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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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만 보면 오해를 잔뜩 할 수 있는데, 그런 거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요?)


예전에 어디선가도 이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로맨스야말로 제일가는 판타지 장르의 한 갈래라고. 적극 동의한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딨어? 이혼하자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고 (플러스, 미혼은 여자친구)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여자가 정말 바라는 게 뭔지를 공부하는 남자들의 북클럽이라니, 내가 엄연히 세상의 많고 많은 판타지 매니아 중 한 사람이지만, 이것만큼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없겠다. 차라리 오늘 해질녘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무르타트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다리는 게 더 현실적이야... (쓰고서도 흠칫했다, 몇 년만에 다시 떠올린 이름인지) 네, 삐딱선은 이 정도로만 타기로 하고.


메이저리거인 개빈은 난데없이 아내의 이혼하자는 말에 일상이 뒤집히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들 사이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라는 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그의 생각이고, 사실 문제는 쌓이고 쌓인 불쏘시개가 되어 언제든 잿더미가 되도록 불살라질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것. 그런데 뭐,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그나마 이 커플은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주인공이라도 있지, 그냥 그렇게 말이 안 통해서 악을 쓰면서 싸우다가, 어느 순간 말해봤자 들어먹지도 않는데, 포기하고 그냥 무감한 상태로 이래저래 사는듯 마는듯 그렇게 하우스메이트처럼... 살면 슬플 것 같기도 하고 되게 속시원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개빈은 이대로 결혼 생활을 쫑낼 생각이 1도 없고, 세아는 결혼을 지속할 생각이 당연 없는데 개빈은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한다. 대신 기한이 끝나면 집이고 양육비고 달라는 대로 다 준다는 조건으로. 세아로서는 (짜증은 나도) 이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게임같은 이 요상한 밀당이 벌어진다.


진짜 핵심은 할리퀸 로맨스 같은 그 소설 속 로맨스 소설이, 개빈이 실제로 탐독하며 실습하는 교재로 사용하는 그 소설을 우리도 읽어볼 수 있다는 거다. 열 몇살의 철딱서니없이 세상의 남자가 다 그런 줄 알고 망상에 젖어 살던 시절이 생각나서 재미있었지만, 지금와서 보니 애들이 뭘 안다고 그렇게 수위높은 텍스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던 건지 새삼 소름이 돋는다. 


"언제 어디가 됐든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이 합쳐 이루어진 존재야.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한 반응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로맨스 소설에서도 그렇잖아. 책이 시작되기 전에 주인공이 겪었던 일이 결국은 책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지."

"근데 우린 지금 내 진짜 삶을 얘기하는 거잖아, 책이 아니라." 

"똑같은 원리야." 맬컴이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에 공감하는 거야. 만고불변의 진리를 말해주니까." -139쪽


"아들, 누군가와 결혼해서 30년 가까이 함꼐 살면서 한두 번 지옥을 경험하지 않을 수는 없단다. 네 엄마한테 물어보면, 혼자서 너희 두 녀석을 키울 수가 없어서 날 떠나지 않았던 게 몇 번이나 된다고 말할 거다. 내가 이걸 아는 건, 네 엄마가 내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말해서고." -214쪽


나만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적나라한 묘사가 들어있는 책은 불편하고 힘들다. 좋다고 눈을 빛내면서 이런 문장들을 삼킬듯이 읽을 수 있는 것도 10대 20대의 특권일지도? ㅎㅎㅎ 로맨스가 피곤해서 드라마도 안 보는 난데 왜 책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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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울음의 세계를 탐구해 봅시다. 어... 그것이 좀 사적인 영역이기는 해도. 

나이를 먹어서 눈물이 조금 (개미 눈물만큼) 줄어들기는 했는데 여전히 수도꼭지라, 잘 운다. 눈물을 한바탕 짜내고 나서 요즘은 고민하는 것이 이게 쓸데없는 감정소모적 울음이었는지, 카타르시스적 눈물이었는지... 그런 거다. 세상엔 참 다양한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고.  



한국소설을 엄청나게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작가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뭘로 봐도 함부로 입을 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만 김금희의 소설을 읽으면, 읽지 않으면 몰랐을... 아마도 끝끝내 모른 척 덮어두고 싶었던 것들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뭐, 그래서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나는 이런 배경을 가진 저자를 굉장히 선호한다. 한 분야만 들입다 파고 연구한, 빛나는 성과를 한 손에 말아 쥔 전문가의 신뢰성도 물론 존경스럽지만, 자기의 전문분야는 그건 그것대로 두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자기의 '좋아함' 하나로 뭔가를 빚은 사람들. 



