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oxford circus 역에서 내려서 charing cross street 을 쭉 따라 걸으면 헌책방과 책방이 모여 있는 구간과 만나게 된다. 들어가면 천장까지 진열된 책들과 여유로운 분위기의 주인이 아늑한 숨결로 맞이한다. 대개 이런 헌책방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고, 그 안에 다양한 헌책들이 종류별로 늘어져 휴식을 취하고 있다. 주인이나 직원은 손님들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고, 손님이 질문을 하면 친절히 답해 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손님의 시간을 존중해준다. 온 책방을 헤집고 다니며 이책 저책 뒤적거려도 된다는 말씀. 그나저나 런던 번화가 한 복판에 이런 멋드러진 헌책방이 모여있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일종의 관광지 역할도 하고 있었다. 런던 명소에 선정되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헌책방이나 책방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좋을텐데. 튼 J.D.Salinger의 책을 구매하고 싶었으나 찾지 못하고 Ernest Hemingway의 단편집을 학생할인 포함, 4.5파운드에 입양. (학생할인 받을 수 있냐고 물으니 학생증을 묻지도 않고 쿨하게 그 자리에서 10퍼센트 할인해주었다.) 출판된 날짜를 확인하니 1986년!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인데 여행다닐 때 가방에 넣고 다녔더니 표지 모서리부분이 구겨졌다ㅠㅠ. 원체 칠칠치 못한 성격이라 지금은 집에 모셔놓고 짬날 때마다 들여다보고 있다. 

명작을 원서로 읽는다는 것은 감동적이다.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글자가 직격으로 뇌로 파고드는 느낌이다. 호흡을 같이한다고나 할까.. 번역서들도 '국문학'이라는 학교 교수님의 말씀에 공감가는 순간이었다. 거기다 헤밍웨이의 단편은 정말 매력적이어서, 아마도 번역판으로 읽었다면 이 매력이 고스란히 전해지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번역판이긴 했지만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었을 때는 그다지 깊은 감명을 받지 않았는데, 이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강렬하다. 구성이 단단하게 짜여 있어 짧은 분량임에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문장이 짧은 편이라서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원서를 접한지 얼마 안 된 나도 읽기가 수월하다. 단편에 흥미가 생긴 계기가 되기도 한, 내 소중한 책을 만나게 해준 헌책방, 땡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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