, 앞으로 올지 안올지도 모르며 좋아질지 나빠질지 장담할 수도 없는 미래보다는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했던 과거의 기억, 그 따뜻했던 순간에 대한 추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기억이나 추억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사람은 현재를 열심히 신나게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런 기억이나 추억이 내 삶에 더 많이 생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불투명한 미래의 무게로 힘들고 지치려고 할 때 나를 잡아주는 희망, 일, 테고.


'눈의 아이'의 '나'에게도, '성흔'의 '나'에게도, '지요코' 속 인물들이 가진 지요코가, 건담이, 곰 인형이 있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검은 손에 휩싸여 내 세계의 법칙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도 아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괴물이 되는 일은 안 일어나지 않았을까. 무언가를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보살피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그 무언가에게 '내가 잘 해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잘 되는' 건 그 무언가가 아닌 우리 자신이 되어가니까.


그래서, 누구나 마음 속에 지요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있다.


그 지요코가 더 나를 잘 지켜줄 수 있게, 나 역시 내 세계의 접점들을 잘 보살피고 소중히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해 봤다. 검은 손에 휩싸이지 않게. 누군가의 지요코를, 쉽게, 아무 생각 없이 해치지 않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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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오늘은 식목일. 식목일이 휴일에서 빠진 뒤로는 '어 오늘이 식목일이었네...'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엄연히 청명/한식/향토예비군의 날과 함께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 나무 심는 날. 왠지 싱그러운 샛초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하루다. 이 정도가 되어야 아, 3월이 진짜 다 갔구나, 싶다.


피곤하고 정신없이 바빴던 3월과 헤어졌으니, 이제는 봄처럼 따뜻해지고 조금은 나른해지는 날들이 펼쳐지려나. 물론 삶이란 늘 기대를 비웃고 찾아오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므로 그럴 리 없이 계속 바쁘고 계속 빡빡하고 계속 피곤하겠지만.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기를 희망하며 4월에 읽고 싶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





1. 선셋 파크

책 소개를 읽지 않고 작가 이름만 본 채 고르게 되는 책이 있다. 폴 오스터도 그런 작가 중 한 명. 그의 책을 대충 대여섯 정도 읽었던 것 같다. 그 중 페이보릿은 달의 궁전. 십 년이 뭐야, 십이년쯤 전에 읽은 것 같다. 선셋 파크를 통해 나의 페이보릿이 바뀔 수 있을까? 궁금하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열심히 찾아 읽던 때도 있었는데…한동안 또 잊고 살았네. 오랜만에 읽어보고 싶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표지도 마음에 들고, 열린책들은 기본적으로 신뢰가 가는 출판사이기도 하고. 


2. 주말

폴 오스터처럼, 베른하르트 슐링크 역시 이름만 보고 작품을 골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게 되는 작가이다. 나와는 약간 다른 시각/관점으로 세계와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한다. 안타까운 건 시공사에서 그의 책이 앞으로 출간될 예정인 것 같다는 건데…아아아. 리브로와 시공사를 싫어하고 시공사에서 나오는 책은 절대 구입하지 않는지라 참…… 솔직히 시공사에서 괜찮은 책이 나오면 늘 짜증이 난다. 전두환 꺼져-_-


3. 아이언 하우스

사실 이 책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모르는 작가, 낯선 번역자, 특별한 느낌 없는 출판사, 별로 맘에 안 드는 표지, 팍 와닿지 않는 줄거리…이 정도면 눈에 안들어오는 책이라 하기에 충분한지라. 그런데 검색을 하다가 리뷰들이 너무 좋아서! 아니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이렇게 리뷰들이 좋은거야? 하는 생각에 호기심이 들어 버렸다. 만약 이 책이 3월의 신간으로 뽑혔는데 재미 없으면 좀 화날 것 같다ㅎ


4. 주석 달린 드라큘라

이런 책은, 뭐랄까, 존재 자체가 존재의 가치가 된달까. 읽지 않고 소장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질 것 같은 기분. 드라큘라라는 이야기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이 '책'이 '책'으로서 갖는 의미도 충분한 거다. 마치 가구처럼ㅋㅋㅋ


