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언니, Aimee Mann의 목소리가 대거 실린 영화 Magnolia의 오스트. 요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솔로' 아티스트 중에는 여성이 많다. Aimee mann, 꼴까닥 넘어갈 거 같은 목소리의 Fiona apple, 내가 담배 한갑을 내리 피고 노래를 해도 이렇게는 안 될거야 rachael yamagata, 폭발하는 청승맞음 박정현, 언니 너무 몽롱해요 이소라, 영원한 여신 김윤아, 인어의 목소리 지선, 잠이 들 것만 같은 잔잔한 심규선, 한국식 허스키 조원선. 중학생 때 갓 pop을 듣기 시작할 무렵에는 그 스모키 화장과 창백한 금발이 어찌나 예뻐 보였는지, Avril Lavigne에게 푸욱 빠졌었다. 게다가 그 무렵의 avirl양은 complicated, st8er boy같은 명곡을 후줄근한 힙합 패션에그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신비로운 소녀였기에 ㅠㅠ. 난 이상하게 노래 잘 하는 남자보다 노래 잘 하는 여자에게 끌리더라. 어쩌면 나는 동성에게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가끔. 


쨌든, Aimee mann 의 노래 중 이 magnolia 앨범에도 수록되어 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바로 'Save me'이다. 


Save me 

You look like
A perfect fit
For a girl in need
Of a tourniquet
But can you, save me
Come on and, save me
If you could, save me
From the ranks of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Cause I can tell 
You know what it's like
The long farewell 
Of the hunger strike 
But can you, save me
Come on and, save me
If you could, save me
From the ranks of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You struck me dumb
Like Radium
Like Peter Pan or Superman
You will come to save me
C'mon and save me
If you could, save me
From the ranks of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Cept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But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C'mon and save me
Why don't you save me
If you could save me
From the ranks of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Cept the freaks 
Except the freaks 
Who suspect they could never love anyone
Except the freaks who could never love anyone


                                                                 
                                                                        



가사 봐. ㅠㅠ. 너무 좋다. 처음에 영화를 보지 않고 이 노래만 들었을 때는 눈물을 뚝뚝 떨어 뜨리고 허겁지겁 가사를 찾아 일기장에 옮겨 적었었다. 나중에 영화를 보며 이 노래를 들었을 땐 또 감회가 새롭더라. 음, 영화를 볼 때는 아무래도 save me 보다 wise up을 들으며 더 울었던 것 같다. 난 원래 스크린 속 주인공이 울면 같이 운다.특히 여자가 울면 더 운다. wise up노래를 주인공들이 떼거지로 따라 부를 때는 그렇게 가슴이 먹먹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그런 거다. 서로 치고 받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때리고 난리를 쳐도, 서로가 괴물같고 내 자신이 괴물같더라도 결국 우리는 서로를 구원해줄 수 있고 또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것이다. 고작 한 번의 데이트를 위해, 한 번의 용서를 위해, 한 번의 만남을 위해, 한 번의 인정을 위해 엉뚱한 데서 생 난리를 친다. 그러다 문득 하늘에서 개구리라도 떨어지면, 갑자기 모든 것이 부질 없어 보이고, 사실은 가장 바래 왔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잊혀져 버린 그 '구원'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참 문제다. 삐진 연인에게 '미안해' 한 마디면 모든 게 해결될 텐데 그 한 마디를 못해서 서로의 잘잘못을 붙들고 끙끙 앓고, '감사합니다' 한 마디면 부모 자식간의 질긴 인연이 다시 굳게 이어질 텐데 그 한 마디를 못해서 서로에게 소리를 지른다. 인생 혼자 사는 거 아닌데, 주위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몽실몽실하게 하루를 보내기에도 부족한데 우리는 갈수록 구원에서 멀어만 진다. 이러다 하늘에서 개구리라도 진짜 떨어져야 정신차리고,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들 또 용서를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달려 가려나.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커플용 크리스마스 단골영화인 Love Actually 에서 karen 역으로 나온 emma thompson이 남편에게 하는 말이 있다. Joni Mitchell의 blue 음반(both sides now 였나..?기억이..)을 틀어 놓고, 또 그 양반 노래를 듣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하는 남편에게. 이 사람이 나의 감수성을 되찾아 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약간의 건들건들한 자세와 함께 흥얼거린다. 나에게는 Aimee Mann이 그런 사람이다. 괜히 혼자 질질 눈물 흘리고 싶을 때, 온갖 청승이란 청승은 다 찾아서 방구석에 기어들어가 이불 푹 뒤집어 쓰고 혼자 있고 싶을 때 aimee mann의 목소리는 인생 다 산 언니가 옆에 걸터 앉아 그래, 힘드냐? 하고 토닥여주는 거 같다. 그럼 나는 네..징징..힘들어요.. 거리다가 정신 퍼뜩. 따뜻한 카페라떼나 코코아가 있으면 기운은 120% 회복된다. 


오늘은 딱히 청승을 떨고 싶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지만, 정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밤을 꼴딱 새고 말아서, 주저리주저리 글이라도 쓰고 싶었다. 참 이상하다. 힘들 때 들었던 노래들을 나중에 힘든 일이 다 지나가고 들으면, '고마운' 기분이 든다. 노래에게 고마운 건지, 이제는 털고 일어난 나에게 고마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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