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서재의 모습.. 카페같이 편안한 분위기에 커다란 책장.


내 방에는 책들이 항상 쌓여있다. 책꽂이 공간이 부족해 그 위로 가로로, 혹은 책상 위에 겹겹이, 침대 옆에 몇 권, 활용가능한 공간 곳곳에 그들은 무질서하게 놓여 있다. 그렇게 쌓여 있는 책들을 바라보면 거대한 미지의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지인의 추천을 받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발견하고, 혹은 서점에 그냥 들어 갔다가 제목이나 책 소개글을 읽고 충동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가 구매욕구가 일어나 등등의 이유등으로 입양해 온 책들이다. 저마다의 우주를 안에 품고 조용히 책꽂이에 잠들어 있는 책들을 보면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듣고 싶기도 하고, 자꾸만 침묵 속에 내버려 두는 것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광할한 세계로의 발을 디디려고 할 때마다,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에 자꾸만 미뤄두게 된다. 그래서 손이 닿지 않는 곳은 계속 멀어져 가고, 새로운 책들은 또다시 유입되어 미지의 세계는 더더욱 커져만 간다. 


이렇게 닥치는 대로 수집해 놓으면 언젠가는 읽으리라고 생각했고,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나의 욕심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속으로만 쌓아 놓고 있는 책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나는 나의 할렘을 위하여 매력적인 책들을 나의 서재로 끌어들여 놓고는 내 손에 들어온 이후로는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무책임한 술탄과도 같았다. 장시간 책장 속에 방치되어 있던 책들에게 먼지가 쌓인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단 한 번도 나의 손을 타지 못했던 책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나를 '먼지'를 통하여 나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당분간 책을 사는 것을 그만 두었다. 책이 정말 사고 싶다면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책, 나에게 와서 꽃이 될 그런 책만을 구입하기로 하였다. 어떠한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을 읽고 연상되는 물음이나 그 책과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혹은 같은 주제이지만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책을 그 다음에 선택하는 것이다. 충동적인 구매 욕구가 드는 책들은 사진을 찍어 놓거나 제목을 적어 놓고, 다음에 그 책과 관련된 책이 나타날 때 읽기로 하였다. 최근에는 그래서 읽고 있는 책들이 '양철북' '우울할 땐 니체' '지하생활자의 수기'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이다. 그 전에는 '유니타스 브랜드 매가북'을 읽고 '시뮬라시옹'을 연달아 읽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시뮬라시옹'을 다 읽지 못했군.. 


이렇다 보니 여러 장점이 생겼다. 일단 책 읽는 것에 대한 흥미가 더욱 올라간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 받았던 느낌이나 생각이 다음 책을 읽는 동안 생각나고 관련된 글귀가 떠오를 때마다 짜릿함이 느껴진다. 무언가가 '번쩍'하고 머리 속을 밝히는 느낌이다. 두 번쨰로 이해도가 높아진다. 같은 주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더 자세한 설명이 들어간 책을 만나면 전에 모호했던 부분이 안개가 걷히듯 명확해지고, 다음 책을 읽을 때에도 그 책을 미리 읽지 않았더라면 와닿지 않았을 부분들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더 잘 기억나기도 한다. 책 지도가 그려지고 책 사이사이에 이정표가 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는 충동구매를 최대한 자제하게 되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된다. 


단점이라면, 병렬적으로 책을 선택하게 돼서 간혹 중간에 누락되는 책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해야 할 것 같다. 여기에 책 두 번씩 읽기라는 목표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정말 완벽할 텐데.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을 연결하여 그 관계를 정리한 포스팅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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