5. 문라이트 마일

…사실 3월의 신간소설로 가장 꼽고 싶었던 책은 이거다, 문라이트 마일. 데니스 루헤인이라니, 켄지라니, 제나로라니, 켄지&제나로라니!!!!!!! 세상에 (현재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립탐정 듀오란 말이다!!!!! 게다가 <가라, 아이야, 가라>의 속편이라니!!!!!!!! 아만다가 또 실종되다니!!!!!!!!! 어떻게 이 책을 안 읽을 수 있냔 말이다!!!!!!!!!!!!!!!! 근데 정말 속상하게도 이 책이 2월에 나왔다는 걸 3월이 되어서야 깨달아 버렸으니, 오호 통재라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이 3월의 신간소설로 절대, 절대, 절대!! 뽑힐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페이퍼에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넣지 않는다는 게 너무 참을 수 없어서!!!! 굳이 절대 뽑히지 않을 책을 집어넣고 싶었다. 문라이트 마일, 이건 알라딘에서 안 줘도 사서 읽습니다, 켄지&제나로, 빨리 만나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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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2]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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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 지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탄탄한 플롯과 구조를 갖춘 소설을 쓰는 작가.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지만 집중하며 읽지 않으면 줄거리도 잘 따라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보니 이번 신간평가단 소설로 에코의 작품이 결정되었을 때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3월엔 바쁜 하루하루가 이어질 게 뻔한데, 그의 소설을 잘 읽을 수 있을까. 게다가 한 권도 아닌 두 권인데!


역시나 그의 책을 읽는 건 부담 없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려하게 펼쳐지는 19세기 유럽 사회의 모습과 심심하면 나타나는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서양사에 대한 지식이 좀더 풍부했더라면 조금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물론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라는 존재 자체의 무게도 상당했고.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 19세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생각할 만한 거리들을 듬뿍 안겨 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몰입도 참 높은 이야기.

본격적인 이야기는 에코가 '세계 문학 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주인공'이라 했다는 시모니니의 일기로부터 시작한다.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시모니니는 19세기 유대인 세계 지배 음모론의 비조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극단적인 냉소주의와 유대인 혐오증을 가진 인물이 된다. 청년이 된 후에는 문서 위조 기술을 배우고 이중첩자가 되기도 하며 테러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다 시모니니에게는 삶의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알퐁스 투스넬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만남을 통해 시모니니는 반유대주의를 '돈 벌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대학생이던 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뒤마의 소설과 예수회 신부의 글을 이용하여 '프라하 묘지' 보고서, 즉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을 만들어낸다. 이는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할 음모를 퍼뜨리고 있다는 믿음의 근거가 되었고 반유대주의 및 유대인 혐오증과 결합해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단초가 된다. 이후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들로 태어났다는, 오직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혐오하고 증오하는, 그래서 결국 죽여버리는 상황이,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인류사에 펼쳐진 것에 대해서는-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모니니라는 인간을 '일반적인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인물이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행위가 잘못된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움베르트 에코의 의도가 시모니니라는 인간을 최대한 추악하게 그림으로써 '그런 추악한 인물이야말로 그정도의 못된 짓을 하기에 적당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리라. 한 인간의 부주의한 행위로 인해 유대인들의 운명이 위기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역시 절대로 아닐 테고. 에코의 말처럼, 시모니니는, 실존하지 않았으나 분명 우리들 사이에 있는 인물이니까.

결국 이 소설의 매력은 과거 유럽의 현실이 현재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과도 다를 것 없다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추악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어떤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다. 자기가 믿는 것이 진실과 동떨어져 있을 지라도, 그것이 '내가 믿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할 뿐이다. 

물론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이들은 소수일지언정 늘 존재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그것'이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거나 왜곡된 것임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진실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과정은 지난하고 지루하며 길기까지 해서, 우우 몰렸던 사람들의 관심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뿐인가. 사람들은 자신이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 믿었음을 깨닫고 반성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리석은 존재일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움에도, 누구나 자신이 어리석을 수 있음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진실이 진실임을 알게 되더라도 외면하거나 또다른 음모가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버린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런 인간의 속성을 너무나 지혜롭게도 잘 이용해 먹는다.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게끔 유도하고, 그렇게 유도한 결과를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써먹는다.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은 지극히 불평등하고, 권력을 갖지 않은 이들은 또다시 속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권력은 끊임없이 연장된다. 아,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이게 현실인 걸 어쩌나.

그래서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나의 마음은 편안치 않다. 나 역시 시모니니의 가짜 문서에 속아넘어간 이들처럼, 거짓된 누군가'들'의 손놀림에 놀아날 수 밖에 없다는 걸 잘 아니까. 그러므로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가비알리가 일러준 그 말을 따르는 것이다. 이것을 조심하고 저것을 조심하라. 모두를 조심하라. 무엇도 완전한 진실이라고 쉽게 믿어버리지 마라. 그 마음으로, 프라하의 묘지를 다시 읽어야겠다. 에코 선생이 숨겨놓은 메시지가 혹시나 또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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