제목만 소리내어 읽으면 ?????? 싶지만 그거 아니고...

복지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그림책을 읽어드리는 아이와, 이것이 독서토론인가 잡담의 장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는 어르신들이 맺어가는 관계와 과정 안에서 아이가 만드는 치유와 성장의 서사(일 것으로 추측). 그림이 참 좋다. 



당신이 우주에 관해 알아야 할 10가지가 어쩌다가 우주를 정복씩이나 하는 10가지 지식이 됐는지 그 엄청난 차이값은 뭐 나중에 생각해봐도 괜찮을 것 같지만요.



그러게요, 별 것도 아니고 대단할 것도 없어도 그런 소소한 선의가 얼마나 필요한지요. 냉소보다 위선이라는 작가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차라리 착한 척이라도 하자고, 그러면 언젠가 그게 몸에 밴 태도가 될 수 있다고.



레몬첼로 1권이 참 재미있었는데 시리즈가 줄줄이 나오는것이... 텐션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문득 궁금. 



이 책 소개 보자마자 The Encyclopedia Brown 시리즈가 떠올랐는데, 접점이 있으려나?



재미있을 것 같은데, 너무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잠 못 잘 것 같아(나잇값 못 하는 겁보입니다)...



요즘 정말 수학책 많이 나오네. 쫓아가면서 정보 파악하기도 힘겨울 정도로 많아... 



패션에 엄청난 열정을 불사르는 틴에이저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을듯. 옛날 위인보다 살아있는(내지는 비교적 최근에 타계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영감이 원천이 되어줄거다. 



무거운 책인데, 마음속에 깊이 담가두고 조금씩 꺼내어 읽고 축축한 감정은 또 잘 말려 빳빳하게 보관하고, 그러고 싶다. 



문화 속에서 상징물로 남은 동물들. 그들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자. 오케스트라의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우려면 이런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 셰프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쓴 다른 카레 책을 본 적이 있고 몇 개는 따라 만들어도 봤는데, 맛있었다. 실로 카레 덕후라고 부를 만한 분이고, 나는 카레를 좋아하는 1인이므로, 일단 관심도장 꾸욱.



오가와 이토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건 바로 대답을 못 한다. 그렇다고 싫어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 밍숭맹숭한 대답 한 가운데에 오가와 이토를 가끔 읽는 이유가 묻혀 있다.



엄마표로 영어를 가르칩시다를 짜랑짜랑하게 외치는 책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이런 책을 발견하면 정말 반갑고 고맙다. 다 좋은데, 영어가 왜 필요한지, 영어에 대해서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얘기부터 먼저 하는 게 사리에 맞으니까. 응원의 의미로 꼭 사서 읽겠습니다.



자연의 개념을 루빅스 큐브처럼 분할해서, 어느 순간에는 맞추어 가며 분리하고 서술하고 통합하는, 그런 책처럼 보인다. 열 네 개의 시선으로 자연을 통찰하는 듯한 목차를 보면서 이것은 꼭 자연의 녹색을 읽으려 하는 노력 같다, 그런 생각을 했다. '녹'색 한 마디로 축소하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GREEN ALIVE, NATURE ALIVE in human, with human, for human. 



국어 시간에 이런 책 함께 읽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토론하면 어떨까요? 애들은 어른보다는 훨씬 불편한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하던데. 



나는 정지우 작가를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통해 알았다. 뭐 이렇게 착한 글을 쓰는 작가가 다 있나 생각했더랬다. 이번 책도 어쩐지 그럴 것 같다. 표지마저 그렇네.



믿고 보는 출판사,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항상 나를 설레게 하는, 지갑은 공포에 떨게 하는, 그놈의 도감. ㅎㅎㅎ



(한 번 더 가죠,) 예나 지금이나 덕후들이 세상의 결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법이죠... 



그림책 독자층이 두꺼워지고 그림책도 좀 더 많이 팔리고(... 있기를 바라고요), 그러다보니 그림책 가이드라든가 에세이라든가... 굉장히 많이 출간되고 있는 듯. 개중에 정말 보물도 있고 일기는 일기장에 부탁드려요(물론 남의 일기 읽는 맛이 각별하긴 하지만) 싶은 책도 있는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컨셉트가 아주 명확해서다. 2010년대의 우리 그림책, 이렇게 또렷하게 범위를 좁혀놓았다. 이렇게 정확하게 난 무슨 말을 할 거야, 라고 알려주는 책들은 쓰다듬어주고 싶어진다. (아니 왜???)



