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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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 라고 생각한 계기가 된 책이다. 사람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위대한지! 완벽히 허구적이고 환상적인 세상 속에서 나는 시공간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 사건들은 어쨌든 '삶'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이처럼 환상적이고 정말 소설같은 소설을 읽다보면 역설적으로 '보편성'이라는 것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너무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임에도 나는 여전히 그들과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똑같이 울고 웃고 비슷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비슷한 사상에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작가가 쓴 허구적인 이야기에 내가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같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소설의 테마가 되는 '고독' 역시 보편적인 인간의 속성에 해당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항상 '소통'을 원한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것 역시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관념이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고 또 전해져 다시 타자에 의해 해석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와 왜곡이 발생한다. 의도한 바와 달리 떠돌아다니는 낱말들이 나와 타인 사이에 벽을 만들고, 결국에는 그 벽을 기대고 주저 앉아 되뇌이는 것이다. 그래,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사는 거야...... 사람이 그리워서 약속을 잡고 만났다가, 만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권태를 느끼고 차라리 혼자 방에서 책이나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고독'이 항상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 드넓은 우주에 떨어진 작고 유한적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독함을 느끼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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