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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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여행기 였다. 3살짜리 아이, 아니 내 기준에선 아직 아기인 중빈이와 떠난 터키 여행... 나 같은 겁쟁이는 혼자 떠나는 여행도 두려운데 그녀는 동행이라고 하긴 너무 어린 녀석을 데리고 터키로 떠났다.
사실 그녀와 중빈이 사이를 보면 모성애 보다는 동지애 같은 느낌을 더 받을 때가 있었다. 보통의 엄마들은 3살짜리 떼쟁이 아이를 데리고 낯선 외국으로 떠나는 일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중빈이는 또래 아이들 보다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아이는 아이인지라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는 동행 이였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유적지보다 길가에 핀 꽃과 기어 다니는 개미에 더 관심이 많은 3살짜리 아이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가 버럭 하고 화가 날 상황에서도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중빈이를 이해했다. 엄마가 되면 다 이렇게 이해심이 넘치고 인내력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반면에 놀랄 정도로 대담하게 중빈이를 대할 때도 있었다. 중빈이가 유적지나 관광지를 관심 없어 할 때 최후의 방법으로 주변의 마음씨 좋은 분들께 중빈이를 잠시 맡겨두고 혼자 구경을 다니는 일이다. 낯선 외국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인데, 그녀는 요령 있게 상황을 잘 이용해서 자신과 중빈이 둘 다 만족스런 여행이 되도록 노력했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건 간에 여행객을 상대로 자신의 이익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런 돈벌이와 상관없이 환영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녀와 중빈은 터키에서 올림포스에서의 여정이 가장 행복했었던 것 같다. 물론 그곳에서도 돈벌이에 급급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렌지 펜션의 '유습'이라는 청년은 이들 모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이나 신기한 구경꺼리보다 그곳 사람들의 친절함이나 따뜻한 느낌이 더 그곳을 호감가게 만든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36개월 아이에게 터키를 보여줘 봤자 커서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3살 때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중빈이가 터키에서의 일들을 기억하건 못하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아이는 터키 여행을 통해 부쩍 자란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생생한 기억은 잊더라도 터키의 공기, 바람, 엄마와의 유대감, 동지애 같은 감정들은 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엄마가 자신과의 여행을 기념해서 이렇게 책까지 멋지게 내지 않았던가... 중빈이에게 아주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여행기와 육아일기를 합쳐 놓은 느낌이다. 터키를 여행했지만 동시에 아이 한명을 잠시 키워 본 듯한 힘겨움이 들기도 했다. 간접체험으로도 이렇게 지치다니... 실제 육아는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엄마와 아이가 두고두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한 여행 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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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 떠난 그곳에서 시간을 놓다
박혜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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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럽다!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과 혼자 덜컥 떠나버릴 수 있는 용기까지...

이것저것 따지기 좋아하고, 사소한 일에도 소심해져서 움츠러들어 버리고 마는 나는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 장소, 주머니 사정에 구애 받지 않고 일상을 떠나는 해방감을 느낄수 있는 여행 에세이를 나는 참 좋아한다.

그녀가 부럽다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집 떠나면 고생' 이라는 말에 공감할 정도로 나는 여행을 썩 반갑게 여기진 않는다. 그러나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조금만 벗어나서 바라보면 아무 일도 아닌 것들에 억눌려 지내다 보면, 고생스러운 여행길이 되더라도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괴나리봇짐 꾸려 집 나갈 용기는 없는 소심쟁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여행기도 간간히 말하고 있지만 주로 태국, 라오스, 앙코르와트 등지의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곳의 잔잔한 풍경, 일상 생활 속 사람들의 모습, 일정에 쫒기는 여행이 아니라 그런지 더 자유롭고 한가해 보인다. 글속에 그 곳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 

부러움은 앙코르와트에서 절정에 달했다. 앙코르와트... 멸망해 버린 고대도시... 그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일출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일출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반면에 일몰은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그리움을 가져다준다. 앙코르와트에서 일몰을 감상한다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클까? 

고단했던 하루를 마감하는 이 시간...거부반응이 생길정도로 달달 하다는 라오스 커피 한잔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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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
파올라 라펠리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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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단편적인 지식은 불우했던 사나이,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잘라버릴 만큼 광기 가득한 모습, 그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던 고갱 정도였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자화상」이나 「해바라기」같은 작품 밖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이 책은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의 첫 번째인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이다. 책을 읽는 동안 직접 미술관을 관람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 하는듯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실제로 작품을 보았다면 더 큰 감동을 받았겠지만 책속에 실려 있는 그림으로도 여러 가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먼저 반 고흐 미술관이 설립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놓고 있다. 고흐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생인 테오, 그의 아내 요안나, 테오와 요안나의 아들인 빈센트 빌렘, 이들의 노력으로 고흐의 작품은 잘 지켜질 수 있었고 마침내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그의 작품들이 지금은 아름다운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 마다 그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작품의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고흐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작품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작품을 감상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고흐의 생애에 대해 작품의 변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니다. 작품이 중심이기 때문에 고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

1890년 고흐가 자살하기 전까지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그중에서 1888년 작「복숭아 나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꽃이 핀 나무를 주제로 그린 삼부작 중 하나인데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가 멋지다.