세상의 똑똑한 사람들은 이렇게 사업을 한단다, 라고 가르치기에 딱 적절한 교과서적인 책. 원서들 뒤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정말 놀랐던 건 의외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좋은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거다. 슬픈 건, 1-2년 뒤에 절판의 수순을 밟는 책들이 다수라는 거. 여기까지 들어와서 이런 게시물까지 보는 분들에게는 하나도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지만, 책 좀 삽시다, 제발. 안 읽어도 되고요, 그냥 사기만 해 줘도 된다고 쫌. 커피 두 잔 값 밖에 안 하는구만. 



이거슨 그럼 포렌식 교과서인가... ㅎㅎㅎ 학부모의 한계다. 모든 게 다 교과서적으로 보이는...


비가 온다. 꽤 많이 내린다. 이 비는 아마도 수요일까지 쉬지도 않고 내릴 듯하다. 비 오는 날 최고 좋은 건 커피 한 잔, 재미있는 소설 한 권(왠지 비 내리는 날 논픽션은 싫어), 그리고 뭔가 까서 입 안에 털어넣고 오물거릴 수 있는 간식거리 조금. 

그저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을 눈물 쥐어짜면서 다 읽었고, 절대 지하철에서는 못 펼쳐들 것 같은『브로맨스 북클럽』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이 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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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mn책을 한달에몇권씩 사시는지 궁금하네요

라영 2021-06-04 10:4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일일이 세어보는 건 아니라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히 서른 권은 넘는 것 같습니다. ^^;;
 


도덕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의 상실>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정체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금까지 그것이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고 비판한다. 그는 인류가 점점 비도덕적 존재로 변하는 원인도 삶의 서사의 상실에서 찾는다. 자기 삶의 이야기보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률을 동경하는 것이 실제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판단과 인간적 감성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삶의 서사가 사라지면 인간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결국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25쪽


사회학 서적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늘상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의 하나가 자기서사의 상실이다. 그 바닥에서 공부 좀 했다 하는 분들이 모두 이 말을 입에 올리고 있으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적어도 문제의식이라도 공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좀 먼 것 같다. 자꾸 이야기라도 꺼내야지, 별 수 있나... 


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부터, 그게 시작이다. 뭘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기엔 그렇다. 다수가 따르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밟지 말고, 그들을 먼저 오롯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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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주체는 더 이상 자기 경험을 확장하지 않는다. 성장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그의 삶은 그때그떄 벌어지는 일들의 단편과 파편으로만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성장이란 자기삶을 연속적으로 흐르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려는 의지와 그것이 의미있고 가능할 때에만 이뤄진다.

파편적인 삶에 성장이란 있을 수 없다. -245쪽


죽어서 누군가 관뚜껑 덮어줄 때까지는 계속 움직여야 하나보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이 멈추면 자기서사도 동력을 잃고 조각나기 시작할 테니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욕망일 것이고 욕망을 추동하는 것은 꿈이겠다. 나이는 들어가도 꿈을 키워야 하는 이유... 


#성장하는인간 #삶의연속성 #자기이야기를갖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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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김성일 외 지음 / 구픽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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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상상력 끝내준다. 


세상에 없는 신선한 방식으로 찬탄하는 말을 하고 싶어도, 표현력도 달리거니와 그저 모두가 오, 진짜? 정도로 수긍 공감할 수 있게 단순히 감상을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으까... 라고 쓰는 순간, 아마도 하지현 선생님 책에서 본 것 같긴 한데 '헐' '열여덟*나' 로 모든 의사소통이 다 되던 젊은냥반들의 에피소드가 떠오르면서 손이 오그라붙었다. 아... 그나마 '상상력 끝내준다'를 붙여놔서 다행일지. 저는 그 랭귀지패밀리에 끼기엔 좀 연식이 그러한지라.


아무튼...


읽을 책을 고를 때의 내 모습을 머릿속에 재생해 보면 대강 이렇다. 대체로 일단 '읽어야 할 책들' 칸에 꽂아둔 책들을 주욱 눈으로 쓸어본다. 여기서 먼저 골라 읽는 게 맞는데, 이쪽 칸에서 뽑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럼 여긴 왜 사다 메워놓느냐.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게 의문이네요. 아마도 비어보이면 좀 쓸쓸하니까...?


