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정경湖畔情景 6

 

바닷가에 집이 있었으면 했어. 수만 굽이 파도를 거쳐 온 소식이 가까스로 닿는 작은 우체국이 있는 마을에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숨겨둘 집이 있었으면 했어. 이 집 안에 사랑이 숨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문패 대신 낙서로 우리가 숨어 있음을 농담하는 집. 하루하루 이름이 바뀌는 사람들이 사는 장난 같은 집. 안녕하세요, 어제의 나. 나는 어제의 너입니다. 반가워요. 오늘의 우리가 다시 어제의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키스해야 합니다. 심지어 더한 것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 걸어가 문을 잠그고 내 옆에 바투 앉아요. 우리는 지금부터 속기록을 남깁시다. 손이 느린 저 밤도 천천히 다 받아 적을 수 있게, 밤을 새워 짧고 단순한 음절로만 이루어진 부드러운 회의를 합시다. , 우리는 이제 어디로 들어가야 합니까.

 

우리는 언젠가 다시 도망칠 테고, 그러면 기다림 없이 저 홀로 잠깐 서 있다가 밀물에 젖고 썰물에 마르며 조용히 삭고 조용히 무너져갈 나무로 지은 집.

 


 


오늘도 나는 희망도기대도 없이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누군가 나에게 그런 허망한 짓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사랑하는 일마저 멈춘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되묻고 싶다그때그때 최선을 다하고 시시한 후회 따위는 하지 않는 것어차피 사람은 그 정도 일밖에 할 수 없다사랑하라희망도 없이말도 없이.

전성원길 위의 독서

 

 뜰이 조금씩 황폐해지고 있다.

 사람과 시간이 친절하게도 그것

 을 돕는다뜰이 조금씩 무너지

 고 있다즐겁게즐겁게무너

 지기를 즐기는 역사즐겁게 무

 너지는 뜰의 운동그래서 뜰은

 육체도 정신도 역으로 따스하

 다.

오규원운동〉 전문 

 

중심에 닿기 위해 우리는 움직인다그런데 우리가 움직이는 길은 미로다우리는 중심에 닿거나 닿지 못한다아니중심에 닿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득 아직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마치 안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처럼그러나 어떤 경우든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는다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고삶은 끊임없는 미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승우소설을 살다

 

 

--- 읽은 ---

+ 자본가의 탄생 / 그레그 스타인메츠 : 171 ~ 384

+ 모스에서 잡스까지 / 143 ~ 248

 

 

--- 읽는 ---

= 역사를 재미난 이야기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역사책 / 정기문 : ~ 107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 77 ~ 158

= 가끔은 주목받는 이고 싶다 / 오규원 : ~ 54

=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 로버트 파우저 : ~ 79

= 길 위의 독서 / 전성원 : 23 ~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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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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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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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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