고흐에 대한 나의 편견 중 하나가 고흐의 작품은 어둡고 딱딱하다는 것 이였다. 어둡고 무거운 색채의 작품만 보아서 그랬는지, 고흐의 불우했던 삶이 떠올라서인지 모르겠지만 고흐의 작품을 우울하고 어둡게 보았었다. 그런데 책 속 작품들 중에는 꽃과 나무 같은 밝고 긍정적인 소재로 그린 그림도 많이 있었다. 특히「복숭아 나무」나「도비니의 정원」,「꽃이 핀 아몬드 나무」같은 부드럽고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는 미술과 관람에 관한 간단한 정보가 실려 있다. 반 고흐 미술관에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 책 속에서만 보았던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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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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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씩 늘어나던 책들이 어느새 책장을 비집고 나와 바닥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지저분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보기 싫고, 책들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인터넷으로 책장을 검색해보고 있다. mdf판으로 만든 싼 가격의 책장에서 원목으로 만든 근사한 책장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책장이 판매되고 있다. 근사한 나뭇결로 된 튼튼한 원목책장을 가지고 싶지만 당분간은 그냥 mdf로 만든 싸구려 책장에 만족해야겠다. 나중에 서재를 만든다면 기필코 무늬와 향기가 멋진 나무로 책장을 짜 넣으리라...

저자 스스로 목수 김 씨라 말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목수보다는 예술가 같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특이한 형태의 의자, 탁자, 장식품들... 일상생활에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친숙해 보이는 느낌이다.
그의 이력 역시 특이하다. 목수일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직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먹물이라 했던 과거와 노가다라 할 수 있는 힘든 목수일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거칠고 투박한 나무를 수천 번이 넘는 대패질로 깎아 매끈하게 다듬어 낸다. 나무 원래의 아름다움을 살려내면서 어느덧 멋진 의자로 탁자로 변해가는 모습은 근사하다.
자신이 만져보았던 나무에 대해서도 소개해 놓고 있다. 알고 있는 나무라고는 은행나무, 소나무, 플라티너스 같은 가로수들 밖에 모르는 나는 목물로 쓰이는 나무가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감탄이 들었다. 원목이라고 하면 몇 종류의 나무 밖에 쓰이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꽤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다. 

<목수가 되는 네 가지 조건>에 나오는 지식인의 네 가지 조건을 읽고 나서 지식인까지는 안 되더라도 중심이 잡힌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출판 일을 했던 분이라서 그런지 글과 책 편집이 깔끔하다. 첨부한 작품사진과 스케치 역시 군더더기가 없다. 책 사이즈가 크고 두껍지만 막상 읽다보면 페이지가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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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 - 꿈꾸는 여행자의 산책로
에릭 파이 지음, 김민정 옮김 / 푸른숲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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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소설이라고 예상 했었다. 그런데 책 제목인 야간열차를 타고 떠난 여행 에세이였다. 여행지가 주인공인 다른 여행기와 달리 운송수단인 열차가 주인공인 특이한 여행 에세이다.

내가 열차를 타고 여행한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열차 여행보다는 자동차 여행에 익숙하다. 특히 야간열차를 타본 경험은 딱 한번 이였다. 동아리 첫 MT때 정신없이 놀다가 막차시간에 간신히 올라탄 열차. 너무나 조용해서 동아리 회원 모두 덩달아 얌전히 잠에 빠지게 했던 그때 그 열차. 오래된 객차 안에서 나던 퀴퀴한 냄새와 덜컹거리던 바퀴 소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야간열차>라는 제목은 첫 MT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유럽대륙을 야간열차를 타고 횡단하고,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몽골, 중국까지 여행했다. 열차로 국경을 넘나들고,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황량한 풍경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쇠퇴하는 도시들, 반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도시들... 작가는 야간열차를 타고 중간 중간 멈추는 역에서의 추억과 느낌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달리 어둡고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마저 드는 여행기였다. 책 중간 중간 그곳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많은 소설가나 영화, 감독들을 예로 들고 있다. 저자가 프랑스 인이므로 주로 프랑스나 유럽의 작가, 유명인, 소설을 예로 들고 있다. 그래서 그 예로든 작품이나 인물을 접해보지 못한 내가 이해하기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 책 사이사이 그려진 일러스트가 맘에 든다. 뭉툭한 느낌이 나는 단순한 그림들이 정감 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철도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반으로 조각난 우리나라에서는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바닷길이나 하늘길 밖에 없다. 열차를 타고 외국을 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통일이 되면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대륙으로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겠지? 저자가 열차를 타고 지나온 길을 되짚어 유럽대륙으로 달려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야간열차를 타고 시간을 잊은 몽롱한 여행을 마친듯한 기분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 시간이 한밤중이여서 그런가? 고요한 밤에 참 잘 어울리는 여행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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