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 Walk, Cherry Blossom

 

 

꽃과 나무와 새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므로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고쳐잡았다. 이건 철쭉이야. 확실해. 그런 확실함이 퍽 사랑스러운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봄.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잎을 움켜잡으면 보고 싶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

 

었으면 좋았을 뻔했지만, 그 반대여도 좋았다. 보고 싶던 사람을 만나면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잎을 움켜잡을 수 있게 된다-는 식으로. 손바닥을 펴자 벚꽃잎은 다시 하늘하늘 다른 친구들과 합류했다.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만 떨어지는 벚꽃잎이 워낙 잔뜩이라 왼손을 뻗어 잡았던 애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내 오른손을 잡고 이 길을 함께 걷는 애가 누군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너무나 확실해서, 마치 철쭉처럼 확실해서 차마 모를 수가 없었다. 벚꽃 가득한 길 위에서 봄을 모를 수가 없는 것처럼, 도무지 모를 수가 없는 두 마음이 나란히 손잡고 자박자박 봄을 걷고 있었다.

 

 

 

--- 읽은 ---


35.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 정희진 : 177 ~ 253

: 쓰는 데 이유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왜 쓰십니까- 하고 누군가 물어준다는 것,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벌써 멋있다. 지지 않으려고 쓴다는 표현도 좋다. 이기려고 쓴다는 말보다 뻐기지 않고 아름답다. 이기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지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잔뜩인 세상이다. 이기는 법보다 지지 않는 법이 훨씬 탐난다.



 

36.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이현우 : 300 ~ 466

: 무언가에 빠졌지만 죽지 않으려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는 무언가에 깊이 빠졌을 때 그것에 관해 말하고 쓰고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너무 깊이 빠진 사람이 그 안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서 하는 일 역시 그것에 관해 말하고 쓰고 세상에 알리는 일인가 보다. 뒤집어 생각하면 쓰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어딘가에 바닥없이 빠져들기 위해, 동시에 그 안에서 숨 쉴 공간을 열어두기 위해.

 

 

--- 읽는 ---

어떤 양형 이유 / 박주영 : ~ 122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 손택수 : ~ 67

생각하는 마르크스 / 백승욱 :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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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9 05: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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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9 07: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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