그 TBR(To Be Read)칸을 지나 90도로 꺾어지게 놓인 책꽂이로 옮겨오면 이미 안쪽에 꽂아둔 책들은 책등의 존재조차 보이지 않게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앞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책들이 빽빽하게 몸을 누이고 있다. 아이고 보는 내가 다 불편하고 좀이 쑤시네. 미안. 도서관 책들은, 당연하게도 대출기한이 있으므로 먼저 손이 닿을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인생, 뭐가 됐든 마감이 없으면 진도가 안 나가요. 휴...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달인가 아니면 그 전인가, 신간 프리뷰 적을 때 '오 읽고 싶어!!' 하고 핀해 둔 것인데 마침 도서관의 신간서가에 꽂혀 있더라. 이상하게 내가 읽고는 싶지만 새 책은 그만 좀 사들여야하지 않겠어? 하고 결심하고 난 뒤로(물론 결심은 깨기 위해서 하는 거고)상당히 많은 수의 관심신간들이 우리 도서관에 들어왔다. 

어머 이거슨 웬 우연. 나의 지독한 공상과 기대의 헛발질이지만, 어쨌건 간에 굉장히 땡큐한 마음으로 잔뜩 빌려다는 놓습니다만, 어떤 것들은 허겁지겁 읽고 어떤 것들은 열 페이지 남짓 읽다가 도로 반납하고... 어째 식생활을 이런 식으로 했으면 소화불량에 위염 걸리기 딱 좋은데. 그런 불량한 독서생활을 지속 중이다. 이것도 무슨 큰 병이나 지독한 슬럼프라도 오지 않는 이상 쉽게 낫지 않을 중병 같아 보인다. 


이게 다 무슨 횡설수설인지, 또 각설을 한 번 더 하고 


<책에 갇히다>는 개중 끝까지 다 챙겨 읽었고 재미도 쏠쏠하니 챙겼다. 실속 있는 독서였다고나 할까. 앤솔로지는 늘 카달로그처럼 읽는다.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저는 카달로그를 그 옛날 영단어 공부하듯 집중 정독하면서 읽는 스따일입니다. *-_-* 

상품 카달로그가 그렇듯 어머 이건 사야해(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야겠다), 괜찮지만 내 스타일 아니네(이걸로 끝), ... 그리고 뭐 기타등등, 그런 것이다(잔인한 말은 무조건 생략해야한다). 


책과 서점 그리고 이야기에 대해 쓴 이야기들은,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무조건 읽을 수밖에 없다. 이건 나한테만 있는 병은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좀 유난히 혹독하게 걸린 것은 맞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발군이다. 특히 우리가 고전의 반열에 올린 작품들이 부족 탄생 설화가 되어있는 세계의 이야기, 종이책 대신 살아있는 책이 되어 인권이란 게 없는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인간책의 이야기, VR책의 주인공 실종사건 이야기. 이 단편들은 기막힌 아이디어의 승리였고 물개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가 마음을 준 이야기는 <켠>이었다. 나는 헌책방 이야기도 좋아하고 우리가 흔히 별 자각없이 아무렇게나 쓰는 말들에 뽀얗게 쌓인 먼지를 닦아 반질반질하니 윤을 내고 원래의 색을 입혀주는 단어발굴가(누가 사전덕후 아니랄까봐)를 발견하면, 그냥 막 마음이 다 노글노글해진다. 


이런 책들은 번역돼서 지구상의 적고적은 우리 동족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했던 이야기에 이르러서 이건 안되겠구나,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다. 이 미묘한 말과 뜻의 맛을 살리는 건, 이건 번역이 안 되겠지. 앨리스나 팬텀 톨부스가 우리말로 번역됐을때 니맛도 내맛도 아닌 밍숭맹숭한 텍스트가 되어버린 것과 똑같겠... 


뱀발_

갑자기 궁금해져서, 이 텍스트를 그대로 카피해다 파파고에 한 번 넣어보았다. 파파고의 영작 실력은 50점 주고 싶었... 

조승연 작가가 오래전에 어디 방송에서였나, '번역기 성능이 좋아진대도 우리가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뭐 이 비슷한 강의를 했었는데, 맞는 말이다. ㅋㅋㅋㅋ 오밤중에 포복절도했음. 특히 'nyangban'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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