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랑은 온갖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우리는 가끔 아무 말도 안 한다. 말 없이 딴짓을 할 때도 있고 말 없이 서로를 볼 때도 있다. 불안하지 않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드나들기까지 그간 많은 언어가 필요했다. 언어가 잘 만나졌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말을 하지 않을 용기를. 어느 순간 아무 말 안 하고도 우리는 너무 괜찮을 수 있다. 가끔 사랑은 그런 침묵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도 한다. -299쪽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기까지, 반대로 수많은 언어가 쌓여야 했다는 이 짧은 문장들이 순식간에 떠올리게 한 것들은 이랬다. 내 경우에 이랬다는 거다.

1. 쌓이는 말의 두께만큼 감추고 싶었던 아득한 마음속 밑바닥까지 드러나버려서 황망할 때도 있었다. 

2. 사랑은 '가끔' 침묵을 먹고 잘 자라주지만, 침묵을 주 양식으로 삼는 애들도 있다는 사실. 그놈들의 이름은 오해와 착각이라고 하더라.

 

이슬아 작가의 문장들이 너무 좋아서, 어느 정도로 좋았는가하면 이 책의 글들 중에서 간혹 내 마음과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나는 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내보내지 않고 쭈욱 서재 식구로 함께 있어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좋았어서, 괜한 투덜거림을 달았다 (괜스레 볼을 부풀린 채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그런 요상한 심리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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