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 마음 약한 늑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4
조프루아 드 페나르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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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일 저녁을 해야 하는 줄 알았으면 절대 결혼 같은 건 안 했다고 구시렁거리다가 겨우겨우 저녁을 차리던 날, 식탁에서 가족의 대화를 듣다가 웃었고, 블로그에 남겼고, 나중에 읽으면서 또 웃었다.

(...)

나는 이중인격자인 걸까. 남에게 더 즐겁게 사는 척 보이고 싶었던 걸까.

아니, 나는 찾아내고 있었다. 내 인생을 가능한 밝게 색칠할 수 있는 색깔들을.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순간 붕 뜨게 해줄 재료들을. 그 장면에 흐를 신나는 BGM을.

그리고 그렇게 유쾌한 순간들을수집하고 기록하면서 나도 내 글의 캐릭터를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망친 요리를 웃음으로 승화하는 주부, 아이와 랩 배틀을 벌이는 엄마,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꿈인 번역가. -182쪽

 

행복을 찾아 자신이 개척한 오솔길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좋다. 천천히 느긋하게 산보하듯 가면서 그 길에 놓여있는 것들을 말이나 글로 그려가며 남들과 공유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지금 당장은 내가 뭘 어쩌지 못해도 그곳에 가는 많은 지도들을 손에 쥐고 있는 느낌은 좀 다르니까. 언제고 나도 나만의 지도를 그려보고 싶다. 저는 이렇게 해보니까 찾아졌어요, 하고. 그건 제법 보물지도 같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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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음식점에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흥행하는 영화는 봐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유행하는 것은 뒤늦게라도 사서 가져야 안심하는 이들, 남 노는 것 구경하는 걸로도 부족해서 그대로 따라 하는 족속들. 한 가지에서만 정보를 얻는 무지. 이게 바보 아니고 뭔가.

 

책도 그렇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만 찾는 사람들. '많은 사람이 샀다니까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럼 나도' 하지 말고 제발 직접 읽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그게 내 책이라도 마찬가지다). 창의성은 고사하고 스스로 판단도 못 한다면 국가와 사회가 통제하기 가장 좋은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미디어에 의해 사육당하고 조종당하는 무기력한 존재들 말이다. -28쪽

 

굳이 남 앞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자기 의견을 발표하지 않아도 좋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자. 단, 대나무같이 키우지 말고 수세미같이 키우자. 그래서 언제든 나보다 더 타당한 의견을, 참신한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나는 언제든지 틀릴 수 있고, 저 사람도 나보다 어른이라고 해서 늘 옳은 건 아니다.

써놓고 보면 당연하지만 누구도 당연한 듯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

 

본인이 고치려고 마음먹은 성인도 쉽지 않은 일이니, 아직 머리가 말랑말랑한 아이들만이라도 이렇게 키우면 좋겠지요. 그런데 다들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우리반 누구가 다니는 학원은 나도 다녀야 하고, 그래서야 이건 사육환경과 다를 바가 없어 보여요.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어서 무안하지만, 그래도 현행교육에 반기를 들고 있는 소심한 반동분자세력으로 한 마디 보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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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양장)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1
마르타 알테스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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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랑은 온갖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우리는 가끔 아무 말도 안 한다. 말 없이 딴짓을 할 때도 있고 말 없이 서로를 볼 때도 있다. 불안하지 않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드나들기까지 그간 많은 언어가 필요했다. 언어가 잘 만나졌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말을 하지 않을 용기를. 어느 순간 아무 말 안 하고도 우리는 너무 괜찮을 수 있다. 가끔 사랑은 그런 침묵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도 한다. -299쪽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기까지, 반대로 수많은 언어가 쌓여야 했다는 이 짧은 문장들이 순식간에 떠올리게 한 것들은 이랬다. 내 경우에 이랬다는 거다.

1. 쌓이는 말의 두께만큼 감추고 싶었던 아득한 마음속 밑바닥까지 드러나버려서 황망할 때도 있었다. 

2. 사랑은 '가끔' 침묵을 먹고 잘 자라주지만, 침묵을 주 양식으로 삼는 애들도 있다는 사실. 그놈들의 이름은 오해와 착각이라고 하더라.

 

이슬아 작가의 문장들이 너무 좋아서, 어느 정도로 좋았는가하면 이 책의 글들 중에서 간혹 내 마음과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나는 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내보내지 않고 쭈욱 서재 식구로 함께 있어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좋았어서, 괜한 투덜거림을 달았다 (괜스레 볼을 부풀린 채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그런 요상한 심리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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