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정경湖畔情景 7

 

 

1

 

인간의 몸이란.

 

수술이 끝나고 입원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엄마의 몸에는 새로운 알고리즘이 장착되었다.

[ 기침을 세게 한다 -> 세 번 연속 기침을 하였는가? y -> 토한다 ]

 

닷새 후,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독한 링거액을 뗐다. 거기서 닷새가 더 지나자 수술 부위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서는 통증이 일어나지 않는 단계까지 왔다. 그렇지만 엄마의 몸은 결코 저 알고리즘을 포기하지 않는다. 집에 와서도 기침이 이어지면 여지없이 구역질이다. 동생과 나는 의사도 뭣도 아니면서 저건 몸이 습관을 기능으로 만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기침은 기침이고 구역질은 구역질이라고 걔네 둘은 붙어 있는 애들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세뇌시켰다.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때가 되서 그런 건지, 어쨌든 구역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여지없이 구역질을, 그것도 반드시 구토가 뒤따르는 구역질을 하는 순간이 있다. 엄마는 지나치게 오래, 세게, 깊이, 혀를 닦는다. 병원에 가는 날이면 더욱 더 집요하게 혀를 닦는다. 엄마가 싱크대에 서서 혀를 닦는 동안, 양치질 전체가 아니라 오로지 혀를 닦는 동안, 나는 뜨거운 커피 반 잔을 천천히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변기 플러시를 내리는 데 엄마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었더니 거품이 잔뜩 묻은 입을 하고 달려 들어와 즉시 토한다. 나는 엄마의 등을 쓸어주며 말한다. 엄마, 제발, 혀 좀 미친 듯이 닦지 말라고. 어렵게 먹은 아침 약 다 토하잖아. 내가 몇 번을 이야기해, 지금.

 

네 번. 나는 세고 있다. 열 번이 되면 크게 한 번 따지기 위해서, 공짜 탕수육을 그리며 중국집 쿠폰 모으는 기분으로, 나는 세고 있다.

 

우리 엄마는 예상대로, 몸보다 고집의 회복이 빠른 사람이다.

 

우리는 집에 돌아왔다. 새로운 엄마와 새로운 아들이 되어서 돌아온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원래의 엄마와 원래의 아들이 몰래 같이 돌아왔다. 우리 집에는 지금, 두 명의 엄마와 두 명의 아들, 두 명의 딸이 산다. 이 좁은 지붕 아래 복작이고 살 수 있는 티켓은 엄마, 아들, 딸에게 각각 한 장씩만 주어질 테니, 그 자리를 놓고 새로운 우리와 원래의 우리가 한동안 다투겠다. 오늘도 시끄러운 우리 집이다.

 

 

 

2

 

마음에 날개가 없는 줄 알면서 우주의 끝까지 가보자고 말했다. 날개가 없으면 뚜벅뚜벅 걸어서라도 가자고 부추겼다. 마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므로 마음만으로 해내라고 자꾸 등을 떠밀었다. 떠밀려서 당신은 왔다. 2만 광년을 왔다. 오면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왔다. 오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다 당신의 몫이었다.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이 넓고 어두운 우주에 숨어, 나는 당신을 향해 가늘고 흐릿한 한 줄기 빛을 끈질기게 쏘았다. 밝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식물처럼, 당신은 그 어두운 빛을 움켜쥐고 어두운 쪽으로, 내 쪽으로 조금씩 그러나 똑바로 왔다. 고독했지만 돌아서지 않고, 무거웠지만 멈춰 서지 않고, 당신은 왔다. 2만 광년이 금방이었다. 별의 커튼을 걷고, 밤의 물살에 발을 적시며, 저기 빛으로 도착하는 당신이 보인다. 빛보다 먼저 보인다. 이제 당신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나는 발견될 것이다. 질량이 측정될 것이고, 그 질량에 맞는 중력을 던져 당신을 포획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궤도를 만들 수 있다. 과 망을 만들 수 있다. 밀물과 썰물이 있겠다. 파도가 칠 것이다. 등대가 설 것이다. 등대는 날개도 없는 당신이 약한 발로 걸어 온 그 길을 비출 것이다. 2만 광년이 선뜻 밝아질 것이다.

 

 

"나는 안 될까처음부터 자기소개를 제대로 했으면 좋았겠지만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더 나은 방법일 것 같았어그래도 나는 안 될까너를 직접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어내 별과 모두와 모든 것과 자유 여행권을 버리고그걸 너에게 이해해달라거나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냐그냥 고려해달라는 거야너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그냥 내 바람을 말하는 거야필요한 만큼 생각해봐도 좋아기다릴게사실 지금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괜찮은 것 같아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이거면 됐어."

정세랑지구에서 한아뿐

 

삼촌은 시험 삼아 링링을 끌어안았다먼저 그녀의 손을 잡은 다음곧이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마치 반평생 찾아 헤매던 집 안의 새끼 양을 안듯이 꼭 끌어안았다그녀가 후회하면서 마음을 바꾸고 몸을 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그녀도 그가 자신을 안아주자 그의 품 안에 가만히 안겼다밤은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밤이 다하면 곧 날이 밝을 것이고날이 밝으면 다음날이 될 것이었다드넓은 평원한밤의 고요한 밤기운이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었다밤기운은 음지에쌓여 있는 눈을 등진 채 죽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눈이 어는 소리는 셀 수 없이 무수한 얼음 알갱이들로 하늘을 떠다니다가 건물 다장에 부딪쳐 삼촌과 링링의 몸 위로 미세하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주변에 부딪쳐 휘리릭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앉아 있다가 말없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방이 있는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방 옆에 있는 방은 창고였다열병 환자들의 양식과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곳이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아주 따뜻했다방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은 곧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따뜻해진 두 사람은 삶의 의미를 움켜쥐기 시작했다.

옌롄커딩씨 마을의 꿈

 

우리는 여기서 위대한 사랑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냉정한 관찰자들은 이런 경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하지만 이런 질문은 접어두자위대한 사랑이란 본래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는 법이니까그것은 마치 극한의 오지에서 불가사의하게 자라는 한 그루 나무와도 같다그 뿌리는 어디에 박혀 있는지수액은 어디서 공급받는지대체 무슨 기적이 일어났기에 푸른 잎사귀들이 돋아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그 자리에 존재하고녹음을 드리운다그건 아마도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뭔가를 찾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읽거나 말거나

 

 

 

--- 읽은 ---

+ 도남의 날개 / 오노 후유미 : 218 ~ 414

+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 이지원 : 82 ~ 164

+ 마르크스 / 피터 싱어 : 106 ~ 213

+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 티모시 레벨 : 120 ~ 271

+ 알레프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153 ~ 234

 

 

--- 읽는 ---

= 딩씨 마을의 꿈 / 옌롄커 : 154 ~ 367

= 30분 회계학 / 가네코 도모아키 : ~ 217

= 자본주의에 불만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 / E. K. 헌트 : 76 ~ 171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10-08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08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0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