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F.Scott 피츠제럴드의 소설은 황금같다. 노래같다. 해가 지기 직전 가장 불타오르는 노을같다. 화려하지만 어딘지 허무하고 그래서 서글픈 느낌마저 든다. 헤밍웨이나 피츠제럴드의 단편들을 읽고 있자면 당시의 시대상이 눈 앞에 떠오른다. 세련된 여성들, 진취적인 남성들, 파티와 문화, 유명인사들, 예술가들.. 이들은 모두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동시에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 곁에 항상 존재한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에는 광명이 지나간 곳의 허무함이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천연의 아름다움이 지니는 잔혹함이나 순수한 젊음의 맹목성에는 어딘가 모르게 죽음과 끝의 냄새가 묻어난다. 


피츠제럴드가 물질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그의 소설에는 부에 대한 순전한 찬미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에서도, 해외여행에서도, 헤변의 해적에서도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부를 향한 열망이 곧 삶의 원동력이 되고, 그런 주인공들을 피츠제럴드는 딱히 심판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 강한 열망의 뒤로 펼쳐지는 어두운 그림자 또한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다채롭고 활력으로 꿈틀대는 시대를 그려내는 것이다. 그가 보고 겪은 세계는 그의 내면을 거쳐 글자로 재구성되어 21세기 독자들 앞에 다시 구현된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시대상을 보며 나는 문장 사이사이의 매력적인 호흡을 즐긴다. 특정한 주제의식 틀 안에 이 소설들을 우겨넣어 왜곡하고 일부분에만 집중하고 싶지 않다. 작가가 써낸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존재 방식 그 자체였으며, 또한 작가 자신의 존재이자 삶이었다. 그가 바라본 인생이 낱말들 안에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당시 상류층의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이 어떠한 잣대에도 의지하지 않고 고스란히 전해지면, 나는 나의 우주 안에 이들을 집어 넣고 음미하며 삶에 대한 영역을 확장시킨다. 다른 시대에 살면서도 나와 어딘가 닮은 그들의 모습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인생이란 얼마나 다양한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